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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9 아르코 지원제도 성평등 팩트체크

성평등 예술지원정책 제2차 오픈 테이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였는가?

천희란_소설가
171호 2019.11.07
2019년 10월 10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내 성평등 예술지원 소위원회가 지원제도의 성평등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두 번째 자리가 있었다. 2016년을 전후로 시작된 예술계의 잇단 성평등 운동(해시태그, 미투)으로 여성예술인연대가 발족하고, 분야별로 다양한 연대체가 생성된 것을 생각하면, 최...
2019년 10월 10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내 성평등 예술지원 소위원회가 지원제도의 성평등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두 번째 자리가 있었다. 2016년을 전후로 시작된 예술계의 잇단 성평등 운동(해시태그, 미투)으로 여성예술인연대가 발족하고, 분야별로 다양한 연대체가 생성된 것을 생각하면, 최근에야 문예위 내 지원 정책 분야의 성평등 현황을 점검하는 소위가 구성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그 지원 혜택의 직접 수혜자일 수 있는 여성 예술인인 내 관심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라도 지원 정책의 성평등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기도 했다. 앞으로 이 통계들은 축적되고, 더욱 세분화된 관점에서 해석될 것이고, 그것이 정책을 신설하고 보완하는 데 의미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픈 테이블은 1차 오픈테이블에 대한 피드백을 나눈 뒤, 공연, 시각, 문학의 세 부문으로 나누어 각 분야 전문가(김정이, 장현선, 장은정)의 발표를 듣고 참여자들과 자유토론을 하는 순서로 이루어졌다. 행사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각 발표는 2016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시행된 문예위의 예술 지원 정책사업별 지원 건수와 선정 건수, 지원 금액, 각 분야의 전공자 및 창작자의 성비, 성별에 따른 지원 분야의 분포도 등의 통계를 발표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통계는 크게 구분된 각 분야의 생태계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해당 분야 내에서도 세부 장르에 따라 현황이 다를 수밖에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지표들을 확인시켜주었다. 하나는 대학에서 예술 교육을 받은 여성 전공자의 비중이 지원 사업 신청이 가능해지는 창작 현장으로 오면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그런가 하면 유의미한 활동을 지속하는 여성 예술가의 수는 50대에 이르러 다시 한번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반면에 남성은 여성보다 비전공자의 현장 유입량이 크다 할 수 있으며, 활동 주체로서나 지원 대상으로서나 30-40대에 집중된 여성과 달리 비교적 다양한 세대에 확산적으로 분포되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여성 예술가는 개인 지원 분야에 더 많이 참여하고, 수혜자로도 높은 비율로 선정되는 반면, 조직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항목에서는 남성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문학의 경우 지원자와 선정자 모두 여성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단체 대상의 지원 내역을 합산하면 지원 금액에서는 그 비율이 역전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때 대표자의 성별이 실제 지원을 받는 단체 구성원의 성비를 정확히 가늠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단체들의 대표자 성비를 분석한 결과는 의미심장하게 보인다. 시각 분야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대부분 대안공간 등의 대표로 활동하는 것에 반해 재단, 협회 등 비교적 현장에서 한 발 물러나 있으면서 현장을 지원하는 권위 있는 단체 대표자의 경우 남성 비율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예술 분야 지원 사업에서 드러난 위와 같은 공통의 통계는 여성 예술가들 역시 일반적인 직장 여성들이 처한 경력 단절의 곤경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예술계에도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가설을 성립시킨다. 문예위의 문학 분야 2019년 2분기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과 관련해 2차 심의위원이 전부 남성이었다는 점, 14명의 심의위원 전체를 살피더라도 여성은 오직 두 명뿐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통계들은 여성 예술가의 예술 활동이 해당분야의 직업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과 예술 단체에서 여성의 대표성과 실질 성비를 확대하기 위해 일정부분의 기계적 평등을 실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참석자들의 공감대를 어렵지 않게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소위 위원들의 입장이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위를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공공정책이 예술 지원의 차원에만 머물며 예술계의 현실적인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학 분야 발표자 장은정의 비판에 동의했지만, 공공정책이 시장에 개입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럽다는 토론자의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지원 사업의 목적이 단지 예술의 활성화가 아닌 복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때, 젠더 균형의 형평성을 장려하는 정책을 시장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이는 단지 젠더 문제가 아니라 우수 예술인과 신진 예술인, 대규모 사업과 소규모 사업을 지원하는 형태나 규모, 비중을 책정할 때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다른 아쉬움은 소위원회 위원 일부의 사소한 발언들에 있었다. 이를테면 문학비평가로서 10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초청 발표자를 ‘젊은’ 재원으로 거듭 소개하며 소위 구성원들의 위치를 자조적인 웃음거리로 삼는 것이나, 자유 토론 시 참석자들의 반응에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세를 취한 것이다. 전자는 성평등을 다루는 소위에서라면 더욱 반성적으로 점검해야 할 연령주의일 것이고, 후자의 경우 앞으로의 생산적 논의를 위해서 경계해야 할 태도일 것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통계를 추적하고 이런 토론 자리를 만든 성평등 소위의 노력은 당연히 환영받을 일이지만, 단지 새롭게 만든 통계를 발표하고 그것을 선보인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최자는 논의 대상에 대한 비판을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 자리는 일방적으로 보고를 받기 위한 자리가 아니며, 참석자들 역시 정책을 만들고 보완하는 데에 의견을 개진하고 힘을 보탤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다양한 한계들은 어쩌면 불가피하게 맞닥뜨려야만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보다 지속적이고 세분화된 연구조사, 치열한 문제제기, 반성적 대화가 그 한계를 조금씩 뒤로 밀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적 이상이란 완성된 형태로 존재할 수 없다. 당대의 현실과 문제의식을 반영하며 변화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변화의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이처럼 유의미한 자리에 더 많은 예술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정답을 낼 필요는 없다. 더 많은 예술인이 정책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다양한 질문을 던질 때, 그것은 예술지원 공공정책의 문제와 해결 방안이 특정한 구성원들 사이에 합의된 관점으로만 재수렴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 비평의 언어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사진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성평등 예술지원 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