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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수건으로 일어날 수 있는 짧은 극

김세한
43호 2014.04.15

  • 김세한

    kimmg1989@naver.com


    등장인물
    갑
    을

    장소
    먼지가 낀 방 안. 물건들이 너무 오래되어 용도를 알 수 없다. 화장실이었는지, 안방이었는지… 케케묵은 방.


    갑과 을 등장한다. 방역기구를 등에 멘 갑. 을과 갑은 방독 마스크를 끼고 있다. 방역기구를 통해 방안을 소독하던 중(당연히 안에는 물이 들어있어 관객들에게는 무해하다) 을의 얼굴에 소독액을 뿌리는 갑. 을은 얼굴을 닦으며 불만을 토로한다. 갑은 낄낄댄다. 그러자 을은 화가 났는지 자신의 얼굴을 훔쳐낸 장갑으로 갑의 얼굴을 문댄다. 갑. 그런 을의 우악스러운 행위에 반항한다. 실랑이 벌어지고 이것이 무언극으로 진행되다가…

    갑(방독면을 벗으며) 찾아야지.

    을.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듯. 방안을 샅샅이 뒤지는 갑을. 중앙에 있는 하수구를 유심히 쳐다본다. 갑. 하수구를 들춰내자. 성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하수구에선 빛이 새어나온다. 마치 천국 같다. 하수구에 슬며시 손을 내밀어 때수건을 꺼내는 갑.

    갑그래. 이거야.
    을(갑의 말에 급히 반응하며.)찾았어?
    갑(을의 말에 경직되며, 때수건을 숨긴다.)아니.
    을뭐야. 그럼 왜...
    갑어...
    을찾았지?

    사이. 시치미를 떼는 갑. 을이 불만에 찬 눈으로 쳐다보자.

    갑날아갔어.
    을말이 돼?
    갑그건 새일지도 몰라.
    을말도 안 되는 소리.
    갑(품에서 소책자를 꺼내는 갑)여기 이 부분을 보면...
    을몇백 번도 더 읽었어. 초록색의 거친 재질이었으며, 커다란...
    갑입이 달려 있었다.

    사이.

    을잡았지?
    갑날아갔다니까.
    을날개도 없잖아!
    갑그 커다란 구멍은 입이 아니었나 봐. 그 입에서 바람을 내더니 ‘휙’하고 날아갔어.
    을발도 없잖아!
    갑그러니까 날아다니는 거지.
    을아냐. 문헌엔 그게 입이 달려있다 뿐이지, 생물이라곤 한 적 없어. 하물며 그게 새라고? 난 살면서 그런 새는 본 적도
    없다.
    갑2000년 전 문헌에 있는 말을 믿니?
    을기록은 절대적인 거야.
    갑상대적인 것도 기록이야. 니가 어제 집 앞에서 장미를 봤다면 그게 오늘도 있을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어? 그런 거
    야.
    을그건 생물 도감이잖아.
    갑다윗 양반이 했던 진화론 모르니?
    을그럼 모양도 달라졌을 거야. 안 그래? 난 그게 절대 날지 않았을 거라 믿어.
    갑그렇게 말하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이 짓도 참 무의미해지는 걸 아니?
    을그럼 그만둬?
    갑그래. 그만둬.
    을난 싫어.
    갑난 니가 싫어.
    을보여줘.
    갑내꺼야.

    사이. 갑. 말실수했다는 걸 직감한다.

    을거봐. 니가 가지고 있는 거 맞잖아.
    갑그러니까… 내 말은… 어! 내꺼였으면 좋겠다는 거지. 어딨을까, 때수건?
    을내놔.
    갑내꺼야.
    을줘.
    갑나한테 주라. 내가 찾았잖아.
    을빨리!

    갑. 조용히 때수건을 을의 눈앞에 보여준다.

    을이거야?
    갑응. 그런 거 같아.
    을어디보자. 어 똑같아. 이 책에 쓰여진 대로 생겼어.

    사이

    을안 움직이는데.
    갑난 아무것도 몰라.
    을니가 찾았잖아.
    갑난 보자마자 숨겼어.
    을어디다?
    갑(옷 호주머니를 가르키며)여기.
    을그 좁은데다 그걸 넣어두면 어떡해! 스트레스 받았을 거야!

    사이

    갑혹시…
    을아니야.
    갑아니야. 생각을 해봐. 니가 방금 그랬잖아. 스트레스 받았을 거라고.
    을안 죽었어.

    갑. 때수건에 귀를 대본다.

    갑숨소리는 안 들리는데?

    바람이 살짝 분다. 팔락대는 때수건.

    을움직여!
    갑바람에 나부낀 거야.
    을아니야. 미동했잖아. 살아있는 거 같아.

    을. 갑에게서 때수건을 빼앗는다.

    갑뭐하는 짓이야!
    을너한테 못 맡기겠어. 내가 가지고 있을래!
    갑그걸 그렇게 꽉 쥐면 어떡해! 이 멍청아!

    을. 무언가 직감한 듯 급하게 놓는다.

    갑뭉개졌어.
    을피는 안 나는데…
    갑하지만 이렇게 볼품없어졌는데?
    을움직이지도 않아.
    갑숨도 안 셔.
    을막막해.

    갑적막해.
    을적적해.
    갑또?
    을또.
    갑난…
    을해.

    갑과 을. 무대 뒤의 문을 연다. 그 뒤엔 무수히 많은 때수건들이 놓여있다.

    갑고약해
    을시체 썩은 내.

    갑과 을. 이번에 찾은 때수건을 그 위에 던진다. 다시 때수건을 찾는 갑과 을. 사이.

    갑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을뭘?
    갑살아있는 때수건.
    을나야 모르지.
    갑얼마나 찾은 걸까?
    을나야 모르지.

    갑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을나야 모르지.
    갑(사이) 그래. 찾아야지.

    막

    ※ 젊은 극작가들의 투고를 두 손들어 환영합니다! oseno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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