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심하지 않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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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존, 앤더슨, 케인, 구스타프손, 코러스 5~6명(비둘기, 까마귀)
때
20세기
장소
어딘가
1막
무대에는 탁자 하나가 있고, 그 위에는 컵이 하나 놓아져 있다. 존은 탁자위에 올라가 있다.
- 존
-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서 부터인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강하게 느껴진다. 미래를 여러 방식으로 이해한다면, 잘못이라는 말이 틀린 말 일수도 있지만, 강하게 느껴진다. 여기가 아니다.
존은 탁자 위에 있는 컵을 바닥에 던져 깨트린다. 소리를 듣고 앤더슨이 등장한다. 앤더슨은 속옷 차림이다. 앤더슨의 손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있다. 앤더슨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걸어 나온다.
- 앤더슨
- 프프프프프프프푸푸푸푸푸 트트트트트트다 트트트다 트트틑 다 트트트틑 다다
앤더슨은 깨진 유리컵을 쓸기 시작한다.
- 앤더슨
- 어떻게 된거지?
- 존
- 컵이 깨졌어요
- 앤더슨
- 컵 말고 자네 말이야
- 존
- 저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컵이 깨졌어요.
- 앤더슨
-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컵은 깨졌지만, 사실은 깨진 것이 아니야.
- 존
- 왜죠
- 앤더슨
- ‘깨졌다’라는 말은 지극히 자네의 관점으로만 말하고 있는 것이니, 조금만 펼쳐보면 다른 세상이 보이지.
- 존
- 그건 제가 여기 있는데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 앤더슨
- 내가 눈을 감고 자네가 입을 다물면 자네는 지금 뉴욕 센트럴 파크에 서있을 수도 있지
- 존
- 당신은 외계인입니까
이때 앤더슨이 등장했던 곳에서 케인이 등장한다. 케인의 큰 진공청소기를 손에 쥐고 있다. 등장과 함께 청소기를 켜 컵이 깨진 위치까지 와 열심히 작은 컵 부스러기 들을 빨아들인다. 진공청소기의 윙윙 소리가 크다.
- 앤더슨
- 이걸 보게. 자네가 한 짓이야.
- 존
- 전 아무 짓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습을 꿈에서 보았어요!
- 앤더슨
- 잘 들리지 않네!
- 존
- 데쟈뷰요!
- 앤더슨
- 데쟈뷰를 믿나? 그건 무의식의 산물일 뿐이네!
- 존
- 데쟈뷰는 확실히 있습니다!
- 앤더슨
- 자네가 확실히 있다고 믿고 있구만! 우리가 언젠가 여기서 다시 만날 거라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확실히 믿고 있지만, 난 내가 자낼 알아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네. 난 내 눈에 보이는 걸 믿을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거든!
- 존
- (케인에게) 그 소리는 언제까지 내야 합니까!
- 케인
- (청소기를 끄고) 반갑습니다. 전 케인입니다.
- 앤더슨
- 주사위를 잘 던지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존에게) 반갑습니다. (케인에게)
케인은 다시 청소를 시작한다. 다시 청소소리가 나자 그 소리에 맞춰 구스타프손이 심벌즈를 치며 등장한다. 심벌즈를 계속 연주한다.
- 구스타프손
- 챙! 챙! 챙!
- 존
- 엉망이구만!
- 앤더슨
- 자네 이제 가는 게 좋겠어! 저 쪽으로 가게! 가서 가슴이 큰 여자를 만나! 만나서 그 여자와 자게나! 더 이상 혼자 딸치는 짓은 그만하고!
자위행위를 흉내 낸다.
- 존
- 전 지금 아무데도 갈 수가 없어요! 가는 법을 잘 모릅니다! 보통은 알아서 흘러가기 마련인데 지금은 왜 제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거죠! 제가 확실히 잘못 온 것이 맞는 건가요! 그만 좀 치세요
- 앤더슨
- 난 내 여자가 있네!
- 존
- 아니요 저 소리가 너무 커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존 테이블 위에서 몸을 날려 구스타프손을 덮친다. 구스타프손과 존 위로 심벌즈가 날아가며 둘은 엉켜 쓰러진다. 그러자 날개를 단 까마귀와 비둘기 떼가 날아든다. 그들은 싸움을 하는 두 사람 곁에 앉아 있다 그들이 같이 넘어 질 때마다 한꺼번에 푸드덕푸드덕 날아다닌다.
2막
싸움이 끝나고, 존은 바닥에 누워있다. 무대에는 테이블과 누워있는 존이 두 가지만 있다.
- 존
- 거기 있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모두들 다 거기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앤더슨이 고양이를 들고 나온다.
- 앤더슨
- 자네가 이 고양이를 살렸네. 그리고 이건 내꺼야. 내 꺼는 아니지만.
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앤더슨은 고양이를 들고 퇴장한다. 존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위로 다시 올라간다.
- 존
- 이게 전부다. 이게 다다.
끝.
- 호들갑 작가소개
- 박한결 작가는 1989년 10월28일 서울에서 출생했다. 부부교사의 자녀로 바르게 성장하였다. 은평구 역촌동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집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때 입시논술학원을 다니던 도중 선생님으로 부터 “이렇게 쓸 거면 프랑스로 가!” 라는 말을 듣고, 학원을 그만두면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괜찮아 언제까지나 널 사랑할건 아니었으니까'라는 곡을 발표하며 작사가로 데뷔하였다. 박한결은 극단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와 ‘출몰극장’ 팀에서 연극 활동을 하는 중이며, 현재 ‘JustDanceCompany’에서도 대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춤추고 노래하며 살 수 있는 삶을 그리며 살아갈 예정이다. 주변 예술가들이 꼽는 함께 작업하고 싶은 예술인 1순위, 한결같은 영혼의 소유자, 길들여지지 않는 박한결 작가의 희곡이 드. 디. 어. 웹진 [연극in]에 당도하였다. (편집위원 정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