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주세요
Ctrl + V, 붙여넣기해서 사용하세요
등장인물
귀남 20대 남
다영 30대 여
재건 40대 남
의사
간호사
무대
정신병원 안, 세 개의 방이 있고 이 방은 벽들로 막혀 있다. 방에는 식판만 드나들 작은 공간만 있다. 이 공간은 오직 밖에서 열 수 있다. 나갈 수도 없고 아무도 들어 갈수 없는 공간. 서로 왕래조차 할 수 없다. 재건의 방에는 식판이 쌓여 있다.
- 의사
- 여긴가?
- 간호사
- 내 여기가 2번 방으로 30대 여자가 있습니다.
- 의사
- 여기부터 배식하자고
- 간호사
- 네.
- 간호사
- 다음은 1번 방 20대 남자가 있습니다.
- 의사
- 젊은 데 일찍도 왔군. 어서 주고 가지.
- 간호사
- 네.
- 의사
- 이제 한 군데 남았군.
- 간호사
- 다음 방은 40대 남자가 있는데 며칠 째 식판을 반납하지 않고 있어요.
- 의사
- 이거 문제네.
- 간호사
- 어떻게 하죠?
- 의사
- 나이가 아직 하니. 억지로 반납하게 할 수도 없고 이제 알만큼 알텐데.
- 재건
- 아직. 아직 아니야. 이렇게 품기라도 해야지.
- 재건
- 너 또 왔구나. 넌 참 좋겠다. 여기저기 마음대로 갈 수 있어서. 오늘은 어떤 소식을 들고 왔지?
뭐? 그 녀석이 날 또? 날 얼마나 안다고. 누군 이게 편해서 하는 지 알아?
너한테 화내는 건 아냐. 그냥 그 놈이 뭘 안다고 내 욕을 하고 다니는 거야.
진짜 자식새끼들 아니었으면 진즉에 이 놈의 식판 면상에 던졌어.
이봐. 어디가. 사람 말하는데. 너까지 날 무시하는 거야? - 다영
- 야! 개미. 조용히 지나가. 말도 걸지마. 알려고도 하지마.
아니 듣고 싶지 않다니까?
글쎄 그 사람이 뭔데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아.... 몰라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겠다는 데 뭔 난리들이야.
짜증나게. - 귀남
- 방해 하지마. 지금 사냥 중이야. 그렇지. 힐힐힐힐.
야. 주라고. 왜 가만히 서 있냐.
야! 개미 너 때문에 죽었잖아. 방해 하지 말라니까. 너 뒤졌어.
밟아 죽일 거야.
뭐? 한심? 너 진짜 죽인다. 어디 도망가 가만히 있어라. 죽인다. - 재건
- 그 쪽이 날 뭘 안다고 평가해?
- 다영
-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니까. 내 인생이야.
- 재건
- 네 들이 절실이라는 걸 알아? 옷 저 깊숙한 곳에 든 사표 한 장이 왜 그곳에 있는 지 왜 빛도 못 보는데 품고 있는지 아냐고.
- 다영
- 웃기지도 않아. 살아봤지? 내 나이를 살아봤겠지.
- 귀남
- 이 새끼 또 어디 갔지? 헛소리나 찍찍 하고. 지가 쥐야? 찍찍 거리게.
- 다영
- 내 나이 때 2016년을 살아보지 않았잖아. 그럼 닥쳐 제발.
- 재건
- 뒤처지지. 옛날엔 이 몸뚱이 하나만 고생하면 일들이 착착 될 때니까.
근데 알아야 할 것도 많아지고 머리는 안 돌고 - 귀남
- 아 컴퓨터도 재미없다. 군대나 갈 걸. 미친 군대도 마음대로 못 가.
맨날 대기야. 다들 미쳤지. 이렇게 군대를 가고 싶다는 데.
사람 많다고 기다리라니 - 다영
- 그만해라. 나도 그만한다. 포기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겠어.
그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 재건
- 내가 다 들었어. 그 개미 녀석이 다 얘기했어.
2번 방 너 조심해. 뭐 꼰데? 꼰.......데? - 귀남
- 관심도 없다. 나는 (다시 컴퓨터를 본다.)
- 다영
- 노처녀? 여자나이 30살이 왜 노처녀야.
결혼해서 애 갖고 하면 나 취직 시켜주냐? - 귀남
- 대박. 대박.
- 다영
- 안 해. 안 한다고 아무 것도.
- 귀남
- 2번 방. (벽을 두드리며) 그 소식 들었어? 연예인 A알지? 글쎄 C랑 사귄데.
이 놈 B랑도 만나지 않았어? - 재건
- 2번 방. 내 말 들려? 대답해.
- 귀남
- 2번 방. 사람이 말하면 대답을 하지? 듣고 있는 거야?
- 다영
- (1번 방 벽을 두드리며) 나도 다 들었어. 개미가 얘기해서 안다고.
덕분에 나를 잘 알게 됐어. 자소서를 몇 개를 쓴지 알아?
아주 자아성찰의 시간이지.
목소리
귀남 방의 배식구에 문이 열리고 식판이 들어온다. 그리고 귀남은 식판은 받아들고 음식을 쏟아버리고 구석으로 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자판을 두드리는 연기를 한다.
목소리
다영의 방에 배식구가 열리고 식판이 들어온다. 다영 또한 식판을 쏟고 식판을 벽에 건다.
그리고 이불을 덮고 가만히 식판을 바라본다.
목소리
재건 방의 배식구가 열리고 식판이 들어온다. 역시 식판을 쏟고 식판을 품에 안는다.
재건 방 한쪽에서 개미를 발견하고 말을 건다.
다영 방 한쪽에서 개미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한다.
개미는 지나 귀남의 방으로 들어갔다.
재건 벽을 두드리며 그러나 방들은 벽으로 인해 대화를 할 수 없다.
3명은 자기 얘기만 하면서 이 벽 저 벽을 마구 두드린다.
아무도 대답도 하지 않고 듣지도 않고 이 들은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각자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벽이 무너져 버리고 3명은 눈이 마주친다.
어색한 분위기에 3명은 하던 말을 멈추고 무너진 벽과 상대방을 쳐다보다가
벽을 다시 쌓기 시작한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서로 눈치를 보며 벽만 쌓는다.
그렇게 말하고 싶던 사람들이 이제는 누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말을 하지 않고 벽을 쌓는다.
그리고
서서히 암전.
- 호들갑 작가소개
- 문예창작과를 전공했다. 그러나 졸업을 하고 글은 손을 뗀지 10년은 된 거 같다. 우연히 연극 무대에서 조명 일을 하며 여러 희곡을 만났고 나도 써보고 싶다고 마음만 먹다가 한번 해보자, 하고 용기 내어 펜을 들었고 지금 나는 내가 쓴 희곡의 조명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펜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