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이슬기
98호
2016.08.18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Ctrl + V, 붙여넣기해서 사용하세요
어수룩하게 생긴 30대 중반 남자 등장하여 손님을 맞이한다. 남 어서 오세요? 몇분이세요?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아 이미 앉아 계시네. 음식은 뭘로 드릴까요? 아 네 그러세요. 일행 오시면 거기 벨 눌러주세요. 예 안녕하세요. 음식은 입에 맞으세요? 아 다행이네 예 가게 오픈한 지 꽤 됐지요.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뭐 그럭저럭 현상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요즘 다들 먹고살기 힘들잖아요. 그래도 남 눈치 안 보고 일하는 거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음식 장사라 배는 안 굶으니 뭐 이만하면 다행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 등장한 여자아이 남자를 흘깃 흘깃 쳐다보며 주위를 서성거린다. 남자를 쳐다보지 못하고 작은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남자에게 말을 건넨다.
어수룩하게 생긴 30대 중반 남자 등장하여 손님을 맞이한다.
- 남
- 어서 오세요? 몇분이세요?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아 이미 앉아 계시네. 음식은 뭘로 드릴까요? 아 네 그러세요. 일행 오시면 거기 벨 눌러주세요. 예 안녕하세요. 음식은 입에 맞으세요? 아 다행이네 예 가게 오픈한 지 꽤 됐지요.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뭐 그럭저럭 현상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요즘 다들 먹고살기 힘들잖아요. 그래도 남 눈치 안 보고 일하는 거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음식 장사라 배는 안 굶으니 뭐 이만하면 다행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 여자아이
- 아저씨 뭐하세요? 왜 혼자 중얼거려요?
- 남
- 아 아니야 뭐 필요해?
- 여자아이
- 아니요. 할머니가 밥 다 먹었으면 나가서 놀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 남
- 아 그래? 밥은 맛있게 먹었어?
- 여자아이
- 네. 근데요 아저씨가 요리해요?
- 남
- 응 아저씨가 해. 왜?
- 여자아이
- 계란찜이 맛있어요.
우리 할머니한테 말하진 마세요. 할머니가 한 것보다 더 맛있어요. - 남
- 진짜? 고맙네. 더 줄까?
- 여자아이
- 아니요 괜찮아요. (사이)
근데요 저 오늘 세 번째 왔는데 저 기억하세요? - 남
- 음..... 기억나지 그럼.
- 여자아이
- 진짜요? 그럼 첫 번째 왔을 때 제가 무슨 옷 입고 왔게요?
- 남
- 하하하 아저씨가 거기 까진 잘 모르겠는데..
- 여자아이
- 내가 말해 줄까요?
- 남
- 어떤 옷 입고 왔는데?
- 여자아이
- 첫 번째 왔을 때는 이렇게 짧은 거 흰색이랑 파란색 치마입고 왔었구요 두 번째 왔을 때는 위에는 미니마우스랑 밑에는 반바지 입었어요.
- 남
- 그랬어? 미안해 아저씨가 거기까진 몰랐네.
- 여자아이
- 괜찮아요. 근데요 있잖아요. 전 아저씨 무슨 옷 입었는지 기억나는데.
- 남
- 아저씬 여기선 매일 이 옷 입고 있는데 이게 유니폼이야.
- 여자아이
- 근데요 매일 입으면 옷은 언제 빨아요? 할머니가 옷은 두 번 입고 빨아야한다고 했는데.
- 남
- 똑같은 옷이 여러 개 있지. 난 매일 매일 빨아서 입어.
- 여자아이
- 아.. 근데요 아저씨 결혼 했어요?
- 남
- 아니 아직 안 했어.
- 여자아이
- 왜요?
- 남
- 음...... 글쎄. 잘 모르겠는데.
- 여자아이
- 에이 난 알겠는데?
- 남
- 뭐?
- 여자아이
- 아니에요.
- 남
- 하하 몇 살이야?
- 여자아이
- 8살이요 웹진초등학교 1학년 3반이예요. 있잖아요. 오늘은 찰흙 만들기 했어요.
- 남
- 그랬어? 뭐 만들었어?
- 여자아이
- 병아리 만들었어요. 근데요 집에 들고 오다가 부셔져서 땅에다 버렸어요.
- 남
- 에구 조심히 들고 가지.
- 여자아이
- 괜찮아요. 또 만들면 돼요. 아저씨 이거 잠깐만 들고 있어 봐요.
- 남
- 이게 뭐야.
- 여자아이
- 장남감이요.
- 남
- 아저씨 주는 거야?
- 여자아이
- 아니요. 그냥 잠시만 들고 있어달라고요.
- 남
- 그래 알겠어.
- 여자아이
- 근데요
- 남
- 응?
- 여자아이
- 저 그림 그려봐도 돼요?
- 남
- 종이줘?
- 여자아이
- 아니요. 그냥 이렇게 손으로 그리면 돼요
- 여자아이
- 다 그렸다.
- 남
- 이번에도 멋있게 그렸어?
- 여자아이
- 네 근데 있잖아요. 이번엔 우리 아빠 그렸어요.
- 남
- 아빠도 아저씨처럼 멋있게 그렸어?
- 여자아이
- 예. 근데요 잠시만 눈 감아 볼래요?
- 남
- 왜?
- 여자아이
- 아빠 얼굴 다시 그려 볼래요.
- 남
- 그래.
- 여자아이
- 잠깐만요.
- 여자아이
- 우리 아빠는 맨날 자고 있어요. 그래서 눈을 감아야 자고 있는 아빠를 그릴 수 있어요.
- 남
- 아빠들은 원래 잠이 많아.
- 여자아이
- 우리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자고 있데요.
- 남
- .....
- 여자아이
- 하늘나라에서 코 심하게 골면 안 되는데... 천사들이 아빠 싫어할 건데..
- 남
- 아빠가 코 많이 골아?
- 여자아이
- 몰라요. 친구들이 아빠는 코 곤데요. 다 그렸다.
- 손님
- 저기요.
- 남
- ...
- 손님
- 사장님.
- 남
- ....네
- 손님
- 여기 밑반찬 좀 더 주세요.
- 남
- 네 잠시 만요.
- 남
- 다음에 오면 그땐 아저씨가 오늘 입은 옷 기억하고 있을게.
- 여자아이
- 정말요?
- 남
- 그럼 당연하지 근데 이름이 뭐야?
- 여자아이
- ....
- 남
- 벌써 3년 전이네요. 사실 그 아이의 이름도 그날 입은 옷도 심지어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 얼굴 위로 아빠를 그렸던 아이의 손길만은 아직 기억이 나네요. 이제 그 어린손님도 아빠가 천국에서 자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겠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 등장한 여자아이 남자를 흘깃 흘깃 쳐다보며 주위를 서성거린다.
남자를 쳐다보지 못하고 작은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남자에게 말을 건넨다.
여자아이 다시 한 번 허공에 휘이익휘이익 그림을 그린다.
눈을 감아 주는 남자
이번엔 허공이 아닌 남자의 얼굴에 손을 대고 그리기 시작하는 여자아이.
남자는 순간 놀래 얼굴을 찡그리지만 피하진 않는다.
어디선가 남자를 부르는 다른 손님 눈을 뜬 남자는 여전히 아이를 바라본 채 대답한다.
손님에게 반찬을 가져다주려 일어나는 남자. 자신의 손에 장난감 자동차가 있는 걸 깨닫는다.
손에 든 아이의 장난감 자동차를 바라보다 아이의 손에 전해준다.
남자 뒤돌아서면 여자아이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무대를 퇴장하고
잠시 뒤 남자 무대에 반찬을 들고 나온다.
- 호들갑 작가소개
- 4년 전 늦은 나이에 연기를 하겠다고 홀로 서울에 상경했습니다.
못난 자식 걱정하는 부모님께 잠시나마 자랑할 수 있는 시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웃으시네요. 저도 기쁩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희곡을 그리고 연극을 만들고 싶은 늦깎이 배우 이슬기입니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