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맥북이 왜 필요해
김홍기
101호
20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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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가 각각 앉아있는 의자 가운데 덩그러니 티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 위에는 맥북 노트북이 올려져 있다. 막이 오르면 연인 사이인 두 남녀가 맹렬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등장인물
남자
여자
무대
남자와 여자가 각각 앉아있는 의자 가운데 덩그러니 티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 위에는 맥북 노트북이 올려져 있다.
막이 오르면 연인 사이인 두 남녀가 맹렬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 여자
- 또 잔소리 하려고 그러지.
- 남자
- 잔소리가 아니고 들어나 보라고. 그래, 노트북이 필요하면 사야지. 근데 왜 하필 맥북을 사려는 거야?
- 여자
- 그냥. 자기도 쓰잖아.
- 남자
- 너 이거 그냥 일반 컴퓨터하고 에이부터 제트까지 전부 다른거 아니?
- 여자
- 그러니까 뭐가 그렇게 다른지 설명을 해보라고.
- 남자
- 그냥, 아예, 다, 전부, 모든 것이 다르다고! 자, 이것 봐. 일단 맥에는 한영키가 없어.
- 여자
- 어, 그렇네.
- 남자
- 그렇지? 그러니까 일단 시작부터 말이 안된다고.
- 여자
- 그럼 맥은 한글이 안 써져?
- 남자
- 바보냐? 당연히 써지지. 한영키가 없고, 대신 커맨드랑 스페이스키를 동시에 눌러야 돼.
- 여자
- 뭐야, 그러니까 방법은 있네.
- 남자
-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전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된다고!
- 여자
- 아, 그게 무슨 문제야. 배우면 되지!
- 남자
- 그리고 이걸로는 너 좋아하는 인터넷 쇼핑도 못해. 그 놈의 액티브 액스 때문에!
- 여자
- 액티브 액스가 뭔데?
- 남자
- 인터넷 쇼핑할 때 사이트에서 계속 뭐 깔라고 하는 거 있지? 키보드 보안이니 뭐니 하면서 막 깔라고 하는 거.
- 여자
- 응. 그거 엄청 귀찮아.
- 남자
- 그게 액티브 액스야. 그게 안 깔린다고, 맥에서는!
- 여자
- 그럼 좋은 거 아냐?
- 남자
- 아니지, 안 깔리니까 물건을 아예 살 수가 없지! 너 왜 이렇게 이해력이 딸리냐?
- 여자
- 근데 내 친구 보니까 맥에다가 윈도우 깔아서 쇼핑하고 계좌이체 하고 다 하던데?
- 남자
- 내가 그 얘기 할 줄 알았다. 그래, 물론 맥에다가 윈도 깔아서 쓸 수 있어. 야, 그럴거면 처음부터 윈도 노트북 사면 되지 맥북은 왜 사니? 너 진짜 솔직하게 한 번 말해봐. 니가 대체 맥북을 사려는 이유가 뭐야?
- 여자
- 말했잖아. 이제 복학하는데 노트북 필요하다고.
- 남자
- 어휴. 진짜 그 허영심... 야, 백오십이면 요새 인터넷 최저가로 쓸만한 윈도 노트북 다섯 대는 살 수 있어. 아래 한글, 파워포인트 다 깔리고 액티브 액스 다 깔리고 인터넷 쇼핑, 뱅킹, 계좌이체 다 되고 동영상 그냥 한평생 니가 썼던 곰플레이어로 볼 수 있는 ‘편하고 좋은 노트북’ 다섯 대는 산다고! 솔직히 말해. 니가 맥북 사려는 이유는 그냥 딱 하나잖아.
- 여자
- 뭐?
- 남자
- (애플사의 로고를 가리키며) 이거, 이거. 이거 때문에 살려는 거잖아!
- 여자
- 아냐.
- 남자
- 뭐가 아냐. 너 간지 때문에 살려는 거잖아. 왜 인정을 안해? 그냥 이쁘고 까페에서 짜세나니까 살려는 거 아냐? 왜 인정을 안해? 인정해, 안해?
- 여자
- 아니라고! 아, 진짜 그만해.
- 남자
- 너 막상 이거 사지? 너 진짜 무조건 후회한다. 두고 봐라. 이 오빠 말이 맞나, 틀리나.
- 여자
- 진짜 그렇게 별로야?
- 남자
- 그래! 왜 뻔히 후회할 짓을 하니? 내가 진짜 가성비 끝내주는 거 최저가로 골라줄게. 딱 골라서 주문까지 다 해줄게. 제발 맥북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 여자
- (사이) 근데 오빠는 맥북 왜 쓰는 거야?
- 남자
- 왜 쓰긴. 오빠 영화하잖아.
- 여자
- 지금 안 하잖아. 영화 안 찍잖아. 그리고 오빠도 이걸로 뭐 많이 주문하던데? 오빠는 어떻게 사, 그럴때?
- 남자
- 윈도 띄워서 사지.
- 여자
- 여기도 윈도 깔려있어?
- 남자
- 있어. 가끔 써, 가끔. 꼭 필요한 물건 사거나 급하게 은행 업무 볼 때. 아예 처음부터 윈도우 깔아서 쓰는 사람들하고는 다르지. 그리고 내가 아이폰을 쓰잖아? 이게 또 서로 연동이 되거든. 은근히 편해.
- 여자
- 나도 아이폰 쓰는데?
- 남자
- 너한테는 별 쓸모없는 기능이야.
- 여자
- 오빠는 이거 얼마 주고 샀는데?
- 남자
- (망설이다) 이백 팔십.
- 여자
- (놀라며) 이백 팔십? 뭔데 이렇게 비싸?
- 남자
- 내 껀 이것 저것 내부 옵션 붙인 거라서 가격대가 좀 있어...
- 여자
- 오빠 이걸로 별 거 안 하잖아?
- 남자
- 한다고, 가끔 영상 편집 한다고. 음악도 좀 만지고.
- 여자
- 난 한 번도 못 봤는데?
- 남자
- 해, 해. 필요했어, 필요했다고! 그땐 필요했다고. 그리고 난 이게 윈도우보다 편해. 나랑 좀 잘 맞기도 하고. 임마, 그냥 예쁘다고 산 게 아냐. 너 내 실용적인 성격 모르니? (여자,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퇴장한다) 어디가. 담배 피러 가니? 대답을 안해. (자신의 맥북을 본다) 이 감성, 어떤 걸로도 대체할 수 없지. 나랑 참 잘 맞는단 말이야. 나랑.
암전. 막이 내린다.
- 호들갑 작가소개
- 1987년 생 부산계 서울인(남). 2013년에 <이수일과 심순애>라는 작품의 연기자로 처음 대학로에 입성했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2016년 9월, <질척대는 건 질색이야>란 작품의 극작가 겸 연출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제작비 삼백만원을 어머니에게 빌렸다. 부산 사는 이양희 씨(58세, 여)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 드린다. 청년수당을 밀어붙여준 박원순 시장(61세, 남)에게도 감사인사 드린다. 진짜 죽다 살았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