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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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조용희 (10대 후반/남)
이기자 (30대 초반/여)
문교장 (50대 후반/남)
윤국장 (40대 후반/남)
민형우 (10대 후반/남)
형우엄마(40대 후반/여)
오선생 (30대 중반/여)
*무대 위 사진으로 등장
무대
별다른 장식이 없는 휑한 무대.
무대 중앙에는 다소 높아 보이는 의자 5개가 관객석을 향해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그 앞쪽으로는 낮은 의자와 노트북이 올려진 낮은 책상 하나가 가운데 놓여있다.
옅은 조명이 켜지면 각자 자리에 앉아있는 형우, 형우엄마, 문교장, 오선생(왼쪽부터 순서대로)이 보인다. 그리고 무대 앞 낮은 의자에는 이기자가 앉아있다.
관객석을 향해 정면을 보고 앉아있는 사람들.
각 인물이 이야기할 때 머리 위로 핀조명이 비춰진다.
- 형우
- 걔가 먼저 그랬어요.
- 형우엄마
- (형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먼저 그랬다잖아요.
- 형우
- 그리고 그냥 지 혼자 지랄.. (멈칫) 그러더니 자빠진 거예요.
- 형우엄마
- 혼자 자빠졌다잖아요.
- 형우
- (깍지 낀 손을 만지며) 저는 칠 생각도 없었어요.
- 형우엄마
- 없었다잖아요.
- 형우
- 걔가 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그냥 같이 놀아주려고 했던 것뿐인데.
- 형우엄마
- (형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로채듯) 뿐인데!
- 오선생
-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는) 음…
반에서 조용했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과 잘 어울리진 않았다고 하구요.
그리고 음 … (한참 뜸을 들이더니) 별로 기억 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 이기자
- (어처구니 없는) 조용희 학생 담임 선생님 아닙니까?
- 문교장
- 그냥 사내애들끼리 다툼이죠 뭐.
(형우 쪽을 보며) 특별히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니까? - 문교장
- 원래 저 나이 때는 또래 친구들이랑 싸우기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이기자 살짝 훑어보곤) 아, 잘 모르시겠지만.. 남자들은 좀 그런 게 있죠.
싸움보다는 그… 뭐랄까
옳고 그름을 가리는 언쟁이라고나 할까요? 하하하
(멋쩍은 듯) 그러던 과정에서 실수가 좀 있었던 거겠죠. (사이) 아주 사소한 실수.
그렇게 일을 크게 벌여서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학교 입장에서도 그렇고… 애 입장에서도 그렇고… (펜을 똑딱거린다) - 문교장
- (손을 번쩍 들며) 어이구, 윤국장!
- 윤국장
- (웃으며) 선생님 잘 지내셨습니까. 너무 오랜만에 찾아 뵙네요.
(자리에 앉는다) 이기잔 뭘 아직까지 하고 있어? 선생님 피곤하시게. 정리하고 가봐. - 문교장
- (턱 끝으로 이기자를 가리키며) 같은 부서에 있는 기자님이신가?
- 윤국장
- 예. 아무튼 선생님은 걱정 마십시오.
(말을 돌리며) 아, 요새 필드는 계속 나가세요? - 문교장
- 그치. 아휴 근데 공 갖고 논 지가 벌써 몇 년인데…
(스윙하는 제스쳐) 이게 아직도 생각처럼 잘 안 돼. 이제 그만 둬야 하는지 하하.
윤국장이랑도 또 한 번 나가야지? - 윤국장
- 예. 말 나온 김에 혹시 이번 주말 어떠신가요?
다음 달 후원의 밤 행사 관련해서 선생님께 상의 드릴 것도 있구요. - 문교장
- 아 그럼그럼! 좋지!
안 그래도 나도 우리 윤국장한테 (목소리를 낮추며) 긴히 상의드릴 게 좀 있지. - 윤국장
- (문교장의 시선을 따라 이기자를 보는) 아직도 안가고 뭐해?
- 이기자
- 아, 아직 취재할 내용들이 남았습니다.
- 윤국장
- (이기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나지막이)
누리재단이 우리 신문사에 지원해주는 금액이 일년에 얼마나 될 거 같아? - 이기자
- (머뭇거리다가) 그래도 이건 다른 문제…
- 윤국장
- (말을 끊으며) 네 망할 정의감 넘치는 기사 쪼가리 한 장에 여럿 모가지 날아가는 게 보고 싶은 거야? (사이) 그럼 그 중에 네 모가지도 있을 거고?
- 윤국장
- (문교장의 눈치를 살피더니) 적당히 하고 내일 오전까지 사건종결기사 작성해놔.
- 이기자
- …….
- 윤국장
- 시끄러워져서 좋을 거 없어.
(이기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조용히 좀 살자, 조용히. - 이기자
- 사람이 죽었습니다.
(격분하며 큰 소리로 외치는) 사람이 죽었다구요!!
민망한 듯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는 오선생.
문교장의 눈치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형우.
이기자가 입을 떼려는 순간 윤국장이 무대 오른편에서 등장한다.
찌뿌듯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문교장.
이기자, 윤국장의 눈치를 보며 한숨을 삼킨다.
문교장이 이기자를 슬쩍 살핀다.
둘의 대화를 들으며 눈치를 보고 있는 이기자.
이기자를 의식한 듯 헛기침을 하는 문교장.
윤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기자 쪽으로 걸어나간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러 말들이 섞여 무슨 이야기인지는 정확히 들리지 않는다.
이기자가 대답이 없자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윤국장.
윤국장, 제자리로 돌아간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한 명씩 몸을 돌려 관객석을 등지고 앉는 사람들.
핀조명이 하나 둘씩 차례대로 꺼지면 무대 벽에 걸린 영정사진이 점점 또렷하게 보인다.
영정사진 속 교복을 입은 조용희의 얼굴에는 멍이 가득하다.
암전.
- 호들갑 작가소개
- 영화를 씹고(보고), 뜯고(읽고), 맛보고(쓰고), 즐기는(만드는) 사람.
연극과 영화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모든 것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만들고 싶은 것도 넘치는 호기심 많은 얼간이가 처음 쓴 희곡이 이곳에 실리게 되어 몹시 쑥스러운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