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워크걸
이아름
102호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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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장소. 가운데 의자에 마네킹이 앉아있다. 위에는 알록달록한 네온사인 간판에 ‘맞춤 인간 센터’라고 적혀있다. 무대 위에 마네킹이 의자에 앉아 있고 옆에 남자가 서 있다. 남자의 손에는 수첩이 들려있다. 그는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른다. 여자가 무대를 기준으로 왼쪽에서 들어온다. 느긋하다.
인물
여자(40대) - 분홍색 치마 정장, 화려한 장신구.
남자(30대)
마네킹(10대 여자) - 하얀 피부에 얼굴(눈,코,입)이 없다.
무대
어두운 장소. 가운데 의자에 마네킹이 앉아있다. 위에는 알록달록한 네온사인 간판에 ‘맞춤 인간 센터’라고 적혀있다.
무대 위에 마네킹이 의자에 앉아 있고 옆에 남자가 서 있다. 남자의 손에는 수첩이 들려있다. 그는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른다. 여자가 무대를 기준으로 왼쪽에서 들어온다. 느긋하다.
- 여자
- 아이는 요청한대로 만들었죠?
- 남자
- 물론이죠.
- 여자
- 저번처럼 그런 하품으로 만들었기만 해요. 내가 여기에 내는 돈이 얼만데.
- 남자
- 이번에는 정말 완벽합니다.
- 여자
- 당연히 그래야죠.
- 남자
- (마네킹을 가리키며)한번 보시죠.
- 여자
- 피부도 하얗고 눈도 크고 외모는 뭐, 이만하면 됐네요.
- 남자
- 요즘 유행하는 여성상에 딱 들어맞습니다.
- 여자
- 외모도 외모지만 심장이 가장 중요해요. 튼튼하겠죠?
- 남자
- 빌딩에서 떨어져도 끄떡없습니다.
- 여자
- 아시다시피 첫째 아이가 심장이 약했잖아요. 이번에는 괜찮아야 할 텐데…….
- 여자
- 그런데 머릿결이 좀 별로네요.
- 남자
- 그럴리가요. 사모님께서 중요하다고 하셔서 해외에서 직수입한 머리카락인데요.
- 여자
- 한번 만져보세요. 건조하지 않아요?
- 남자
- (마네킹의 머리카락을 만지며)괜찮은데요?
- 여자
- 분명 이상한데. 다른 머리카락은 없어요?
- 남자
- (수첩을 보며)가격이 좀 나가기는 한데 스위스에서 들여온 게 있긴 합니다만.
- 여자
- 그걸로 하죠. 여자애는 머릿결도 중요하니까요.
- 남자
- 다른 곳도 천천히 살펴보시죠.
- 여자
- (마네킹의 손을 보며)손가락도 너무 투박해요.
- 남자
- 이건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인데요.
- 여자
- 좀 더 가늘고 손톱색도 분홍빛이 나면 좋겠는데.
- 남자
- 찾아보겠습니다.
- 여자
- 혈액형은 뭐에요?
- 남자
- O형입니다. 사모님께서 주문하신 그대로죠.
- 여자
- B형으로 바꿀 수 있나요?
- 남자
- 아니… 갑자기 왜?
- 여자
- 남편을 바꿨어요. 제가 AB형이고 그이가 B형이라 O형이면 좀 그렇잖아요.
- 남자
- 혈액을 바꾸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요.
- 여자
- 얼마나요?
- 남자
- 이틀은 잡아야 합니다.
- 여자
- 상관없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한 쪽이 낫죠.
(마네킹에게)넌 엄마 잘 만난 줄 알아. 이렇게 다 해주는 엄마가 흔한 줄 알아? - 여자
- 외모는 그 정도로만 하고. 뇌는 의사였던 사람의 것이 맞죠?
- 남자
- 그럼요. 눈은 몽골에서 수입했고, 혀는 미국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발음이 정말 좋아요.
- 여자
- 그런 건 금방 아는 거니까 상관없고. 뇌가 중요한데.
- 남자
- 제가 뇌의 주인이었던 사람의 인적사항을 적어놨습니다.
- 여자
- 그래요? 제 메일주소 아시죠? 거기로 보내줘요.
- 여자
- 어, 여보. 나 지금 센터에 왔는데. 뭐? 언제부터? 거의 다 만들어놨는데. 응, 할 수 없지. 알겠어.
- 남자
- 무슨 일 있으세요?
- 여자
-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들으셨어요? 인기 있는 여성상이 또 바뀌었대요.
- 남자
- 제가 오늘 아침까지 확인했는데 그런 얘기는 없었는데.
- 여자
- 방금 발표가 나왔대요.
- 남자
- 어떤 모습이래요?
- 여자
- 까만 피부의 예술가요. 제 딸이랑 완전 반대잖아요.
- 남자
- 이런.
- 여자
- 안되겠어요. 전체적으로 다시 바꿔야겠어요.
- 남자
- 까만 피부에 예술가?
- 여자
- 음악가의 뇌로 바꿔주세요.
- 남자
- 가수였던 사람의 뇌는 금방 구할 수 있습니다.
- 여자
- 피부도 너무 태우지는 말고 약간 갈색이 좋겠어요.
- 남자
- (수첩에 메모하며)이거 가격이 좀 나오겠는데요.
- 여자
- 할 수 없죠. 딸아이에게 이 정도는 투자해야지. 얼마나 걸릴까요?
- 남자
- 적어도 이주는 잡아야겠는데요.
- 여자
- (마네킹 보며) 딸,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주 뒤에 봐야겠네. 그래도 이게 다 널 위한 거니까. 이해하지?
- 남자
- (여자를 보며)저, 그런데 사모님도 피부 이식을 좀 받아야겠는데요.
- 여자
- 피부요?
- 남자
- 네. 저번보다 많이 상하셨어요. 오늘 이십대 여자 피부가 들어왔는데 여기 온 김에 얼굴피부만 좀 바꾸시죠. 두 시간이면 끝나는데.
- 여자
- (얼굴을 만지며)그럼 그럴까요?
- 남자
- 그러세요. 재혼하신다고 하셨는데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여야죠. 이쪽으로 오시죠.
여자, 마네킹의 손을 들어보기도 하고 얼굴을 살피기도 한다.
여자, 마네킹을 다시 살펴보다 머리카락을 만진다.
남자, 수첩에 변경사항을 적는다.
남자, 수첩에 변경사항을 적고 있다.
여자의 핸드폰에서 벨소리 울린다. 여자, 전화 받는다.
남자, 여자를 안내하며 무대 뒤로 사라진다. 무대 위에는 마네킹만 조용히 앉아있다.
- 호들갑 작가소개
- 죽을 때까지 글공부하고, 죽을 때까지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딘가에서 나를 소개할 때 글 쓰는 사람입니다.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