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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원

송재원
103호 2016.11.03
사무실. 두 개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책상 위에 컴퓨터의 모습도 보인다. 남자가 상자 안에 자신의 짐을 넣으며 자리를 정리한다. 여자 그런 모습의 남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간다. 잠시 후, 남자가 상자 안에 넣었던 짐을 다시 꺼낸다. 여자 들어온다.

사무실. 두 개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책상 위에 컴퓨터의 모습도 보인다. 남자가 상자 안에 자신의 짐을 넣으며 자리를 정리한다. 여자 그런 모습의 남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간다. 잠시 후, 남자가 상자 안에 넣었던 짐을 다시 꺼낸다. 여자 들어온다.

여자
와, 진짜 빨리 오시네요. 몇 시에 일어나서 출근하시는 거예요?
남자
5시요. 아직 전에 회사 다니던 게 몸에 남아있나 봐요. 거긴 여기보다 출근 시간이 1시간 30분 빨랐거든요. 알람을 7시쯤 맞춰 놔도 5시에 눈이 떠져요.
여자
아, 그랬구나. 힘드셨겠다. 전 그렇게 일찍 일어나야 하면 못 다닐 것 같아요.
남자
뭐, 출, 퇴근은 견딜만했어요. 다른 게 힘들어서 그랬지.
여자
5시에서 일어나서 출근하는 것보다 힘든 게 있나요?
남자
사람이요. 사람이 가장 힘들었어요.
여자
출, 퇴근보다 힘든 사람이라니, 상상하기도 싫네요.
남자
저도 그런 사람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여자
드라마에 나오는 원수처럼 싸웠나 보네요.
남자
차라리 싸웠으면 이런 마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여자
싸울 가치도 없었던 건가요?
남자
글쎄요.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가 없는 사람처럼 투명 인간 취급을 했던 것 같아요.
여자
듣기만 해도 짜증 나는 관계네요.
남자
처음 3달은 그럭저럭 잘 지냈어요. 그런데 결정타를 한 번 맞고 나니까 회복이 안 되더라구요.
여자
결정타가 뭐였어요?
남자
그냥 뭐… 그런 게 있었어요. 말해봤자 입만 아파요.

남자 자리에 앉아서 일 할 준비를 한다.

여자
(사이) 지금 저 무시하는 건가요?
남자
에에, 제가 무슨 무시를 해요.
여자
왜 웃어요? 이게 웃겨요?
남자
아, 아니에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여자
전 무시 받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앞으로 주의해 주세요.

어색한 분위기에서 남자 일을 한다. 여자도 옆자리에 앉아서 일을 한다.

여자
뭐야? 신규 배너 문구 벌써 보냈어요? 이거 내일까지인데 왜 벌써 보내요?
남자
아, 어제 끝나서요. 팀장님 컨펌 받고 수정하려고요.
여자
이렇게 먼저 보내면 어떻게 해요. 나는 뭐가 되요! 지금 저 무시해요!
남자
아니. 그게... (사이)미안해요. 다음엔 먼저 안 보낼게요.

남자 다시 키보드를 두드린다. 아까보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커진 상태다.

남자
저, 혹시 월간 이벤트 기획 초안 작업 끝나셨으면 공유 좀 해주실래요.
여자
왜요? 계속 바뀔 텐데 지금 그게 필요하세요?
남자
이번 달 월간 이벤트 맞춰서 다음 달 이벤트 준비하려구요. 팀장님이 다음 달 이벤트 기획 잡아보라고 하셨거든요.
여자
아직 픽스 안 됐어요. 제 경험상 월간 이벤트 미리 준비해 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남자가 여자를 쳐다본다.

여자
뭘 그렇게 쳐다봐요.
남자
아니에요.

두 사람 말없이 일한다. 키보드 소리가 점점 커진다. 여자의 키보드 소리가 줄어든다.

여자
퇴근 안 해요? 월간 이벤트는 나중에 하면 된다니까요.
그쪽이 퇴근 안 하니까 자꾸 저랑 비교하잖아요.
남자
이상하네요. 제가 퇴근하는 걸 왜 신경 써요?
여자
주변에서 말이 나오니까 신경 쓰죠!
남자
먼저 가세요. 이것만 끝내고 갈 거예요.
여자
아, 짜증나.

여자 퇴장한다. 조용히 일을 하던 남자가 거칠게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다.

남자
제 경험상 월간 이벤트 미리 준비해 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지가 경험을 했으면 뭘 얼마나 했는데? 그게 오늘 내 스케줄이야! 자기가 이벤트 기획 초안 달라고 할 때 안 줬어봐! 지금 저 무시하는 거예요 하면서 난리를 쳤겠지. 그런 말을 하지 말던가! 그리고 누군 퇴근하기 싫어서 안 해! 일이 있는 걸 어떻게 하냐고! 아무리 병신 보존의 법칙이 진리라지만 진짜 뭐 저런 게 다 있냐. 최악은 매번 갱신된다고, 진짜 네가 최고다!

남자의 분노의 키보드 소리 점점 줄어든다. 여자 출근하듯 등장한다.
남자와 여자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다. 두 사람 일을 시작한다. 마치 투명인간을 대하는 느낌이다.
잠시 후 여자가 상자에 짐을 싼다. 남자 눈도 마주치지 않고 퇴장한다.
여자 상자에 넣었던 짐을 다시 푼다. 남자 손에 커피를 들고 등장한다.

남자
이거 드시고 하세요. 벌써 오신지 3주나 지났네요. 일은 할 만해요?
여자
네. 전에 회사에 비하면 여긴 천국이에요.
남자
전에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나요?
여자
일에 미친놈 하나 있었어요. 퇴근도 안 하고 매일 야근하고, 진짜 거지같은 놈이었어요. 주말에도 계속 출근하더라니 까요. 진짜 얼마나 생색내면서 일하는지 어우...
남자
워커홀릭이었나 보내요.
여자
그냥 미친놈이었어요. 배려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놈이었죠. 전 살면서 그렇게 배려 없는 인간 처음 봤어요.
남자
엄청 심하게 싸웠나 봐요.
여자
차라리 싸웠으면 이런 더러운 기분은 아니었을 거예요. 서로 투명인간처럼 지냈어요. 처음 몇 달은 괜찮았는데, 나중엔 진짜 인사도 안 했어요.
남자
같이 일하면서 그러면 진짜 힘들 텐데.
여자
그 회사 다니기 전까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미친놈 만나고 나니까 차라리 몸이 힘들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우, 아침부터 미친놈 얘기했더니 짜증이 올라오네요. 커피 잘 마실게요.

여자 커피를 마시면서 일을 시작한다. 남자도 옆에서 일한다. 키보드 소리가 점점 커진다. 암전.

호들갑 작가소개
극작과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4곳의 게임 회사에 근무하며 4개의 게임을 오픈했습니다.
게임에 사용되는 글도 희곡과 연결된다는 것을 배워가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고 어떤 시간이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도 분명 희곡과 연결된 시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