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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

김민수
105호 2016.12.01
인물 남1(60) 1980년 당시 군인이었던 환자 여1(20) 가수 지망생 때 현재 장소 정신병원 남1은 의자에 앉아 있고 여1은 옆에 서 있다. 테이블 위에는 상자가 놓여 있다

인물
남1(60) 1980년 당시 군인이었던 환자
여1(20) 가수 지망생

때
현재

장소
정신병원

남1은 의자에 앉아 있고 여1은 옆에 서 있다. 테이블 위에는 상자가 놓여 있다

여1
안녕하세요. 아저씨. (사이) 상자를 왜 이렇게 놔두셨어요.
남1
어허.

여1 상자를 건드리지 못하고 물러선다.

여1
아저씨. 저 기억 안 나세요? 저번에 제가 노래도 불러드렸잖아요.

여1 상자를 열기 위해 다가서는데 남1 막으며

남1
어허 누구신데. 왜 이러실까.
여1
진짜 저 기억 안 나세요? 저번에 봉사 왔을 때는 아저씨 군대 얘기도 해주셨잖아요.

남1, 돌아서 앉는다. 상자를 품는다.

여1
아저씨 자꾸 움직이셔야 돼요. 밖에 아저씨들이랑 카드게임이라도 하세요. 이렇게 혼자 병실에 있으면 안 돼요.
남1
정신병자랑 안 놀아. 어디 니 노래나 불러봐라. 나한테 불러줬다매. 얼마나 대단하길래 여기까지 와서 노래하려고 하는지 들어나 보자.

여1, 쭈뼛거리며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남1
(웃음) 판을 깔아주니까 못하는구만. 불러준 거 맞아? 가수 될라는 거 아니었나봐? 말 만 많아가지고 정작 시켜주면 못해. 집에 가라. 귀찮게 하지 말고.
여1
집에 못 가요. (사이) 아저씨 운동하러 가요.

여1, 남1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 한다

남1
싫다고! 너는 왜 자꾸 이러는 거야.
여1
봉사하러 왔잖아요. 운동해야 다 낫는데요.
남1
딴 사람한테 가. 난 조만간 병원 나가.
여1
여기를 왜 왔는지도 모르는데 병원을 어떻게 나가요.
남1
니가 뭘 알아.
여1
기억 안 나죠?
남1
기억 나. 내가 왜 병원을 못 나가.
여1
그럼 애기 해봐요. (웃음) 기억 안 나죠? 아저씨는 이렇게 시작했어요. 일천구백팔십년 의 오월 나는 군인이었다.

침묵

남1, 여1을 쳐다보고 기꺼이 말해주겠다는 듯.

남1
일천구백팔십 년의 오월 나는 군인이었다. 말하자면 상관의 명령에 따라 죽을 수도 살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나는
여1
거짓말
남1
아직 말도 안 했다.
여1
하면 안 된다고요.
남1
내가 뭣하러 거짓말을 해. 나는 곤봉을 든 채 애를 쫓았다. 시위대 앞에 섰던 사람이 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참으로 왜소했다. 그리고 그 애는 뜀박질도 하지 못해 나에게 금방 잡히고 말았다. (사이) 그 애는 서울로 올라가야한다고 했다. 너처럼 말이다.

여자애를 한 번 쳐다보고 무대를 응시한다.

남1
그리고 나는
여1
머리를 때렸죠?

남1, 여1을 쳐다본다.

여1
머리를 딱 때리고 나서는요?

여1,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한다.

남1
그 전에 하던 것처럼 발길질도 하고 침도 뱉었다.

여1, 발길질 하고 침 뱉는 시늉을 한다.

여1
그리곤요?
남1
무전이 왔다.

여1, 무전을 받는 시늉을 한다.

남1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 (사이) 명령을 받은 다른 전우들은 총을 쏘기 시작했다. 총 대신 칼로 사람의 배를 찌르는 이도 있었고 군화발로 사람의 머리를 깨는 이도 있었다.

여1, 총 쏘는 시늉을 한다.

남1
그리고 나는
여1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서있었죠 멍하니. 옆에서는 총소리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매퀘한 냄새가 나니.
남1
총을 내려놓았다. 골목으로 애를 끌고 갔다. 그리고 한 대 쥐어박으며 어서 도망가라고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말라고 말했다. (사이) 근데 총소리가 들려왔다. (사이) 다 죽었다.

침묵

남1
난 거기서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거냐. 그 많은 희생을 치뤘는데 변한 게 없다. 광주에는 이제 노래도 불리지 않는다.

여1, 상자를 열어보려 다가간다.

남1
뭐 하는 거야. (사이)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대.

여1, 테이블에 놓여 있던 상자뚜껑을 열어 총을 꺼내 든다
여1, 총을 들고 침을 뱉는 시늉을 한다.

여1
야, 빨갱이년아.

군화발로 얼굴을 짓이기는 시늉을 한다.

여1
서울 올라간다고? 가수가 꿈이야? 노래 한 번 불러봐라. (사이) 왜 못 불러. 안 불러? 시작. 부르라고 이년아!

노래 소리 울려 퍼지고 곧이어 들려오는 총소리.

남1
뭐하는 거야 지금.
여1
아저씨 따라해요.
남1
미쳤구나. 정신병원 좀 다니더니 단단히 미쳤어. 노래나 불러.
여1
똑같네 아저씨.
남1
아 씨발

여1, 남1에게 다가가고

여1
아저씨 기억나죠
남1
뭐가. 노래나 부르라고.

남1, 뒷걸음질 친다.

여1
여1
기억 안 나요?
남1
뭐가
여1
제가 노래를 어떻게 불러요.
남1
뭐라는 거야!
여1
노래도 못 부르게 목구멍에 대고 총을 쐈잖아요.
남1
...

남1, 넘어지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남1
여기 아무도 없어요? 도와주세요. 사람 죽이려고 해요.
여1
아저씨.
남1
나 안 그랬어.
여1
아저씨
남1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나 안 그랬다고
여1
나 아무 말 안 했어요.

남1, 고개를 숙이고

남1
날 죽여. 아니 내가 잘못했어. 알잖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여1, 총을 테이블에 내려 놓고.
총이 없다는 듯 손을 들고 남1에게 접근한다.

여1
아니 아저씨

남1, 테이블에 놓인 총을 들고 여1을 향해 조준한다.

남1
손들어. 시발. 내가 안 그랬다고 했지. (사이) 손 안 들어? 쏜다? 손 들어.
여1
아저씨. 우리 해야 될 게 많잖아요.
남1
시발 손 들으라고.
여1
아저씨 병원 못나가겠다 또. 언제까지 그럴래.

남1, 여1을 향해 총을 쏜다.

남1
나 안 그랬어.

남1, 총을 다시 상자에 넣고 품는다.

암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대 처음과 같다.

여1
안녕하세요. 아저씨. (사이) 상자를 왜 이렇게 놔두셨어요.
남1
어허

여1 상자를 건드리지 못하고 물러선다.

여1
아저씨. 저 기억 안 나세요? (사이) 기억 날 텐데
호들갑 작가소개
1993년생으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정이 있는 글을 쓰고 싶어 한다. 계속 글을 쓰면서 행복하기를 꿈꾸며 많이 쓰고 많이 고치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 현재는 서울예술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어떻게 하면 잘 쓸까 잘 놀까 궁리중이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