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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처럼

김경원
106호 2016.12.15
건설현장. 사람들이 아스라한 줄타기를 하며 건설자재를 옮기고 있다. 위로 높게 솟아오른 기중기가 무거운 자재를 옮긴다. 약 30층의 높이에서 사람들은 위험한 작업을 한다. 쉬는 시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잠깐 쉬는 시간에 땀을 닦거나 담배를 피거나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등장인물
사람1 휴학생
사람2 건설노동자
사람3 건설노동자
현장반장

배경
건설현장. 사람들이 아스라한 줄타기를 하며 건설자재를 옮기고 있다. 위로 높게 솟아오른 기중기가 무거운 자재를 옮긴다. 약 30층의 높이에서 사람들은 위험한 작업을 한다. 쉬는 시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잠깐 쉬는 시간에 땀을 닦거나 담배를 피거나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1
언제 끝날까.
사람2
언젠간 끝나겠지.
사람3
그러게. 그게 언제냐, 라는 거지.
사람2
끝나면 뭐 할 건데.
사람1
끝나면 여행가려구요.
사람3
좋구나. 여행도 가고.
사람1
그럼, 벌써 여기서 1년이 넘었는데 여행이라도 가서 기분전환도 하고 몸 좀 풀어야죠. 좋은 것도 보고.
사람3
좋은 거? 좋은 거 뭔데.
사람2
좋은 거 좋지.
사람1
그냥 뭐 자전거 여행하려구요. 한 달 정도로. 항상 생각했던 건데 이젠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3
아, 좋구나.
사람2
좋긴 뭘 좋아. 젊어서 그렇지. 난 그냥 잠만 잤으면 좋겠어. 그렇게 고생해서 벌었는데 길바닥에 돈 버릴 일 있나. 참, 이해가 안가.
사람3
젊을 때니까 좋은 거지. 아무거나 할 수 있고. 그게 나중에 다 남는 거라구.
사람1
아저씨도 그렇게 여행 가보셨어요? 어떤 여행 가셨어요?
사람3
나? 나는 여행은 꿈도 못 꿨어. 돈 벌어야 하는데. 그래서 후회해. 좀 나를 위해 좋은데도 갈 걸 그랬다구.
사람1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꼭 자전거 여행이 아니어도 되고, 한 달씩이나 아니어도 되구요.
사람2
그게 생각대로 되면 좋게. 돈 좀 있으면, 집에 누가 아파서 보내야 돼. 친구가 급하다고 전화해. 우리 나이 때쯤 되면 뭔 경조사도 많아서 술술 나가. 그러니 뭐 모으지도 못해. 그냥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사람3
그 말도 일리는 있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숨도 못 쉬고 일했는데 남 는 건 아픈 몸과 정신이니까. 뭔가 잘못 사는 거야.
사람2
그럼 이참에 빚내서 가봐. 정씨 어때. 가 볼텨.
사람3
(웃는다)
사람1
그래요.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저랑 같이 출발해요. 뭐, 출발만 같이 하고 중간에 한번 뵈어요. 돌아가실 때 한 번 더 뵙구요. 네?
사람3
하, 이렇게 결정할 수도 있구나.
사람1
네? 뭐라고 하셨어요.
사람3
50평생을 미뤘던 일을 지금 한순간에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거. 뭐랄까, 내 인생을 통틀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그게 날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거.
사람2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그냥 바람 한 번 쐬는 거지. 난 이참에 고향에 가서 발에 물이라도 담가봐야겠어.
사람1
고향이 어디세요? 부산이세요?
사람2
그래. 말투 들으면 알것지? 바닷가에서 맨날 수영하고 커서는 배타고 나가서 고기 잡고. 그러다가 너무 심심해서 서울로 왔는데, 지금은 고작 이렇게 살고 있고. 그때는 참 꿈도 꾸고 그랬는데. 젠장. 아우 나한테 화가 나는구만.
사람3
그렇게. 뭐 그렇게 큰 꿈은 꾸지 않았는데, 이렇게 살줄은 몰랐지. 그래도 하루도 놀지 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밑바닥인거지.
사람1
아니에요. 이런 일을 한다고 밑바닥인건가요? 좋은 곳에서 좋은 거 먹으면서 사는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들한테 나쁜 짓하고, 괴롭히고 그러면서 자신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밑바닥인거예요.
사람3
그게 사회가 인정하는 거라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살아남는 사회라면.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일지도 모르잖아.
사람2
뭐 이렇게 심각해. 그냥. 나 좋게 살면 되는 거야. 그렇게 살아야겠어. 이젠.
사람3
결정 한 거야?
사람2
뭘
사람3
떠나기로
사람2
콜!
사람1
와우

반장 지나가면서

반장
여기서 무슨 작당들이야. 어. 쉬는 시간이 언제 지났는데. 오늘 일당 깎이고 싶어. 어?
사람1,2,3
(허둥지둥 일어나며)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어요? 몰랐어요. 반장님.
사람2
에이,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한번만 봐줘요. 반장님. 네
반장
저리가. 왜이래. 안하던 행동을 다하고. 도대체 뭔 얘기들 한거야.
사람3
(웃으면서) 궁금하세요? 말씀드릴까요.
반장
(생각하다가) 하나도 안 궁 금 해. 가서 일이나 하라구. 어서

사람1,2,3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이 가볍다. 서로를 툭툭 치며 일하던 곳으로 올라간다.
뭔가 달라진 그들의 뒷모습에서 반장은 한참을 바라본다.
30층의 꼭대기로 올라가는 그들의 웃음이 분수처럼 흩어진다.

막.

호들갑 작가소개
안녕하세요? 희곡을 쓰는데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써봐야겠다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한 번 더 생각하며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완성’을 향하는 무대를 만들어가는 연극인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