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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
107호 2017.01.05
선생2 어쭈, 말 안 해?영오 (어눌하다.) 아, 뭐요.선생2 삼자대면 해?영오 아, 친구들 괴롭히지 마요.선생2 친구? (사이) 너 몇 대 맞았어?영오 안 맞았는데. 선생2 걔네가 때리면 선생님한테 말해라, 꼭.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어. 영오 안 때리는데. 선생2 넌 ...
선생2
어쭈, 말 안 해?
영오
(어눌하다.) 아, 뭐요.
선생2
삼자대면 해?
영오
아, 친구들 괴롭히지 마요.
선생2
친구? (사이) 너 몇 대 맞았어?
영오
안 맞았는데.
선생2
걔네가 때리면 선생님한테 말해라, 꼭.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어.
영오
안 때리는데.
선생2
넌 그런 짓 할 녀석이 아냐. 그치? 그래, 그래. 다 알어. (사이) 걔네가 시켰지?
영오
(고개를 젓는다.)
선생2
정확히 누가 시켰어.
영오
(긴 사이) 나 혼자 한 건데.
선생2
나가서 엎드려.

선생1, 등장

선생1
골치 좀 썩겠네? 안된 놈인데.
선생2
그렇지 뭐.
선생1
영오 저 자식이 나한테 찾아와서 ‘선생님, 나 영어 선생님 빤스 찍었어요.’ 자랑을, 자랑을.
선생2
쟤가? 쟤가 직접?
선생1
왜? 쟤는 안 그럴 것 같애?
선생2
영오는 못 해, 그런 짓.
선생1
(웃는다.) 어떻게 알지? 나 이 학교 선생님보다 2년 더 있었어. 걔들 학년 입학할 때부터 봤어.
선생2
누가 시킨 거야. 근데 저 자식이 안 불어.
선생1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해? 비행 청소년들이 더 비행 하는 건 선생님 같은 사람들 때문이야. 걔들은 이미 나쁜 애들인 거야? 따돌림 당하는 애들이 뭔 짓만 해도 걔들이 시켰다는 거야. 그렇게 선악을 갈라요, 선생이라는 작자들이.
선생2
너가 잘 알잖아. 영오는 걔들 무리한테 지겹게 맞았어.
선생1
아니 근데 왜 못 막으셨어요?
선생2
(사이) 그야, 학교가 끝나구 때리니까.......
선생1
패 버려.
선생2
뭐?
선생1
패 버려, 걔들 무리. 선생님이 패 버리면 되잖아. 깔끔하게.
선생2
손바닥도 때렸어. (사이) 엎드려뻗쳐도 시켜봤어. 응? 한 명씩 불러다가 몇 시간씩 타일러도 봤어. 말을 안 해, 말을. 아버지 어머니는 요새 뭐 하시는지, 아버지 어머니랑 사이는 좋은지, 학교에선 누구랑 노는지. 이 다음에는 뭘 하고 싶은지. 영오는 대체 왜 그렇게 괴롭히는지. 근데 다리나 덜덜 떨어.
선생1
걔네 이제 영오 안 괴롭혀.
선생2
무슨 소리. 더하면 더 했지.
선생1
아니! 이제 영오가 무서워지기 시작할 거다. (사이) 영오 그 자식, 자기가 그 무리에 들어갔다고 생각할 테니까. 자기가 찍은 사진에 애들이 웃는 걸 보고 뿌듯했겠지. 영오가 긴 싸움을 했어. 그리고 영오가 이겼어. 처음엔 걔들이 때릴까봐 벌벌 떨다가, 이제는 걔들이 자기한테 벌벌 기게 될 테니까.
선생2
(긴 사이) 너 참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선생1
뭐?
선생2
그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게 없어.
선생1
누구?
선생2
(긴 사이) 애들. 그때 학생들이나 지금 학생들이나.
선생1
특히 남자애들은 그렇지. 야, 나는 말이야, 예전에. (사이) 옆 학교 애들한테 맞고 있는 어떤 놈을 구해 줬는데 그 날부터 그 놈이 하인 노릇을 하더라고. 그 새끼는 빵을 사 먹어도 절대 혼자 안 먹었어. 거지 취급 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 없었어. 자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그 놈 이상한 짓을 했어. 어느 날은 야한 소설을 써 왔어. 재밌다고 말 했어. 그러니까 만화를 그려 왔어. 사진기를 샀다면서 여학생들 치마 속을 찍어 왔어. 여학생이며 선생이며 슈퍼 아줌마며. 모조리 다 찍어다가 자랑을 하는 거야. 애들은 열광했지. 주문도 했어. 슈퍼스타가 됐지. 나는 무서웠어, 그 새끼가. 사람이 라도 죽일 것 같았어. 그래서 팼어. 그런데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나를 애처롭게 쳐다보면서,
선생2
친구잖아.
선생1
친구잖아, 하고 말했어. 악마 같은 놈. 속으로는 나를 비웃고 있겠지. 오싹한 새끼.
선생2
너희 중 누가 그랬어. 더 해 보라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라고. 재미있다고.
선생1
어떤 새끼가!
선생2
(사이) 너! 너가 그랬어.
선생1
재밌냐? 이빨 까지 마.
선생2
넌 대단한 놈이었어. 모두가 널 따랐잖아. 잘 생긴데다가 반장이었지. 넌 대단한 놈이야. 난 한 눈에 알아봤어.
선생1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선생2
난 항상 너를 존경해왔어. 이 학교에 와서두. 아이들은 너를 가장 좋아하더군. 대단해.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어.
선생1
너 이 개새끼, 악마 같은 새끼.
선생2
네가 부러워. 내년에도 너랑 같은 학년을 맡고 싶어.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선생1, 퇴장. 우두커니 남겨진 선생2.

영오
쌤, 저 화장실....... (사이) 급한데.......
선생2
(영오의 목폴라를 잡아당기며) 누가 교복 안에 목 폴라 받쳐 입으래? 교칙이 장난이냐? 너 와이셔츠 어딨어? 어? 와이셔츠 어딨어!
영오
이, 입었어요. 와이셔츠 안에 목폴라 입었어요.
선생2
넌 왜 맘대로 세상을 사냐?
영오
추....... 추워서요.
선생2
너는 오줌보가 조막만하냐? 오줌도 못 참냐?
영오
급해서요.......
선생2
벗어!
영오
예?
선생2
벗어, 새끼야.
영오
(바지를 벗는다.)
선생2
말고!
영오
(팬티를 벗으려 한다.)
선생2
뭐하는 짓이야, 입어!
영오
(운다.)
선생2
이 악마 같은 새끼야, 너는 구제 불능이야.
영오
(상의를 벗는다.)
선생2
목 폴라 이리 내!

바지가 내려간 채 상의를 벗는다. 목폴라를 벗는다. 팬티 바람이다.

선생2
이 새끼, 이 하바리 새끼.
영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이제 와이셔츠만 꼭꼭 입고 다닐 게요. 오줌보도 늘릴게요.

선생2, 영오를 과격하게 때린다. 영오의 허연 등 위로 겹쳐 내리는 붉은색 빗살무늬 조명.

호들갑 작가소개
작은 것에 받는 감동, 아이들의 고함, 타인의 체취, 공감되지 않는 열정을 혐오했습니다.
큰 소리와 옅은 냄새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지독한 자기혐오로부터 비롯되었을 것들입니다.
정제된다고 하여 숭고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정제되지 못한 날것들을 양지에 가져오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말 않는 사람 사이의 틈들을 쓰고 싶습니다.
옷을 벗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