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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락교

손명진
111호 2017.03.09
등장인물 교장 교사1, 2, 3, 남학생여학생1, 2 요란한 락 음악. 교문 앞에 교장, 교사1, 2, 3 정장차림으로 일렬로 나란히 서있다. 학생들 등장. 교사들 일제히 긴장. 남학생 노랗게 염색한 머리. 여학생1 삭발에 가까운 머리를 빨갛게 염색. 여학생2 배꼽티, 미니스커트...

등장인물
교장
교사1, 2, 3,
남학생
여학생1, 2

요란한 락 음악. 교문 앞에 교장, 교사1, 2, 3 정장차림으로 일렬로 나란히 서있다. 학생들 등장. 교사들 일제히 긴장. 남학생 노랗게 염색한 머리. 여학생1 삭발에 가까운 머리를 빨갛게 염색. 여학생2 배꼽티, 미니스커트에 배꼽 피어싱.

교사일동
(손 흔들며) 좋은 아침!

학생들 교문을 통과하다말고 멈춘다. 교사들 더욱 긴장. 남학생 교사1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교사1
(애써 미소 지으며) 왜, 왜 그러니?
남학생
복장위반이십니다.
교사1
(당황) 어머, 얘! 나 어제 퇴근하고 바로 미용실가서 커트했어. 봐! (자신의 귀가 잘 보이게 얼굴 한쪽을 들어올리며) 귀 밑 3cm 이내야.
남학생
그 귀 밑 3cm 이내에 매달려서 반짝거리는 거...교사는 귀걸이 금지인거 모르세요?
여학생1
아, 그러네. 너 예리하다. 어제는 머리에 가려서 몰랐는데...귀걸이면 1점 감점인가?
교사1
(억울하다는 듯) 내가 편두통이 심한데 귀 뚫으면 효과 있대서. 이건 예외로 해줘야지.
남학생
이틀 연속 걸리고도 이렇게 변명만 하시면 태도점수감점까지 인트라넷에 반영합니다.
교장
학생, 한번만 더 봐주면 안 되겠나? 발령 받은 지 얼마 안 되서 아직 적응을 못 한 모양이야. (교사1을 향해서) 뭐하세요? 교훈 아직 다 안 외웠어요? 학생의 지적은 달게 받고 바로 사과한다.
교사1
(볼멘소리) 다 큰 어른이 귀걸이 하나 조그맣게 한 게 무슨 죄도 아니고...
여학생2
교사는 그냥 어른이 아니죠.
남학생
2030년 11월 3일 전국학생궐기로 얻어낸 교육개혁안. 1조 1항 모든 학교는 즐거움의 추구를 목적과 평가기준으로 한다. 동조 2항 학교 이름은 면락교로 통일하며 행정구역 이름을 붙여 구분한다. 2조 1항 학생은 즐거움을 쫓아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동조 2항 평가기준에 못 미치는 학생은 학교에 교사로 남아 학생들의 즐거움을 보고 배운다. 동조 3항 교사가 된 자는 재평가기간에 재심사를 거쳐 교사생활을 면할 수 있다. 동조 4항 교사들이 학생들을 통해 보고 배운 면락의 실천기회는 퇴근 후 교외에서도 충분히 확보가능하다 하지 않을 수 없어 교사들은 재평가기간이 도래하기 전엔 학생들에게 보고 배운 즐거움을 교내에선 행할 수 없다는 제한을 두어 교내 면락의 당위성과 그 상벌체계를 분명히 하여 학생들의 면락을 더욱 권장한다. 15조 1항. 교사와 학생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바탕으로 교칙을 세운다. 동조 2항. 교사 측과 학생 측은 대회가 열린 당해로부터 50년 전, 즉 1980년 11월부터 2030년 10월까지 각각 서로에게 바래오던 모습을 자신에게 적용하여 교칙 삼는다. 공부밖에 할 줄 몰라서 교사로 남으신 분이 저도 외우는 이 개혁안들을 잊으셨습니까?
여학생2
그 당시 교사들은 학생들한테 단정한 복장을 강요했고 학생들은 교사들이 파격적인 모습으로 숨 막히는 지루함을 깨주길 바랬으니까 그걸 거꾸로 적용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이런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는 거잖아요?
여학생1
야, 삼세판이라고 한번만 더 봐드려. (교사1을 향하여) 대신 주의 좀 하세요. 자꾸 점수 감점 되서 낙제 받으면 교사로서 벌칙수행의무를 무시한 거니까 아무리 재평가기간에 좋은 점수 받아도 교사생활 못 벗어나요. 우리가 다 잘되라고 하는 소리지, 미워서 그러겠어요?
남학생
이번까지만 그냥 봐드릴 테니까 앞으론 학생들의 면락분위기 조성에 흠이 될 만한 행동은 삼가 주세요. 학생들은 교사가 안 되려고 애써 재미를 찾는데 교내에서 교사가 학생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똑같이 누릴 수 있으면 재미를 찾는 재미가 없죠. 게다가 이렇게 학생이 교사한테 개혁안을 들춰내어 훈계까지 해야 되는 상황 정말 면락분위기를 해칩니다.
교사1
(마지못해) 그래...앞으로 주의할게.

학생들 교문을 통과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듯 퇴장.

교사1
(학생들이 멀리 간 걸 확인하고는) 정말 짜증난다. 지들 중엔 교사 안 나올 줄 아나.
교사2
그래도 이 정도로 넘어간 게 다행이죠. 미친 거미한테 걸리면 어림도 없어요.
교사1
미친 거미가 누구예요?
교사3
교사주임이요. 한번 그물망에 걸리면 단 1점이라도 감점되지 않곤 못 빠져 나와요. 무조건 피해 다니는 게 상책이죠.
교사2
진짜 매일 아침 살얼음판이에요. 전교생한테 용모복장검사 받는 거 정말 스트레스 받아. 교장 선생님, 연합회의 때 건의 좀 해주세요.
교장
(탄식하며) 그 옛날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을 시점에 바로 주워 담지 못한 게 이렇게 땅속에서 화석화되어 영영 나오지 못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교사2
들은 얘긴데 아주 옛날엔 교사들이 학생들한테 벌점도 주고 막 그랬대요.
교사1, 3
(동시에) 진짜요?
교장
내 증조부님께 직접 들은 얘긴데 예전에 학생들이 말을 안 들으면 체벌도 했답니다.
교사1, 2, 3
 (일제히 놀라며) 정말요?
교사3
(고개를 갸웃거리며) 근데 교사가 무슨 권리로 학생을...게다가 체벌의 근거가 뭐였을까요? 사는 즐거움을 못 느끼면 상담이 필요한 거지, 벌점이나 체벌의 대상이 아니잖아요. (시무룩하게) 물론 끝까지 재미를 못 찾으면 우리처럼 이렇게 교사가 되는 게 최고 벌이지만...
교장
예전엔 평가기준이 다 공부성적이라서 공부 잘해 교사가 된 사람들은 특권층이었답니다. 학생들 통제도 수월했고. 먼 조상들 세대엔 선생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 했을 정도랍니다.
교사2
와, 그게 정말이었어요? 전에 영화에서 듣고 허무맹랑하다 생각했는데...
교사1
(상상하듯 행복한 표정으로 지으며) 정말 지금 교사들에겐 꿈같은 일이네요. 다시 그런 시절이 올까요? (한숨) 저 영원히 교사생활 못 벗어나면 어떡하죠?
교장
평생 교사생활하고도 아직도 재미를 못 찾아서 결국 교장까지 된 나도 있어요. 그래도 요즘엔 교사 인권제정 되고나서 많이 나아진 거니 다들 힘내서 열심히 버티고 배웁시다.
교사1, 2, 3
 (힘없이) 네

교사들 모두 퇴장. 불이 꺼진다.

호들갑 작가소개
때론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순진함과 ‘빨간 머리 앤’의 명랑함으로, 또 때론 ‘데미안’풍의 진지한 고뇌로... 그 둘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영혼의 줄타기에 지칠 때도 있지만 톨스토이라도 된 양 글쓰기 삼매경에 빠져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나름 만족스럽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답니다. Ces't la vie! 그 삶의 한 시점에 끄적 거린 이야기... 그 위에 비친 한줄기 빛이 너무 감사해서 이런 소감을 남기지 않을 수 없네요.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들과는 이 기쁨을...(감동의 눈물로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중...)” 강력한 오글주의보가 내렸나요? 그래도 이 정도 호들갑은 떨어줘야 이 기쁨이 표현될 것 같은 저는 그저 Carpe Diem! God bless me! God bless you!! God bless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