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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까지 도달하는 시간

이윤주
116호 2017.05.25
나란히 침대가 놓여있는 2인실 병실. 노인1이 침대에 앉아있다. 잠시 후 노인2가 병실로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는다. 노인1: 왔는가. 표정이 좋은걸 보니 검사 결과가 좋게 나왔구만.노인2: 좋게 나오긴. 이 나이에 안 죽은 게 다행이지. 노인1: 이 사람아 무슨! 전국 노래 자랑 가서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며) 요렇게, 요렇게 잘 추더...

나란히 침대가 놓여있는 2인실 병실. 노인1이 침대에 앉아있다. 잠시 후 노인2가 병실로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는다.

노인1
왔는가. 표정이 좋은걸 보니 검사 결과가 좋게 나왔구만.
노인2
좋게 나오긴. 이 나이에 안 죽은 게 다행이지.
노인1
이 사람아 무슨! 전국 노래 자랑 가서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며) 요렇게, 요렇게 잘 추더만. 노래 자랑 두 번 나갔다가는 허리 부러지겄어.
노인2
(버럭 화를 내며)내가 언제 그렇게 췄어!(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며) 요렇게, 요렇게 췄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따라 하기는.
노인1
됐고. (리모콘을 들며) 재밌는 게 뭘 하려나.

드라마의 내용이 오디오로 통해 들린다. (남자배우 목소리) ‘할 말이 있어.’

노인1
드라마 재방송하는구만. 이번 주 못 봤는데.
노인2
(남자 배우 목소리 따라하며) 당신 어머님이 내가 7살 때 헤어졌던 내 친엄마였어.

노인2 대사가 끝나자마자 오디오로 드라마 남자 주인공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 어머님이 내가 7살 때 헤어졌던 내 친엄마였어.’

노인1
(노인 2를 째려보며) 조용히 해. 이 양반아.
노인2
(여자 배우 목소리 따라하며) 사실. 예나 내 딸이야.

노인 2 대사가 끝나자마자 오디오로 드라마 여자 주인공 목소리가 들린다. ‘사실. 예나 내 딸이야.’

노인1
(성질부리며) 지금 뭐하자는 거야? 난 친엄마인지 예나가 딸인지 몰랐다고. 뭔 드라마를 볼 수가 있나.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린다.) 에잇. 뉴스나 봐야지.

오디오를 통해 뉴스 내용이 들린다. ‘다음 뉴스입니다. 오늘 밤 하늘에서 별똥별이 쏟아지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2017년 유성쇼 김영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노인2
이봐 오늘 별똥별이 떨어진다니. 밤하늘을 봐야겠어. 뭣 모를 땐 별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말이야
노인1
자네 별 좋아하는가?
노인2
어렸을 때 좋아했지. 크면 별에 갈 생각에 잠을 못 이루었어.
노인1
그럼 자네 별에 가본 적 있는가?
노인2
(황당한 표정으로) 별에 어떻게 가나?
노인1
(자랑스럽게 얘기하며) 나는 별에 갔다 왔다네. 그것도 몇 번씩이나.
노인2
말도 안 되는 소리. (손가락 3개를 노인1 눈앞에 갖다 대며) 이게 몇 개로 보여. 아직 갈 때가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갈 때가 된 거야?
노인1
(웃으며)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라네.
노인2
드디어 미쳤구만. 미쳤어. 꿈에서나 갔겠지.
노인1
내가 8살 때였던가...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그날따라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떠 있는 거야. 마치 오늘처럼. 손을 뻗으면 그 반짝반짝 한 것이 내 품으로 들어 올 것만 같았지. 그 때 내 키가 작아서였을까 잡히지가 않더군,
노인2
당연히 안 잡히지. 바보 같기는.
노인1
12살 때 처음으로 돈을 모아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샀지. 그 기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작은 아이가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행복이었거든.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포기했던 공부도 27살이란 나이에 다시 시작했지. 7년이 걸렸으니까... 계산하면... 대략 2,500일 정도 겠군. 그리고 29살에 나의 아내를 만나 312일 되던 날 우린 결혼을 했고 2년 뒤에 우리 딸이 태어났지. 꿈을 그리고 꿈을 이룬 거지. 이 것 외에도 줄이 길어 가지 못 했던 식당에서의 식사. 가족과의 여행. 이런 사소한 게 내 꿈이었어. 이 꿈들은 나에게 별이었다네. 닿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노력과 시간이 합쳐지니 언젠간 닿더군. 내 인생의 순간순간 이 별을 향해 가는 시간이었어. 그 시간들이 모여 난 별에 도달할 수 있었지.
노인2
그게 어떻게 별이 될 수가 있나. 억지야.
노인1
이봐. 별은 어쩌면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몰라. 그리 멀게만 느껴졌지만 알고 보니 얼마든지 내가 만들 수 있는 존재였어. 자네도 자네만의 별에 여러 번 갔다 왔을 거야.
노인2
자네 생각을 나에게 강요하지 말게.
노인1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존재야 별은.
노인2
밖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말어. 정말 미친 사람으로 봐.
노인1
(웃으며) 하지만 내가 별에 도달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 (살짝 표정이 굳으며)사실 어제 얼마 안 남았다는 소리를 들었네.

놀란 얼굴로 노인1을 바라보는 노인2. 하지만 곧 표정에서 담담함이 느껴지는 노인2.

노인1
(노인2를 바라보며) 왜 아무 말이 없어? 얼마 안 남았다는데.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 때 주로 위로라는 걸 하지. 자네는 역시 비정상이었어.
노인2
무슨 말을 해. 이 나이면 갈 때 된 거지... 이제는 누군가 떠나면 슬픔이 아닌 그저 아쉬운 마음이야, 너무 늙은 게지. 자네 이제 별 여행 못 하게 되서 아쉽겠군.
노인1
죽어서도 별 여행 하면 되지.
노인2
계속 실없는 소리를 하는구만. 자네 안 무섭나.
노인1
안 무섭다면 거짓말이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못 본다는 슬픔도 있을 거야. 하지만 분명히 죽음 뒤에도 또 다른 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걸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나도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별을 쫓을 거야. 다시 한 번 별에 가기 위해서.
호들갑 작가소개
나의 별 조차 의심가는 순간들이 있지만 이 순간들이 모여 별 까지 도달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대를 응원하겠습니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