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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

김경호
118호 2017.06.22
사무실에 불이 켜진다. 정장을 잘 빼입은 석환이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다. 부장이 사무실로 들어오지만 석환은 이를 알아채지 못한 채 거울만 보고 있다. 부장이 석환의 모습을 지켜보다 헛기침을 한다.

등장인물
석환(30세. 남)
부장(50세. 남)
직원 (32세. 남)

무대
대기업 사무실. 사무용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구석에 관객을 향해 거울이 있는데, 틀만 있고 유리는 없다.

사무실에 불이 켜진다. 정장을 잘 빼입은 석환이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다. 부장이 사무실로 들어오지만 석환은 이를 알아채지 못한 채 거울만 보고 있다. 부장이 석환의 모습을 지켜보다 헛기침을 한다.

석환
아,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최석환입니다.
부장
반가워요.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난 마케팅부장이에요. 최석환 씨 상관이지.
석환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부장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요. 난 최 대리의 패기가 참 좋거든.
석환
제가요?
부장
남들이 다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일할 때, 거꾸로 매달 회사에 월급을 내면서 다니겠다고 들어온 거 말이야. 얼마나 도전적이야? 요즘 젊은이들 맨날 취업 안 된다, 안 된다 하면서도 도전을 할 생각을 안 하잖아. 최 대리 같은 젊은이들이 많다면 우리나라 청년 취업 문제는 벌써 다 해결됐을 거야.
석환
네, 감사합니다. 저는 어떤 일을 하면 되나요?
부장
일? 일을 왜 해?
석환
회사를 다니면 일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부장
최 대리는 인사평가도 안 받는데 뭐 하러 일을 해. 이렇게 몇 년 다니다가 과장 되고 싶으면 매달 과장 월급을 내고, 임원 되고 싶으면 임원 월급을 내면 돼. 출근해서 하고 싶은 거 적당히 하다가 퇴근하면 되는 거야. 얼마나 좋아.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지. 나도 10년, 아니 20년만 젊었으면 최 대리처럼 회사에 월급 주면서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살 텐데… 참 아쉬워. 젊음이 좋긴 좋다.
석환
네…
부장
아, 월급은 선불이야. 잊지 말고.
석환
네, 알겠습니다.

부장이 사무실을 나가고, 뒤이어 직원1이 들어온다.

직원1
(큰 목소리로) 동지야! 반갑다!

직원1, 석환을 격하게 끌어안는다.

석환
동… 지요?
직원1
(호탕하게 웃으며) 반가워요. 나 경영관리부 우준호입니다. (비밀 얘기를 하듯) 나도 특채.
석환
아, 그러시구나. 정말 반갑습니다. 아무것도 몰라서 어리둥절하기만 했거든요.
직원1
내가 선배니까 말 놓아도 되지?
석환
당연하죠, 선배님.
직원1
어때? 하루종일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누굴 만나야 될지 모르겠고 답답하고 그렇지?
석환
네, 맞아요.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직원1
처음엔 다 그래. 직장은 직장이잖아. 그런데 걱정할 필요 없어. 금방 노는 거에 익숙해지거든. 인간의 본능은 원래 노는 거야. 동물 중에 일하는 동물 봤어?
석환
시골 가면 소가 밭도 갈고, 말이 사람도 태우고 다니고 그렇지 않나요?
직원1
나 참, 소가 직접 쟁기 가져다가 자기 목에 거는 거 본 적 있어?
석환
아니요.
직원1
그럼 직접 안장 올리는 말 본 적 있어?
석환
없죠.
직원1
그러니까… 그건 다 인간이 억지로 만들어낸 일이야. 동물은 원래 먹고 자고 놀고 그러는게 본능이라고. 인간도 마찬가지야. 인간의 본능은 노는 거지 일 하는 게 아니야. 우리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라고.
석환
하지만 솔직히 다른 직원들이 저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에요.
직원1
그런 흙수저들은 뭐 하러 신경 쓰지?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방식대로 사회에 기여하며 사는 거야. 그 사람들은 몸으로 기여하고, 우리는 돈으로 기여하는 거지.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회사에 기여하고 있는 거니까 자부심을 가져.
석환
우리 같은 특채 출신이 많나요?
직원1
한 10% 정도? 하지만 소수라고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 이 회사의 주인은 우리니까 말이야. 월급 주는 사람이 주인 아니겠어?
석환
그, 그런가요?
직원1
마침 이번 주말에 호텔에서 특채 파티가 있으니까 꼭 참석해. 우리 회사 특채들 집안이 정말 으리으리하거든. 와서 선배들이랑 얼굴도 익히고 그래야지.
석환
이번 주말이요? 스케줄을 좀 봐야 될 거 같아요. 제가 저녁에는 대리운전을 해서 회사에 물어봐야 하거든요.
직원1
대리운전? 아버지가 대리운전 회사를 경영하시나?
석환
아니요. 제가 운전하는데요.
직원1
운전? 직접 대리운전 기사를 한다고?
석환
네.
직원1
왜?
석환
우리 회사에 매달 월급을 내려면 돈을 벌어야죠. 그래도 요즘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이 많이 깎여서 열심히 일하면 월급은 댈 수 있겠더라고요.
직원1
아… (당황하며) 그래요?
석환
네, 토요일인가요? 몇 시에 가면 되는 거죠?
직원1
음… 그게 내가 좀 헷갈렸던 거 같네. 이번 주말이 아닌 거 같아. 내가 정해지면 연락 줄게.
석환
네, 고맙습니다.
직원1
그래, 그럼 난 일해야 돼서 이만 가볼게. 일이 많아서 말이야.
석환
일이요? 무슨…
직원1
나중에 봐.

직원1, 서둘러서 사무실을 나간다. 전화벨이 울린다. 석환이 전화를 받는다.

석환
여보세요. 야, 오랜만이다. 당연히 좋지 임마. 너도 알잖냐. 우리 부모님 나 취직 못했다고 맨날 기죽어 지내신 거. 나 대기업 합격하니까 이제 어깨 쭉 펴고 사신다. 결혼? 이제 해야지. 여자친구 아버님이 나 대기업 들어가면 허락한다고 하셨잖냐. 아참, 그래서 말인데, (소리를 낮춰 몰래 통화하듯) 너 전에 나한테 호스트바에서 일해볼 생각 있냐고 한 적 있잖아. 거기 벌이 괜찮냐? 나 회사에서 승진하면 월급도 더 많이 내야할 텐데 대리운전만으로는 안 될 거 같아서 말이야. 젊었을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되지 않겠냐. 응?

석환의 말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조명이 점점 어두워진다. 막.

호들갑 작가소개
연극과 뮤지컬을 쓰고 있습니다.
픽션(Fiction)으로 팩트(Fact)를 이야기하고자 노력중입니다.
글로써 나를 위로하고, 사람들을 위로하고, 세상을 위로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