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분, 시
임범규
120호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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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초 분 시적막하고 짙은 어둠이 달빛에 비쳐져 평온함이 감도는 시간. 인간들이 잠자리에 들거나, 뇌 보단 심장이 우선이 되는 시간. 새벽 5시. 하얀 테두리가 그려진 파란색 원 안에 초, 분, 시. 하루 일정이 고단했는지 널부러져서 깊이 자고 있다.틱. 틱. 틱. 틱. 틱. 틱 시계소리 숨소리마저 ...
등장인물
초
분
시
적막하고 짙은 어둠이 달빛에 비쳐져 평온함이 감도는 시간. 인간들이 잠자리에 들거나, 뇌 보단 심장이 우선이 되는 시간. 새벽 5시. 하얀 테두리가 그려진 파란색 원 안에 초, 분, 시. 하루 일정이 고단했는지 널부러져서 깊이 자고 있다.
틱. 틱. 틱. 틱. 틱. 틱 시계소리 숨소리마저 지워버린다.
틱. 틱. 틱. 틱. 틱. 틱 시계소리 공간마저 채워버린다.
오전 6시, 알람 소리가 심장을 강타한다. 초, 분, 시 분주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한다. (인간 눈을 뜬다. 조명이 켜진다)
- 초
- (시계 방향으로 시간에 쫒기 듯 뛴다) 척척척척 척척척척 척척척척 척척척척
- 분
- (한 번 한 번 정성스럽게 도장을 찍는다) 쿵....... 쿵........... 쿵....... 쿵.....
- 시
- (여유롭게 명상한다) 후~~~~~~~~~~~~~~~~~~~ 습~~~~~~~~
- 초
-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바꾸자.
- 분
- (책을 꺼낸다.) 쿵.... 안 돼.
- 시
- 후~~~~~ 그래. 못 해.
- 초
- 왜?
- 시
- (식사 준비를 한다) 이렇게 태어났어.
- 초
- .....그래. (지나가다 책을 훔쳐 본다.)
- 시
- (식사를 한다.)
- 초
- 한 가지 물어보자.
- 분
- 뭐?
- 초
- 나만 이렇게 힘드냐?
- 시
- (양치를 한다) 우리도 힘들어.
- 분
- 조금만 더 힘내 다 됐어. (차를 마신다)
- 초
- ......그래.
- 시
- (오후 12시) 오늘 고생했다. 잘 자.
- 초
- (뛴다) 뭐야? 벌써?
- 분
- (골프를 친다) 히히. 몰랐냐? 인생은 원래 그런 거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빨리 가는 법이지. 걷잡을 수 없이 말이야.
- 시
- (요가를 한다) 그래. 그러니까 쉬지 말고 계속 가야해. 1초도 쉬지 말고.
- 초
- 나, 재미 없어 그만 할래. (그래도 달리고 있는 초)
- 분
- 하하하하하하. 그만 한다고? 네가 그만 하고 싶다고 우리가 멈출 거 같아?
아니야. 그래도 시간은 가. 어김없이 계속 간다고. 살아도 죽은 거고, 죽어도 산거야.
몸이 힘들어서 그런 생각이라면 그냥 받아들여 넌 계속 달려야 하는 운명이니까. - 시
- 우린 그런 운명이지. (클래식 음악을 튼다. 왈츠를 춘다)
- 초
- 우린, 멈출 수도, 쉴 수도 없다.
- 분
- 매일 너한테 일러줘도 그러냐? 포기하고, 단념하고 수긍하고 살아. 그게 너한테 주어진 삶이니까.
- 시
- 시간도 없고, 자유도 없고, 나는 누구인가 싶지? 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허황된 꿈 좀 그만 꿔. 우린 이 틀에 맞춰서 아무 문제없이 지내면 되는 거야.
무난하게. 생겨먹은 대로 살아야 해. 우린 인간이 아니니까. - 초
- 쉬고 싶어도 쉬지 못 한다. 생겨먹은 대로....
- 초
- 죽을 거 같아.
- 분, 시
- ....(무시한다)
- 초
- (오후 9시) 죽을 거 같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
- 분
- 죽어가고 있으니까. 살아. 죽어도 살아. (도장을 찍는다)
- 시
- (뒹군다)
- 초
- (오후 11시) 쉬고 싶다. 1초만 쉬고 싶다.
- 초
- 쉬고 싶다. (오후 11시 59분 59초 거꾸로 뛴다.) 쉬고 싶다. 쉬고 싶다. 쉬고 싶.... 다.
- 분. 시
- (자려 한다)
- 초
- (계속 달린다)
- 분. 시
- .....(일을 한다)
(분, 물 흐르듯 찍는다. 초, 시간의 잔상을 남기 듯 뛴다. 시, 족적을 남기 듯 명상한다.) 오전 7시... 8시... 9시... 10시, 11시 30분... 시간이 끊임 없이 흐른다. 오후 6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덧 오후 10시.
암전. (인간 잠든다) 초, 분. 그 자리에 곯아떨어진다. 시, 멀찍이 떨어져 자리 잡고 눕는다. 눈 깜빡할 새에 오전 6시가 된다. 알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초, 분, 시 일을 시작한다.
(사이)
오후 6시를 향해 각자 쉼 없이 달린다.
음악만이 그들을 쉬게 해줄 뿐.
(사이)
(사이)
틱. 틱. 틱. 틱. 틱. 틱 시계소리 숨소리마저 지워버린다.
틱. 틱. 틱. 틱. 틱. 틱 시계소리 공간마저 채워버린다.
(사이)
암전.
- 호들갑 작가소개
- 작가 소개는 저에겐 아주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호들갑스럽지도 진중하지도 못 한 저라, 아무 것도 아닌 저라,
저를 써내려 가는 게 무척이나 낯섭니다.
대한민국에서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청년 중 한 사람으로서
제 자리를 찾아가며 꾸역꾸역 살아가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