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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대전

임종원
124호 2017.09.21
장소서울의 어느 동네의 옥탑무대허름한 옥탑방 앞에는 평상이 놓여있고 그 주위로 빨래 줄이 쳐져있다.종호가 멀끔한 양복차림으로 서류가방을 들고 옥탑에 올라온다.종호 : (옥탑방 안을 향해) 저기요. 안에 계세요? 저기요?안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종호는 두리번거리며 옥탑방에 들어간다.잠시 후 슬리퍼...

장소
서울의 어느 동네의 옥탑

무대
허름한 옥탑방 앞에는 평상이 놓여있고 그 주위로 빨래 줄이 쳐져있다.

종호가 멀끔한 양복차림으로 서류가방을 들고 옥탑에 올라온다.

종호
(옥탑방 안을 향해) 저기요. 안에 계세요? 저기요?

안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종호는 두리번거리며 옥탑방에 들어간다.
잠시 후 슬리퍼를 끌고 검은봉투를 든 용석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옥탑에 올라온다.
평상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막대기를 안 쓰는 화분에 꽂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소리
으아악!!!
종호
(나오며) 죄송합니다.
용석
도둑질도 봐가면서 해야지. 여기 훔칠게 뭐가 있다고...
종호
오해하지 마세요. (명함을 건네며) 저는 대호부동산에서 나온 박종호라고 합니다.
용석
...뭐? (명함을 받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앉고) 난 방 내놓은 적 없는데....
종호
그렇죠. 없으시죠.
용석
잠깐만... 주인 아줌마가 내 놨어요? 아... 어이없네. 어쩐지 보증금을 올려야겠다고 할 때 알아봤어야 했어.
종호
아니요. 안타깝게도 여기 주인 아주머니도 방 내 놓으신 적 없으세요.
용석
네?...그럼 왜 왔어요?
종호
아.... (호흡을 가다듬고) 그동안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이 옥탑방에 사시느라 얼마나 고생 많으셨습니까. 겨울에 가스비 절약한다고 아무리 전기장판을 켜도 차가운 공기 덕분에 감기는 달고 사셨죠? 그뿐 입니까? 또 무더운 여름날에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내리쬐는 햇빛에 장판은 더 뜨겁게 달아올라 강제 한증막 체험도 하셨을 테고요. 이젠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객님의 불편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저희 대호부동산에서 특별히 고객 맞춤 컨설턴트 서비스를 시행해 드리려고 합니다.
용석
네? 뭐요?
종호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며) 드럼세탁기, 냉장고, 에어컨까지 풀옵션 오피스텔인데 거기에 복층구조라 공간 활용까지...우와 이런 방 쉽게 안 나오거든요.
용석
(말없이 서류를 본다.)
종호
거기다가 엘리베이터까지 있어서 지금처럼 힘들게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아도 된다는...
용석
얼만데요?
종호
네?
용석
그래서 여긴 얼마냐고요.
종호
음...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지금 계시는 곳에서 보증금 300에 월세 10만원만 더 낸다고 보시면 되요.
용석
(서류 돌려주며) 됐어요.
종호
고객님 원래 이런 데 들어가려면 보증금 3000에 월세 60은 줘야 되요.
용석
아... 그래요? (방으로 들어간다)
종호
왜요? 보증금 때문에 그러세요? 보증금은 제가 어떻게든 더 깎아드리도록 해볼게요.
용석
(다시 나와)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종호
네! 뭐든지 물어보세요.
용석
원래 부동산에서 찾아가는 서비스 뭐 그런 것도 하는 거예요?
종호
사실은 제가 중계사된지 얼마 안 돼서 고객유치 서비스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되요.
용석
아.... 그렇구나. 알겠습니다. 그럼 고생하세요.

용석은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종호
네? 고객님. 저기... 고객님?

종호는 평상에 조용히 앉는다.

암전

조명 들어오면 어두운 밤. 평상에 종호가 누워있다. 용석 나오다가 종호를 보고 놀란다.

용석
깜짝이야. 뭐에요? 안 갔어요?
종호
(잠에서 깨며) 아... 고객님 늦었는데 어디 가시나 봐요?
용석
네. 약속 있어서요. 그런데 여기서 뭐하세요?
종호
아무래도 제가 설명을 잘 못 드린 것 같아서요. 아까 말씀드린 것 말고도 더 있는데..
용석
잠시만요. 지금 그거 설명해 주려고 여기 계속 있었다고요?
종호
......네.
용석
그걸 믿으라고 말하시는 거예요?
종호
.....
용석
뭐에요? 저한테 굳이 방 소개하시는 이유가.
종호
...... 실례가 안 된다면 이 옥탑방.... 제가 살면 안 될까요?
용석
네?
종호
사실 저 중개인 아니에요.
용석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종호
네? 어떻게요?
용석
집 정보를 손으로 일일이 적어서 보여주는 중개인이 어디 있어요.
종호
아...
용석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이 동네에서 이 옥탑방이 가장 싸서 있는거라... 더 싼 방 나오지 않는 이상 나갈 수가 없네요.
종호
아...
용석
그럼 이만.

암전

늦은 밤이 되어서 용석은 검은봉지를 들고 귀가 하는데 자신의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어이 없어한다.
이 때 종호가 후라이팬을 들고 앞치마를 두른 체 나온다.

종호
이제 왔어요?
용석
뭐에요?
종호
배가 고파서...
용석
네? 어이가 없네.
종호
밥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같이 먹어요.
용석
왜 저희 집에서 밥을 먹어요. 그쪽은 집 없어요?
종호
네.... 사실 전에 살던 집 계약이 끝나서 갈 데가 없어요.
용석
그렇다고 이러는 건 아니죠.
종호
네. 알긴 아는데... 일단 이거 먹으면서 이야기 하면 안 될까요? 배가 너무 고파서...
용석
....네. 드세요.
종호
감사합니다.

종호가 평상에 앉아 후라이팬 째로 볶음밥을 먹는다. 그런 종호를 어이없이 보다가 같이 평상에 앉아 사온 맥주캔 하나를 따서 마신다.

용석
저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까지 해가면서까지 여기서 살려고 하는 이유가 뭐예요?
종호
같아요.
용석
네?
종호
그쪽이랑 같은 이유라고요. 저도 여기서 엄청 찾고 또 찾아봤는데 여기만큼 싼 집을 못 봤어요.
용석
그게 다예요?
종호
네.
용석
뭐 이 집에 대한 추억이 있다거나 뭐 그런 특별한 건 없고요?
종호
네.
용석
진짜 어이없네.

종호는 용석이 사온 다른 맥주캔을 따서 마신다. 그런 모습에 용석은 어이없어 바라본다.

종호
(마시고난 뒤) 하아... 이제 살겠다.
용석
어이없네.
종호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어이가 없어요.
용석
그럼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평범한 거예요?
종호
(일어나서 옥탑광경을 보며) 하긴 어이없는 일 많죠.
용석
난 오늘만큼 어이없던 적이 없어서요.
종호
그래요? 전 서울 올라와서 이렇게도 내가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게 어이가 없더라고요. 그렇지 않아요? 여기서만 봐도 이렇게 많은 건물들에 집들도 수두룩한데 어떻게.... 발 뻗고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지. 안 그래요?
용석
전 이 옥탑이 있는데요.
종호
아... 그러시네. 정말 마지막으로 여쭤보는데요. 다른 곳으로 옮기실 생각이...
용석
없습니다.
종호
하긴 그러시겠죠. 저라도 그럴 것 같네요.

사이

종호
정말 민폐가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먹을 것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용석
먹을 건 본인이 무단으로 드신 거잖아요.
종호
아... 그렇죠.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용석
어디로 가시게요?
종호
뭐 너무 늦어서 찜질방이나 가든가 정 안 되면 경찰서 가서 잘까 합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밤 되세요.
용석
(돌아서 가는 종호에게) 코 골아요?
종호
네?
용석
잘 때 코 고냐고요.
종호
아뇨. 시체처럼 자는데요.
용석
그럼 같이 살래요?
종호
네?
용석
뭐 나나 그쪽이나 돈 궁한 건 비슷한 거 같은데 방세 반만 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종호
정말요?
용석
싫으면 말고요.
종호
아...싫다기 보다는 제가 사실 남들하고 같이 사는 걸 많이 불편해해서...
용석
(집으로 들어가며) 안녕히 가세요.
종호
하지만 맞춰가는 것이 또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종호가 집으로 들어가는 용석을 따라 들어간다.

막

호들갑 작가소개
전 참 말이 많습니다.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그 말이 너무 많아서 글로 적곤 합니다. 언제나 삶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연기도 글도 항상 즐겁게 하는 배우이자 작가 임종원 입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과 연기 기대해주세요^^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