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송재원
125호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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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하게 방음 장비가 설치된 방. 각종 악기와 스피커가 눈에 띈다.남자가 방에서 혼자 악기를 다루며 노래를 부른다. 헤비메탈 느낌의 음악이다.남자 미쳐버린 세상! 왜 내 역할을 너희들이 정해! 나는 너희들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내 음악은 나의 무기! 나는 혁!명!가!남자의 노래를 사랑모기가 열혈 팬클럽처럼...
엉성하게 방음 장비가 설치된 방. 각종 악기와 스피커가 눈에 띈다.
남자가 방에서 혼자 악기를 다루며 노래를 부른다. 헤비메탈 느낌의 음악이다.
- 남자
- 미쳐버린 세상! 왜 내 역할을 너희들이 정해! 나는 너희들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내 음악은 나의 무기! 나는 혁!명!가!
- 일반모기
- 이 미친 것 또 이러고 있네.
- 사랑모기
- 정말 너무 좋지 않냐. 들을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아. 날개의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니까.
- 일반모기
- 지랄하지 말고 피나 빨아. 너 피 빨려고 여기 온 거잖아. 도대체 언제 피 빨건대.
- 사랑모기
- 저 노래를 들으며 깨달았어.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해야 한다는 거. 다른 존재에게 상처를 주며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 이번 내 모기의 생은 이렇게 저 사람의 노래를 듣다가 끝낼 거야.
- 일반모기
- 밥 굶고 사는 백수 노래 들으면서 별생각을 다하네. 네가 안 빨면 내가 빤다.
- 사랑모기
- 너 침 뽑히고 싶냐. 저 사람 건들면 네 침은 그날로 네 몸통하고 분리되는 거야.
- 일반모기
- 와 얘 눈 돌아가는 거 봐. 진짜 제대로 미쳤구나. 에이, 더러워서 안 빤다.
- 사랑모기
- 어쩌면 자는 모습도 멋있을까. 물론 노래 부를 때가 더 멋있지만.
- 사랑모기
- 우린 정말 이 세상에서 살아갈 가치가 있나.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밟아야 하나!
함께 살 수 없어! 그렇다면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걸어 잠가! 아름다운 종말을 택해!
우린 방구석 혁!명!가! - 사랑모기
- 제가 이 방에 왔을 때 당신이 이 노래를 불렀어요.
내가 왜 누군가의 피를 빨며 살아가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 노래를 듣고 결심하게 됐어요. 나는 이제 피를 빨지 않겠다. 당신의 노래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전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의 피를 빨며 살고 있었을 거예요. - 사랑모기
- 어, 이건? 불이 난 건가? 안 돼! 일어나세요! 일어나요!
- 사랑모기
- 어떻게 하지... 어쩔 수 없어요. 이것밖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미안해요.
- 남자
- 아잇, 뭐야!
- 남자
- 웬 모기야? 여기 와서 모기 물린 적 한 번도 없는데... 어 이 연기는? 으아아아악! 불이야!
- 일반모기
- 으이고, 꼴좋다. 그냥 얌전히 피나 빨지 그 꼴이 뭐냐...
- 사랑모기
-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
- 일반모기
- 그 꼴이 되고 서도 그런 생각만 나냐? 잘 도망쳤어.
- 사랑모기
- 그 사람의 노래가 듣고 싶어. 그 사람은 정말 멋진 가수가 될 거야. 그 사람 옆에서 계속 노래를 듣고 싶었는데... 뭐지? 그 사람의 노래가 들리는 것 같아.
- 남자
-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어요. 숨어 있는 사랑, 피를 보는 사랑, 그래도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 사랑을 만나기 전까지 내 사랑은 없을 거예요.
- 친구
- 오, 웬일이야. 너 이런 노래도 부를 줄 아냐. 드디어 먹고 살기 위해 사랑 노래를 부르기로 한 거야?
- 남자
- 나 얼마 전에 집 앞에 불나서 죽을 뻔했잖아. 그때 모기한테 물려서 살았다는 얘기 했지.
- 친구
- 당연히 했지. 요즘 술 마실 때마다 하고 있잖아.
- 남자
- 여기가 그때 모기 물렸던 곳인데 봐봐.
- 친구
- 와, 완전 하트잖아. 신기하네.
- 남자
- 이걸 보는 순간 영감이 딱 떠오르더라고. 이젠 사랑 노래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아.
- 친구
- 모기한테 물리고 사랑노래를 부르다니, 진짜 넌 미친놈이야. 내가 왜 이런 미친놈하고 친구가 됐을까.
- 남자
- 제목을 모기 세레나데라고 할까.
- 친구
- 차라리 순정모기가 낫겠다.
- 남자
- 오! 좋다. 순정모기!
- 남자
- 나는 당신의 피를 빨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당신의 사랑만 빨겠어요.
상처 주는 사랑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나는 사랑을 빠는 순정모기! - 사랑모기
- 마지막까지 그 사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 일반모기
- 무슨 노래가 들린다는 거야?
야! 정신 차려! 눈 뜨라고!
남자의 노래를 사랑모기가 열혈 팬클럽처럼 듣고 있다. 일반모기가 사랑모기의 곁으로 온다.
일반모기 사랑모기를 피해 퇴장한다. 남자 노래를 부르다 지친 듯 자리에 쓰러져서 잔다.
귀에 헤드폰을 낀 상태다. 사랑모기 조심스럽게 남자에게 다가온다.
사랑모기 수줍게 남자의 옆에 다가가서 남자를 흉내 내듯 노래를 부른다.
남자 계속 잠을 잔다.
사랑모기가 남자를 바라본다. 갑자기 화제 경보음이 울린다. 방 안으로 연기가 들어온다.
남자 헤드폰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 때문인지 계속 잠을 잔다.
사랑모기 열심히 남자 주변을 윙윙거리며 돌아다닌다. 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없다.
사랑모기 키스하듯 남자의 목을 문다.
남자가 깨어나며 사랑모기를 밀쳐낸다. 사랑모기 큰 충격을 받고 옆으로 굴러떨어진다.
남자 악기를 들고 급하게 방을 빠져나간다. 일반모기 들어온다.
그 사람의 노래가 듣고 싶어. 그 사람은 정말 멋진 가수가 될 거야. 그 사람 옆에서 계속 노래를 듣고 싶었는데... 뭐지? 그 사람의 노래가 들리는 것 같아.
남자 다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있던 곳의 스포트라이트 서서히 줄어든다.
사랑 모기 눈을 감는다.
막.
- 호들갑 작가소개
- 다섯 번째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게임 같은 연극을 만들고 싶습니다.
연극 같은 게임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