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사각사각
강지희
130호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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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연희동수때현대. 겨울 밤.무대서울 외곽. 자동차 안.곤색 스포티지 한 대가 갓길에 서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동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고,연희는 추위에 벌벌 떨며 조수석에 탄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흘러나오고 있다.
등장인물
연희
동수
때
현대. 겨울 밤.
무대
서울 외곽. 자동차 안.
곤색 스포티지 한 대가 갓길에 서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동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고,
연희는 추위에 벌벌 떨며 조수석에 탄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흘러나오고 있다.
- 연희
- 으... 너무 추워. 손이 꽁꽁 얼었지 뭐야. 오늘이 15년만의 한파라나... 장갑은 왜 두고 온 건지. 오늘 따라 되는 일이 없어요. 온도 좀 잠깐만 높일게. 그리고 엉따 좀 미리 미리 켜둘 순 없는 거야?
- 동수
- ...
- 연희
- 똑똑똑. 지금 나 누구랑 얘기하니? 김동수씨. 이봐요. 아저씨?
- 동수
- 으응. 왔어? 꽤 춥지?
- 연희
- (차가운 손을 동수의 볼에 가져다 대며) 저 백만 년 전에 왔었거든요.
- 동수
- (손을 녹여주며) 장갑은 또 어디다 두고 온 거야.
- 연희
- 몰라. 속상해. 분명히 챙겼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장갑이 없지 뭐야.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돌아가기엔 이미...
- 동수
- 늦잠 잤구나?
- 연희
- 황당한 꿈을 꿨거든! 그래서.. 그래서 그랬지 뭐.
- 동수
- 무슨 꿈?
- 연희
- 그게... 오빠는 멋진 턱시도를 입었고, 나는 우아한 드레스를 입었지. 우린 춤을 췄어. 딴딴딴~ 딴딴딴~ 마치 왕자와 공주처럼. 근데 12시가 땡! 하고...
- 동수
- 이번엔 신데렐라야?
- 연희
- 듣기 싫어?
- 동수
- 계속해.
- 연희
- 중간 생략할게.
- 동수
- (끄덕인다)
- 연희
- 오빠가 어여쁜 구두를 나에게 선물을 했어. 그걸 신고 다음 날 자기를 만나러 오라고. 꼭 그 구두를 신고 오라고. 그래서 나는 구두를 꼭 껴안고 잤지. 근데 다음 날이 되고 눈을 뜨는데 구두가 없는 거야. 아무리 찾고, 찾고 또 찾아도.
- 동수
- 그래서 찾았어?
- 연희
- 아니. 못 찾았어...
- 동수
- (사이) 잠깐만.
- 동수
- (들어오며) 졸려?
- 연희
- 아무리 노력해도 따뜻해지지가 않네.
- 동수
- 그러게 장갑은 왜 두고 와서.
- 연희
- 내 문제인지, 잊어버린 게 문제인지.
- 동수
- 잃어버린 거겠지.
- 연희
- 아니 잊어버린 게 맞아. 그리고 모든 게 다. 다, 그 꿈 때문 일 거야.
- 동수
- (볼륨을 줄이며) 출발 할까?
- 연희
- (끄덕인다)
- 동수
- 안전벨트.
- 연희
- 해줘.
- 동수
- (메주며) 도착하면 깨워줄게.
- 연희
- (눈을 뜨며) 마음에 안 들어.
- 동수
- 뭐가? 아~ 다른 거 틀어 줄까?
- 연희
- (볼륨을 높인다)
- 동수
- (연희를 쳐다보려는데)
- 연희
- 사고나.
- 동수
- 말해 봐.
- 연희
- 뭐를?
- 동수
- 뭐든지.
- 연희
- 장갑은 어제 입었던 코트 주머니에 넣어 둔 거 같아. 확실해. 15년만의 한파만 아니 었으면 이 패딩으로 갈아입지도 않았을 텐데...
- 동수
- 이렇게 추워지려고 어젠 그렇게 따뜻했나?
- 연희
- 잠깐만.
- 동수
- 왜?
- 연희
- 잠깐만 저쪽에 차 좀 세워 봐.
- 동수
-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어.
- 연희
- 잠깐이면 돼.
- 동수
- 조심해!
- 연희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동수
- 뭐라고?
- 연희
- 음악 좀 크게 틀어줄래?
동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동수는 차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는다. 연희는 그런 동수의 뒷모습을 보더니 볼륨을 높인다. 조수석 창문 밖을 쳐다보더니 이내 손을 비비고, 입김을 불기도 하고, 난방의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기도 한다. 결국 팔짱을 끼고 두 눈을 감아버린다.
사이
사이
사이
차가 멈추고 연희는 조수석에서 나와 걷기 시작한다. 높은 하이힐을 신은 연희는 조심스럽게 뒤뚱거리며 걷는다. 동수는 연희를 따라 내리더니 차에 기대어 담배를 핀다. 시선은 연희에게 가있다. 연희는 빙판길이 되어 버린 갓길에서 멈춰 선다.
동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볼륨을 높여준다.
연희는 패딩 끝자락을 마치 드레스처럼 잡더니 동수에게 인사를 하고, 춤을 춘다.
동수는 연희를 바라보며 담배를 핀다.
사이
연희는 구두를 벗는다.
동수를 바라본다.
동수도 그런 연희를 바라본다.
차에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 얼어붙은 눈물’이 흘러나온다.
막.
- 호들갑 작가소개
- 지구의 평화를 위해 호기롭게 글을 씁니다.
사람들, 순간의 풍경, 그 순간의 감정, 향기, 귓가에 들리는 소리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게 볼 줄 아는 시선
인연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담아내는 마음까지.
&
지금 이 글을 읽어주는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