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최현승
131호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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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아빠, 엄마, 딸, 아들저녁과 밤 사이에서 밤에 더 가까운 시간TV에서 나오는 불빛만이 방안을 비추고, TV에서 나오는 뉴스 소리만이 방안의 유일한 소음이다. 엄마는 TV에서 나오는 불빛 앞에서 불편하게 누워있다.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등장한다. 소리의 등장과 함께 방안은 밝아진다.딸, ...
등장인물
아빠, 엄마, 딸, 아들
저녁과 밤 사이에서 밤에 더 가까운 시간
TV에서 나오는 불빛만이 방안을 비추고, TV에서 나오는 뉴스 소리만이
방안의 유일한 소음이다. 엄마는 TV에서 나오는 불빛 앞에서 불편하게 누워있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등장한다. 소리의 등장과 함께 방안은 밝아진다.
딸, 들어온다. TV앞에 불편하게 누워있는 엄마를 본다.
- 딸
- 엄마, 나 왔어. (엄마, 반응이 없다) 고3, (사이) 야! 고3!
- 아들
- (등장한다) 왜, 뭐야.
- 딸
- 사람이 말하는 걸 들었으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냐.
- 아들
- 방에 있느라 못 들었어.
- 딸
- 됐다.
- 아들
- 왜 불렀는데.
- 딸
- 엄마 언제부터 누워있었어? 아프셔?
- 아들
- 몰라, 궁금하면 공시생이 직접 물어봐.
- 딸
- 모르긴 왜 몰라?
- 아들
- 오자마자 방에서 공부했거든?
- 딸
- 공부는 개뿔, 너 내년에 대학생 되는지, 재수생 되는지 두고 보자.
- 아들
- 공시생, 내 공부는 내가 하니깐 너부터 신경 써, 3년째......
- 딸
- 뭐?
- 엄마
- 으......음, 어, 왔니?
- 딸
- 응, 방금.
- 엄마
- 그래, 지금 몇 시지?
- 딸
- 열 시야. 근데 엄마 어디 아파? 약 사다줄까?
- 엄마
- 아냐, 괜히 시간 버리지 마. 근데 고3도 지금 있어?
- 딸
- 응
- 엄마
- 어쩌다가?
- 딸
- 아니, 집에 오니깐 있던데?
- 엄마
- 지금? 고3, 고3.
- 아들
- (다시 온다) 왜?
- 엄마
- 언제 왔어?
- 아들
- 아까.
- 엄마
- 아까 뉴스 보니깐 내일 뭐 올해 첫 모의고사라고 하던데.
- 아들
- 알아.
- 엄마
- 이번 성적이 수능 성적이라고 전문가들도 나와서 말하더라.
- 아들
- 안다고, 내가 보는 시험이야.
- 엄마
- 근데 이렇게 일찍 왔어?
- 아들
- 아니 (사이) 내일 시험이니깐 컨디션 조절하라고, 학교에서.......
- 엄마
- 그래, 그럼 엄마가 뭐 해줄까?
- 아들
- 나 잘 거야, (뒤돌아 나가기 시작한다.)
- 엄마
- 고3, 내일 시험인데? (아들 완전히 퇴장)
(사이)
그래, 내일 몇 시에 깨워줄까?
(사이)
고3, 원래 깨우던 시간에 깨우면 되지? 그렇게 한다. - 엄마
- 딸, 공시생 딸?
- 딸
- (등장) 응, 왜?
- 엄마
- 공시생이 근데 어쩌다가 이 시간에 집에 있어?
- 딸
- 이 시간이라니? 그보다 엄마........
- 엄마
- 그니깐 시간 말야, 평소에 오던 시간이랑 다르게--
- 딸
- 아, 오늘 좀 피곤해서
- 엄마
- -- 이른 시간 아니니?
- 딸
- ........
- 엄마
- 이번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역대 최대라고 하던데.
- 딸
- 알아, 그래도 허수도 있고, 그보다 엄마 아픈 것 같은데 약 좀 사다줄까?
- 엄마
- 엄마는 괜찮아, 공시생 시간 버리지 말고 공부해야지. 집에 사과 있다. 사과 깎아줄까?
- 딸
- 나 속 안 좋아, 근데 내가 엄마 신경 쓰는 게 시간 버리는 거야?
- 엄마
- (사과와 칼, 도마 등을 찾느라 분주하다)지금이 우리 공시생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긴데. 주변에 공무원 자식 둔 사람들 보면 거의 다 3년차에 붙었더라고. 그, 뭐야. 407호. 그 공무원 아들도 3년차에 붙은 거잖아. (사과와 칼, 도마 등을 찾느라 분주하다)
- 딸
- 나 사과 안 먹어,
- 엄마
- (분주했던 움직임을 멈추고) 그 전에는 공시생 아들이었다가 3년차에 딱! 합격하자마자 공무원 아들로 얼마나 멋있어 졌는데. 우리 공시생 딸도 이번에 붙어서 공무원 딸되면 407호 공무원 아들보다 더 멋있어질 거야.
- 엄마
- 그러니깐 우리 공시생 딸 조금만 더 힘내, 엄마가 사과 금방 깎아줄게.
- 딸
- 엄마!
- 엄마
- 응?
- 딸
- 나 잔다고.
- 엄마
- 지금?
- 딸
-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온다) 응, 나 지금 잔다고. 과일도 안 먹고 아니, 못 먹어.
- 엄마
- 공, 공시생 딸.
- 엄마
- 김 차장님 왔어요?
- 아빠
- 응, 근데 무슨 일 있어?
- 엄마
- 그게 공시생이랑 이야기하다가, 글쎄 이 시간에 좀 피곤하다고 잔다는 거예요.
- 아빠
- 그래?
- 엄마
- 아니, ‘그래’라뇨? 이번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경쟁률도 역대 최대라는데.
- 아빠
- 알았어.
- 엄마
- 내년에는 고3도 대학 들어가면 등록금 내야지, 또, 노트북이다 교재다 이리저리 돈 나갈 거고, 혹시나 고3이 내년에 대학생이 아니라 재수생 된다고 생각해봐요. 김 차장님 재수학원이 얼만지 알아요?
- 아빠
- 알았다고, 나 지금 집에 왔잖아. 저기 그만하고 나 꿀물 좀.
- 엄마
- 그러니깐 올해 꼭 붙으라고 그랬죠. 뭐라고요?
- 아빠
- 됐어.
- 엄마
- 근데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내가 오늘 아프다고 일찍 와 달라 했잖아요.
- 아빠
- (사이) 미안해.
- 엄마
- 술 냄새.
- 아빠
- ........
- 엄마
- 내가 아프다는데 술까지 마시고.
- 아빠
- 그럴 일이 있었어, 오늘 이사님이 부장님이라 같이 저녁 먹자고 해서.
- 엄마
- ........
- 아빠
- 나는 마시고 싶어서 마셔? 나 김 차장이야, 차장이라고. 이 나이에, 당신도 알잖아. 나 이번에 승진 못하면 퇴직해야하는 거.
- 엄마
- (사이)그래요, 당신은 김 차장이죠.
- 엄마
-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네, 아, 이 대리님. 네. 김 차장님 지금 일어나서 출근준비하고 있어요. 아, 휴대폰을 꺼놨나봐요. 네, 지금 바꿔드릴게요.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김 차장님, 전화 받아요. 이 대리에요.
- 아빠
- 알았어, (전화기를 건네받는다.) 여보세요? 이 대리? 응응, 오늘 회의실 때문에? 그래. 알았어. 있다가 보자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 엄마
- 김 차장님, 또 휴대폰 꺼져 있다잖아요. 내가 어제 그렇게 휴대폰을 충전 해놓으라고 말을 했는데.......
- 아빠
- 집 전화번호도 알려줬어. 자기들이 급하면 알아서 연락하겠지.
- 아들
-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아, 진짜! 이거 또 놓고 갔지!
- 엄마
- 요즘 누가 집 전화를 써요? 우리 집에서도 김 차장님 말고는 아무도 안 써요.
- 아빠
- 그래도 집에는 집 전화가 있어야지.
- 엄마
- 김 차장님 하나 때문에 집 전화 해지도 못하고 돈만 나가고.
- 아들
- 그래, 아무도 말 안한다 이거지? (휴대폰을 뒤져본다.) 오, ‘열심 공무원 학원 78번 공시생님, 이번 모의고사 결과를 보내드립니다.......’
- 딸
- 야! 그거 빨리 줘!
- 아들
- 그러게 누가 맨날 휴대폰 변기 위에 두고 가래? 이래놓고 물이라도 튀기면 나한테 지랄할거면서. ‘78번님의 성적은......’
- 엄마
- 공시생한테 무슨 말 버릇이 그래!
- 딸
- 김 차장님, 이것 좀 봐!
- 아빠
-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됐어, 나 이제 나가.
- 아들
- 김 차장님, 나 용돈 좀, 오늘 모의고사 보고나서 친구들이랑 놀기로 했어.
- 아빠
- 얼마 주면 돼?
- 엄마
- 김 차장님, 주지 마요.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읽는다.) ‘고3 수험생 어머님들께 알려 드립니다. 곧 고3학부모님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상담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고3 들었어? 오늘 이야기 좀 하자.
- 아빠
- 고3, 들었지? 용돈은 엄마한테 맡겨놓을 거니깐 갔다 와서 달라고 해. (엄마에게 돈을 건넨다.)
- 아들
- 김 차장님.......
- 딸
- 김 차장님, 같이 가. 나 갈 때 학원에 내려다줘.
- 아들
- 나도, 지금 갈래. 어차피 공시생 학원에서 좀만 걸어가면 되니깐.
- 엄마
- 공시생, 도시락 챙겼어?
- 딸
- 응응.
- 엄마
- 고3, 오늘 시험 잘 보고 오고.
- 아들
- 알았어.
- 엄마
- 김 차장님 오늘은 늦게 오지 말아요.
- 아빠
- 알았어, 갔다 올게. (엄마를 제외한 가족 퇴장.)
엄마, 시끄러워지는 말소리에 깬다.
아들, 자리를 피하려 한다.
엄마, TV를 완전히 끄고 잠깐 멍하니 서있다.
뭔가 잊어버린 것을 다시 기억해내려는 모습.
딸, 엄마에게서 몸을 등지기 시작한다.
딸의 등은 엄마에 대한 딸의 감정을 보여준다.
딸, 엄마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방에서 나간다.
아빠, 들어온다. 넥타이나 셔츠, 머리가 약간씩 헝클어져 있다.
암전
새벽과 아침 사이에서 아침에 더 가까운 시간
아침, 4명의 등장인물이 한 명씩 등장해서 각자
아침에 할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엄마, 홀로 방안 바닥에 앉아서 쉬려하지만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안절부절 한다.
암전
- 호들갑 작가소개
- 작은 조약돌처럼 둥글며 힘없는 사람들의 힘이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 작은 즐거움을 드리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