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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직원, 관객, 사람들
극장 로비. 닫힌 극장 문 앞에 직원 한 명이 서 있고, 그 앞에서 표를 손에 든 관객이 서성거리고 있다. 직원, 처음에는 관객을 보지 못하다가 그를 발견한다. 직원은 점점 더 관객이 신경 쓰이는 듯 그의 눈치를 보고, 결국 관객에게 말을 건다.
- 직원
- 공연 보러 온 분이십니까?
- 관객
- 네. 맞습니다.
- 직원
- 죄송합니다. 지금 공연 후반부여서 입장하시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 관객
- 괜찮습니다. 이미 본 공연이거든요.
- 직원
- 그럼 들고 계신 표는 오늘 공연 표가...
- 관객
- 아, 이거요. 신경 쓰지 마세요.
- 직원
- 제가 혹시 도와드릴 것이 있으십니까?
- 관객
- 어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 직원
- (무전기에 대고) 여기 관객 한 분 계신데 늦은 입장 가능...
- 관객
- (직원을 말리며) 아뇨아뇨. 그러실 필요 없어요.
- 직원
- 실례지만 어떤 목적으로 계속 여기 계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 관객
- 아니, 뭐, 목적까지야...하하, 공연이 재밌네요.
- 직원
- 공연이요? 아, 예전에도 관람하셨다고 하셨죠?
- 관객
- 아뇨. 저는 이 거 오늘 처음 보러 왔는데요.
- 관객
- 저, 그런데 여쭤볼 것이 있는데요. 여기 입구가 어디에요?
- 직원
-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기계적으로) 건물 입구 말씀이십니까?
- 관객
- 아뇨, 이 공연장 입구요.
- 직원
- 음, 공연장 입구는 바로 이 곳입니다.
- 관객
- 이상하게 공연장 입구를 찾기가 힘드네요.
- 직원
- 아, 그러셨습니까?
- 관객
- 입구를 도저히 못 찾겠어요.
- 직원
- 혹시...지금 말씀이십니까?
- 관객
- 네. 입구가 어딘지 좀 알려주세요.
- 직원
- (한숨 쉰 후) 입구는 바로 이 곳입니다, 고객님.
- 관객
- 입구랑 출구가 같아요?
- 직원
- 공연 끝나고 나오는 문 말씀이시죠? 네, 공연이 끝나면 같은 문으로 나오게 됩니다.
- 관객
- (혼잣말로) 다행이네.
- 관객
- (박수소리를 유심히 들으며) 오늘도 무사히 끝났네요. 내가 보지 않은 공연.
- 관객
- 있잖아요. 나는 맨날 공연 시간에 늦어요. 맨날 공연장 입구를 못 찾고.
- 직원
- 극장 홈페이지에 보시면 가장 빠른 교통편과 자세한 경로가...
- 관객
- 사람들 참 용감해요. 어떻게 다들 공연을 볼 생각을 하지?
- 관객
-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근데 저는요. 공연이 무서워요.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도 무섭고, 그 이야기가 끝이 나버리는 것도 무서워요.
- 관객
- 모르는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이 무섭구요. 공연이 끝나고 나면 내가 그 이야기를 안고가야하는 게 무서워요.
- 직원
- 괜찮으십니까?
- 관객
- 내 기대와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거, 그런 이야기를 보고 있는 내가 비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거, 무섭지 않으세요?
- 관객
- 공연을 보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공연을 못보겠어요.
- 직원
- 지금 못 보셨어도 괜찮아요. 다음에 다시 예매하고 제 시간에 잘 오시면...
- 관객
- 아뇨. 전 아마 다음에도 늦을 테죠. 다음에도 공연장 입구를 못찾아서 헤매구요. 저는 아마 영원히 공연을 보지 못하는 관객이 될 거예요.
- 관객
-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이제 다음 공연을 보러 가면 되거든요.
- 직원
- 다음 공연이요?
직원, 관객의 손에 있는 표를 힐끗 바라본다. 절개 부분이 뜯어져 있지 않은 것이 티가 나도록 손에 쥐어진 표.
관객,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젓는다. 그러나 여전히 극장 문앞을 떠나지 않고 서성거리는 관객. 직원, 그런 관객이 묘하게 거슬리는 듯 다시 관객의 눈치를 살핀다.
또 한 번 손사래를 치는 관객. 그러나 말과는 달리, 관객은 이제 아예 머리를 극장 문에 바짝 대고 극장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려 한다. 직원, 처음에는 눈을 내리깔고 관객을 무시하고 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무전으로 연락을 취하려 한다.
직원, 짜증을 애써 억누르고 친절한 표정과 말투를 유지한다.
잠시 정적.
다시 잠시 정적. 직원, 두려운 눈으로 관객을 바라본다.
그 때 극장 안에서 작게 들려오는 간헐적인 박수소리. 직원, 왠지 안도하는 표정이다.
관객, 직원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의심스러운 표정의 직원.
관객, 다시 문에 귀를 대고 박수소리를 들으며 자신도 손으로 박수를 쳐본다.
직원, 관객을 힐끔.
관객, 말하면서 감정이 점점 격해진다. 힘들어하는 관객. 직원, 그런 관객을 보고 놀란다.
대답대신 관객을 부축하는 직원.
울먹이며 극장 문 손잡이를 어루만지는 관객.
관객,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는 직원에게 웃어보인다.
그 때, "관객분들 나오십니다" 하는 무전기 소리. 로비 문이 벌컥 열리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안녕히 가십시오, 반복하며 반사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직원. 관객, 그 사이에 공연을 보고 나온 사람들 틈에 섞인다. 퇴장한 사람 한 명의 팔짱을 낀 관객. 방금 전 모습은 어디갔나 싶을 정도로 밝은 모습이다. 직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방금 전 대화를 나누던 관객을 찾으려 하지만 불가능하다. 관객을 포함한 사람들, '공연 괜찮네', '재밌었어' 다들 시끄럽게 수다를 떨며 빠르게 퇴장한다. 직원, 계속해서 관객을 계속 찾다가 포기한다. 사람들이 사라진 텅 빈 공간, 직원은 몸을 돌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텅 빈 공연장 안을 한동안 바라본다.
- 호들갑 작가소개
- 이 도시의 판타지를 포착하고 싶은 사람.
삶의 테마가 될 수 있는 순간들을 발견하는 것이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