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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뭔가 개구리다

김상훈
135호 2018.03.08
늦은 밤. 방학의 캠퍼스 호수.물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있다. D는 객석에 있다.B와 C 등장. B는 잠자리채를 가지고 호숫가를 이리저리 살핀다.

등장인물
B
C
D

늦은 밤. 방학의 캠퍼스 호수. 물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있다. D는 객석에 있다. B와 C 등장. B는 잠자리채를 가지고 호숫가를 이리저리 살핀다.

C
야 그냥 스피커 설치해놓은 거라니까.
B
그게 말이 되냐. 학교가 뭣하러.
C
이미지지. 이미지. 우리 학교는 청정하다 이거지. 학교 색깔도 블루잖아.
B
겨우 이미지 만들려고 스피커를 숨겨놓는다고? 그것도 도서관 옆 호수에? 개구리소리?
C
경..영 마인드?
B
학교가?
C
이상할 게 뭐 있어. 야 근데 개구리 본 사람은 있냐.
B
학생회실 올라가다가 누가 밟을 뻔 했대.
C
그래? 난 처음 듣네. 야 근데 여기 뭐가 살 수 있기는 하냐. 진짜 엄청 더럽다 이거.
B
개구리는 원래 늪지대에서도 산다고. 물고기 못 사는 데에서도 개구리는 살아.
C
개구리는 물고기 먹지 않냐?
B
개구리밥도 먹고 그렇겠지. 뭐. 플랑크톤도 있고. 몰라 나도!
C
스피커는 전기만 먹어도 되니까. (짧은 사이) 야, 혹시 로봇 개구리 아닐까?
B
너는 그냥 내 말에 동의하기가 싫은 거지?
C
사실 이 호수도 그냥 물 채워놓은 거니까. 총장 취향이지. 잠깐, 그럼 공대 키우는 게..?

D, 폴짝폴짝 뛰어나온다. 개굴개굴 하면서.

B
개구리다.
C
그래 이게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고.
D
개굴개굴
C
어! 개구리!

B와 C, 개구리를 쫓는다. 세 사람의 추격전
B가 잠자리채로 D를 잡는다.

D
개굴개굴
B
(C에게) 잡았다. 이것 봐. 개구리잖아. 영락없이.
C
이거 개구리 맞냐. 좀 이상하긴 한데.
B
우는 것 좀 봐.
D
개굴개굴
C
야 진짜 이상한데!
B
뭐가 또?
C
개구리가 정말 개굴개굴 우나?
B
진짜 졸렬하다 너.
C
아니 생각을 해보라고
D
잠깐만요!(사이. B와 C는 벙쪘다.)

D 주위를 살피다가 잠자리채를 걷고 천천히 일어난다. 인간의 직립보행 과정처럼.

B
뭐야!
C
진짜 로봇 개구린가?
D
안녕하세요. 많이 놀라셨죠. 저는 사실 개구리가 아닙니다. (C에게) 로봇도 아니고요.
B
그러면 대체...?
D
사람입니다. 개구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C
총장님 취향하고는 미묘하게 다른 발상이었네.
D
총장님께서 호수에는 아무래도 개구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2000년대부터 했으니까 10년 정도 하고 있네요.
B
말도 안 돼...
D
말이 안 될 것도 없죠. 시대가 시대다 보니. 취업난이나 실업도 심각한 문제고.
C
그쵸, 아무래도. (짧은 사이) 아르바이트면 시급은 얼마 정도 받으세요?
D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9,500원 정도 받습니다.
C
와 씨 개쩌네.
B
아니 넌 뭐가 이렇게 자연스러워?
D
놀라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저도 2년차까지는 적응이 안됐어요. 축축한 자리, 끈적한 피부, 아무래도 불쾌한 물속의 감각 같은 것들. 하지만 이젠 괜찮습니다. 4대보험도 있고.
C
여러모로 믿기지 않는 직업이긴 하네요.
B
야 믿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C
근데 개구리님. 원래 뭐하던 분이었어요. 대학은 나왔어요?
D
하하 저 이 학교 나왔습니다.
C
어이구 선배님이셨네! 무슨 과세요?
D
하하 과가 없어졌어요. 저 05학번 생물학과였습니다. 사실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고 이름이 바뀌었어요. 뭐였더라. 긴데. 글로벌바이오융합인가 뭐 그런 걸로.
C
졸업해도 개 아니면 개구리네.
B
야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개구리처럼 사는 게 아니라 개구리로 사는거라고.
D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누구나 개구리일 수 있어요. 친구도요.
B
저는 그런 거 아니에요. 이건 그런 문제도 아니고요.
D
아뇨 그런 문제입니다.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얼마나 개구리고 얼마나 사람인지. 저는 그런 고민 했었어요. 실험실에서 개구리 배를 가르면서.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짧은 사이) 개구리 뱃속이, 생각보다 비슷해요. 어, 인간이랑. (사이. D는 시계를 본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럴 수 없겠군요. 근무시간이라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는 절 쫓지 않길 바래요. 페널티가 좀 있어서...하하. 혹시 전화 오면 매우 만족 해주시고요. 그럼!

D, 폴짝폴짝 뛰어 멀리멀리 달아난다.

C
저기요~ 개구리씨~ 그거 어디서 문의하면 되나요? 저도 하고 싶은데! 같이 가요! 개굴!

C, 폴짝폴짝 뛰어 따라간다.
B, 허망하게 보고 있다.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는다.

B
여보세요. 아? 네... 네... 그... 개구리. 네, 음, 개구리죠. 아니 개구리다는 게 아니라. 어...음... 매우 만족... 아니 잠시만요...

B는 전화기를 들고 고민한다. 개구리 소리가 점점 커지고 조명 빛은 점점 꺼져간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