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별곡
성소희
137호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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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모 타워의 1층 로비. 로비는 출근 시간이 지나 한적하다.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선처럼, 안내데스크는 덩그러니 로비 한 가운데 있다.
등장인물
미연
인턴
무대
서울 종로 모 타워의 1층 로비. 로비는 출근 시간이 지나 한적하다.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선처럼, 안내데스크는 덩그러니 로비 한 가운데 있다.
데스크 안, 안내원 복장으로 서있는 미연의 뒷모습.
미연 뒤를 돌면, 눈과 입에 가득 머금고 있는 사무적인 미소.
잠시 주위를 살피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있는 힘껏 긴 하품.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미소.
맞은편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걸어 나오는 회사원복장의 인턴.
- 인턴
- 다 봤지롱.
- 미연
- 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 인턴
- 어! 새롬 씨가 아니네! 새롬 씨는 어디 갔어요?
- 미연
- 아, 퇴사 하셨습니다.
- 인턴
- 그래요? 여기 있으면 다 얼굴이 비슷비슷해 보인다니까. 이름이 (미연의 명찰을 본다) 반가워요.미연씨.
- 미연
- 네. 반갑습니다.
- 인턴
- 턱 안 아파요?
- 미연
- 네?
- 인턴
- 하품 했잖아요.
- 미연
- 죄송합니다.
- 인턴
- 뭐가 죄송해요. 내 말은 그러니까, 당당하게 하품해요. 졸린 게 죄에요?
- 미연
-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 인턴
- 저요?
- 미연
- 네.
- 인턴
- 아, 저 여기 4층 일호증권 인턴이에요. 새롬씨한테 말 안 들었어요? 저 여기 자주 놀러오는데. 할 것도 없고 그래서. 심심 하죠 여기? 할 것도 없고.
- 미연
- 아뇨, 저도 업무가 있어서.
- 인턴
- 업무? 뭐요. 뭐가 또 생겼나?
- 미연
- 전화… 받아야 하는데.
- 인턴
- 아, 전화. 그거 하루에 한 두통 오는 거, 뭐 일이라고.
- 미연
- …
- 인턴
- 멍 때리기 딱 좋죠. 아, 꼭 그 거 같네. 나 대학생 때 과제 때문에 연극 한편 봤었거든요? 제목이 …뭐시기를 기다리며? 하여튼 뭐 계속 오지도 않는 걸 기다려요. 그래서 결말이 왔었나? 안 왔었나? 기억도 안 나네. 지금 모습이 딱! 그 연극 같네. 전화를 기다리며-
- 미연
- 저 죄송하지만, 가주시겠습니까?
- 인턴
- 왜요. 심심할까봐 말동무 해 주는 건데.
- 미연
- 필요 없습니다.
- 인턴
- 웃으면서 얘기 하니까 더 무섭다.
- 미연
- 저, 지금 머릿속으로 작품 구상중입니다.
- 인턴
- 작품?
- 미연
- 저 작가거든요.
- 인턴
- 오, 그래요?
- 미연
- 네. 아까 말씀하신 연극 제목은 ‘고도를 기다리며’에요.
- 인턴
- 맞아요! 고도를 기다리며!
- 미연
- 그니까, 이제 가 주시겠습니까? 지금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해서요.
- 인턴
- 알았어요. 근데, 여기 있으면 뭐 영감이 옵니까?
- 미연
- 그럼요. 여기에 서 있으면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 인턴
- 뭐가 다양해. 다 똑같은 옷 입고 지나다니는구만. 진시황 무덤에 있는 쫄병들처럼.
- 미연
- 아닙니다. 세상엔 아주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눈앞에도 그렇고.
- 인턴
- 그런가? 하긴. 까보지 않고 모를 일이에요. 미연 씨처럼.
- 인턴
- 가 볼게요.
- 미연
- 네. 회전문 조심하시구요.
- 미연
- 잠깐만요!
- 인턴
- (뒤돌아본다) 왜요?
- 미연
- 내일도, 오지 말아주시겠습니까?
- 인턴
- 못 와요. 오늘이 계약 끝나는 날이에요.
- 미연
- 아.
- 인턴
- 뭐 또 볼지도 모르죠. 정직원 되면. 그 때 봐요. 작품 잘 쓰구요.
미연, 미소 짓는다.
인턴, 터덜터덜 걸어간다.
인턴, 퇴장한다.
막.
- 호들갑 작가소개
- 사람이 좋아 글을 쓰고 때로는 사람이 싫어 글을 씁니다
글 밖에서 사람과 헤어졌을 땐 글 안에서 사람을 만납니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