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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하지 않아요

조연희
139호 2018.05.10
창이 없는 작은 레코드 샵. 사방의 벽이 카세트테이프들로 가득 차있다. 바닥에 앉아있는 남학생과 여학생, 울보학생. 울보학생은 울고 있다. 그들의 손엔 카세트테이프 한 장이 들려있고 그 옆에 플레이어가 놓여있다.

창이 없는 작은 레코드 샵. 사방의 벽이 카세트테이프들로 가득 차있다. 바닥에 앉아있는 남학생과 여학생, 울보학생. 울보학생은 울고 있다. 그들의 손엔 카세트테이프 한 장이 들려있고 그 옆에 플레이어가 놓여있다.

(객석에서.)

남학생
야.

여학생이 울보학생을 툭 친다.

남학생
야.
여학생
(울보학생을 다시 치며) 너, 병신아.
남학생
니네 다 부른 거야.
여학생
왜.
남학생
그냥. 조용해서.
여학생
…상하이버거 먹고 싶다.
남학생
나도.
울보학생
너희는 여길 왜 따라와서….
남학생
넌 뭐가 그렇게 슬프냐.
여학생
이 새끼 무서워서 그래.
남학생
같이 있는데 뭐가.
여학생
(울보학생에게) 그만 좀 울어.
울보학생
우리 엄마 어떡하지.
여학생
어어! 금지어라고 했지 내가!
남학생
(작게) 아, 까먹고 있었는데.
울보학생
너희 부모님들은 어떡해.
여학생
(울보학생의 입을 막으며) 닥치라 했다.

여학생에게 입이 막힌 채 우는 울보학생. 여학생은 안쓰러워져 울보학생의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울보학생
죽고 싶은 건 나 하나였으니까 그렇지.

사이.

여학생
개새끼야. 서운하게 그딴 말 할래.
남학생
…니 없으면 우리는 뭐 살고 싶겠냐.

울보학생 더 북받쳐서 무릎에 고개를 묻고 운다.

남학생
(울보학생에게) 또 울어?
여학생
너, 시발. 방금꺼 좀 찡했다.
남학생
(울보학생을 보며)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냐.
울보학생
(고개를 묻은 상태로) 이젠 지옥도 괜찮을 것 같아.
여학생
(울보학생 머리를 퍽 친다) 우리가 왜 지옥을 가. 계속 재수 없는 소리 할 거면 울지 마 너.
울보학생
(고개를 들며) 아파.
남학생
또 싸운다.
여학생
배고파서 그래. 아, 내가 상하이버거 쏜다. 먹자.
남학생
(코웃음) 여기서 어떻게 먹어.
여학생
왜 못 먹어. 천국이면 맥도날드는 당연히 있어야지.
남학생
없으면?
여학생
그럼 거기가 지옥인 거고.
남학생
(작게 웃은 뒤) 콜라도 사주냐?
여학생
안 돼. 물이랑 먹어.
남학생
치사하네.
여학생
행복의 나라로 먹고 싶어?
남학생
(웃는다)
여학생
(주위를 둘러보며) 근데 여기 그래도 좀 근사한 것 같다.
남학생
(작게 웃은 뒤) 야. 뭐가 근사해. 존나 처절하지.
여학생
맞네. 이제 나가자. 이러고 있지 말고, 맥도날드든 어디든 가자.
울보학생
우리… (남학생과 여학생의 손을 잡으며) 정말 끝까지 같이 가겠지?
남학생
될 거야. 우리 셋 다 비등비등하게 살았는데 누군 지옥, 누군 천국이면. 그건 존나 불공평한 거 아니냐.
여학생
니네 테이프 봐봐. 같은 거 맞아?
남학생
어
여학생
틀자.
울보학생
(남학생, 여학생의 손을 풀어주며) 응.
남학생
우리.
여학생
응?
남학생
썩 괜찮게 살았어. 그거면 된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울보학생과 여학생. 남학생이 플레이어 첫 번째 데크에 자신의 카세트테이프를 넣은 뒤 아이들 손에 있는 카세트테이프를 가져와 직접 나머지 데크에 하나씩 테이프를 넣는다.

남학생
(재생버튼에 손을 대고) 튼다?
여학생
응.

남학생이 누르려는 하는 순간. 감정이 북받친 듯 울보학생이 소리 내며 울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운다.

울보학생
나…. 진짜 힘들었어.

모두 말이 없어진다. 울고 있는 울보학생과 착잡한 표정의 나머지 둘. 짧은 침묵이 흐른다.

여학생
넌 콜라도 마셔, 개새끼야.

여학생이 재생버튼을 달칵 누른다. 이들의 레퀴엠(Sound providers ? That’s it)이 흐른다. 셋은 표정과 어울리지 않게 비트에 맞춰 나란히 고개로 리듬을 탄다. 조명 완전 아웃되면 이들의 레퀴엠도 서서히 사라진다. 그리고 무대에 햄버거를 먹으며 브이를 하고 있는 셋의 사진이 뜬다.

호들갑 작가소개
이제야 쓰고 보여주는 일이 즐거워졌어요.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