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검색영역

너라는 콘텐츠

고지수
140호 2018.05.24
사람들의 말소리, 배경음악 등 소음으로 가득 찬 카페 안이다.대화가 시작되면 소음은 서서히 잦아든다.
 

등장인물
나 (여, 30대)
너 (여, 30대)

때
현대

장소
카페 안

사람들의 말소리, 배경음악 등 소음으로 가득 찬 카페 안이다.
대화가 시작되면 소음은 서서히 잦아든다.
하지만 대화의 공백마다 소음은 다시 등장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만든다.
그 소음은 카페의 시끄러운 배경소리이어도 되고, 전혀 다른 것이어도 된다.
미묘한 불협화음으로 날카롭게 현을 긁는 바이올린 소리라든가 등등.

나와 너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앉아 있다.
간간이 앞에 놓인 자신의 커피를 홀짝인다.

나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너
못 지낼 이유가 뭐 어디 있겠어.
나
괜찮았다는 소리로 들리네. 다행이다.
너
웃긴 게, 또 어떻게든 살아지더라고.
나
뭐, 다들 그렇지.
너
너도 그랬어?
나
나?

너, 고개를 끄덕인다.

나
(약간 당황해하며) 당연하지. 나라고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깐…
너
그렇구나. 너는 좀 다를 줄 알았지.
나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얘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사이

 
근데, 그동안 어떻게 산거야? 어디 있었어?
너
나, 네가 낸 책 봤다?
나
진짜? 쑥스럽다.
너
보고나서 슬프고, 속상하고, 화가 났어.
나
내용이 어둡다보니 그런 소릴 좀 듣더라. 그건 그렇고…
너
(말을 자르며) 아니아니, 그 말이 아니야.
나
응?
너
나 강연도 갔어. 교보문고에서 했던 거. 그때 맨 뒷줄에 앉아있었어. 너, 말 잘하더라. 진짜 깜짝 놀랐잖아.
나
강연까지? 왔으면 말을 하지 왜 그냥 갔어.
너
콘텐츠, 콘텐츠, 콘텐츠… 다 콘텐츠 얘기였어.
나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이었잖아.
너
마지막에 어떤 여자가 했던 질문, 생각나?
나
음, 뭐였지? 요새 강연을 하도 많이 했더니 막 헷갈려.
너
그럴 줄 알았어. 너한텐 좀 시시한 질문이었지?
나
시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런 질문 많이 받으니깐…
너
(또 말을 자르며) 콘텐츠의 소재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이랬잖아.
나
그랬나?
너
(조금 달라진 눈빛) 그때 네가 했던 말 생각나?
나
뭐, 대충? 자주 받는 질문이거든 그런 질문은.
너
제 삶 자체가 다 콘텐츠에요. 이렇게 대답했잖아. (가벼운 웃음) …이게 말이 돼?
나
아냐, 맞아. 알고 보면 사실 삶 자체가 다 콘텐츠인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사이

 
물론 상상도 있겠지.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자기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해서…
너
자기 삶?
나
응, 자기 삶.
너
자기 삶? 남의 삶이 아니고?
나
내가 경험한 삶, 내가 알고 있는 삶, 내 세계를 둘러싼 삶, 모두 다 자기 삶에 포함되는 거지.
너
아. 남의 삶을 뭉개서 콘텐츠만 빼오면 그게 자기 삶이 되는 거구나. …졸라 이기적이네.
나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건 네가 아니야. 오해하지 마.

나,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챙긴다.

너
(나의 손을 막으며) 맞잖아.
나
아니야. 너랑 상황이 다르다고.
너
달라?
나
너 그거 때문에 만나자고 한 거니? 내 소설을 네 이야기로 오해한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그거 너 아니야.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런 건 뻔한 소재 중 하나라고.
너
뻔한 소재? 그래서 그렇게 자세히 물었니? 너 나한테 많이 물어봤잖아. 수술 직전에 기분은 어때? 의사는 뭐라고 하면서 수술해? 간호사들 눈빛은 어때? 병원 분위기나 인테리어는? 거기 있는 다른 사람들은 뭐 하고 있어? 그런 걸 하는 병원은 또 어떻게 알아냈어?
나
네가 하도 힘들어하니깐 위로해준 거였어. 아니, 낙태하는 내용을 쓰면 그게 다 너니?
너
그럼 그 묘사된 장면들은 다 뭔데? 왜 다 내가 해준 이야기랑 일치해? 그깟 글에나 쓰려고 그동안 니네 집에서 재워주고 위로해주고 그런 거니?
나
야, 영화 봐봐. 그런 건 수없이도 등장한다니까. 너 그럼 그런 거 만든 사람들한테 다 일일이 쫓아가서 따지지 그래? 그만큼 그런 내용의 콘텐츠가 널리고 널렸다는…
너
나한텐 콘텐츠가 아니라고. 이 시발 년아.

카페의 소음이 조금씩 커진다.

다양한 소리들이 섞여 있어 듣기에 시끄럽다.

호들갑 작가소개
제 이름은 고지수입니다. 별명은 Gorgeous입니다. 별명처럼 살고 싶습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