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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신영은
144호 2018.07.19
리프트다. 멈춰있다. 주변은 어둡다. 리프트에 앉아있는 네 사람만 보인다. 34세의 회사원, 18세의 학생, 77세의 노인, 51세의 중년, 네 명의 남자다.자리가 좁은 거 같다. 정면을 응시한 그들의 표정에 생기가 없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정면만을 응시한다.

리프트다. 멈춰있다. 주변은 어둡다. 리프트에 앉아있는 네 사람만 보인다.
34세의 회사원, 18세의 학생, 77세의 노인, 51세의 중년, 네 명의 남자다.
자리가 좁은 거 같다. 정면을 응시한 그들의 표정에 생기가 없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정면만을 응시한다.

잠시.

중년남
(핸드폰이 울린다.) 아, 사장님! 항상 감사합니다. 물건 어떠세요?....어? 그래요?...잠시만요.(힘겹게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서 뒤적거리며 통화 계속) 그게 맞게 들어갔을텐데? ...아니 그건 사장님 께서...네...죄송합니다.(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통화) 네, 아닙니다. 제가 확인을...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보내드려야지요. 네?...아...가격을...네. 마땅히 그래야지요. 저희 쪽에서 실수니까요. 네...네.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네? 아...지금은 제가 움직일 수가 없어서요. 네. 죄송합니다. 네. 네. (전화를 끊는다. 지쳤다.)
학생
(무표정) 참 수고하시네요. 존경스러워요.
중년남
네? 아하하하. 고마워요. (이제 그는 그 좁은 공간에서 서류를 보고, 핸드폰을 확인하고 바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모두들.

학생
이 아저씨는 저쪽에 가셔야하는 게 아닌가?
회사원
그러게. 왜 여기 계시지?
노인
(옆에서 일에 바쁜 중년남을 툭툭 친다.) 이봐, 자네는 잘못 온 거 아닌가?

세 사람 모두 중년남에게 집중.

중년남
아니예요. 저도 멈췄어요. 매번 여기예요.

세 사람 모두 고개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잠시 후 알겠다는 듯 끄덕,끄덕.

노인
그러는 학생은 왜 여기야. 한창 팔팔할 때구만.
학생
팔팔하지 않아요. 그래본 적 없고요.
회사원
원래 젊을 때는 젊은 걸 모르는 법이잖아요. 어르신.
노인
자네도 젊어! 여기 있으면 안되지.
학생
안되는 건가요? 멈춰 있으면 안되는 건가요?

이 질문에 다들 멈짓 한다. 잠시.

학생
너무 할 게 많아서요. 학교에, 친구들하고 어울려야하고, 학원도 가야하고, 공부도하고, 운동도하 고, 봉사활동도 하고, 피아노도 쳐야하고...할 게 너무 많아서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안해요. 아무것도. 그리고 해봤자 뭐가 크게 달라질 거 같지도 않고요.
회사원
저는 몸이 안 움직여요. 머리에는 할 게...아니, 하고 싶은 게 넘치는데 몸이 안 움직서요. 저는 그 림 그리고 싶었거든요. 근데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요. 그림이라고는 회의할 때 서류 귀퉁이에 그 리는 그림이 전부예요. 그러다 과장님한테 걸리면 욕을 먹죠. 그러면 또 저는 머릿속으로 흰 종이 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러면 또 다음날이예요.
노인
그러면 회사를 관둬. 대기업이면 벌어놓은 돈도 있을 거 아니야. 젊은 사람이 도전을 해야지. 회사원; 저도 알죠... 근데요...이 나이에 대기업을 빼면 저한테 뭐가 남을까요?

이 질문에 다들 멈짓한다. 잠시.

노인
나야...할망구도 죽고, 자식들도 바쁘고, 혼자 집이나 지키고 있으니 멈춘 게 아니라, 이미 묻힌 걸지도 모르지.

다들 침묵. 길다.

학생
(문득 주변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저 근데...이거 정말 멈춘 거 맞아요?

그들만 비추던 조명이 점차 넓어져 주변을 비춘다. 다들 천천히 고개를 들려 주변을 둘려본다. 밑을 보기도. 뭔가를 발견하고 표정이 달라진다. 놀라움이기도 하고 안도이기도 하고, 미소이기도 하고...리프트는 천천히지만,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어쩐지 모두의 표정이 점차 환해지는 듯 하다. 더욱 더.

호들갑 작가소개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는 순간과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가 너무 신경이 쓰여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 극작가가 된다’는 글귀를 아끼며, 그런 순간과 대화가 신경 쓰여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사소하고, 작고, 흔하고, 반복되는 것들을 좋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