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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RY

정영진
146호 2018.08.23
짙은 회색빛의 로봇공장.최초의 보급형 로봇제조공장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완전자동화가 이루어진 메인공장과 달리 이곳은 첨단과는 거리가 멀다.

등장인물
김씨: 50세 공장노동자
박씨: 55세 공장노동자
최군: 26세 공장노동자

짙은 회색빛의 로봇공장.
최초의 보급형 로봇제조공장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완전자동화가 이루어진 메인공장과 달리 이곳은
첨단과는 거리가 멀다.
컨베이어벨트는 우습게도 장난감 기차 레일이며 장난감 기차가 무대 중앙을 감싸고돈다.
주기적으로 들리는 기적소리에 맞춰 무대 뒤편에서 뿌연 연기가 흘러나오고 뒤쪽엔 큼지막하게
‘이 연기는 인체에 무해합니다.’ 라고 쓰여 있다. 벨트 사이사이로 플라스틱 의자가 놓여있고
박씨와 최군이 앉아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하며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김 씨가 들어온다.

김
아이고... 한 겨울에 무슨 비가 이렇게 쏟아져...
박
비가 와?
김
누가 위에서 퍼 붓는 거 같어
박
아까 올 땐 구름하나 없더니만...
김
몸은 좀 어뗘? 괜찮아진겨?
박
약 먹고 나서 좀 나아.
김
며칠 더 쉬지... 일찍 나온 겨?
박
글쎄... 지금 몇 시야?
김
두 어 바퀴 더 돌믄 저녁 먹을 시간이여
박
그럼 나는 한 4시간 남았네
김
나온 지 꽤 되었구만. 그럼 혹시 나올 때 이 씨 못 봤어?
박
못 봤는데
김
그려? 통 소식이 없네... 뭔 일 있는 건 아니것제?
박
쓸데없는 소리 말어
최
저기 아저씨 조용히 좀 해주세요
김
내가 뭘...

그때 기적소리가 울린다. 최군과 김 씨는 마스크를 쓴다.
박 씨 무심하다.
기적소리가 끝난 후 방송멘트와 함께 연기가 흘러나온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안전한 일터! 함께 만드는 웰빙 팩토리!
산업재해 예방은 가족사랑의 첫 걸음입니다.
작은 방심이 사고를 불러오는 만큼 안전수칙 준수! 우리 모두 함께해요!

김
미친놈들...무해하다면서 마스크는 왜 쓰래 (박씨에게 마스크를 건네며) 아 동참 혀
박
(마지못해 마스크를 차며) 귀찮어. 갈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뭘
김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는 거 아녀. 환갑도 안 된 양반이 가긴 어딜 간다그려
박
집말이야 집. 하늘나라 말고
김
난 또 ... (사이) 그나저나 이 씨야말로 가버린 거 아닌가 걱정이여 나는
박
또 쓸데없는 소리 ..
김
아니 그렇잖여 아프다고 몇 마디 했더니만 대뜸 시커먼 놈들이 데려가 가지고는 몇날며칠 소식도 없구
박
휴가라고 하잖어
김
그 놈들 말을 믿어? 아 쉬는 날도 할 일없다고 나오던 양반이 갑자기 어딜 간다는 거여
최
아저씨
김
아 그려 그려 나만 오지랖이여 나만 의심이 많아가지고 저 놈들이 이 씨가 저 연기먹고 회까닥한거를
박
어허 거참 그만 하라니까! 아픈거면, 그래 아파서 하늘나라 간 거면 어떻게 할 건데?
김
이 양반 서운하게 말 잘 허네. 다음은 박 씨가 될 수도 있는 거여 속편한 소리하구 있어 아주
박
그래 나는 속 편하게 있을테니까 조용히 좀 해! 
최
이씨 아저씨... 로봇 아니에요 ?

순간 정적이 흐른다. 컨베이어 벨트마저 멈춘 듯 하다.

김
뭔 소리 하는거여 지금?
박
무슨 소리야 그게
최
얼마 전에 휴머노이드들 전부 리콜 했잖아요.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김
휴머노이드? 그게 뭐여?
최
우리가 만들고 있는거요. 사람처럼 생긴 로봇. 지금 이런 일 대신하는...
박
여태 자기가 뭐 만드는 지도 몰랐어?
김
나야 완성품을 본적이 있어야지...
박
무튼 너는 무슨 소리야 ? 이 씨가 로봇이라는 게
최
어디였더라...어느 공장에서 로봇 폭발한 거 아시죠?
박
뭐 얼핏 들은 거 같기는 한데
최
그거... 원인이 저 연기 때문이래요. 이유는 아직 모르는데 ... 로봇의 호흡기에 저 연기가 닿으면 시스템이 꺼졌다가 쾅.. 하고 폭발한다는데요 ...
김
이 씨가 터졌다는 거여?
박
아니.. 그래서 넌 이 씨가 로봇이라 잡혀갔다고 얘기 하는 거야?
최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잡혀간게 아니라 회수 된 거고 안 그럼 갑자기 어디로 사라지셨는지 납득이 안 되잖아요.
박
우스운 얘기네. 난 이 씨가 로봇이라는 게 더 납득이 안 되는데
김
그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렇지. 너 국산이 50년 가는 거 봤냐?
최
이 씨 아저씨가 쉰 이셨어요?
김
그려
최
어떻게 증명하는데요?
김
내가 직접 들었어
최
로봇들 자기 취향, 성격 ,과거까지 다 설정되서 나와요. 감쪽같다구요.
박
알겠어. 다 좋고 알겠는데. 이 씨는 사람이야. 우리가 같이 느낀 게 있잖아. 네가 말하는 대로면 그럼 너도 어제 안 나왔는데 로봇이라서 시스템이 꺼진 거였어?
김
맞어 우리가 사람이다 로봇이다 그거를 몰러 어떻게
최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어떻게 모르냐구요? 그럼 어떻게 알아요? 요즘은 로봇도 스위치 끄기 전까지는 자기가 로봇인거 모르는 세상이에요. 완벽하게 섞여있다니까요 우리들 속에 그럼 개중에 하나가 그냥 이렇게 있다가 자기가 로봇인거 아니 폭탄인거 모르고 있다가! 터지면? 여기서 터지면 어떻게 하실건데요? 아저씨들이 책임지실거에요?
김
아이고 무서운 소리하네 정말 내가 미안혀 그려 이씨 휴가갔어 휴가!

그때 다시 기적소리가 울린다.

최
(마스크를 쓰며) 이딴 마스크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진짜는 우리 중에 숨어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로봇이라구요. 그게 내 자신일수도 있는 거고

셋 마스크를 쓴다.

박
(마스크를 다시 벗으며) 폭탄...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게 마스크가 아니라 폭발물 탐지기겠구나
김
뭐여 왜 그려 또 무슨 소리할라 그려
박
증명해봐 다들
최
뭘요?
박
우리 중에 폭탄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라며 터질지도 모른다며
최
네 그런데요.
박
너도 폭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보라구 폭탄이면 연기 먹구 시스템인가 뭔가가 꺼지겠지
김
아유 정말 왜들 그려 진짜!! 이게 뭔 연기인줄 알고 먹겠다는거여!!
최
그래요. 어디 해봐요. 말 그대로 인체에는 무해하고 로봇에는 유해한 연기니까

최씨 마스크를 벗는다.

김
다들 왜 그려 진짜! 이 씨처럼 되고 싶은 거여?!
박
잔말 말고 얼른 와. 김 씨야말로 이 씨처럼 잡혀가고 싶어?!
최
자신 없어요? 혼자만 뭐 알고 있는 거 아니죠?
김
아녀 왜들 그려 진짜...

김씨 마지못해 마스크를 벗는다.
세 사람 연기가 나오는 벽을 향해 나란히 선다.
방송멘트와 함께 많은 양의 연기가 나온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안전한 일터! 함께 만드는 웰빙 팩토리!
산업재해 예방은 가족사랑의 첫 걸음입니다.
작은 방심이 사고를 불러오는 만큼 안전수칙 준수! 우리 모두 함께해요!

세 사람의 기침소리가 조금씩 커지다 끝내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세 사람 기침을 한다. 미친 듯이.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