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검색영역

아메리카

고유빈
147호 2018.09.06
병실 안, 침대는 나란히 두 개가 놓여져 있다. 침대 사이에 창식과 아성이 고민이 있는 듯 서성거린다.

등장인물
신창식(30대 초반의 대학원생)
고아성(30대 초반의 대학원생)
의사
창식어머니, 창식아버지(목소리로만 출연)

병실 안, 침대는 나란히 두 개가 놓여져 있다. 침대 사이에 창식과 아성이 고민이 있는 듯 서성거린다.

창식
꼭 해야 해?
아성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이 뱃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면 어떡해. 설령 여자애라고 하더라도 해야 해. 난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창식
꼭?
아성
나 입덧이 너무 심해. 미국 사람들 몸에서 나는 치즈 냄새 역겨워. 토할 것 같다고 지금도... (허공에 있는 가상의 병실 문을 가르키며) 저 밖에만 나가면 쥐새끼들이 들끓는 치즈나라에 온 것 같다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어.
창식
이 수술 발명은 됐지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나 임신해본 적 한 번도 없단 말이야!
아성
그럼 나는 있다는 소리니?
창식
아니 그건 아니지만... 너는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었을 거 아니야...
아성
허...

이때, 의사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고 곧 창식과 아성의 병실로 들어온다.

의사
(잔뜩 구슬린 발음으로) 몸 상태는 어떤가요? 하하, 좋으시겠죠, 뭐 영양제만 맞고 계신데요. 결정은 언제쯤 마무리 될까요?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걱정은 하지 마세요. 이 수술이라면 제가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전문가 못지않은 솜씨로 수술할 수 있으니까요. 그냥 뱃속에 있는 아이를 (아성의 배를 가리키며) 이쪽에서 (창식의 배를 가리키며) 저쪽으로. 어때요? 참 간단하죠?
아성
yes! good! 저는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하고 싶은데 (이때 의사가 아성 쪽으로 다가가자 아성 순간적으로 코를 막으며 소리 지른다) 악! 저리가 이 쥐새끼야! 어머... 죄송해요 제가 입덧이 좀 심해서.
의사
아! 괜찮아요...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했는데요 뭐. 근데 왜 기분이 나쁘지... 어쨌든! 창식씨, 현명하고 신속한 판단 부탁드릴게요.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자랑스러운 거죠! 생각해 보세요~ 아내를 위해 임신을 한 남성~ 아름답죠?

의사, 나간다.

창식
어우, 저 의사새끼부터가 믿음이 안가.
아성
나는 완전 믿음이 가던데? 이 분야 전문가라잖아.
창식
(아성을 째려본다) 내 애 미국인 만들자고 내가 이 지랄까지 해야 되냐...
아성
(단호하게)응.
창식
나 학교는 어쩌고?
아성
방학이잖아. 누가 모를 줄 알고.
창식
아우, 싫어 나 안하면 안 돼? 자기야... 제발...
아성
안 돼, 해야 해. 애 국적이 미국이면 갈 수 있는 유치원부터가 달라져. 유치원이 달라지면 갈 수 있는 초중고가 달라지고 그럼 애 대학 간판이 달라지는 거야. 알아? 그리고 남자애면, 남들 군대에서 2년 띨빵해져서 돌아올 시간에 우리 애는 대기업에 취직하고도 남는다고.
창식
전에 통일 될 수도 있잖아.
아성
(창식을 보며 한숨 쉰다)

전화벨 울린다. 창식의 핸드폰이다. 창식은 액정을 확인하더니 아성에게 넘긴다. 둘 서로 안 받으려고 하다가 결국 아성이 받는다.

아성
네~ 어머니~ 안녕하시죠?
어머니
그래. 이게 무슨 소리냐? 애비가 임신을 한다니?
아성
아... 어머니 그게 아니라요 제가... 창식이 바꿔드릴게요.
창식
어 엄마. 왜?
어머님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임신을 하다니?
창식
아, 엄마 그게 아니라 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얘기하는 거야.(아성 창식을 노려본.)
어머님
세상에... 너 미쳤니? 어머나 세상에... 미친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창식
어떻게 키우긴,, 맨날 뭐 이모임 저 모임 요 모임 간다고 가사아줌마한테 맡겨가며 키웠지.
어머님
시끄러. 아무튼 절대 안 돼. 세상에 남자애가 어떻게 임신을 한다니?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틀림없어. 내가 너 산후조리 해주려고 낳은 줄 알아? 임신은 여자나 하는 거야
창식
알았어. 나도 하기 싫어 엄마. 아성이 바꿔줄게.
아성
네~ 어머니~
어머님
네 입덧이 그렇게 특별하니? 너는 왜 항상 애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니! 그리고 임신이 얼마나 명예로운 일인지 모르니? 나는 얘 네 애비 낳고 며칠 밤을 울었다. 애가 너무 예뻐서.
아성
아 어머니 그런 게 아니라요...
어머님
어쨌든 나는 절대 싫다! (수화기 너머로) 아,,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당신이 무슨 참견이에요? 놓으라니까! 어머? 이 양반이 진짜.
아버님
나다.
아성
네~ 아버님~
아버님
수술해라. 뭐니뭐니해도 미국국적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는 뭘 하든 할 거 아니냐? 창식이 좀 바꿔봐라. (전화 바꾼다) 애비다.
창식
왜요?
아버님
너 수술해라. 자식이 서울대도 못 갔으면 좀 뭐라도 해야 될 거 아니냐? 언제까지 대학원만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거릴 거냐? 자식이라도 잘 키워서 좋은 대학이라도 보내야 할 거 아니야? 미국 애는 옹알이부터가 다르다. 그렇게 알고, 나는 끊는다. 수술 안 하면 평생 내 통장에서 1원도 쓸 생각하지 말고.

전화 종료음 들린다. 의사 들어온다.

아버님
수술해라. 뭐니뭐니해도 미국국적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는 뭘 하든 할 거 아니냐? 창식이 좀 바꿔봐라. (전화 바꾼다) 애비다.
창식
왜요?
아버님
너 수술해라. 자식이 서울대도 못 갔으면 좀 뭐라도 해야 될 거 아니냐? 언제까지 대학원만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거릴 거냐? 자식이라도 잘 키워서 좋은 대학이라도 보내야 할 거 아니야? 미국 애는 옹알이부터가 다르다. 그렇게 알고, 나는 끊는다. 수술 안 하면 평생 내 통장에서 1원도 쓸 생각하지 말고.

전화 종료음 들린다. 의사 들어온다.

의사
결정은 하셨나요?
아성
네! 바로 수술해주세요.
창식
(창식 절망한다)

의사 퇴장하고, 아성과 창식 병실 침대에 눕는다. 무대 암전된다.

호들갑 작가소개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전 별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