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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제일

박윤혜
150호 2018.10.25
동아리방. 에어컨에서 물이 똑- 똑- 떨어지고 있다. 유진은 에어컨에서 나온 물을 닦고 있고, 진수는 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실외기를 살핀다.

동아리방.

에어컨에서 물이 똑- 똑- 떨어지고 있다.

유진은 에어컨에서 나온 물을 닦고 있고, 진수는 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실외기를 살핀다.

진수
지금은 어때?
유진
아직 그대로에요.
진수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겠는데.
유진
그냥, 물기만 닦으면 되지 않아요? 시설과에 말해도 되고...
진수
이미 말했지. 근데 시설과에서 이번 학기는 예산이 더 이상 없어서 불편해도 그냥 물기 닦아서 쓰라더라. 이제 여름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유진
아.
진수
잠깐만. 한 번만 더 볼게.
진수는 다시 실외기를 살핀다. 유진은 물끄러미 물이 새는 에어컨을 바라보고 있다.
진수
지금은 어때?
유진
그대로에요.
진수
아, 진짜 모르겠네.

진수가 창문에서 몸을 빼고 에어컨 옆에 주저앉는다. 에어컨에서 물이 계속 떨어진다.

진수와 유진은 한동안 떨어지는 물방울을 본다. 물방울은 모여 작은 물웅덩이가 되어간다.

유진
선배.
진수
응?
유진
여기서 물이 계속 새면, 콘센트 쪽도 지나가겠죠.
진수
그렇지.
유진
근데 저 콘센트, 다른 콘센트보다 높게 되어 있는 거 알아요?
진수
어, 그래?
유진
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더 높아요.
진수
(콘센트를 보고) 그렇네.
유진
그래서 높게 만든 걸까요?
진수
응?
유진
에어컨에서 물이 새니까. 애초에 샐 걸 알아서 높은 콘센트를 가져다 놓은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진수
에이, 그럴 리가. 그리고 콘센트가 높아도, 전선은 물에 닿지 않을까?
유진
전선은 절연 처리가 되어 있잖아요.
진수
그게 그렇게나 완전무결한가?
유진
네?
진수
물이 강할까, 저 전선이 방수하는 능력이 강할까 하면 나는 물 쪽인 것 같아서.
유진
그런가요.
진수
어쩌면 우리는 물에 잠겨 죽던가, 감전되어 죽을지도 모르겠네.
유진
...겨우 에어컨에서 샌 물로요?
진수
아, 불이 날수도. 전기가 파바박 해서.
유진
아, 그건 좀 그럴듯하네요.
진수
어느 쪽이든, 싫다.
유진
왜요?
진수
아플 거잖아.
유진
그야 그렇죠.
진수
난 아프지 않게 죽는 게 꿈이거든.
유진
그것 참 대단한 꿈이네요.
진수
어, 그냥 무시하네. 세상에 안 아프게 죽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유진
그렇겠죠. 근데 애초에 안 아프게 죽는 방법 같은 게 있어요?
진수
음.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거지.
에어컨에서 물방울이 똑- 하고 떨어진다.
유진
그러면 온몸이 으스러져 죽겠죠.
진수
적당히 높으면 안 되지, 그러니까.
유진
그럼요?
진수
아주 높아야지. 그러면 떨어지면서 심장이 멈춘대. 떨어져서 으스러지기 전에 이미 심정지가 오는 거지. 삐- 하고.
유진
근데 그게 과연 안 아플까요?
진수
그렇지 않을까?
유진
실은 엄청 아플지도 몰라요. 죽은 사람은 우리한테 아프다, 안 아프다 알려줄 수가 없으니까 우리가 모르는 것 뿐 일수도 있잖아요.
진수
그것도 그러네.
에어컨에서 또 물이 떨어진다.
유진
일단은 우리, 살 생각을 하도록 해볼까요.
진수
아, 그래.
유진은 물웅덩이를 닦는다. 물이 있었던 흔적이 사라진다.
유진
저는 그냥, 물 정도는 새도 괜찮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에요. 뭔가 얘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간 것 같지만.
진수
아냐. 내가 헛소리를 한 거지 뭐.
유진
제가 한 번 실외기 쪽 볼게요. 선배는 여기 앉아 계세요.
진수
아, 그래.
유진은 잠시 실외기 쪽을 보다가, 실외기와 에어컨 본체의 연결 호스가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호스를 끼우자, 에어컨에서 물이 새지 않는다.
유진
(어이가 없어 진수를 바라보며)...선배 혹시 바보에요?
진수
아, 호스가 빠져 있었구나.
유진
이렇게 간단한 걸 한 시간이나 붙들고 있었다니.
진수
미안, 미안. 아, 그럼 에어컨도 해결했으니까 나갈까? 내가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게.
유진
기왕이면 비싼 걸로. 하드는 싫어요.
진수
알겠어. 최소 퍼먹는 아이스크림으로. 가자.
유진
먼저 나가세요. 짐만 챙겨서 나갈게요.
진수
그래.
진수, 나간다. 유진은 진수가 나간 자리를 보다가, 창문으로 다가간다. 유진은 잠시 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아래를 본다. 그리 높지 않다. 유진은 창문을 꼭 닫고 잠근 후 창문을 열어보려 한다. 창문은 단단히 닫혀 열리지 않는다. 유진은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