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나이테
박혜연
151호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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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면접복장을 챙겨 입은 세 남녀가 초초하게 면접을 기다린다. 이들은 목에 각각 두꺼운 목도리, 스카프 등을 두르고 있으며 여자들은 긴 머리로 목을 가리고 있다. 이 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온다. 그는 회사의 로고가 크게 박힌, 딱딱한 목 보호대로 목을 가리고 있다.
깔끔하게 면접복장을 챙겨 입은 세 남녀가 초초하게 면접을 기다린다. 이들은 목에 각각 두꺼운 목도리, 스카프 등을 두르고 있으며 여자들은 긴 머리로 목을 가리고 있다. 이 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온다. 그는 회사의 로고가 크게 박힌, 딱딱한 목 보호대로 목을 가리고 있다.
- 관계자
- 잠시 후에 면접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회사 방침에 따라 면접장에는 목도리, 스카프 등 목을 가릴 수 있는 일체의 것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동 당황애서 방어하듯 자신들의 목을 만진다.
- 면접자1
- 꼭 이걸 풀러야 하나요?
- 관계자
- 네 그렇습니다. 혹시 불가능하실 경우에는 나가주셔도 좋습니다. (면접자들은 난처해하지만, 지시를 따른다. 목을 가리던 무언가가 없어지자, 이들의 목에는 각각의 굵기와 개수가 다른 검은 줄들이 새겨져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성분들은 머리 묶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이) 그럼 준비가 다 되셨으니 들어가겠습니다.
면접장 안에는 두 명의 면접관들이 앉아있다. 이들의 목에도 관계자의 것과 동일한 것이 채워져 있다.
- 면접관2
- 반갑습니다. 앉으세요. 여러분들 뭐, 당황하셨겠지만, 해가 갈수록 면접이 참 쉽지가 않아요. 자소서에는 소설을 쓰고 있지 않나, 면접에서는 다 똑같은 거짓말만 늘어놓고... 저희는 정직한 인재들을 원합니다. 솔직하게 서로를 알아보자는 의미에서 목을 공개하기를 부탁드렸습니다.
- 면접관1
- 그럼 자기소개부터 들어보죠. 거기, 남자 분부터 시작하세요.
목에 얇은 줄이 수 없이 새겨져있는 남자가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 면접자2
- 안녕하십니까. 저는 ‘하면 된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씩씩한 청년 박선준입니다. 저는 군대에서 배운 하면 된다의 정신을 잊지 않고 항상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습....
- 면접관2
-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치고는 목에 줄이 너무 많네요. 좌절 경험이 많았나 봐요? 아님 스트레스? 실패?
- 면접관1
- 어렸을 때부터 줄이 많이 생긴 것 같은데.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죠?
- 면접자2
- 네, 저는 성실하신 아버지와 따뜻한 어머님 밑에서...
- 면접관1
- 그러기엔 목에 줄이 너무 많은데요? 그럼 교우관계가 안 좋았던 건가.? 학창시절에 왕따 같은 거 당했어요?
- 면접자2
- 어.. 그게...어... 네....
- 면접관2
- 어렸을 때부터 스트레스가 그렇게 목에 나타났나보네... 거봐요. 이게 얼마나 솔직하고 좋아요. 다음 그 옆에 계신 여자분.
목에 굵은 줄이 하나 새겨진 여자가 말을 시작하려는데, 면접관1이 이를 끊고 들어간다.
- 면접관1
- 목이 굉장히 하얗네요? 보면 어린 시절도 큰 탈 없이 지내신거 같고...
- 면접자3
- 저는 대기업을 다니시는 아버님과 선생님이셨던 어머니 밑에서..
- 면접관2
- 근데 목에 줄이 하나 있네요? 굵게? 최근에 생긴 거 같은데? 집안이 안 좋아졌어요?
- 면접자3
- 아니.. 그게...
- 면접관1
- 그럼 애인 문제에요? 남자친구?
- 면접자3
- 아.. 그건 제 사생활이라..
- 면접관2
- 아,... 남자친구...? 헤어졌어요? 바람? 아님 뭔 일이라도 쳤나?
- 면접자3
- 어.. 그게... 어... 죄송합니다. (면접자3은 황급히 뛰쳐나간다.)
- 면접관1
- 이제 두 분 남았네요. 마지막 여자분.
- 면접자1
- 안녕하십니까. 저는 윤아영입니다. 저는...
- 면접관2
- 목에 줄이 좀 있네요? 그렇게 많은 건 아닌데... 좀 긁네.... 뭐에요?
- 면접자1
- 어... 제가 어렸을 때 집안형편이 좀 안 좋았습니다. 그때...
- 면접관1
- 그래서 줄이 그렇게 굵네요? 최근에도 굵은 줄이 또 하나 생겼나본데...?
- 면접자1
- 최근에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급하게 병원비를 마련 하느랴....
- 면접관2
- (말을 자르며) 네 잘 들었습니다. 저희는 오늘 두 분 중 한 명을 뽑을 거에요. 자신의 장점, 상대방보다 자신이 이 회사에 더 어울리는 점을 어필해주시면 됩니다. 남자분부터.
- 면접자2
- 저는 결코 인생의 고난이나 상처가 적었던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이러한 위기에서 항상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으며..
- 면접관1
- 네 그럼 이제 여자분.
- 면접자1
- 저는 보시다 싶이 굵은 고난들을 마주하며 살았습니다. 대신 저에게는 얇은 줄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강인하고 작은 일에 스트레스 받지 않습니다. 저는 이 면접을 보는 그 누구보다 작은 고난 앞에 무너지지 않으며 회사의 어떤 스트레스로부터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견디고 참아낼 자신이 있습니다. 무슨 위기가 있더라도 회사일로 인해 작은 줄 하자 만들지 않겠다는 정신력으로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들 박수갈채.
- 면접관1
- 당신이 우리가 찾던 바로 그 인재입니다. 축하합니다, 합격이에요. 남자 분은 나가셔도 좋습니다,
면접자2 퇴장과 동시에 관계자 입장해 목에 두르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것을 면접자1에게 채워준다.
- 면접관2
- 조직 생활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건데.
- 면접관1
- 요즘 젊은이들은 그걸 못 참고 뻑 하면 나가버린단 말이지.
면접관들은 해방이라도 된 사람처럼 목에 두르고 있던 굵은 것을 푸르는데 그들의 목은 검은 목폴라를 입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줄이 빽빽하게 새겨져있다.
- 면접관2
- 그러게 말이야. 나 때는 이거보다 심했는데...
- 면접관1
- 우리 아영씨는 잘 참아요. 목에 줄이 생기는 거? 우린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대신 티만 내지 말아요. 그리고 잘 참아 봐요.
면접관 둘은 밖으로 나간다. 면접자1은 무엇에 홀린 듯 머리를 풀려고 한다.
- 면접관2
- (가던 길을 멈추고) 아. 머리 푸르지 말아요. 회사 마크 안보이니까. 월요일에 봅시다. (퇴장)
면접자1은 새롭게 목에 채워진 무언가를 만지며 멍하니 서있다. 어색함에 이리저리 만져보지만 도저히 푸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다시 목에서 손을 놓은 채 멍하니 서있는 모습과 함께 암전.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