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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정은총
153호 2018.12.06
문틀이 낮고 좁은 방이다. 방 한가운데 의자가 두 개 놓여있다. 조명 켜지면, 상수 쪽 의자에 준성이 앉아 있다.의자 옆에 신발이 담긴 상자가 놓여 있다. 준성, 한 손에 흰색 풍선을 들고 있다. 주경, 무대 위로 등장한다. 고개를 숙여 문 틀을 지나 하수 쪽 의자에 앉는다.

등장

준성 (40대.남)

주경 (40대.여)

때

추운 겨울 날.

곳

방

문틀이 낮고 좁은 방이다. 방 한가운데 의자가 두 개 놓여있다. 조명 켜지면, 상수 쪽 의자에 준성이 앉아 있다. 의자 옆에 신발이 담긴 상자가 놓여 있다. 준성, 한 손에 흰색 풍선을 들고 있다. 주경, 무대 위로 등장한다. 고개를 숙여 문 틀을 지나 하수 쪽 의자에 앉는다.
주경
눈 온다. 여보. (정면을 보고) 창 밖 좀 봐봐.
준성
(정면을 본다.) 그러네.
주경
쌓이는 눈이었으면 좋겠다.
준성
그게 무슨 소용이야. (사이) 지원이는?
주경
부엌에.
준성
뭐하고 있어?
주경
촛불 켜놓고 당신 기다려. (사이) 저녁 먹자. 미역국만 끓이면 돼.
준성
(사이) 안 먹어도 돼. 밥 생각 없어.
주경
거짓말 하지 말고 얼른.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준성
(사이) 방으로 가져다 줘.
주경
(사이) 이러지 마. 나가자.
주경, 준성의 손을 잡고 문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풍선이 문 틀에 걸려 준성이 걸음을 멈춘다.
준성
봐. 나갈 수 없어. (다시 의자로 돌아와 앉는다.)
주경
(의자로 돌아와 앉고) 여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응?
준성
(상자를 주경에게 건네 주며) 지원이 생일 선물. 전해줘. 축하한다고 말도 해주고.
주경, 상자를 연다. 220 사이즈의 분홍색 리본 달린 신발이다.
주경
당신이 직접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줘.
준성
지원이 얼굴을 어떻게 봐.(사이) 다 나 때문인데.
주경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랬지. 왜 당신 탓이야?그 새끼 탓이지.죄는 그 새끼가 지었잖아.
준성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우리 가정을 지켰어야 했어. 내가 그 날 학원 앞으로 데리러 만 갔어도 아니, 아프다고 학원 가기 싫다 그랬을 때 안 가도 된다고만 해 줬어도 아니, 아예 그 학원만 보내지 않았어도.
주경
여보. 그만해.
준성
지원이가 그 새끼를 따라가지 않았을 거고 그럼 지금 저렇게 방에만 있지도 않을 거고 우리 가족이 힘든 일을 겪지도 않았을 거고. 지켰어야 했는데 지키지 못 했어. 그니까 다 내 탓이야.
주경
그만하라고. 그렇게 자책만 하다 보면 끝도 없어. (사이) 여보. 당신은 지원이보다 어른이야. 인정하기 싫지만 이미 일은 일어났고 지나갔어. 근데 시간은 계속 흘러가. 지원이는 계속 자랄 거야. 앞으로도.
준성
아니야. 걘 아직 어려. 그런 어린 애를 내가 책임졌어야 했는데.
주경
(사이) (신발 보여주며) 여보. 이 사이즈 지원이한테 작아. (사이) 작년 지원이 생일 기억나? 당신이 서프라이즈 한다고 풍선 달았다가 실수로 터트렸을 때 지원이 엄청 울었잖아.
준성
응. 기억나.
주경
그 날 이후로 풍선 근처도 못 갔어. 근데 그랬던 지원이가 오늘 풍선 혼자 힘으로 불더라. 케이크 촛불도 지원이가 켰어.
오랜 정적.
준성
(정면을 보고) 창 밖 좀 봐봐. 눈이 쌓였어.
주경
(정면을 보고) 진짜네. 눈이 다 덮어버려서 무슨 새하얀 도화지 덮어놓은 거 같다. 그치?
준성
응. 그러네.
주경
(사이) (의자에서 일어난다.) 먼저 나가 있을 게.
주경, 고개를 숙여 문 턱을 지나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준성, 한참 동안 주경이 나간 자리를 바라 본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쥐고 있던 풍선을 놓는다. 풍선은 날라가 천장에 붙는다. 준성, 문 턱을 지나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막 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