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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결혼

전문영
153호 2018.12.06
신부대기실 안이다. 벽면이 하얀 조화로 장식되어있다. 뒤쪽 벽면에 전신이 다 보이는 크기의 거울이 붙어있다. 대기실 중앙에는 3~4인용의 긴 소파가 있다. 소파 옆에는 하얀색의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고 테이블 위에 부케 놓여있다.

인물

김별(34, 여)  결혼식을 앞둔 신부.

엄마(59, 여)  별의 엄마.

신부대기실 안이다. 벽면이 하얀 조화로 장식되어있다. 뒤쪽 벽면에 전신이 다 보이는 크기의 거울이 붙어있다. 대기실 중앙에는 3~4인용의 긴 소파가 있다. 소파 옆에는 하얀색의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고 테이블 위에 부케 놓여있다.
무대 밝아지면 별,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대기실 안을 서성거린다. 거울 앞에서 드레스 자락을 이리 저리 돌려가며 본다. 오른쪽에서 엄마 등장.
엄마
(소파에 앉으며) 나쁜년.
별
그런 말 할거면 나가.
엄마
지가 청첩장 보내놓고 웃기네.
별
안 돌리면 난리칠게 뻔한데 그럼.
엄마
(뒤돌아보며) 좋냐?
별
뭐가.
엄마
니 하고 싶은대로 하니까.
별
그냥 가.
엄마
나한테 말도 안하고 몇 년씩이나 속여놓고 말하는 꼬라지하고는.
별
(소파 뒤로 와 팔짱끼고 서며) 속이긴 뭘 속여? 내가 몇 살인데 애인 얘기 사생활 얘기를 시시콜콜 해야 해?
엄마
말 안하고 몇 년씩이나 친구인 척 했으니까 속인거지!
별
말하기 싫으니까 나가. 그래, 청첩장 돌린 내가 미쳤지, 무슨 좋은 꼴을 보겠다고.
엄마
얼굴에 철판 깔고 룸메이트네, 친구네 그래놓고
별
룸메이트 맞고 친구 맞잖아. 내가 뭐 거짓말 했어?
엄마
나한테 얼굴 한 번 안보인 애랑 결혼할거다 청첩장만 띡 보내는 꼴 봤으면... 인간이면 기본적인 예의라는게 있는거야!
별
그만 좀 해!!
잠시 침묵.
엄마
그래 내가 다 이해해서 결혼... 한다 쳐. 대체 언제부터였는데.
별
오래됐어.
엄마
같이 살기 전부터?
별
사귀니까 같이 살았지.
엄마
걔네 부모님은 너네 이런 사이인거 알았니?
별
몰라. 나도 잘 모르겠어.
엄마
이제 어쩔거야.
별
뭘 어째. 전이랑 달라질게 뭐 있다고? 그냥 결혼식, 식 하고 사진 찍고 그러면 끝나는 거잖아! 혼인신고를 하겠어, 뭐 어쩌겠어.
엄마
걘 뭐 회사 다닌다며, 이래도 되는거래?
별
...몰라. 알아서 잘 할거야. 힘든거 누가 몰라. 나도 그래서 굳이 결혼까지 할 필요 있냐, 몇 번이나 말했다고.
엄마
내 말이 그 말이야. 둘이 사귀는건 뭐...그렇다 쳐. 이렇게 결혼식이네 뭐네 하면서 티를 내야겠니? 조용히 살면 사람들도 신경 안 쓰고 아무도 뭐라 안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해.
별
맨날 결혼 결혼, 손주 손주 노래를 부른게 누군데.
엄마
아이고 언제부터 내 말 잘 들었다고.
별
손주는 기대 하지 마.
엄마
야 이제 니가 손주 데려오면 그게 더 기함 할 일이다.
별
걱정도 참.
다시 어색한 침묵.
엄마
언제...처음 알았냐.
별
그냥 오래됐다니까.
엄마
아니 걔랑 말고 너.... 그... 그런거.
별
그러게. 아마 대학교 가서?
엄마
신기하다.
별
신기해하지마. 뭐 별거라고.
엄마
니가 처음이라 신기한데 어떡하라고.
별
...싫어할 줄 알았지.
엄마
누가 좋대? 지금도 마음에 안 들어.
별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어.
엄마
솔직히 아직 이해는 잘 안된다.
별
막 수학 공식이나 법조문 분석하듯이 이해하는 그런거 아닐걸.
엄마
우리나라에서 이걸 바로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별
그건 우리나라가 이상한거지.
엄마
아이고 그래 니 잘났다.
별
사실 걔가 결혼 전에 엄마한테 말하자고 몇 번 꼬셨었다?
엄마
근데?
별
내가 절대 안된다고 했어.
엄마
왜.
별
무서워서.
엄마
하, 사귀고 같이 살고 다 했는데 남한테 말하는건 무서워?
별
나도 내가 뭔지 모르겠어서 그랬지.
엄마
...(잠시 생각하다) 사실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어.
별
눈치 챘었어?
엄마
아니...그냥 좀 이상하다 했지. 아무리 집세가 비싸다고 해도 그렇게 이사도 같이가고 계속 같이 붙어 사는게...
별
....좀 티났나.
엄마
너 카톡 프사도 걔랑 찍은 것만 올려두고 그랬잖아!
별
알았으면 떠보기라도 하지.
엄마
뭘 어떻게 떠봐. 니가 말했어야지.
별
.....미안해.
엄마
됐다. 뭐 결혼식 날 뭐라 하겠냐. 내가 눈치가 없었네.
별
걔 보면 뭐라 안 할거지?
엄마
걔한테 뭐라 하긴 뭘... 나 너무 나쁜 사람 만들지 마라?
별
진짜 좋은 애야. 엄청 이쁘고 똑똑하고... 목소리도 좋다?
엄마
그렇겠지. 너처럼 까탈스러운 애가 애인으로 몇 년이나 사귄 사이라는데 거의 성인군자겠지.
엄마, 소파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의 부케를 집어 든다.
엄마
(부케 만지작거리며) 걔 언제 볼 수 있니?
별
(폰 화면 켜보고) 좀 있음 리허설 할거니까 곧 볼거야.
엄마
난 사위를 얻은 것도 아니고 며느리를 얻은 것도 아니고.
별
사위 며느리 그게 중요해?
엄마
...너 잘 살면 된거지 뭐.
별
잘 살게.
엄마
그래도 고맙다.
별
뭐가?
엄마
결혼식 청첩장으로라도 커밍아웃 해준거.
별
지금 엄마가 나를 나쁜 사람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엄마
나쁜 사람 아닌 척 하지 마. 나 아직 삐졌으니까.
별
뭐야...
엄마
(별에게 부케 건네며) 오늘 온 친구들은 뭐 이미 다 알던 애들이야?
별
어. 사귀기 전부터 알던 애들도 있고 최근에 안 애들도 있고 그래.
엄마
쟤네는 다 너 이해 해주는 애들인거네? 인맥 관리는 잘 하고 살았네.
별
칭찬이야 뭐야.
엄마
칭찬해줘도 난리야.
무대 뒤에서 웨딩홀 직원의 목소리 들린다.
직원
이제 나와서 리허설 해 보셔야 해요.
별
아, 네. (거울 앞에서 머리 다듬으며) 나 안 이상하지?
엄마
이뻐.
별
갑자기 너무 떨려.
엄마
뭘 이제 와서 떨고 그래. (손 내밀며) 나가자.
별, 웃으며 엄마의 손을 잡고 거울 앞에 선다.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뒷모습. 두 사람 마주보며 서서히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