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네! 선생님~ 사.랑.하.는. 선생님!
박찬호
155호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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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방 그 어느 곳이라면 장소로서 가능하다.찬이는 누워 공책을 들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그때 아빠가 들어온다.
텅 빈 방 그 어느 곳이라면 장소로서 가능하다.
찬이는 누워 공책을 들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그때 아빠가 들어온다.
- 아빠
- 아들 뭐해?
- 찬이
- 아빠
- 봐봐.
우리 아들은 커서 뭐가 되고 싶어? - 찬이
- 음... 어른?
- 아빠
- 어른? 그건 직업이 아니잖아.
- 찬이
- 장래희망이 직업 물어본 거야?
- 아빠
- ...그러면 어떤 직업 갖고 싶어?
- 찬이
- 그럼 경비아저씨!
- 아빠
- 경비아저씨?
- 찬이
- 경비 아저씨 엄청 좋으신 분이야. 초콜릿도 자주 주시고, 친절하시고 그리..
- 아빠
- 경비? 좋지~
근데 초등학생이 그렇게 꿈이 작으면 어떡해. 꿈이 커야지. - 찬이
- 큰 꿈? 나는 작은 거야? 어떤 게 큰 거야?
- 아빠
-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고, 돈도 좀 많이 벌고, 명예롭고 뭐 그런 거?
- 찬이
- 그러면 대통령?
- 아빠
- 오! 대통령 좋지!
(사이) 음.... 너무 위험해... 하려면.... 잘해야 돼...
그리고 뽑혀도 5년 밖에 못해.
게다가 뽑히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 줄 알아? 찬이 용돈 얼마야? - 찬이
- 일주일에 만원!
- 아빠
- 많이 받네. 대통령 나가려면 얼마 정도 드는 줄 알아?
- 찬이
- 팔십만원? 아니다. 백삼십오만원?
- 아빠
- 1억도 넘게 들어.
- 찬이
- 1억? 1억이 뭐야?
- 아빠
- 음... 백만원은 0이 6개잖아? 1억은 8개야.
- 찬이
- 뭐야 별로 안 많네. 0이 2개만 더 들어가면 되는 거야?
- 아빠
- (웃으며) 그럼 나중에 찬이가 1억 벌면 아빠한테 1억 줄 거야?
- 찬이
- 나 만원만 가지고 아빠 다 줄게.
- 아빠
- 만원? 만원 가지고 뭐 할건데?
- 찬이
- 경비 아저씨 초콜릿 사줄거야. 받으면 갚아야 되는 거잖아.
- 아빠
- 와~ 우리 찬이 착하네!
- 찬이
- 당연한 거지 왜 착한거야.
아빠, 경비아저씨랑 대통령 안 되면 나 피아니스트 할래! 애들이 나 피아노 잘 친대! - 아빠
- 찬이 피아노 좋아했나? 그러면... 피아노 치는 선생님 어때?
- 찬이
- 선생님? 선생님 싫어.
- 아빠
- 왜? 선생님이 왜 싫어?
- 찬이
- 우리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 아빠
- ...그건 선생님이 너무 많은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 거야.
모두에게 신경 쓰시기 어려울 거야. 선생님도 이해해줘야지. - 찬이
- 아니야. 그냥 우리가 말만하면 화부터 내셔. 무서워.
- 아빠
- (찬이를 집중시키며) 찬이야, 네가 선생님이면 안 그러면 되잖아.
- 찬이
- ...
- 아빠
- 너희들이 세상에 꿈과 희망이야.
선생님이 되면 아이들에게 그런 걸 가르치는 거야. - 찬이
- ...
- 아빠
- 선생님이 얼마나 좋은데. 꾸준히 월급 나오지.
그리고 찬이 너 여행가는 거 좋지?
태국 갔을 때 어땠어? - 찬이
- 좋지! 너무 좋지! 또 가고 싶어!
- 아빠
- 선생님 되면 방학 때마다 여행갈 수도 있어.
- 찬이
- 진짜??
- 아빠
- 심지어 쉬는데도 월급이 나오지!
- 찬이
- 우와!
- 아빠
- 네가 진짜 나쁜 짓 하지만 않으면 짤릴 일도 없어! 얼마나 좋아! 그리고퇴근하면 좋아하는 피아노도 칠 수 있다?
- 찬이
- 와! 나 선생님 할래!
- 아빠
- 그렇지!! 선생님이 최고야. 찬이는 뭘 좀 알어. 누가 이렇게 똑똑하게 키웠을까.
- 찬이
- 엄마!
- 아빠
- (찬이를 들어올리며) 어쭈!! 아빠한테 1억 준다는 찬이 어디 갔어?
- 찬이
- (찬이를 들어올리며) 어쭈!! 아빠한테 1억 준다는 찬이 어디 갔어?
- 아빠
- 나중에 아빠 늙어서 돈 못 벌면 찬이가 아빠 먹여 살려야 된다.
- 선생님(목소리)
- 그럼 다음에는 12번 일어나서 발표 해볼까요?
선생님 말소리에 놀란 찬이, 순간 얼음이 되어 일어선다. 그리고 객석을 향해 정면으로 선다.
- 찬이
- 네! 네! 선생님~ 사랑하는 선생님~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3반 12번 김찬입니다!
저의 장래희망은 선생님입니다! 저에게는 여러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희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너무 멋있어보였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이 세상의 꿈과 희망이라고.
나중에 커서 저희 같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의 꿈은 선생님입니다. - 선생님(목소리)
- 찬이 아버님이 너무 멋있으시네요! 1학년 3반 박수 한 번 쳐줘야겠죠?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 찬이
- (쓴 웃음을 지으며) 감사합니다!
- 선생님(목소리)
- 3분단 뒤에.
찬이는 들어가려다 선생님의 말소리에 뻘쭘해한다.
- 선생님(목소리)
- 너 왜 박수 안 쳐?
찬이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에는 조심조심 들어간다.
끝
- 호들갑 작가소개
- 조금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