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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인터넷 방송 열풍이다

서정빈
156호 2019.03.28
15평 채 안 되는 좁은 방 안. 벽에는 갖은 얼룩이 묻어있다. 김치, 간장, 칼로 긁은 흔적, 콜라, 침. 침대 대신 성인 남성 한 명이 간신히 누울 매트리스 한 대가 벽장 옆에 붙어있고, 벽장은 책 한 권 없이 험하게 다뤄져 고물과 다름없다.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테이블과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패드와 ...
 등장인물

A
B

15평 채 안 되는 좁은 방 안. 벽에는 갖은 얼룩이 묻어있다. 김치, 간장, 칼로 긁은 흔적, 콜라, 침. 침대 대신 성인 남성 한 명이 간신히 누울 매트리스 한 대가 벽장 옆에 붙어있고, 벽장은 책 한 권 없이 험하게 다뤄져 고물과 다름없다.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테이블과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패드와 모니터, 방송용 마이크와 모니터에는 웹캠이 붙어있다. B씨는 헤드셋을 맨 채 노래진 나시 한 벌과 빤스인지 잠옷인지 알쏭달쏭한 체크무늬 바지를 입고, B씨는 탁상에 발을 기대고 바퀴가 잘 돌아가지 않는 사무용 의자에 앉아있다. 웹캠 화면에는 현관문부터 집 전체가 넓게 보인다.

B
어서 어서 들어오십쇼. 시청자 여러분들 오늘 방송도 유익하고 이,, 시청자를 위하는 방송! (사이) 진짜 제가 변했다. 초심 잃었다. 방송 노잼되는 거 느끼면서 깨달았습니다. 시청자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으면 망한다. 제가 저번에 락스 먹방 했을 때 조작이라고 난리 피우시던데, 조작 맞습니다. 반성하는 비제이, 휴양 한 번 뚝딱하고 온 만큼 마음 다잡았습니다 여러분. 시작부터 자세가 건방지다고요? 어쩌라고요. 아까까지 시청자 어쩌고 하더니만 아니 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아세요. 말이 많아 새끼들이, 어 별별푱푱님 달풍선 109개. (개 소리를 짖는다.) 멍멍! 감사합니다. 형님, 뭐 할까요. 자세 고치라고요? 아이고 제가 감히 다리를 쭉 펴고 방송을 합니까. 엎드려뻗쳐 새꺄! (자기 허벅지를 찰싹 때린 뒤 의자에서 황급히 내려와 엎드려 뻗친다.) 만족하십니까 행님? (격양된 어조로)

띵동- 초인종이 울린다. 밤 10시란 늦은 시간에 B는 당황한 눈치다.

B
누구세요? 또 벨튀 아닙니까, 이거.

여전히 대답이 없다. B가 엎드린 상태에서 슬금슬금 일어난다.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A가 망부석처럼 서 있다. B는 귀신이라도 본 듯 놀라 자빠진다. 방송으로 이용해 먹을 궁리다. 오버액션이 이어진다.

B
누구냐고. (삿대질하는 듯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묻잖아. 말이라도 해 보세요. 예?

정적이 흐르다가 A가 방 안으로 들어선다.

B
아니 저기요, 저기... 이거 주거칩입이야. 신고해?
A
방 꼬라지가 이게 뭐야. (주방 쪽을 가리키며) 저쪽 벽에는 짜장면이에요 뭐에요. 더러워 죽겠네.
B
아니, 갑자기 찾아와서 그게 할 말이야? 당신 뭐야.
A
알 거 없고. 이제 이런 방송 그만하고, 사람 돼서 사세요. 오늘은 무슨 비누인가, 뭔가. 먹는다면서요?
B
당신이 뭔데 이래라야? 네가 내 엄마라도 돼?
A
지옥은 분명히 있어요.
B
또 뭔 소릴 하려고. 또.
A
당신 같은 사람들이 죽고 곱게 살아가겠어요? 신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 꼴을 못 보지. 그거 먹으면 당신 죽어요. 이렇게 죽으면 당신, 무조건 지옥 가.
B
어쩌라고, 내가 지옥 가든 말든 알 바야. 아니 그 전에, 이거 너지? (서랍을 열어 편지 다발을 꺼낸다.) 관심종자, 돈독 오른 멸치, 바퀴벌레도 피하는 새끼? 이거 다 네가 보냈던 거지. 그렇지? 누가 집 주소 알아내서 이따위 편지를 보내나 싶었는데 겨우 고삐리라니. 세상이 말세다 꼬마야.
A
당신 인생이 더 말세죠.
B
그러는 당신은 내가 그렇게 싫으면서 왜 여기까지 찾아오셨어요? 성인군자야? 누구 헬렌 켈러 만들기 프로젝트라도 하냐?
A
(고개를 들고 꼿꼿이 서 있다.)
B
이거 고소감이야. 알아, 몰라. 너 집안 사정 어떤지는 몰라도 부모님 속 꽤나 곯으시겠어. 곧 있으면 이 주변에 막차 끊길 텐데 집에는 어떻게 들어가려고 그래.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좀 돌아가라. 어?
A
당신이 이딴 방송해서 애들 몇이 망가진 줄은 알아요? 우리 동생도 못된 말 배워 와가지고. 사과하세요.
B
아 예,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니까 좀 우리 집에서 나가세요. 제발.
A
진심을 담아요!
B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자꾸. 시청자 여러분들 어쩔까요. 와 잠시만, (모니터 가까이 다가간다.) 대애박. 달풍선 몇 개나 터진 거야. 시청자 여러분, (관객석을 바라보며) 어떻게 할까요? 콱 죽여? 고소합니까 그냥? 아니면 제가 폭넓은 마음으로 선처할까요.
A
이게 뭐가 재밌어. 시청자는 무슨 이 방구석 돼지 새끼들아.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B
아니, 이 고삐리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