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꼬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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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희곡은 ‘2024년 웹진 [연극in] 희곡 공개모집’ 선정작으로, 당초 2024년 10월 10일 게재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극in의 잠정 휴간으로 인해 장기간 연기되었습니다. 약속된 시점에 원고를 게재하지 못해 작가님들과 독자분들께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주심에 감사드리며 본 작품을 선보입니다.
2024년 봄, 희곡 쓰기를 하나의 몸짓으로 생각하며 구성하는 몸짓들 중 하나를 소거하는 희곡을 공개 모집했습니다. 주제와 소재는 무관하며, 엔터, 시프트, 스페이스바, 인물, 대사, 지문 등을 없이 쓰는 제안이었습니다. 당시 희곡 코너의 안내 문구를 그대로 이어갑니다.
거울을 들거나, 거울 앞에 서거나 앉는다.
혹은 휴대폰 카메라를 켜서 셀카 모드로 전환한다.
혹은 자신이 비치는 유리 앞에 선다.
혹은 자신이 비치는 노트북이나 컴퓨터, 그 외 모바일 기기를 앞에 둔다.
시선을 눈에 둔다.
눈싸움하듯이 노려본다. 비친 눈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만약 12초가 지났다면, 이겼다고 치고 미간을 본다. 미간에 주름이 있는지 없는지 본다. 있다면 어떤 모양인지 살핀다. 다 살폈거나, 없다면 다시 눈 쪽으로 시선을 둔다. 한쪽 눈을 감고, 반대쪽 눈으로 감은 눈꺼풀을 본다. 5초간 집중한다. 그 이상도 괜찮다. 그대로 계속 속눈썹의 모양을 살핀다. 쌍꺼풀이 있다면 어떤 형태인지 – 눈동자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끝이 위로 올라갔는지 아래로 내려갔는지, 눈의 머리와 닿아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한 개인지 여러 개인지 – 살핀다. 쌍꺼풀이 없다면 왼쪽 눈꺼풀이 6초간 얼마나 움찔거리는지 센다. 그리고 그 숫자를 감은 눈이 보고 있는 검은 공간에 띄운다. 눈을 뜬다. 최대한 빠르게 10번 깜빡인다. 무엇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입을 움직여서 그것을 말한다. 7번 반복한다. 입 주변의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다. 이때, 정확히 보지 못했다고 해서 7번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딱 7번만 움직인다. 한쪽 손을 들어 반대쪽 볼을 긁는다. 볼이 간지러운 사람의 표정을 상상한다. 상상한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해본다. 비친 자신의 표정이 그와 얼마나 유사한지 확인한다. 손을 떼고, 긁은 자리를 본다. 티가 나는지 나지 않는지 티가 난다면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인지 최대한 상세히 문장으로 만들어본다. 단, 적어서는 안 된다. 만든 문장을 3번 생각한다. 그 문장에서 가장 꽂히는 단어를 찾는다. 그 단어를 스티커로 만들어 얼굴에 붙이고 하루를 보내야 한다면 어디에 붙일 것인지 고민한다. 제한 시간은 30초. 고민이 끝나면 그 부분을 계속 바라본다. 관찰하지 않고, 그냥 바라본다. 멈추고 싶을 때까지 바라본다. 멈추고 싶어지면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 상태로 멈추고 눈을 감고 볼을 빵빵하게 만든다. 눈을 뜬다. 부위 상관없이 얼굴에 생긴 모든 주름의 개수를 센다. 숨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숨을 뱉으면, 숫자를 잊으려고 한다. 잊으려고 노력한다. 잊힐 때까지 계속 노력한다. 다른 생각을 해도 좋다. 잊었다면 어떻게 잊을 수 있었는지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다. 시선으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만 돌린다. 처음 드는 느낌을 확인한다.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3가지의 단어로 표현해 본다.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다 찾았다면 그 3가지의 단어와 반의어를 떠올린다. 첫 번째로 떠올린 반의어가 느껴지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눈빛을 찾아본다. 정면을 봐서는 안 된다. 이때 턱 근육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턱 근육을 본다. 느낌과 형태가 일치하는지 고민한다. 마지막으로 떠올린 반의어가 느껴지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입 모양을 고민한다. 정면을 봐서는 안 된다. 이때 코의 모양이 어떤지 확인한다. 모양을 확인하다가 입 모양을 바꾸지 않도록 유의한다. 정면을 본다. 두 번째로 떠올린 반의어는 버린다. 그런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어떤 노력도 시도하지 않는다. 윙크한다. 윙크할 때 들리는 소리에 집중한다. 소리가 3개 이상 포착되면, 윙크하기를 멈추고 눈썹을 올린다. 최대한 높이 올린다. 계속 유지한다. 유지한 상태로 얼굴에 있는 점의 개수를 센다. 점의 개수가 9개를 넘는다면 눈썹을 최대한 아래로 끌어내린다. 9개를 넘지 않는다면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는 상태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을 찾아 13개가 되었을 때 눈썹을 내린다. 이마와 눈 주변의 긴장을 풀고 눈의 모양을 확인한다. 눈의 모양을 확인하는 동안 눈동자가 몇 번 흔들리는지 체크한다. 귀와 턱 아래가 연결되는 곳에 손가락을 대고 심장 박동을 느낀다. 101번 뛸 때까지 최대한 집중한다. 숫자를 세다가 놓쳤다면, 처음부터 다시 센다.
가장 바라는 것을 한 문장으로 만든다. 최대한 구체적인 문장으로 만든다.
버린다.
가장 두려운 것을 한 문장으로 만든다. 최대한 구체적인 문장으로 만든다.
얼굴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변하는지 확인한다. 그 부분을 유심히 바라본다. 계속 바라본다. 다시 가장 두려운 것을 적은 문장을 되뇐다. 되뇌면서 계속 바라본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이미지로 떠올린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떠올린다.
이미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예를 들어, 색이나 향 정도의 단순한 요소.
가장 관심 없는 것을 고민해 본다. 최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가장 좋아하는 것에서 남긴 이미지를 관심 없는 것의 이미지에 더한다.
그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을 버린다.
두 번째 드는 생각부터 쭉쭉쭉 버린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머리로 3번 따라간다.
그리고 드는 생각을 말로 내뱉는다. 전체적인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한다.
가지고 싶은 것을 아무거나 생각한다. 단,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 오래 고민해도 좋다. 고민이 끝나면 그것을 선물하고 싶은 상대를 떠올린다. 그때 눈의 크기가 평소보다 커지는지, 작아지는지 확인한다. 선물을 어떻게 포장할지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달할지 계획을 세운다. 상대가 선물을 받고 지을법한 표정을 상상한다. 최대한 닮은 표정을 지어본다. 상상한 표정과 자신의 표정이 어떻게 닮았고, 무엇이 다른지 각각 5개 이상 찾는다. 다 찾았다면, 그 선물을 상대가 당신의 앞에서 버린다고 상상한다. 당신은 반드시 한 마디를 말해야 한다. 어떤 말인지 10초간 생각한다. 10초 미만이거나 10초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을 상대가 한다고 상상한다. 최대한 집중한다. 그때 상대의 목소리는 어떠한지 상상한다. 목소리가 상상된다면, 멈춘다. 상상되지 않는다면, 어떤 목소리면 좋겠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 하려고 노력하면서, 아래의 말을 반복한다. 실현될 때까지 반복한다.
‘귀엽다’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유지할 수 없다면, 멈춘다. 유지할 수 있다면, 아래의 말을 3번 반복한다.
‘알고 있었어’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명확한 진실을 떠올린다. 그것이 진실인 이유를 생각한다. 명확한 진실이므로 3초 이상 이유를 고민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고민하게 된다면 다른 가장 명확한 진실을 떠올려야 한다. 확신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실이 아닌 이유를 8가지 찾는다. 고개를 약간 들어 콧구멍이 보이도록 하고, 눈으로 콧구멍을 계속 바라본다. 8가지를 모두 찾을 때까지 시선을 콧구멍에 둔다. 30분이 지나도 8가지를 찾지 못한다면, 멈춘다. 손가락을 코끝에 대고 눌러서 얼굴이 정면을 보도록 만든다. 손가락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코끝을 꾹 누른다. 뗀다. 누르고 떼는 것을 반복하면서, 아래의 단어를 원하는 만큼 말한다. 소리는 내지 않아도 좋다. 단, 1회 이상이어야 한다.
‘그냥’
지금부터는 반드시 이 문단이 끝날 때까지 미리 읽고 기억나는 대로 실행해야 한다. 우선 눈을 감는다. 지금까지 본 자기 얼굴을 떠올린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떠올린다. 그중에 딱 하나가 바뀌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지 생각한다. 단, 없앨 수는 없다. 구체적인 문장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입술에 있는 점의 색을 파란색으로 바꾸겠어. 바뀐 모습이 아주 익숙하게 느껴질 때까지 상상한다. 자신이 친밀하다고 느끼는, 혹은 잘 안다고 느끼는 사람 한 명을 떠올린다. 그 사람에게 자신의 바뀐 얼굴을 보여줄 때 상대의 반응을 상상한다. 특히 입꼬리 모양을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그 모양과 정반대 방향으로 입꼬리를 움직여본다. 1분간 유지한다. 눈을 뜬다.
얼굴을 본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자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멈춘다. 여전히 자기라는 생각이 든다면, 입꼬리를 본다. 처음에 자신을 비춰봤을 때의 입꼬리 모양과 같은지 고민한다. 완벽하게 같은지 생각한다. 1mm도 어긋남이 없는지 고민한다. 확신이 든다면, 멈춘다.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다시,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해 본다. 필요한 것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떠올린다. 많다면 순서를 정해도 좋다. 필요한 것을 다 찾았다고 생각된다면, 버린다.
다시 눈싸움하듯이 시선을 눈에 둔다.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 동안 지금까지의 지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한다. 눈을 깜빡였다면, 의미를 찾았는지 확인한다. 의미를 찾았다면, 그게 아니라고 믿는다. 의미를 찾지 못했다면, 찾지 못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둘 중 하나를 믿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한다. 10회 반복한 후 찾지 못했다면, 멈춘다.
여기까지 읽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한다. 정말 시키는 대로 다 했는지 들여다본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이때 가장 부푼 곳이 어디인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 부분을 최대한 부풀렸을 때 얼굴에서 경직되는 곳이 있는지 관찰한다. 숨을 내뱉고, 경직되었던 곳이 풀렸는지 혹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있는지 바라본다. 확인할 수 있다면 새끼손가락으로 한쪽 입꼬리를 최대한 높이 올린다. 반대쪽 입꼬리에는 손가락을 대지 않고 최대한 낮게 내린다. 멈추고 싶을 때까지 바라본다. 그때 입꼬리 모양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집중해서 바라본다. 외웠다면 손가락만 뗀다. 입꼬리 모양이 유지되는지, 변하는지 확인한다. 지금 입술의 색과 가장 가까운 색을 가진 자신의 물건을 떠올린다. 떠올렸다면, 입술에 그 물건이 붙었다고 생각하고 1분간 유지한다.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한다. 먹고 있다고 생각하고 입술을 1분간 움직인다.
감각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면서 입을 벌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크게 벌린다. 혀를 최대한 바깥쪽까지 내밀고 지금 보이는 얼굴이 무엇을 닮았는지 고민한다. 사물, 동물, 식물, 인간, 캐릭터, 무늬 등 종류와 관계없이 무엇이든 괜찮다.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 사람이 당신이 방금 떠올린 것과 닮았다고 말하는 상황을 상상한다. 단, 당신은 그 상황을 영영 모르는 척해야 한다. 상상되었다면, 지금 당신의 표정을 관찰한다. 표정을 유지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이 당신의 앞에서 아까와 같은 것을 닮았다고 말하는 상황을 상상한다. 표정이 변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그때 상대의 표정을 상상한다. 따라 하지 않는다.
잠깐 거울에서 눈을 떼고, 지금 시간을 확인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있다면 5분 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추측할 수 있다면 7분 쉰다.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다면 쉬지 않는다.
지금의 표정과 평소에 자기가 짓는 표정이 차이가 있는지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없게 만들어본다. 없다면, 있게 만들어본다.
그 상태로 셀카를 찍는다.
그리고 평소에 자신을 찍는 방식으로 다시 사진을 찍는다.
아래와 같이 20번 말한다. 단, 속도를 매번 다르게 하려고 노력한다.
‘셋 다 나야’
눈 밑을 본다. 눈 밑 피부의 색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한다. 손가락으로 한쪽 눈 밑을 가린다. 손가락으로 가린 쪽과 아닌 쪽의 색에만 집중한다. 양쪽이 달라 보이는지 아닌지 생각한다. 최대한 단호한 어투로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일어나’
손가락을 뗀다.
자기가 자기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자기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자기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자기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자기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한다. 정돈된 문장으로 30초 이상 말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눈을 최대한 크게 뜬다. 시선으로 눈동자의 테두리를 따라 원을 그린다. 30초 이상 말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멈춘다.
‘냠냠냠냠냠’
위에 적힌 것을 따라 말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의 얼굴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떠올린다. 그 사람이 위에 적힌 것을 말하는 상황을 떠올린다. 그때 자신의 표정을 유심히 본다.
눈을 감는다. 가만히 있는다.
아래와 같이 말한다.
‘내 입꼬리 모양을 맞힐 수 있어?’
눈을 뜬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한다.
그리고 지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준다.
- 당신
- 냠냠냠냠냠
- 나
- 냠냠냠냠냠냠
- 당신
- 냠냠냠냠냠냠냠냠
- 나
- 냠냠냠
- 당신
- 냠냠냠냠
- 나
- 냠
- 당신
- 냠냠냠냠냠냠냠
- 나
- 냠냠
- 당신
-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