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아카데미 소소살롱 일곱 번째 이야기, 사운드디자이너 목소
들려주는 사람에서 듣는 사람으로, 사운드디자이너의 사랑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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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살롱은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에서 진행하고, 소리꾼, 시인, 영화감독 등을 호스트로 초대하며 그간 팬데믹으로 인해 어려웠던 아티스트와 관객의 만남을 도모하는 대담 프로그램이다. 2021년 9월 25일 진행된 일곱 번째 소소살롱의 주인공은 사운드디자이너 목소. 크리에이티브 스태프로서는 첫 번째 호스트였다.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됩니다, 관객 여러분께서는…’ 이라며 하우스 멘트가 울려 퍼지고, 드럼 샘플러와 커다란 스피커, 그리고 노트북만 한 편에 있는 무대는 잠시 어두워졌다.
그리곤 곧 켜지는 조명.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
백스테이지, 혹은 조정실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사운드디자이너 목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에 섰다.
문 뒤에서 천천히, 하지만 당당하게 걸어 나온 그는 그간 자신이 밟아왔던 삶의 궤적을 하나하나 이야기했다.
1. 랩퍼 목소: 힘이 센 말, 소리의 시
목소의 본명은 우정인, 단정 정(姃)에 참을 인(忍)을 쓴다고 했다. 어렸을 때, 비유를 통하지 않고서는 말을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고, 그것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듀스(Deux)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시인은 랩이라는 외투를 입었다. 그는 이제 자신을 ‘목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Romance의 철자를 바꾸어 Morceau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프랑스어로는 조각(peace)이라는 뜻으로, 한문으로는 눈 목(目)에 노닐 소(逍) 자를 쓴다.
그러니까 목소에게 글은 자신, 랩은 외투인 셈이었다.
2009년에 ‘폴 어쿠스틱’이라는 힙합 듀오로 앨범을 낸 목소는 마포구 망원동 민중의 집, 서대문구 채화당, 영등포구 문래동 철강단지 등 여러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랩은 시였고, 시는 말이었다. 랩은 기본적으로 흘러가는 비트 위에 리듬을 얹은 말을 넣는 예술인데, 미국에 강제 이주되어 노예로 살았던 이주민들의 문화에서 시작된 만큼, 초기 랩은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의 가사들,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다뤘다. 목소 역시 마을과 주거 등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의 랩은 사회에 던지는 발화였다.
2. 사운드디자이너 목소: 연극이라는 타임라인에 고유한 리듬을 넣다
목소는 당시 만들었던 랩을 하고는, 뒤이어 가장 절망하던 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랩을 할 수 없게 되고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을 때, 외부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냉장고 소리, 창문으로 타고 들어오는 트럭 소리,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 등. 이것이 그가 랩퍼에서 사운드 디자이너로 변하는 시작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사운드디자인을 하며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소리들은 이런 것들이다―문을 두드리는 소리, 화장실 물 떨어지는 소리, 전화벨 소리, 저녁의 귀뚜라미 소리…. 일상생활에서 쉬이 듣게 되는 소리들. 이는 사람의 청각이 그렇게 예민하지 않기 때문인데, 실험적인 소리는 관객이 극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그렇기에 관객이 듣는 소리와 소리 환경을 디자인하는 사운드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익숙한 소리로 관객에게 극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 일차 목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의 재현만이 연극 사운드의 기능은 아니다. 연극이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일상의 소리들은 새로운 의미로 기능한다. 공간을 나타내는 소리, 극의 문법으로 작동하는 소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소리 등. 똑같은 소리여도 들어가는 순간에 따라 의미가 변한다.
전화벨 소리로 예를 들어보자.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이연주 작·연출)>에서 전화벨은 주인공들의 삶의 공간(콜센터)을 나타내는 재현으로, 그리고 극이 진행될수록 갈등이 고조됨을 상징하는 소리로서 의미를 가졌다. 연극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벨소리는 공연이 끝났음을 알리는 구성으로도 기능했다. 연극의 사운드디자이너는 자신의 소리 아카이브에 이미 있는 수많은 소리 중, 이 연극, 이 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리 조각을 골라 다듬고, 가장 절묘한 순간에 그 조각을 끼워 넣게 되는 것이다. 마치 퍼즐 피스를 맞추듯이. 목소는 이를 ‘사람들의 보편적인 링크’를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소개한 자신의 작업 중 <좋아하고 있어(황나영 작·김미란 연출)>에서는, 몇 곡의 음악을 뺀 모든 사운드가 물소리의 변주였다고 한다. 극의 주 장소가 욕실이었고, 주인공들의 감정을 그들이 극 중에서 듣게 되는 욕실의 물소리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목소는 자신이 연극에 넣었던 물소리를 들려주었는데, 같은 사운드 소스였지만 에코가 좀 더 강한 소리, 옅은 소리 등 소리의 색이 다양했다. 이 소리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였는지 설명하는 목소리에서 즐거움이 묻어나왔다. 그는 연극이라는 타임라인에 자신이 만들어낸 사운드를 넣으며 연극의 리듬을 맞추는 아티스트였다.
3. 사랑하는 사람, 목소
목소는 연극 사운드디자이너의 작업 과정을 ‘대화’라고 표현했다. 연출가는 대본에 쓰인 이 소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순간, 이 소리는 무슨 의미를 갖는지, 관객은 이 소리를 어떻게 들을지, 극장에 들어갔을 때 이 소리는 어떤 울림을 줄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혹은 추리하는) 과정에서 추상의 단계에 있던 소리들은 구상의 세계로 드러난다. 나는 이것을 좀 더 ‘질문’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타인을, 혹은 작품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의 대화는 결국 질문의 과정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의 자기소개 중, ‘남들은 제 이름(Morceau)을 들으면 사랑꾼이라고 한다, 저는 이 사랑을 세상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질문하는 사람은 결국 끝없는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질문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목소가 들려준 창작자로서의 삶에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차근히 겪어온 인과관계를 감지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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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서정민갑, 「진실이 금지된 무대에 불을 켜라」, 『프레시안』, 2009.10.20.,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97495.
- 부새롬, 「같이 조금씩 쌓아가는 과정-음향디자이너 목소」, 『연극in』 98호, 2016.8.18., https://www.sfac.or.kr/theater/WZ020200/webzine_view.do?wtIdx=11210
- 일자
- 2021.9.25
- 장소
-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 호스트
- 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