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연계 여러 현장을 직접 찾아가 취재하고 그 모습을 담아냅니다.

A등장.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00을 바라보고 있다 하자센터 <제12회 서울청소년 창의서밋, 줌(zoom)대한 낭독회 : 우리 모두의 A>

송김경화_극작가, 연출가

  • 목록보기
대면이라는 심장과 가상세계
‘대면’은 공연예술의 심장이고 그것이 이 사회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비대면 콘텐츠 만들기라는 선도적이고 힙한 이슈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하자센터 제12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 메인 세션 <줌(zoom)대한 낭독회 – 우리 모두의 A>에 접속하게 되었다.

낭독회는 창의서밋 펠로우 ‘우주여행당’의 진행으로 줌(zoom)을 통해 공연되었다. 10분 내외의 단편 희곡 4편을 총 2회에 걸쳐 낭독하는데, 배우는 1회와 2회에서 각각 다른 배역을 맡는다. 관객은 2회의 낭독공연을 모두 관람해야 한다. ‘똑같은 내용으로 두 번이나 봐야 해?’ 같은 생각은 일단 보고 나면 ‘두 번 보니까 더 좋네’로 바뀐다. 온라인 공연의 특성상 내 맘 같지 않은 네트워크 문제뿐만 아니라 창작자와 관객이 놓여있는 장소와 여건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통제 불가능한 상황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와중에 인물이 마주한 상황과 작가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일이라니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파온다.

이런저런 우려들은 나의 혜안이 모자람에 대한 증명이다. 우주여행당은 역할을 바꿔 ‘2회 공연하기’를 선보임으로써, 온라인 공연의 회의적인 요소를 흥미로운 요소로 치환시키며 비대면의 한계를 보완한다. 첫째, 한 타임에 같은 역할 다른 배우의 공연을 보는 일은 인물과 작품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해주었고, 둘째, 작가가 비워둔 세계에 대한 관객의 사유를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셋째, 줌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희곡이 제시하는 가상의 세계와 만났기에 그러했다.
2020 제12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 (20.09.18-19) 포스터
2020 제12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 (20.09.18-19) 포스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말을 하게 되면 신이 날까요?>, <로드무비>, <불꽃놀이>
“코로나 이후의 또 다른 재난을 상상하며 써 내려간 네 개의 이야기는 한 편의 희곡이다.” -라고 기획 의도에 쓰여 있지만, 필자는 한 편의 희곡이라 엮기에는 아쉬운, 네 편의 완성도 높은 희곡들이라 말하고 싶다. 네 편의 희곡에는 모종의 재난을 겪어낸 혹은 겪어내고 있는 ‘A’라는 인물이 동일하게 등장한다. A가 마주한 재난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지금 A는 혼자이며, 그 시간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내고 있다. A가 어딘가에서 자신과 동일한 시간을 겪고 있을 다른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될 때,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모호함 속에서 만남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기대감이 막 움틀 때, 그때, 연극은 끝이 난다.

뭐야, 뭐야, 나 방금 설렌 거야? 근데 A가 무슨 상황이라는 거지? A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된다는 거지? 속도감 있게 진행된 1회차 공연에서 놓친 게 뭔지 찾아내기 위해 지나간 장면들 사이를 헤매고 있을 때, 불현듯 2회차 공연이 시작된다. 다른 배역으로 분신한 배우들의 말과 행간 속에서 설렘과 만남과 고립과 재난에 대해 생각한다. 등장인물 A가 마주한 재난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재난은 우리의 일상을 침범하곤 했으므로. 그런 재난들은 재난 같지 않은 방식으로 다가오곤 한다. 개인적이고 내밀하게 한 인간의 삶을 무너뜨리고 무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보이는 재난이 결코 개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코로나라는 재난은 코로나 이전의 재난이며, 코로나 이후의 재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네 편의 희곡은 미래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가리킨다. 당신은 어딘가 섬처럼 혼자 있을 누군가의 존재를 떠올리며, 만남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기대감을 품어본 적이 언제였는가! 2회차 공연의 소회를 1년 전 모 일간지에 쓰인 문장을 통해 대신 하고자 한다. “가장 현재적인 문학은 SF다.”
‘줌(Zoom)대한 낭독회: 우리 모두의 A’ 소개 이미지
‘줌(Zoom)대한 낭독회: 우리 모두의 A’ 소개 이미지
낭독회의 법칙
장르 없는 창작공동체 ‘우주여행당’은 <줌(zoom)대한 낭독회 – 우리 모두의 A>를 통해 재난이라는 위기와 청소년 창작자로서 마주하는 한계를 뛰어넘고, ‘우리의 연결’을 경험해보고자 했다. 우주여행당은 우선 희곡을 낭독할 참가자를 공개 모집했고, 참가를 신청한 사람들은 사전에 제시된 진행방식에 따라 낭독회를 준비했다. 참가자들은 관객보다 하루 먼저 모여 작품에 관해 토론하고 자신이 맡을 캐릭터를 나름대로 구축할 시간을 가졌다. 낭독회에서는 “인물에 관해 모든 것들을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읽”을 것과 함께 원한다면 각자 소품을 준비하기를 요청받기도 했다.

낭독회를 관람하는 관객도 참가자로서 아래와 같은 사전 안내에 따라야 했다.
(1) 온라인 창의서밋 장면을 저장해 배포하지 않습니다.
(2) 서로를 존중하고 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3) 기술/소통상의 문제로 반응이 늦더라도 짜증내지 않고 각자의 속도를 존중합니다.
(4) 참가자는 반드시 오디오를 꺼 주시고 본인이 말 할때 켰다 발언이 끝나면 다시 꺼 주시기 바랍니다. 줌(Zoom)대한 낭독회의 경우 비디오도 꺼주시길 부탁드리며, 즐거운 낭독회 관람을 위해 '비디오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참가자 숨기기' 설정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우주여행당은 줌 다운로드와 설치 방법 안내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원활한 접속을 위해 종료를 권장하고, 준비한 가상 배경 이미지를 미리 제공하여 관객이 직접 가상 배경을 설정할 수 있도록 친절히 공지했다. 문제가 있을 때는 어디서 어떻게 도움받을 수 있는지 꼼꼼하게 안내하며, 창작자와 관객 모두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했다.

낭독회 중에는 전체 화면에 배우가 연기 중인 해당 낭독 희곡의 대사들을 동시에 띄워 관객들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 배경에는 작품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를 삽입하여 무대 디자인을 대신해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A부터 Z까지 미리 꼼꼼하게 준비한 공연이었음에도 역시 온라인이 지닌 예측불가능한 상황들을 제거할 수 없었지만, 그러한 상황들이 오히려 대면 공연예술이 지닌 현장성을 감각하게 만들어 생생하고 반가웠다.

무엇보다 청소년 예술가로서 코로나로 더 이상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된 청소년 예술가의 이야기를 청소년 예술가만의 방법과 발화를 통해 만날 수 있어 기뻤고, 작품을 통해 함께 고민을 나눈 것 같은 기분이라 동료 예술가로서 반가웠다.
‘줌(Zoom)대한 낭독회: 우리 모두의 A’를 진행 중인 우주여행당
‘줌(Zoom)대한 낭독회: 우리 모두의 A’를 진행 중인 우주여행당
비대면이라는 인공심장
우주여행당의 거칠지만 신박했던 시도는 줌이라는 가상세계에서도 공연장에서만 느끼곤 했던 설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작품이 지닌 내용적 구성과 온라인이라는 형식적 구성이 필연적일 때에는 ‘비대면’ 역시 공연예술의 인공심장이 되어 뛸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과 가능성을 열어준 우주여행당과 배우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덕분에 창작자와 창작자가, 그리고 관객과 창작자가 어떻게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을지 또 그 만남은 무엇이어야 할지 천천히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재난은 계속되더라도 코로나 시대는 이제 그만 저물기를 기원하며, 그동안 우리 모두의 안전을 바라본다.

[사진 제공 : 하자센터]

제12회 서울청소년 창의서밋 줌(Zoom)대한 낭독회: 우리 모두의 A
낭독회 일자
2020.09.19(토)
형식
온라인 낭독회
사용 플랫폼
줌(Zoom)
진행
창의서밋 펠로우 '우주여행당' : 김세보(장세진), 도장(김인주), 시소년(이가인), 힌글로우(김도헌)
관련정보
https://haja.net/nowonhaja/18404
하자센터, 우리 모두의 A
목록보기

송김경화

송김경화 낭만유랑단 대표
혜화동1번지 6기동인이자 낭만유랑단 대표로 배우, 연출, 작가, 백시원 엄마를 겸하고 있는 송경화다. 2004년 극단목화에서 연극을 시작했으며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layaire@hanmail.net
댓글쓰기

덧글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