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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돈자를 꿈꾸는 니나, 4월의 신부가 되다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배우 전미도

김은성_극작가

웹진 16호

2013.01.17

배우 전미도
  • <갈매기>의 니나, <벚꽃동산>의 아냐,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신의 아그네스>의 아그네스, <닥터 지바고>의 라라……. 연극과 뮤지컬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젊은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역할을 섭렵해온 욕심쟁이가 날라리와 모범생을 거쳐 속 깊은 아줌마를 꿈꾸는 4월의 신부가 되기까지, 새색시 전미도의 삶과 연기를 돌아봤다.
  • 밥심에서 나오는 에너지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기간: 2012.12.11~2013.03.31
장소: 대학로 SH아트홀
  •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끝나고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다가 어제부터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연습을 시작했다.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고 나는 2월부터 투입될 것이다. 여주인공인 평강공주의 시녀 연이 역을 맡았다.

    2012년 마지막 작품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으로 장식했는데 어땠나?
    정말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대사를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양이 굉장히 많은데 그에 비해서 연습기간이 부족했다. 중국 연출가 티엔친신의 스케줄 문제도 있었고 대본도 좀 늦게 나온 편이었다. 많은 말들이 아직 내 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급하게 정서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힘들었다.

    경사무대에 서있는 배우들이 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무대 위에 서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뿐더러 해오름극장이 좀 큰 극장인가. 에너지 내기가 벅찼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끝내 그 많은 대사들을 자유롭게 장악하지 못한 상태로 무대에 올랐다는 게 속상하다.

    많이 속상한가?
    (미소) 일주일 동안 푹 쉬었다. 지금은 괜찮다. 힘든 공연들이 결국에는 좋은 경험으로 남아 약이 되더라. 좋은 공부가 되었다.
연극<벚꽃동산>
연극<벚꽃동산>
연극<로미오와 줄리엣>
연극<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닥터지바고>
뮤지컬<닥터지바고>
뮤지컬<번지점프를>
뮤지컬<번지점프를>
  • 작년에 굵직굵직한 네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연극 <벚꽃동산> <로미오와 줄리엣>과 뮤지컬 <닥터 지바고>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 2012년 전미도의 대표작은 무엇인가?
    음… <닥터 지바고>를 꼽고 싶다. 처음으로 대극장 여주인공으로 섰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여러모로 배울게 많은 작업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나니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노래로 표현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그 전에는 사실 노래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4개월 공연했는데 하면서 조금씩 늘어가더라. 노래하는데 자신감이 좀 생겼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놀랍게 느껴질 때가 많다. 비결이 있다면?
    기가 세서 그렇다. (웃음) 음… 글쎄. 상황에 맞는 감정이나 생각을 진짜로 느끼려고 노력한다. 진심을 통하려고 노력하는 기운이 관객에게로 가길 바란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밥이다. 밥. 밥심으로 버틴다. 끼니 한번 거르면 살이 빠질 정도로 정말 나는 밥 없으면 못산다. 그런데 확실히 30대가 되고 부터는 체력이 떨어진다. 올해부터는 좋은 약을 좀 먹을까 하던 중에 마침 관련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생약을 먹기 시작했다. (웃음)

    면도칼 씹던 시절? 돌아보니 연기수업!

    고향이 어디인가?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자랐다. 지금도 가족들은 부산에 있다.

    언제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나?
    어려서 성격은 소심하고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배우의 꿈은 일찍 생겨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연극배우를 꿈꿨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TV탤런트도 아닌 연극배우를 꿈꿨다니 재밌다.
    교회에서 연극 하는 걸 봤는데 그게 나한테 너무너무 충격적이었다. 텔레비전 드라마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바로 눈앞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어떤 역할을 맡아서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고 다른 인물이 되는 것, 그게 굉장히 놀라웠다. 그날 이후로 연극배우가 꿈이 되었고 그동안 한 번도 흔들려본 적이 없었다.

    이후에 직접 출연도 했는가?
    물론이다. 친구들에 비해서 월등히 대사를 빨리 외웠다. 방과 후에 친구 집에 가서 교과서 『읽기』 책 맨 마지막에 실려 있던 희곡 <외다리 거위>를 배역을 나눠 읽었던 기억도 난다.

    중고교 시절에는 연극반 활동을 했을 것 같은데?
    아니다. 사춘기를 좀 심하게 겪느라…. 고3때 친구들이랑 밴드를 만들어서 공연한 거 말고는 학창시절에 무대에 서본 경험은 없다.

    어떤 사춘기를 보냈나?
    날라리였다. (웃음) 방황하는 중학생이었다. 누구를 해한다거나 하는… 그러니까 진짜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뭐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노래방 가고 가끔 술도 먹고, 멋도 좀 부리는…. 교복 입었을 때와 교복 벗었을 때가 너무 다른, 그냥 그렇고 그런 날라리. 일진은 아니었다. (웃음) 그때 놀았던 그 친구들이랑은 아직도 만난다.

    뭐, 그 정도 가지고 날라리라고 하기에는…. 뭐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조금만 더 들려 달라.
    음… 굳이 말을 하자면 1년을 꿇은 정도? 중2때 학교를 그만 뒀다.

    왜? 무슨 사건이 있었는가?
    그냥 학교를 안 갔다. 학교를 안가다 보니, 퇴학을 당할 위기가 오니까 자퇴를 하게 됐다. 더 자세한 건 말하기 싫고 그 정도로 정리하자. (웃음) 일 년 뒤에 복학을 해서 한 살 아래 동생들이랑 다녔다.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왔다.
배우 전미도
  • 좀 더 들려 줄 이야기는 없는가?
    은근 집요하다. (웃음) 돌아보면 사춘기를 좀 혹독하게 겪었던 거다. 외로움, 분노, 사회의 이상한 분위기에 대한 저항심, 처절함… 희로애락을 다 느꼈던 것 같다. 그때 그시기에 맛봤던 다양한 감정을 지금 연기하면서 많이 써먹는다. (웃음) 돌아보니 남는 장사가 됐다. 그때 많이 배웠다.

    아까 고3때 밴드활동을 했다고 했는데?
    보컬로 활동했다. 밴드이름은 ‘달리’.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로 구성된 4인조 여성밴드였다. 주로 남자 고등학교 축제 때 초청을 많이 받았다.

    영화 <친구>에 나오는 여고밴드 레인보우가 떠오른다.
    고등학생 돼서는 그나마 맘 잡고 공부하던 애가 하필 고3때 밴드 만들어 돌아다니니까 엄마가 걱정이 많으셨다. 급기야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하니까 엄청 당황하셨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고집을 계속 피웠더니 자포자기 심정으로 허락하시더라. 운이 좋아 한군데 붙어서 서울로 오게 됐다.

    학교와 교회, 이십대가 준 선물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니까 어땠나?
    너무 좋았다.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졸업할 때까지 공연을 12편인가 한 거 같다. 정말 날아다녔다. 밤을 새도 피곤한 줄 몰랐다. 대학을 가면서 나는 다른 사람이 됐다. 모범생이 되었다.

    무엇이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는가?
    내 인생에는 크게 세 번의 변화의 지점이 있다. 어떤 계기로 삶의 흐름이 변화된 지점. 그 첫 번째가 연극을 전공하게 된 그때다. 재미있게 연극을 공부하게 된 그 때. 재능이 있다고, 뭘 잘 한다고 인정받은 게 처음이었다. 연극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공연을 12편이나 했다니 정말 날아다녔다 보다. 특히 기억나는 역할은?
    <피의 결혼>에서 맡았던 어머니 역할을 꼽고 싶다. 주로 아이 역할을 도맡아 했었는데 어머니 역할을 처음으로 소화하면서 내게도 엄마의 정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음…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4, 50대 전미도는 어떤 엄마로, 어떤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앞서 인생에 있어 크게 세 번의 변화가 있었다고 했는데, 두 번째 변화의 지점은 언제 어떻게 왔나?
    학교를 졸업하고 <미스터 마우스>라는 뮤지컬에 출연할 때였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는 말이 있다. 정말 어려운 일들이 계속 닥치더라. 오래 만나던 사람과도 헤어지고, 집에 좋지 않은 일도 생기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회에 가게 됐다. 함께 출연했던 친구를 따라간 교회였다. 용서와 화해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쉽지 않다고 생각했던 마음에 변화가 오더라.

    두 번째 변화의 지점은 신앙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면 되는가?
    그렇다. 하나님을 만나게 된 거다.
  • 배우 전미도
  • 뮤지컬 보다는 연극이 좋다

    프로무대에는 몇 살에 데뷔했나?
    스물여섯에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이후에 연극 <라이어> <신의 아그네스> <왕세자 실종사건> 뮤지컬 <화이트 프로포즈> <사춘기> <영웅> <화려한 휴가> 등 계속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어 왔다.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어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연극을 더 좋아한다. 음… 대학을 졸업하면서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했다. 이제는 부산의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드려야 하는 상황이다. 뮤지컬로 돈 모아서 연극한다는 마음이 있다. 물론 그런 이유만으로 뮤지컬을 한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나는 뮤지컬 보다는 연극이 더 좋다.

    연극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작업에 대한 성취도가 연극을 했을 때가 훨씬 높다. 창작을 하는 작업, 특히 초연 작업이 좋다. 재밌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참여하는 것은 재미가 덜하다. 두산아트센터에서 <디 오써The Author>로 만났던 김동현 연출가와의 만남도 영향이 있었다. “나는 네가 연극을 더 뜨겁게 사랑했으면 좋겠다.” 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이후로 연극에 대한 애정이 더 각별해지더라.

    그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연출가가 있다면?
    다 좋았다. 항상 지나고 나면 이전 작업은 다음 작업을 잘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스타일이 다른 다양한 연출가들을 만난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를테면 서재형 연출가와 김동현 연출가는 정말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한분은 굉장히 직선적이고 한분은 뭐랄까 굉장히 완곡하게 배우를 리드해간다. 둘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다.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2011년 오경택 연출의 <갈매기>에서 니나로 출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어땠나?
    정말 재밌는 작업이었다. 출연 전까지는 사실 니나의 매력에 대해서 잘 몰랐다. 너무 여성적이고 나약해 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해보니까 아,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경택 연출가와의 만남이 재미있었다.

    어떤 점이 재밌었는가?
    연출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 가는 느낌이 좋았다. 연습하면서 즉흥극을 많이 시도했는데 학교 이후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연습 방식이었다. 충동적으로 발견된 것들이 점차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게 재미있었다. 배우가 수동적으로 멈춰있지 않고 창작자로 함께 만들어 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인물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점도 새로웠다. 굳이 말하자면 이전 작업까지는 상하관계로 연출을 올려다보며 만나는 느낌이 있었는데 함께하는 동료로 연출가를 만난 느낌이었다.

    서른 둘, 4월의 신부

    주목 받는 배우가 됐다는 걸 언제부터 느꼈나?
    작품 하자고 먼저 연락이 오면서부터. (웃음) 그런 생각은 솔직히 구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
배우 전미도
  • 배우로서 풀고 싶은 과제를 꼽자면?
    데뷔시절부터 한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때문에 청순가련 나이어린 역할을 주로 맡아왔었다. 이제 순수하고 순박한 그런 캐릭터를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전미도 하면 떠오르는 각인된 이미지를 벗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이는 훌쩍 서른이 넘었는데 이제 뭔가 다른 이미지를 가진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런 인물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된다.

    그런 의미에서 탐나는 역할은?
    이를테면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 같은 인물. 뭔가 거친 역할. 나이가 더 들면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아닐까?

    앞으로 만나고 싶은 연출가가 있다면?
    내가 사실 겁이 되게 많다. 새로운 연출가를 만날 생각을 하면 일단 겁부터 난다. 하지만 연기변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데… 그런 점에서 박근형, 조광화를 만나고 싶다. 만나질 때가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앞서 인생에 있어 크게 두 번의 변화의 지점은 밝혔다. 세 번째 변화는 무엇인가?
    음… 결혼이다.

    아! 결혼을 하는가?
    그렇다. 4월에 한다.

    축하한다. 결혼 결심은 언제 했는가?
    작년 7월에 처음 만났다. 만나고 두 달이 지나서 결혼을 결심했다.

    무엇이 결심을 하게 만들던가?
    달랐다. 믿어지는 정도가 달랐다. ‘아, 이 사람이 진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연애를 할 때도 애정표현을 받거나 고백을 받을 때 그 순간에는 진심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의 정도가 다르더라. 운명적으로 느껴졌다.

    무슨 일을 하는 분인가? 연극인인가?
    아니다. 회사원이다. 소개팅으로 만났다.
  • 배우 전미도
  • 전미도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인가?
    일단 나의 스케일이 달라질 것이다. 삶의 환경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가? 생각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한번 생각할 것 두 번 생각해야 하고 생각의 깊이도 달라져야 한다. 연애할 때는 맘에 안 들면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기대하면 되지만 결혼을 한다는 것은 죽을 때가지 한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 약속 아닌가? 누군가를 변하지 않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지켜가다 보면 내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음… 처녀가 사람들 챙기는 거랑, 아줌마가 사람들 챙기는 거랑은 다르지 않은가?

    결혼을 해도 연극은 계속 할 것인가?
    물론이다. 당연하다.

    전미도가 생각하는 연기는 무엇인가?
    배신하고 싶지 않은 것. 어떤 것 하나를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거 참 어렵다. 연기도 하면서 어려울 때가 많다. 하면서 재밌으면 좋지만 힘들면 부정적인 생각이 오는데, 그럴 때가 와도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연기다. 그게 연극이다.
  • 배우 전미도
  • 전미도 (배우)

    주요 작품
    연극
    <신의 아그네스><호야><디 오써><갈매기><갈매기>
    <벚꽃동산><로미오와 줄리엣> 외 다수
    뮤지컬
    <사춘기><김종욱 찾기><영웅><화려한 휴가>
    <왕세자 실종사건><닥터지바고><번지점프를 하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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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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