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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카드를 쥔 팔방미인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배우 마두영

김은성

웹진 31호

2013.09.05

그냥 두영이스러운 캐릭터로 무대에 잘 나오는 제12언어 연극스튜디오의 배우 마두영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자유참가작 <오크트리>를 통해 번역, 번안, 연출, 배우의 역할을 모두 소화해내며 자신의 연극적 고민 “어떻게 하면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

  • 그냥 두영이스러운 캐릭터로 무대에 잘 나오는 제12언어 연극스튜디오의 배우 마두영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자유참가작 <오크트리>를 통해 번역, 번안, 연출, 배우의 역할을 모두 소화해내며 자신의 연극적 고민 “어떻게 하면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시작했다. 묵혀놓은 핫한 번역대본도 많고 오래 묵은 연출본능도 예사롭지 않은, 아직은 배우로만 알려진 준비된 팔방미인을 만나보자.
배우 마두영
배우 마두영

긴장감 맛보러 가는 연출소풍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자유참가작으로 영국의 극작가 팀 크라우치Tim Crouch의 <오크트리>원제 An Oak Tree를 만들고 있다. 번역, 번안, 각색, 연출, 배우까지 함께 하느라 정신이 없다.

번역도? 영어를 원래 잘하나?
뭐, 구글 번역기도 있고 (웃음) 고등학생 때부터 영어를 좋아하긴 했다. 원작이 그다지 어려운 편이 아니어서 그냥 했다. 관객들과의 공감이 중요한 작품이라 우리의 정서랑 맞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는데 잘 했는지는 모르겠다. 배우가 번역을 하면 아무래도 말하기 편한 쪽으로 하게 된다는 장점은 있는 것 같다.

번역은 처음이었나?
아니다. 아직 공연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데이빗 아이브스David Ives가 쓴 <타임플라이즈>TIME FLIES라는 단막극을 번역한 적이 있었다. 작년 10분연극페스티벌에 올린 작품도 번역한 작품이었다. 배우가 번역을 하면 조금 다른 느낌이다. 말하기 편한 쪽으로 되는 것 같다.

<오크트리> 어떤 작품인가?
<디오써>The Author 작가로 알려져 있는 팀 크라우치의 생애 두 번째 작품으로 연극적인 발상이 재밌는 작품이다. 배우가 단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 위에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이다. 딸을 잃은 아버지가 최면술사의 쇼에 와서 벌어지는 연극이다. 최면술사 역할은 내가 맡고, 아버지 역할은 3회 공연에 3명의 배우들이 연습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에 오른다. 극단 단원인 배우 이윤재, 강정임, 연출가 성기웅이 공연 당일 관객과 똑같이 극장에 처음 들어오게 되는 거다.

그렇다면 연습은 어떻게 하는가?
연습을 계속 다른 배우랑 해야 한다. 출연하지 않을 배우랑.

연출로는 데뷔작인가?
작년에 10분짜리 연출을 한 적은 있지만 사실상 데뷔작이다. 학교 다닐 때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시련>Crucible을 연출한 적이 있었다. 런 타임이 2시간 40분이었는데, 연출을 했던 그 첫 경험이 너무 재밌는 경험으로 남아있었다. 공연 올라갈 때 객석에 앉아 마음을 졸이던 2시간 40분의 긴장감을 잊을 수 없다.

졸업 후에도 계속 연출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조정래 소설 『아리랑』을 젊은연극제에서 발표하려고 전12권을 각색을 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조정래 선생님께 격려문이라도 하나 받아보려고 전화를 드렸는데 모 시립극단과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공연 한 달 반을 남기고 공연을 접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졌는데…… 그 때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다시는 연출을 안 할 것이라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연출에 대한 마음은 계속 남아있었다?
그렇다. 배우를 계속 하다보니까 연출을 해볼 기회가 잘 안 생기더라. 하고 싶은 마음만 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까지는 안 가게 되더라.

실행에 옮기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
작년에 <다정도 병인 양하여>에 출연할 때 조명디자인과 조연출을 같이 하고 있던 민새롬 연출이 10분연극페스티벌이 있다는데 부담 없이 참가 해 보라고 권유하더라. 괜찮지 않을까?

해보니 어땠나?
배우들이 내가 만들어 놓은 어떤 길들을 자유롭게 찾아갈 때, 아! 저렇게 찾아가는 방법도 있구나! 이런 발견! 그 모습을 긴장하면서 보고 있을 때, 학생 때처럼 그 긴장감, 좋더라.
배우 마두영
배우 마두영

연극에 불붙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나?
80년에 광진구 모진동에서 났다. 건대 근처에 살았다.

어린이대공원, 어린이회관과 가까워 좋았겠는데?
절대 아니다. 아, 그 최루탄! 최루탄 냄새에 찌들어 살았다. 나는 커서 절대로 건국대, 세종대, 한양대는 안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건대부고와 한양대를 다녔다. (웃음)

어떤 꼬마였나?
언젠가 어머니가 초등학생 1학년 때 이야기를 들려주시더라. 학교를 보내면 30분이면 충분히 걸어갈 거리인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려서 하루는 쫓아가 보셨다고. (웃음) 가다가 뭐가 있으면 만져보고, 차보고, 한참을 쭈그려 앉아서 지켜보고……. 그러니까 등교시간이 두 시간이나 걸렸던 거다. 짝꿍이랑도 너무 떠들어서 어머니 학교에 많이 불려오셨다. 그런데 4학년 때 성격이 내성적으로 확 바뀌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집에 불이 났다. 죽을 뻔 했었다. 자고 있었는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더라면 큰 일이 났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맛있는 것 사서 들어가니 기다리라는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는데 천장에서 비오는 소리가 들리더라. 아, 빨래 걷어야지, 하고 마당에 나갔는데 하늘이 너무 환해서 올려보니 옆집과 우리 집 지붕이 훨훨 타고 있더라. 옆집 할아버지가 만취하셔 연탄난로를 발로 차서 불이 났던 거였다. 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 때 이후로 성격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없이 홀라당 타버리고, 잠옷이랑 슬리퍼 하나 달랑 남았는데…… 왠지 모를 거지가 됐다는 생각에……. (웃음) 지금은 웃고 있지만 그때는 성격이 확 바뀔 정도로 엄청난 사건을 경험한 거다.

연극과는 언제 만났나?
계속 내성적인 학생이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에서 성극에 출연하게 됐다. 베드로 역할을 맡았었는데 그때를 계기로 성격이 다시 초등학교 1학년 때로 돌아갔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다 보니 편해지고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연극을 계속 하고 싶던가?
그렇다.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기더라. 그런데 고2 때라 부모님께 뭐라 말씀 드릴 수가 없었다. 고3 올라가서도 숨기고 있다가 원서 넣을 때가 돼서야 말씀 드렸다. 연극영화과 시험 볼 테니 붙으면 믿어 달라.

반대는 없었나?
엄청 많았다. 장남의 장손이라 부모님은 물론 친척어른들까지 총집결 하셔서 설득을 하시더라. 그래도 고집을 부렸다. 시험을 보겠다. 붙으면 갈 것이고, 떨어지면 미련 없이 다른 전공으로 가겠다. 그렇게 설득을 해냈다.

지금은 어떠신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작은 역할로 출연하더라도 공연을 할 때마다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보러 오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있다. 지금은 위로와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힘들면 말해라, 어떻게든 도와줄게.
  • 배우 마두영

    학교에서 대학로까지

    어렵게 들어간 연극영화과는 어땠나?
    영 아니었다. (웃음) 너무 기대한 게 많았다. 연영과 들어가면 막 엄청난 게 있을 줄 알았던 거다. 연예인 같은 사람도 많고, 뭔가 그럴 듯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추리닝만 입고 다니고 페인트 자국 묻은 채로 다니고 다들 일단 피곤해보이고 꾀죄죄하고. 뭐지 도대체 이건? 그때 환상이 확 깨지면서 아, 연극 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겉멋으로 하는 게 아니구나! 그때 좀 알았던 것 같다. 연극을 어떻게 만들게 되는지 과정을 보니까 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는 거구나! 그 걸 깨달아 갔다.

    연기수업은 어땠나?
    군대 가기 전과 군대 다녀 온 후가 확 갈린다. 군대 가기 전에는 교수님이 인정을 좀 해주셨는데 군대 갔다 와서 연기수업을 듣는데 최형인 선생님이 너 내가 해병대 가지 말라고 했었지? 이상해져 왔어. 이제 어떡하니? 걱정하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해병대와 연기의 함수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복학 후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너 눈빛이 달라졌다는 거였다. 사실 당시 술버릇이 되게 안 좋았다. 돌아보면 죄송한 분들이 너무 많다. 술 많이 마시면 눈빛이 바뀌면서 이상하게 바뀌곤 했었다. 그 때 별명이 나쁜 두영이. (웃음) 뭔가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그런 식으로 폭발했던 것은 아닐까?

    해병대는 왜 갔나?
    아버지가 해병대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군대는 해병대 가야지,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거다. 들어가서 3일 만에 후회하게 됐다. (웃음) 객기 부리다가 엄청난 후회를 했다. 어떡하나? 되돌릴 수도 없고. (웃음) 지금도 연락이 오는데…… 모이자고! 왜 아직까지? 제대한지가 11년이 됐는데. (웃음) 피곤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렇다.

    졸업할 무렵은 어땠나?
    졸업을 바로 앞둔 때였다. 열이 40도까지 올라서 응급실에 갔더니, 피곤하면 입안이 하얗게 허는 거 있지 않은가? 그게 목구멍에 40개나 있다는 거였다. 의사가 면역이 확 떨어진 상태라며 걱정을 하더라. 심지어 에이즈를 의심하더라. 검사를 받아보니 큰 이상은 없었는데 그게 모두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더라.

    졸업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억누르고 있었지만 그랬던 거다. 답답한 마음에 대학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교선배를 무작정 찾아갔다. 잘 모르는 선배였는데 다짜고짜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다.

    누구를 만났나?
    배우로 활동 중인 이정은 누나를 만났다. 일면식도 없었던 후배가 찾아와서 저는 어떻게 살아요? 라고 물어보면 황당했을 텐데 조바심 내지 말고 네가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기회가 올 테니 오늘 나한테 찾아왔던 것처럼 세상과 부딪히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 말들이 너무나 큰 힘이 됐다. 연극 계속 하겠다. 그렇게 마음이 정리됐다.

    대학로에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졸업 후에 박광정 연출의 <매직타임>에 출연하면서 극단 파크에 자주 놀러가게 됐다. 이후에는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의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도 출연했다.2007년에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을 하면서 성기웅 연출을 처음 만났다. 이후에 <과학하는 마음>에 출연하면서 좋은 만남을 이어오다가 2011년에 제12언어 연극스튜디오에 입단하게 된 거다.

    극단에 들어간 이유는?
    외로웠던 것 같다. 공연 때 만나서 공연 끝나면 헤어지고……. 공연으로만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반복이 되다 보니까 어떤 연극적인 동지들을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 장기적으로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성기웅 연출의 제의를 받고 입단을 하게 됐다.

    마두영에게 극단은 어떤 공간인가?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좀 더 쉽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또 뭔가를 벌려볼 수 있는, 자유롭게 마음속으로 품고 있던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해 볼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다. 극단이 없었으면 이번처럼 연출을 실행해 옮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간 어떤 작품에 출연했나?
    극단 안의 작품으로는 <과학하는 마음 – 숲의 심연> <재생> <다정도 병인 양하여> <세 사람 있어> 등에 출연했고, 극단 밖 작품으로는 프랑스 연출가 알랭 티마르의 <코뿔소> 김동현 연출의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강량원 연출의 <칼 집 속의 아버지>를 꼽고 싶다. 얼마 전에는 일본 요코하마와 사이타마에서 공연을 하고 돌아왔는데 굉장히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 도쿄 데스락을 이끄는 타다 준노스케 연출의 <심포지움>이라는 작품이었는데 각 지역의 전문가, 배우, 평론가, 음악가, 무용가 등이 모여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공연이 되는 형식이 재미있었다.
배우 마두영
배우 마두영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찾아서

배우와 연출,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아무래도 배우가 주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연출과 번역에도 분명 관심이 있다. 기회가 생기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연극에서만 가능한 설정과 컨셉을 가진 작품을 찾아서 연출을 해보고는 싶다. 자주 하지는 못하겠지만…….

배우로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캐릭터는?
사실 최근에 했던 작품들이 나 - 마두영으로 그냥 하는 게 되게 많았다. 어떤 역할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자연인인 내가 그대로 하는 역할들이 많았는데 아직은 그런 것이 더 재밌긴 하다. 나로 나와서 뭔가를 해야 하는 공연들이 드라마적인 어떤 것보다는 더 재밌다.

닮고 싶은 선배 연극인이 있다면?
강량원 연출가, 좋았다. 계속 실험하시고, 공연도 많이 보러 다니시고,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으시려는 그 노력이 멋있어 보였다. 많은 것들을 공부하며 계속 열어놓고 채워가는 모습들이 보기가 좋았다.

10년 뒤에 어떤 연극인이 되어 있으면 좋겠나?
10년 뒤에도 일단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계속 쉬지 않고 하고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한번 만나서 같이 연기해 보고 싶은 배우?
이봉련. 같이 하고 싶었던 배우였는데 얼마 있으면 <다정도 병인 양하여>에서 만나게 된다. 기대가 된다.

지금 현재 가장 큰 연극적 고민은?
어떻게 하면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그런 공연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그런 연극을 재밌게 할 수 있을까?

마두영에게 연극은 뭔가?
현장성? 어떤,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그 순간이 지나버리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것이 연극!
  • 마두영 (배우)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상임배우

    주요작품
    연출 <독재자 학교> <크루서블>
    출연 <칼집 속에 아버지> <세 사람 있어!>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재/생> <과학하는 마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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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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