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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이 사우나의 음악 소년

[김은성의 연극데이트] 음악감독 정재일

김은성-극작가

웹진 36호

2013.11.21

열네 살에 프로젝트 밴드 ‘긱스’의 소년 베이시스트로 데뷔해 일찌감치 천재 뮤지션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정재일에게 연극음악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대중음악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는데 어찌됐건 두 시간 동안 사람을 앉아있게 하고 거기서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연극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유랑극단 쇼팔로비치> &...

  • 열네 살에 프로젝트 밴드 ‘긱스’의 소년 베이시스트로 데뷔해 일찌감치 천재 뮤지션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정재일에게 연극음악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대중음악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는데 어찌됐건 두 시간 동안 사람을 앉아있게 하고 거기서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연극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유랑극단 쇼팔로비치> <그을린 사랑>을 통해 객석과의 거리를 좁혀오던 그가 이번에는 <사보이 사우나>를 찾아 뜨거운 즉흥연주를 쏟아내고 있었다.

    음악감독 정재일
정재일
  • 뜬구름 잡는 신동에게 영감을 받다

    음악감독이 보는 <사보이 사우나>는 어떤 작품인가?
    음...... 나도 잘 모르겠다. 여신동을 되게 사랑한다. 그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계속 하면 나 나름대로 연주해보고 작곡해보는 과정이었다. 유년시절의 엄청난 충격들, 이를테면 무용을 처음 봤을 때, 풀밭에 누워서 오페라를 듣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었던 경험, 그런 순간적인 경험들이 음악을 만들 때도 영향을 준다. 그게 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어렸을 때 사우나의 경험이 큰 충격이었던 것은 확실하고, 아름다운 건지, 창피했었던 건지, 엄청나게 강렬한 경험이었고 이번 작업은 그것을 포착하고자 한 과정이었다.

    음악공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음악의 비중이 큰 공연으로 보였다. 작업과정은 어땠나?
    공연 전날에서야 여신동 연출에게 음악을 들려줬다. 그때까지 아무 방책 없이 연습만 봤다. 하염없이 녹화된 연습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이런저런 음악을 틀어보면서 정서를 잡아가기도 했는데 어려웠다. 그런데 리허설 때 마지막 장면 ‘누드씬’을 보고 있는데 너무 아름답더라. 연습초반에 기대했던 이미지들이 그대로 구현이 된 걸 보고 거기서 받은 인상으로 즉흥연주를 했는데 흡족한 느낌을 받았다. 매 공연, 즉흥연주를 해오고 있다.

    여신동과의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인간적으로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가 기억난다. 이런저런 걸 하고 싶다고 말은 하는데 아무 준비도 안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냥 자기는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뭔가 좀 실체가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더라. 그런 점들이 호기심을 당기기도 하고 영감을 주더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는 뜬구름 잡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다. 취향도 독특하고. 그런 점에 끌렸다.

    음악감독으로서 연출가와의 호흡은 어땠나?
    전문 연출가가 아니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냥 나를 내버려뒀다. 연습을 하다가 내가 어려움에 봉착해서 공연 직전에 즉흥연주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냥 그러나보다 하더라. 내 멋대로 하는 대로 내버려뒀다. 그런 점에서 호흡이 맞았다고 할 수 있을까? (웃음)

    정재일


    음악소년, 연극과 만나다

    음악가의 성장과정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했다. 어머니가 학원에 보내서 시작하게 된 건데 피아노가 너무 싫었지만 되게 열심히 했다. 착한 아들이라서. (웃음) 피아노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많이 듣게 됐다. 모차르트가 너무 아름답게 들렸다. 피아노는 너무 싫었지만 음악을 듣는 일은 너무 좋았다.

    본격적인 음악활동은 언제부터?
    초등학생 때부터 록 음악에 빠지면서 기타와 베이스를 다루게 됐고 열네 살 때부터 ‘긱스’라는 밴드를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돈도 벌고 이름도 알려지게 된 거다.

    연극음악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 됐나?
    음악을 하면서 문득 내가 하는 음악에 너무 철학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명분을 찾고 싶었다. 음악을 하면서 뭔가 더 의미 있는 작업이 없나 찾다가 연극과도 만나게 된 거다.

    연극 작업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
    그 전에도 원일 작곡가를 도와 몇몇 작품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음악감독이라는 이름을 걸었던 작품은 2010년 초에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유랑극단 쇼팔로비치>였다.

    이후에는 어떤 작품과 만났나?
    김동현 연출과 <그을린 사랑>으로 만났다. 굉장히 재밌는 작업이었다. 무엇보다 텍스트가 정말 좋았다. 텍스트만으로 압도적인 힘을 주는 작품은 처음이었다. 제대 후 첫 작업이기도 해서 힘을 엄청 쏟았다. 이윤재, 배해선 배우에게도 영감을 많이 받았고 김동현 연출과의 호흡도 좋았다. 차기작에 불러주시길 고대하고 있다. (웃음) 의미가 많은 작업이기도 했고 공연 후에 음악을 쭉 들어보니까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생겨서 음반도 냈다.

    배우에게 영감을 받았다는 대목이 궁금하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어떤 논리보다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에 능하다. 배우들은 여기서 왜 이런 표정을 만들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하더라. 논리가 없다면 움직이지 못하는 배우도 있더라. 그런 점이 낯설어 보였다.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이윤재 배우는 평소에는 너무 예의바르고 착한 분인데, 무대 위에서는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한 인물을 만들더라. 연주가는 그냥 자기 모습대로 연주를 하면 되는데 배우들의 그런 변화의 지점들이 흥미롭더라. 그런 고뇌하는 모습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정재일
  • 정재일


    음악이 깊게 관여된 무대

    연극음악 작업의 어떤 점이 좋은가?
    사실 연극음악을 창작하는 것에 그렇게 큰 애착이 있지는 않다. 다만 연극을 좋아한다. 연극에서 내가 어떤 부분이 될 수 있을 때가 좋다. 선곡이건 작곡이건 할 것 없이 극에서 음악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흥미롭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연극의 일원이 되는 게 재밌다.

    연극의 어떤 점이 흥미로운가?
    나는 대중음악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대중음악은 길어야 5분이고 그 무게도 점점 가벼워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엠피쓰리 하나 정도도 안 되는 느낌으로 와 버렸는데...... 나는 음악이 예술로서 압도적으로 몰입하게 만들 때 감동을 받는다. 대중음악은 갈수록 소비되고, 가벼워지고 있다. 어찌됐건 한 시간, 두 시간 동안 사람을 앉아있게 하고 거기서 막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연극 밖에 없는 것 같다. 긴 시간에 걸쳐서 사람을 앉아있게 해주는...... 연극 밖에 없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연극이 있다면?
    베를린에서 <헤다 가블러>를 본 적이 있다. 희곡을 열심히 외워서 갔다. 비치 보이스의 노래가 명백하게 그 극을 끌어가는 것이 보였다. 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생소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집단 중에 ‘니드 컴퍼니Need Company’라는 팀이 있다. 연극, 음악, 무용이 막 섞여있는 작품을 하는 팀이다.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무대에서 음악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영감을 많이 받았다. 그들의 작품 <이사벨라의 방>에 나오는 맨 마지막 노래는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작업을 해보고 싶은 연출가가 있는가?
    신주쿠양산박의 김수진 연출. 일본에서 <에에자나이카ええじゃないか>라는 공연을 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일본 에도시대의 집단적 광기를 다룬 작품인데, 스타일은 무척 고전적이었지만 인디펜던트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점이 좋았다. 앞으로 전통음악을 써볼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전통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굉장히 우주적인, 국악의 정악스러운, 그런 느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작업과 만나고 싶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가?
    <유랑극단 쇼팔로비치> 때 만났던 김명수 배우. 일단 흔히 들을 수 없는 훌륭한 발성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그분의 명백한 발음을 들을 때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저 배우가 저 대사를 왜 하는지 명백해 보였다.

    정재일


    앞으로 연극을 통해 해보고 싶은 작업은?
    음...... 연극에 한정하기 보다는 무대라고 해두자. 악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무대작품을 하고 싶다. 전통음악에 관심이 많다. 음악이 깊게 관여된 극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세계 각국의 전통을 모아내서 기상천외한 음악이 될 수 있는 작업. 나아가 그것이 곧 극이 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정재일에게 음악은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

    연극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죄송해요. 모르겠어요.

    혹시 더 하고픈 말이 있는가?
    음...... 여신동 같은 사람이 활개를 좀 더 치면 좋겠다. 그냥 막 제 멋대로 하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어서 예술 소비자로서 즐거움을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재밌을 것 같다.
  • 정재일 (음악감독)
  • 정재일 (음악감독)

    수상경력 2013 더뮤지컬어워즈 음악감독상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10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연주상

    2004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주요작품 연극 <그을린 사랑> 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고추장 떡볶기> 외

    앨범 ,<눈물꽃>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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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김은성 극작가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
주요작품 <로풍찬유랑극장><뻘><목란언니><연변엄마><순우삼촌><시동라사>외 다수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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