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배우는 생각중
배우 정선철
부새롬_연출가, 무대디자이너
제140호
2018.05.24
- 뿌
- 연극, 연기? 시작하시게 된 얘기 좀 해주세요.
- 선철
-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에 돈 벌러 올라왔다가 일하는 가게 앞에 ‘단원 모집’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우연히 봤어요. 전화만 해보고 못 갔어요. 부끄럽더라고요. 그러고 한 3년 흘렀나? 놀고 있는데 벼룩시장에서 단원 모집 광고를 봤어요.
- 뿌
- 벼룩시장에서요?
- 선철
- 아동극 하는 극단이었어요. 연극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그때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가 미쳤다, 그랬죠. (웃음) 그렇게 연극을 시작했어요.
- 뿌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저런 걸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도 별로 없으셨고요?
- 선철
- 저도 아직까지 모르겠어요. 그걸 보는 순간 그냥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동극을 하다가 연극을 하는 곳이 대학로라는 걸 알게 됐고요. 거기가 좀 믿음이 안 가는 곳이어서 관두고 대학로로 나가야겠다, 생각을 했죠. 예전에 연극도 하고, 개그 공연도 하는 극장이 있었는데,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 극장에서 일을 했어요. 근데 거기도 연극판에서 인식도 별로 안 좋은 거 같고, 좀 외딴 섬이더라고요. 포스터 붙이고, 이런저런 고생은 하는데 뭔가 앞이 안 보이길래 학교에 들어가야겠다 싶었어요. 어디 사회교육원에 공연예술과정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2년 배우고, 나와서 한 1년 프리로 있다가 ‘극단 작은 신화’에 들어갔었죠.
- 뿌
- 보통 교회에서나 학교에서 연극을 해보거나, 그렇던데, 미스터리네요.
- 선철
- 그러니까요. 공연을 시작하고 연극을 처음 봤어요.
- 뿌
- 정말요?! 하긴 연극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 선철
- 그렇죠. 광주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올라와 가지고 뭐 연극을 봤겠어요? 제가 성격이 막 활발하다거나 그렇지도 않은데, 왜 하고 싶었을까, 정말 잘 모르겠어요.
- 뿌
- 작은신화에 계신 지가 꽤 오래 되셨겠어요.
- 선철
- 2000년도에 들어갔으니까 햇수로 17년, 18년 되죠.
- 뿌
- 이게 내 데뷔작이다, 하는 작품은 뭐예요?
- 선철
- 작은 신화 들어가기 전에 ‘노뜰’이라는 극단에서 <맥베드> <한여름밤의 꿈>을 했는데 그게 데뷔작이에요. 스타일이 있는 작품이라 어떤 역할 하나를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요. 한 1년 정도 작업하고, 집에 일이 있어서 6개월 정도 쉬었어요. 다시 하려고 하는데 공연도 안 들어오고, 오디션을 한 번인가 봤는데 떨어지고. 좀 안정적으로 작품을 하고 싶어서 극단에 들어가게 된 거죠. 사실 제가 연극에 대해서 뭔갈 막 추구하거나 그런 게 없어요. 배우로서 연극, 영화, 드라마, 뭐 그런 걸 따지지도 않았고요. 뭘 몰랐죠, 세상 사람 다 아는, 연극배우하면 배고프다더라, 그거 하나 알고 있었어요. (웃음) 극단 색깔 같은 것도 몰랐고요.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작은신화 작품을 본 적도 없었는데, 아는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손잡고 들어간 거예요. (웃음)
- 뿌
- 내 역할을 제대로 맡았다 싶었던 작품은 뭐였어요?
- 선철
- 연기를 제대로 하지는 못 했지만 박근형 선생님의 <대대손손>에서 아버지 역할을 했었어요. 우연히 박근형 선생님을 만났는데 쉬고 있다고 했더니 잠깐만 와보래요. 정보소극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한번 읽어보라고 하시더니 내일부터 나오라고. 그게 공연 1주일 전이었나? (웃음) 원래는 그 역할을 맡으셨던 선배님의 언더캐스트 같은 거였는데, 무슨 일인지 선배님이 안 나오셔가지고 제가 한 달 공연을 다 했어요. 소화를 잘 해낼 수 있는 역할은 아니어서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비중이 있는 역할이었거든요. 그때는 좋기도 했고 잘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어요. 연습양도 진짜 부족했고, 계속 남이 하는 연기를 보면서 익숙해진 게 있으니까, 내 것도 아니고, 네 것도 아닌 어정쩡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 뿌
- 한 달 공연을 끝마칠 때쯤엔 좀 달라져 있었을 것 같은데요.
- 선철
- 초반에는 커튼콜 할 때 좀 부끄러웠는데 2주 정도 지나니까 마음의 평화가 오더라고요. (웃음)
- 뿌
- 아까 어릴 땐 연극, 영화, 드라마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셨어요?
- 선철
- 사실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굳이 영화나 드라마를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인생의 목표가 그냥 꾸준히 연극 하면서 살면 좋겠다, 였어요. 근데 작년에 우연한 계기로 영화를 한 편 했어요. 그전에는 단역으로 잠깐씩 하다 보니까 영화라는 게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먹고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처럼 생각했는데, 조연을 맡아서 하다 보니까 영화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지금은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하고 싶어요.
- 뿌
- 생각의 변화가 좀 있으셨는데, 연극만 하고 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왜 하시게 됐던 거예요?
- 선철
- 매력을 잘 느끼질 못했어요. 어떤 좋은 영화를 봤을 때, 저걸 해보고 싶다, 그런 게 없었던 거죠. 연극이 좀 더 가치있다, 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웃음)
- 뿌
- 예전엔 그런 분위기가 좀 있었죠.
- 선철
- 선배들의 그런 생각에 영향을 받았던 건지, 연극은 내가 하고 있는 거고, 영화는 주로 보기만 했던 거니까, 그랬던 건지 모르겠어요. 근데 먹고살려면 영화를 해야 된다고 하니까 일 없고 그럴 때 하기는 했는데,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모든 일에는 항상 열정이 있어야 되잖아요. 무대에서도 배우가 가지고 있는 열정이, 표현을 하지 않아도 보이는 건데. 오디션을 보러갔을 때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그런 마음이 좀 있었거든요. 맨날 보는 사람한테는 그게 다 보였겠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막상 해보니까 뭐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새로운 걸 접한다는 것도 있었고요. 지금은 어쨌든 연극을 십몇 년 하다 보니까, 직장인은 아니지만, 비슷한 틀 안에서 하루하루가 가잖아요. 제가 막 생각을 하고 계획을 하면서 삶을 살아오질 않았어요. 내일 살고, 모레 살고, 베짱이처럼 좀 살았어요. 일 없으면 놀고, 일 들어오면 하고, 막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인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목적을 잃어버린 어떤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있어요.) - 뿌
- 연극판이 되게 좁잖아요. 비슷한 사람이랑 계속 작업하게 되고. 지겨울 수도 있겠어요.
- 선철
- 지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연극을 해도 되나, 그러면 안 되는데, 솔직히 요즘에 그런 생각을 해요. 불과 4년 전만 해도 집에 일이 있어서 연극을 못 했는데,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배우들은 항상 캐스팅에 대한 불안감이 있잖아요, 그랬는데, 지금은 그때 뭘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싶어요.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 이렇게 연극을 해도 되나, 싶죠. (웃음) 결혼으로 치면 권태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시간인 것 같아요. 하나 끝나면 좀 쉬었다가 공연하고, 또 끝나면 쉬었다가 공연하고, 뭔가 반복되는 거 같고 활력이 그렇게 (없어요.) 어렸을 때는 뭘 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나 행복하고 값진 시간이었는데… 배가 불러서 그런가? (웃음) 요즘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뿌
- 그게 혹시 비슷한 역할이 자꾸 제안이 와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연극이라는 작업의 형태 때문인가요?
- 선철
- 후자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극단에서는 감초 역할, 재밌는 역할을 많이 했고, 밖에 나오면서는 진지한 역할도 많이 했고, 다양하게 했어요. 요즘엔, 맡는 역할 중 한 80퍼센트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 뿌
- 배우에 따라서 이것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도 있잖아요.
- 선철
- 한때, 노역이 자꾸 들어와 가지고, 내 액면이 있으니까 (웃음) 연달아서 한 3, 4번 들어왔을 땐, 정말 미안했지만 안 한다고 그랬어요. 배우들은 항상 배역에 대한 욕심이 있잖아요. 어렸을 땐 극단 작업에서 감초 같은 역만 하다 보니까 목마름은 있었죠.
- 뿌
- 겉은 안 그러신 것 같은데 속에 단단한 뭔가가 있으신 거 같아요.
- 선철
- 오해예요. 별로 생각이 깊지 않아요. 어떨 때는 좀 단점인 거 같고. 배우로서 사실 좀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것도 고정관념일 수 있지만, 한 인물과 작품을 창조해내는 것에 대해서 포기하지 말고 자꾸자꾸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기본적으론 생각은 하는데, 삶이 그러질 못해서 그런지, 항상 안 되면 안 된 만큼 하고, 좀 그런 스타일이에요.
- 뿌
- 그럼 작업할 때 뭘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 선철
- 어렸을 때 잠깐씩 나오는 역할을 했을 때는 경쾌함이라든지 재미있는 걸 많이 추구했어요. 나이도 들고, 인물을 딱 맡아서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사람에 대해서, 무대에서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요즘엔 배우로서 정체기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더 뭔가를 찾아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요.
- 뿌
- 리프레쉬할 수 있는 시간이 좀 필요하신 것 같아요. 연극 작업 자체에 대해서도 그러시고.
- 선철
- 많이 쉬었는데. (웃음)
- 뿌
- 그럼 뭔가 자극이 필요한 걸까요?
- 선철
- 공부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배우는 무대에서 잘 하고 싶고, 역할 잘 해내고 싶고, 그렇잖아요. 그런 욕심이 계속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 뿌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요?
- 선철
- 김동현 연출이랑 했던 <영원한 평화>요. 제가 그 전에 했던 역할에서는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까, 그런 생각만 했었어요. 사실 배우는 자신과 배역의 영혼이 만나서 어떤 한 역할을 창조해내야 되는 건데, 인물의 깊이를 고민해볼 일이 없었던 거죠. 역할이 안 정해졌을 때, 대본을 봤는데 너무 하고 싶은 역할이 있었어요. 근데 그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동현이 형이 안 줄줄 알았죠. 첫 리딩을 하면서 배역 발표를 하는데 그 역할을 딱 주는데, 처음이었어요, 심장이 너무 두근두근거리더라고요.
- 뿌
- 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 선철
- 정말 맡고 싶었던 역할을 맡아서 잘하고 싶었는데, 안 해보던 걸 하려니까 많이 힘들기도 했죠. 나한테는 외형적인 포장을 먼저 하는 게 익숙한데, 길거리에서 아주 힘든, 지옥 같은 삶을 살아온 인물한테는 안에서 만들어진 게 있어야 외적인 게 도움이 되잖아요. 연기라는 게 진실이 없으면 꾸미게 되는데, 전형적인, 꾸며서 하는 악역 연기한다고, 초반에 형한테 욕을 많이 먹었죠. (웃음) 나중에 형이 그랬어요. “저거 그때 눈에 독기가 가득 차 가지고” (웃음)
- 뿌
- 또 어떤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이 있으세요?
- 선철
- 기국서 선생님하고 <목화밭 속의 고독>이라는 작품을 했었어요. 그때가 작업이 없어서 쉴 때였어요. 후배들한테는 배우가 책도 많이 보고 그래야 한다고 말은 막 하면서도, 원체 잘 안돼요. (웃음) 정말 할 일이 없을 때 책을 보는데, 커피숍에 앉아서 너덧 시간씩 책을 보다 보니까 한 6개월이 됐더라고요. 여행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여행이라도 가자, 싶더라고요. 집에서 가방 싸서 나와서, 제 유일한 취미가 당구거든요, 당구 한 게임 치고 가자, 그러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공연하자고. 짐 싸 들고 다시 들어갔죠.
- 뿌
- 그 작품 너무 어렵잖아요.
- 선철
- 한 달 연습 기간이었어요. 대본을 보는데, 까만 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구나,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웃음) 제가 배우로서 항상 문학성이나, 숲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그 작품은 숲이 아니라 나무도 못 보겠더라고요. (웃음) 입 열었다 하면 대사가 4, 5페이지 되잖아요.
- 뿌
- 엄청 길었던 기억이 나요.
- 선철
- 대사가 12개 밖에 안 돼요. 말도 어렵고, 내용도 모르겠고, 한 달 안에 외워서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했어요. 사실은 별 얘기는 아닌데, 작가가 관념적으로 풀어놔서 그렇게 어려웠던 거죠. 결국 보면 “나는 당신이 원하는 걸 알고 있어” 이 말을 1시간 내내 하는 거죠. 그때 선생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거기다 액션도 별로 없었어요. 딱 서서 대사 쭉 하고, 링에서 살짝씩만 움직이는 거예요. 내가 말하고 있을 때는 뭐라도 하고 있으니까 괜찮은데 (웃음) 한 5분에서 10분을 가만히 서서 듣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좀 오묘한 건, 사실 그 작품을 하고 나서 칭찬을 여기저기서 좀 받았는데… 모르겠더라고요.
- 뿌
- 뭘요?
- 선철
- 왜 칭찬하는지. (웃음) 그런 작품을 처음 해봐서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첫 공연 때는 바지가 파르르 떨릴 정도로 긴장을 하고 공연을 했어요. 공연은 어렵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배우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칭찬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내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역할을 했을 때는 칭찬을 못 들을 때가 많아요. 근데 이거 어떻게 하지, 모르겠다, 하는 역할은 의외로 잘 봐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고… 사실 잘 모르겠어요. 연기를 요즘에 더 모르겠어요. 묘한 거 같아요. 내가 만족한다고 해서 보는 사람이 만족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내가 불만족스럽다고 해서 보는 사람도 불만족스러운 건 아닌 것 같고, 참… 그 차이를 언제쯤인지 알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 뿌
- 마지막 연극데이트 공식질문입니다. 정선철한테 연극이란?
- 선철
- 지금은 사실, 오히려 연극이 나한테 뭘까, 고민하는 시간이고요. 어렸을 때는, 처음 연극을 시작하면서, 저한테는 꿈이 됐죠. 되고 싶은 것도 없었고, 꿈이 없었어요. 항상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게 제일 큰 꿈이었는데, 연극을 시작하면서 배움의 즐거움도 느끼게 되고 꿈이 생겼던 거죠, 배우라는.. 아는 형이 항상, 정배우, 라고 부르는데 그 말을 듣기 좋아해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은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나이가 먹어서 든 생각인 거 같기도 한데, 어떻게 살아야 되나, 삶이 뭔가, 잘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들을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막 초등학교 때부터 하고 그러잖아요. (웃음) 전 이제 해요.
- 뿌
- 정말 여러 갈래로 나눠진 어떤 길에 서 계신 거 같아요.
- 선철
- 작업하면서 정말 항상 성실했던 거 같은데, 요즘에 너무 불성실해진 거 같아서, 안 되겠다, 이런 나태한 정신으로 연극을 하면 안 된다, (웃음) 라는 생각을 요즘에 하고 있어요.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 정선철(배우)
- 주요작품
<쥐가 된 사나이> <암전> <죽음과 소녀> <떠도는 땅>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