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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만난 배우] 어린이 배우들 X 김신록

다 같이 긴 줄넘기를 해요

김신록_배우

제201호

2021.05.27

이 글을 읽으시려는 독자여러분, ‘연기는 놀이이고 배우는 어린아이 같아야 한다’는 쉽고도 어려운 말 다들 들어보셨지요? 연극<시소와 그네와 긴 줄넘기>에 출연한 네 명의 어린이 배우, 김소원(6세), 백송시원(8세), 이도원(6세), 조인 님(7세)1)을 만나 연극과 연기에 대한 우문현답을 나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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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사랑이고요, 진짜 이름은 조인이라고 합니다. 인이라고 불러주세요.
도원
무대에서는 산이고요, 원래는, 집에서는 도원이에요.
시원
저는 무대에서는 우주지만 실제 이름은 백송시원입니다.
소원
저는 무대에서는 하늘이라고 하지만 집에서는 소원이라고 해요.
저도 배우지만 공연을 하면 어려운 점이 많은데...
에?
어려운 점이 없었나요?
있긴 있었어요. ‘제 29조’2) 들어갈 때 어려웠어요. ‘언제 들어가지? 언제 들어가지?’ ‘평가되지 않습니다.’ 할 때 들어가야 돼요. 산이 엄마 대사 듣고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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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
시원
저는 어려운 점이 없었어요. 모든 점이 재미있었는데, 특히 마음이 편한 점이 있었어요. 저만 쪽방에 살고 동생들이 좋은 집에 사는 점이, 저처럼 쪽방에 살지 않아서 마음이 편해요.3)
시원배우가 맡은 우주라는 인물은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다른 아이들이 다 떠나고 무대에 혼자 남는 순간이 많았잖아요. 그 때 어떤 마음으로 무대에 있나요?
시원
자기 자신한테 집중해요. 자기 자신을 믿는 그런 느낌.
소원
소원이는 무대에서 힘든 게 엄청 많아요. 왜냐하면 소원이가 연습할 때 목소리도 너무 많이 쓰고 많이 돌아다니고 그래가지고 너무 힘들고 그랬어요. 이제 안 힘들어졌어요. ‘제 31조’ 이게 옛날에는 어려웠는데 이제 잘하게 되었어요. 많이 연습해서요.
막상 공연을 해보니 연습과 공연이 어떻게 다른 것 같나요?
공연은 신나는 것 같고 연습은 어려운 것 같아요. 연습은 계속하고, 실수하고.
시원
공연이 좋아요. 연습은 하고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해야 하잖아요. 공연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까 좋아요. 사람들이 있는 게 저는 좋아요. 사람들이 없으면,
쓸쓸한 마음?
시원
아니, 연습할 때는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는데 공연 때는 ‘새로운 사람들이다! 새로운 사람들!!!’ 이래요. 사람들이 저희 공연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에게 저랑 하늘이랑 산이랑 사랑이랑 공연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소원
소원이는 공연하는 게 너무너무 즐겁고 신나는 마음이에요. 관객이 공연을 잘보고 끝나면 축하해 줘서 너무 좋아요. 또 공연 안할 때 무대에서 노는 게 너무 좋아요. 그네를 계속 탈 수 있어요.4) 근데 공연 때는 안타고, 안타고, 안타고, 타고, 타고, 해야 돼요.
도원 배우가 맡은 산이라는 인물은 극중에서 말을 거의 안하잖아요,
도원
아빠가 떠나서요.
시원
‘산아 이따 보자’하고 갔는데, 갑자기 아빠가 안 오고 엄마가 온 거에요. ‘엄마, 왜 엄마가 왔어?’라고 말해봤더니 엄마가 아빠가 떠났다고 하는 거예요. 집에 가보니까 아빠가 없는 거예요. 근데 계속 기다려보니까 아빠가 안 오는 거예요.
도원
그냥 나 때문에 아빠가 떠난 것 같아서 그래서 산이가 말을 안 하게 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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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원
무대에서 산이가 아니라 도원이로서 말하고 싶은 순간은 없나요?
도원
없어요. 지금은 도원이에요.
지금은 진짜 인이고, 연극할 때는 진짜 사랑이에요.
소원
소원이도 연극 안 할 때는 진짜 하늘인데요. 지금은 진짜 소원이에요.
시원
제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사랑이라고 지었고, 하늘을 보고 있어서 하늘이라고 지었고요, 하늘이 동생 노을이는 하늘이랑 노을이 잘 어울려서 노을이라고 지었어요.
소원
노을이는 인형인데 인형이라고 말하면 안돼요. 진짜 노을이처럼 보여야 돼요. 연극에서는 원래 그래요.
노을이가 인형이라는 걸 아는 관객이 없을까요?
소원
없어요.
어떻게 그래요?
소원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얼굴에도 우는 표정을,
시원
그거 내가 만든 거야. 우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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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뭐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담아서 하는 거.
시원
관객들 만나는 거.
도원
연습하고 사람들이랑 눈을 마주치고 연기하는 거.5) 흐흐흐.
왜 웃음이 나요?
도원
재밌으니까요.
소원
진짜로 하는 게 아니라 가짜로 하는 거요.
그럼 배우는 뭘까요?
소원
공연하는 사람.
마음을 담아서 공연하는 사람.
시원
관객들 앞에서 씩씩하게 말하는 거요
도원
공연하고 그런 사람.
그럼 공연은?
공연은 재밌는 거.
소원
무대에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시원
공연은 재밌고 관객들이 와서 너무 좋아요. 공연을 하는 모든 게 너무 재밌어요.
도원
사람들 앞에서 하는 거.
소원
소원이는 맨날 맨날 삼촌이랑 맨날 맨날 많이 와서 너무 기뻐요.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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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제목이 ‘시소와 그네와 긴 줄넘기‘입니다. 관객에게 무슨 이야기 하고 싶은 걸까요? (이 질문에 배우들은 극 중 한 장면의 대사를 서로서로 읊어댔다. 해당 장면은 다음과 같다.)
“원래는 보라카이 가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가서 엄청 속상했어요.” “집에만 있느라 답답했지?” “아니요. 보라카이 대신에 제주도 갔는데요.”
소원
“바닷가에서 유채꽃도 봤어요.”
보육교사2
오늘은 어린이날 연휴에 우리 친구들 어떻게 보냈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집에서 그려오기로 했어요.
아이들
네네 선생님.
보육교사2
누가 먼저 이야기 해볼까?
사랑
(집에서 그려온 그림 들어 보여주며) 원래는 보라카이 가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가서 엄청 속상했어요.
보육교사2
집에서 보내느라 많이 답답했지.
사랑
아니요! 보라카이 대신 엄마랑 제주도에 갔다 왔는데요!
보육교사2
뭐가 제일 기억에 남았어?
사랑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보육교사2
또?
사랑
엄마랑 바닷가에서 게도 잡고 조개껍질도 주웠어요. 모래가 반짝 반짝 빛이 났어요. 유채꽃도 보러 갔어요.
하늘
(그림 보여주며) 저는 엄마랑 아빠랑 노을이랑 아빠 차타고 공원에 소풍갔어요. 사람이 진짜 많았어요. 거리두기 하고 김밥 먹었어요. 진짜 맛있었어요.
보육교사2
엄마가 맛있는 김밥 싸주셨구나.
하늘
아니요. 사먹었는데요. 아빠가 엄마 힘들다고 사먹자고 했어요.
보육교사2
하늘이 아빠 참 자상하시다.
하늘
공원에서 다람쥐도 봤어요. 엄청 귀여워요. 저는 다람쥐 그려왔어요.
우주
(그림 보여주며) 저는 집에서 티비만 봤어요.
보육교사2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느라 많이 답답했지.
우주
네. 어린이집 오는 날만 기다렸어요.

산이, 놀이터 그림에는 엄마가 크게 그려져 있다.

보육교사2
산이는 엄마랑 놀이터에서 놀았구나!
산이
(고개 끄덕인다.)
보육교사2
엄마랑 같이 시간 보내서 행복했겠네.
산이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보육교사2
그림은 제 자리에 놔두고, 바깥놀이 갈까요.
모두
네네 선생님!

아이들 나간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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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송시원
시원
놀이터에 있는 시소와 그네와 긴 줄넘기. 맨 마지막에 긴 줄넘기거든요. 이게 긴 줄넘기거든요.7)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놀아야 되니까.
도원
시소와.....
소원
다 같이 긴 줄넘기를 해요.
이 글을 다 읽으신 독자여러분, 연극, 연기, 배우, 인물, 공연 등에 대한 어린이 배우들의 생각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요새 부쩍 연극을 하는 일도 보는 일도 너무 어렵다고 느꼈던 저에게는, 어린이 배우들의 명쾌한 사유와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무대 위에서 더 많은 어린이 배우들을, 더 다양한 사유와 방식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본 대화는 어린이배우들의 보호자 동의와 방역수칙 준수 하에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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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1. <시소와 그네와 긴줄넘기>는 어린이 배우가 출연했지만 아동극이 아니고, 아동극이 아니지만 어린이 관객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다. 공연에 출연한 성인 배우들과 해당 공연의 작/연출가가 어린이 배우들의 실제 엄마들이다. 공연은 총 17개의 장으로 110분간 진행되었으며, 어린이 배우들은 이 중 총 13개의 장에 출연해 극을 이끌어간다. 어린이 배우들은 본 공연이 처음인 배우와 한 두 편의 연극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배우가 섞여 있다.
  2. 공연 중에 어린이 배우들이 직접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조항들을 암기해 읊는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13조 표현의 자유. 우리는 말이나 글, 문화예술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으며 국경을 넘어 모든 정보와 생각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도 있습니다.” 와 같이 개념어가 가득한 문장이 발화될 때 ‘저걸 어떻게 외웠지?’하는 놀라움이 있었는데, 연출가에 따르면 - 본인 역시 공연 2주전 삽입된 조항들을 어린이 배우들이 외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 우려와는 달리 어려움 없이 해냈다고 전했다.
  3. 극중 같은 어린이 집에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우주는 조손가정으로 할머니와 쪽방에 살고 있으며, 한부모가정인 사랑이와 산이는 엄마와 함께 같은 아파트 내 분양동과 임대동에 각각 살고 있다. 바다 역시 한부모가정으로 아빠와 함께 살고 있지만 어떤 집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둥이 가정인 하늘이는 다세대 빌라의 반지하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4. 무대에는 그네와 시소를 이용해 아파트 놀이터를 구현해 놓았다.
  5. 모든 어린이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상대 배우뿐만 아니라 객석에 앉은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자주 눈을 마주쳤는데 도원배우는 특히 관객들을 둘러보며 즐거워하는 순간이 많았다.
  6. <시소와 그네와 긴 줄넘기>중 대사 일부 발췌
  7. 극 중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는 아파트 단지 놀이터가 감염병(코로나)으로 인해 폐쇄된다. 임대동이나 아파트 외부 아이들에게는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던 곳이기도 하다. 극 후반 아이들은 그네와 시소를 묶어놓은 줄을 풀어 서로서로 도와가며 긴 줄넘기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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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

김신록 배우, 창작자, 워크숍 리더
rock2d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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