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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행위가 적어도 한 번은

[무엇을, 어떻게, 왜] 날씨 X 성수연

성수연

제249호

2024.01.25

[무엇을, 어떻게, 왜]는 배우이자 창작자인 성수연이 진행하는 대화입니다. 동시대 창작자들이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작업하며, 그 일을 왜 하는지 들어봅니다.

독자 여러분, 2024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며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 올해는 어떤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신가요? 아무래도 시간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계절을 지내고 있네요.
저는 최근에 어떤 공연에서 ‘시간은 마음이 쓰이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질문을 여러 각도에서 곱씹는 중이랍니다. 마음이 쓰이는 방향으로 시간이 흐른다면, 예술가들은 작업을 통해 그들의 시간을 흐르게 하는 중일지도 모르겠어요. 창작자 날씨 님과 대화를 나눈 기록입니다.

성수연
안녕하세요(웃음).
날씨
안녕하세요(웃음).
성수연
작년 11월 탈영역우정국에서 공연하신 <멸종동물생활협동조합>(이하 <멸종동물>)을 정말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그 공연 관련하여 궁금한 것도 많았고, 그 공연에 반영된 생각들이 날씨 님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듣고 싶었어요. 날씨라는 예술가에 대해서도 궁금했고요. 그래서 대화를 요청 드렸습니다(웃음). 2022년에 신촌극장에서 <멸종동물>의 초연을 하셨었지요. 그 이전에도 연극 작업을 하신 적이 있나요?
날씨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연극in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셨을 때 놀랐어요(웃음).
성수연
저도 공연장에서 창작진을 기다렸다가 바로 현장 섭외를 하는 일은 처음 해봤어요.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보통 스스로를 소개하실 때 어떻게 소개하시나요?
날씨
음악 작업을 하는, 음악가라고 소개해요. 주로 음악 작업을 하는데 주변에 미술 작가인 친구들이 많아서, 친구들이 의뢰하는 작업들의 음악을 많이 했어요. 같이 전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성수연
음악 작업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날씨
홍대에서 20대 초반부터 활동을 했어요. 처음에는 ‘아콤다’라는 밴드를 했었는데 주로 길거리에서 활동하는 밴드였어요. 홍대 거리에서 버스킹도 했고, 여러 집회 현장이나 투쟁 현장에서 공연도 했어요. 그때 하던 활동들이 지금 하는 작업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고요. 천성산 터널공사에 항의해서 지율 스님이 단식하실 때 광화문 교보 앞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창 새만금 방조제를 반대하는 활동들이 있을 때, 그곳에서도 공연을 했고요. 이후에는 ‘캐비넷 싱얼롱즈’라는 밴드에도 있었는데, 주로 홍대 클럽이나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팀이었어요. 그러다가 또 혼자 음악 작업을 하면서 작은 앨범을 내보기도 했고요.
음악가 날씨. 검은색 라운드 티셔츠 위에 검은색 재킷을 입었다. 옆머리를 바짝 깎은 짧은 머리다. 양손을 책상 위에 얹어 둥그렇게 무언가를 그러모으는 듯한 모습이다.
성수연
제가 찾아서 들어본 음악이 혼자 작업하신 앨범의 곡이었나 봐요. 유튜브에 검색하니 나오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날씨의 <Wandering Navigator>을 재생한다) 아이고, 작곡가님 앞에서 음악을… (웃음) 재킷 사진도 정말 예쁘던데요.
날씨
(웃음) 제가 연습한다 생각하고 작업했던 디지털 싱글이에요.
성수연
<Walking Downwind>도 좋았어요. 음악 작업은 어떤 계기로 언제 시작하게 되셨어요?
날씨
어렸을 때,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악기를 배우고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하게 됐지요.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있었고, 그렇게 만난 친구들과 밴드도 만들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거예요.
성수연
어떤 악기로 음악을 시작하셨나요?
날씨
처음에는 우쿨렐레로 시작했고, 두 번째 밴드를 할 때는 트럼본도 연주했어요. 지금은 하나도 못해요. 너무 오래돼서 다 까먹었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음악 작업을 악기로 하지는 않아요. 악기는 맨날 연습해야 되고 실력이 잘 안 늘더라고요. 그래서 포기를 했고, 주로 컴퓨터로 작업을 많이 해요, 미디로.
성수연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셨을지 궁금하네요(웃음). 고등학생일 때 제 주변에는 날씨 님 정도로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가 없었어요. 저도 그랬고요.
날씨
저도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활동을 시작했을 때도 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곳에 다녔죠. 집회에 가고 공연을 하는 정도로만 했지, 활동가로서 어떤 깊은 의식을 갖고 하지는 않았어요.
성수연
그때 하시던 활동들이 지금의 작업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멸종동물>을 떠올려보니 어떤 생각들이 이어지고 있는지 짐작이 되기도 하네요. 어떻게 처음 연극을 만들게 되셨나요?
날씨
제가 음악 작업을 함께 한 작가들이 신촌극장에서 공연을 한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그러다 전진모 극장장님께서 신촌극장에서 공연을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걸 계기로 <멸종동물>을 구상하게 됐어요.
성수연
저도 최근 몇 년 동안 비인간에 관한 연극 작업을 계속했거든요. 어떻게 해도 인간중심적인 시각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늘 있었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곤 했어요. 제가 인간인 이상, 어떤 비인간 존재의 이야기도 인간을 향해, 인간의 언어로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의인화나 대상화에 관한 고민도 하게 되고, 최대한 여러 맥락을 살펴보려고 애쓰게 되더라고요. <멸종동물>에서 멸종한 동물들인 파란영양, 큰바다쇠오리, 콰가, 웨이크뜸부기, 스텔러바다소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들의 말을 작업하실 때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했어요.
날씨
저도 그게 제일 고민이었어요. 동물을 절대 의인화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정말 많은 고민과 타협의 과정을 거치며 만들었어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멸종동물에 관한 전시를 만들 계획이었어요. 예전부터 멸종동물에 대해 관심도 있었고, 어떤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어떤 과정을 겪으며 멸종했는지를 찾아보면서, 기회가 된다면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거든요. 원래는 폐차되는 자동차들에서 나오는 스피커를 구해서, 거기서 멸종한 동물들의 소리가 나오게 하고, 관객들이 버튼을 누르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전시를 생각했어요. 그 동물들이 멸종하게 된 과정과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었는지는 설명글로 전하고, 사람들이 그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극장장님께서 좀 더 신촌극장의 공간성을 살려서 러닝타임을 채우는 공연 형식으로 작업을 해보면 어떨지 제안을 주셨어요. 공연으로 만들려다 보니 의인화를 하기 싫은데도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어떤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있어야 되니까요. 마침 그때 『퀀텀 스토리』라는 책을 읽고 있었어요. 양자역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일종의 역사책 같은 책인데, 앞부분에 이중슬릿 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중슬릿 실험의 내용은, 관측을 하면 전자가 입자처럼 행동하고 관측을 하지 않으면 전자가 파동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실험인데,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떤 동물들은 멸종이 돼서 우리 눈에 관측이 안 되니까, ‘파동으로 존재하며 행동하고 있을 수 있다는 세계관’을 만들면 되겠다, 파동은 소리이기도 하니까 말이 된다, 이렇게요(웃음). 그렇다면 이들끼리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데, 그 대화를 어떻게 의인화하지 않고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초창기 번역기를 떠올리게 됐어요. 저도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번역이 말도 안 되고 문장도 뒤죽박죽인데 얼추 또 뜻은 이해가 되잖아요(웃음).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웃음).
성수연
그래서 공연에 ‘파동 통번역기’의 개념이 들어왔군요(웃음).
<멸종동물생활협동조합>의 프로그램북. 하얀색 책자에 검은색 글씨가 쓰여 있다. 텍스트의 절반쯤 초점이 맞은 사진으로, ‘파동 통·번역기’에 대한 설명이 짧게 정리되어 있다.
날씨
네. 어떤 완성도가 떨어지는 번역기의 디자인을 차용해서, 그런 번역기가 실행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성수연
그 번역기를 통해 나오는 멸종동물들의 말을 작업하신 과정이 궁금해요.
날씨
처음에는 한국어로 대본을 쫙 썼어요. 그리고 그 대본을 영어로 번역을 했고,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어요. 그땐 일부러 오래된 프로그램을 구해서 사용했는데, 굉장히 어려웠어요. 윈도우98, XP에서나 돌아가는 프로그램이었거든요. 그래도 어떻게 설치하는 방법은 또 있더라고요(웃음). 그랬더니 정말 딱 생각했던 그대로 엉망인 번역문이 나왔어요.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자세히 들으면 알 것도 같은(웃음). 그런데 막상 공연을 하려니 좀 더 말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 그 뉘앙스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수정을 했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하니까 어느 정도 타협을 한 거죠. 그런 고민의 과정을 거쳤어요.
성수연
각각의 동물들이 캐릭터도 다르고 말투도 달랐잖아요. 그 캐릭터는 어떤 기준으로 만드셨을지도 궁금했어요.
날씨
기본적으로 각각의 동물들의 성격이나 습성에 대해 남겨진 기록들을 참고했고요. 그리고 그들이 멸종한 과정에 대한 리서치를 했어요. 이들이 멸종당하던 당시에 겪었던 어떤 경험들이 있잖아요. 성격이라는 것은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대본을 함께 쓴 동시성 작가와 함께 그런 것들을 계속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고 의논을 하며 작업했어요. 웨이크뜸부기는 전쟁을 경험했으니 인간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가진 캐릭터로 가면 좋겠다, 파란영양은 아프리카를 뛰어다니던 종족이니까 무리의 지도자 같은 모습이 있을 수 있겠다, 최후의 콰가는 동물원에서 오랫동안 갇혀 살다가 생을 마감했으니 긴 수감 생활을 견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 좋겠다, 스텔러바다소는 동료들의 죽음을 계속 지켜보며 슬퍼하던 아주 고통스러운 멸종 과정을 겪었는데, 아픔을 극복하고 초월한 영적인 여성 캐릭터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런 의논을 하며 캐릭터를 잡았어요.
성수연
등장동물들의 성별까지 설정을 하셨어요?
날씨
콰가와 스텔러바다소만 여성으로 설정했고, 다른 동물들의 성별은 굳이 정하지 않았어요.
성수연
유려한 한국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이 드러났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유려한 말로 드러난 게 아니라서 더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날씨
또 그저 대화를 읽는 것만이 아니라 각 동물의 사운드를 함께 들으며 읽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가 더 와닿았을 수 있어요. 저도 그렇게 느꼈고요.
성수연
맞아요, 맞아요. 확실히 그랬던 것 같아요. 비슷한 종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그 동물들의 사운드를 만들었다고 하셨었죠. 그리고 어딘가 이상하고 탁탁 걸리는 문장들이 정말 좋았는데요. 대화 초반에 나오는 파란영양의 말 중 ‘나는 필사로 도망쳤으나 결국 나는 유지할 수 없었어요’라는 말이 굉장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어요. 그리고 거의 직후에 나오는 콰가의 ‘콰가도 끊어지게 되었어요’라는 말. 이런 이상한 말들이 훨씬 더 진짜를 상상하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멋진 선택이라고요.
날씨
감사합니다(웃음). 그런 게 다 번역기에서 나온 표현들이에요.
성수연
‘결국 나는 유지할 수 없었어요’라는 문장을 그냥 평범하게 바꾼다면, ‘결국 나는 살 수 없었어요’, ‘결국 나는 죽었어요’, ‘결국 우리는 멸종했어요’ 정도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런 말들 안에 담긴 이미지들이 ‘유지한다’라는 모양을 통해 나오니까 갑자기 삶이라는 것이 확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특정 개념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예를 들어 삶이라는 개념을 제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제 안에 만들어진 카테고리나 패턴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과정에서 누락되었을지도 모르는 어떤 진짜들이 또 확 다가오는 느낌이랄까요. 정말 좋더라고요. 팬심…(웃음)
날씨
감사합니다(웃음).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저도 작업한 보람이 있더라고요. 작업을 하고 이렇게 피드백이 많이 오는 경우가 잘 없는데…
성수연
그런데 혹시 원래 공부를 잘하셨어요? 좀 이상한 질문이지요(웃음)? <멸종동물>의 시작점에 양자역학과 열역학 제2법칙이 있다 보니(웃음). 원래 물리를 좀 공부하셨는지 궁금했어요.
날씨
저 공부 못했어요(웃음). 대학도 안 갔습니다. 물리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책이나 글을 읽을 때 물리에 대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곤 했어요. 물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하며 작업에 적용했던 건 2021년에 했던 전시 <다가온 미래>를 준비하면서부터였어요. 그 작업을 할 때 열역학 제2법칙을 공부했는데, 시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음악도 어쨌든 시간을 전제하는 작업이고요. 물리학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 ‘시간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래요. 시간은 정말 어려워요. 예를 들어 좀 전에 저희가 문을 열고 이곳에 들어왔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 일이 없잖아요. 물리적으로 과거에 일어난 일은 이곳에 없는 것이잖아요. 또 제가 지금 수연 님을 바라보고 있지만, 수연 님의 실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수연 님에게 반사된 빛이 제 각막에 비치는 것을 보고 있잖아요. 시간차가 있죠. 이 정도 거리에서는 시간차가 거의 없지만, 10만 광년 떨어진 어떤 별을 보면, 10만 광년 전의 빛을 보고 있는 게 되잖아요. 시간은 참 설명하기 곤란한 개념이지만, 그래도 물리학자들이 시간에 대해 말할 땐, 열역학 제2법칙으로 설명하더라고요.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간단하게 얘기하면, 시간은 엔트로피의 증가, 즉 점점 무질서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거예요. 제가 처음엔 이것을 잘못 이해했었어요. 이 공간에 어떤 음악이 나오고 있으면, 공기가 진동하고, 그로 인해 어떤 무질서한 변화가 이 세계 안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므로 시간이 흐르는 것이겠구나. 그런데 그 음악을 멈추면, 공기 분자들이 막 진동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으니 시간이 멈춘다고 이해해야 하는 건가? 그래서 어떤 과학자에게 물어봤더니, ‘음악을 멈췄어도 우리가 그걸 기억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애쓰는 것도 엔트로피의 증가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시간은 계속 흐른다고 할 수 있다’는 답변을 주셨어요.
성수연
그 음악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 성수연. 검은색 폴라 티셔츠 위에 회색 니트 조끼를 입었다. 가슴께까지 내려오는 층진 웨이브 머리는 머리칼 끝으로 내려올수록 갈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뀐다. 팔꿈치 위쪽으로 소매를 걷어 올리고 왼손을 입가에 가져간 채 다소 놀라는 표정이다.
날씨
네. 그렇다면 시간이라는 것은 우리가 기억하려 하고, 생각하려 하는 것, 마음으로 애를 쓰는 것과 닿아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간은 마음이 쓰이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고요.
성수연
안 그래도 ‘시간은 마음이 많이 쓰이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말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었어요.
날씨
<멸종동물>을 준비하며 물리학자 박권 교수님의 자문을 받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저는 예전엔 음악으로 인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이유가 공기의 진동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기의 분자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존재하고 있는데, 소리가 발생하는 순간 공기가 진동하잖아요. 그 무질서한 진동으로 인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근데 그게 아니었어요. 음악으로 인해 공기가 진동을 하는 것은 어떤 패턴을 갖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일이더라고요. 그런데 엔트로피는 거의 무조건 증가해요. 예를 들어 음악을 스피커로 틀 땐 전기를 써야 되잖아요. 전기를 쓰면 열이 나고요. 열이 발생해서 증가한 엔트로피의 양이 음악으로 인해 공기가 진동해서 감소한 엔트로피의 양보다 큰 거예요. 그래서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해요.
제가 이렇게 생각을 하며 말을 하는 일은 국소적으로는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일이지만, 말을 하기 위해 제가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며 열을 내는 일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일이에요. 엔트로피는 전체적으로 닫힌 계에선 항상 증가해요. 국소적으로 줄일 순 있지만요. 그러면 왜 시간이 마음이 쓰이는 방향으로 흐르냐는 것인데… 일단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엔트로피의 증가가 즉 시간이라고 설명해요. 예를 들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가 떨어져 깨진 컵은 무질서한 상태가 되고 이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한 일인데, 컵의 조각들이 스스로 모여들어 다시 컵이 됨으로써 엔트로피가 감소하게 될 일은 없잖아요. 그렇게 시간이 거꾸로 갈 일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엔트로피의 증가 자체가 시간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박권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엔트로피의 증가만이 시간이 아니라, 그 전에 엔트로피를 줄이기 위해 했던 어떤 행위와 그다음 무위로 돌아가는 과정 전체가 시간이라고요. 컵의 예를 다시 들면, 떨어져서 깨진 컵은 엔트로피의 증가를 가져왔죠. 무질서의 방향으로 시간이 흐른 것이고요. 언어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 컵이 떨어져 깨지기 전에 누군가가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그 이전에 누군가가 그 컵을 만들었겠죠. 컵이라는 것은 흩어져 있는 모래를 녹여 만들어요. 무질서한 상태를 규칙적인 배열을 가진 뭔가로 바꾸는 일이므로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일이죠. 그렇지만 컵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해요. 열을 사용하는 등 에너지를 썼으니까요. 그런데 이 전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에 국소적으로 엔트로피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었죠. 이렇게 컵이 만들어진 과정을 포함해서 이것이 다시 깨져서 무위로 돌아가는 이 전체가 다 시간이라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엔트로피의 증가를 거스르려고 하는 행위가, 그러니까 엔트로피를 줄이기 위한 의미 있는 행위가 그 전체 안에 적어도 한 번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그 노력은 마음으로부터 나와요. 또 마음으로 어떤 생각을 하거나 기억을 하는 일도 어떤 패턴을 만드는 일이므로 엔트로피를 국소적으로는 줄이고 거스르려는 행위죠. 그래서 시간은 마음이 쓰이는 방향으로 흐른다고 한 것입니다.
음악가 날씨가 양손을 몸 앞쪽으로 들어 올려 어깨너비로 벌린 채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성수연
아까보단 조금 더 알 것도 같아요. 혹시 시간은 마음이 쓰이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그 사실이 날씨 님 개인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날씨
저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서… 음…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잖아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미 고전역학에서는 속도와 위치를 알면 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있잖아요. 그런 세계에서는 자유의지가 없는 거예요. 우리가 만나려고 했던 사실도, 만난 사실도 이미 다 결정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 결정대로 행동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하면 슬프잖아요. 이 세계를 탐구한 결론이 ‘자유의지는 없다’가 끝이라면요. 그렇지만 좀 전에 설명한 대로 어떤 의미 있는 행동이 있어야만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렇게 시간이라는 것은 마음이 쓰이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의지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잖아요.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내가 믿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런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 자체가 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성수연
네. 비록 같은 결론이더라도, 시간과 엔트로피의 길을 따라 도달한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또 완전히 새롭게 와닿고 힘이 되네요.
각본도 함께 쓰시고 드라마터그 작업을 하신 동시성 작가님, 조연출로 참여하신 비선형 작가님과는 자주 같이 작업하세요?
날씨
예전부터 오랫동안 알던 친구들이고, 작업을 자주 하지는 않아요. 그 친구들은 영화 작업을 해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유튜브에 <창고생활자의 수기>라는 시트콤을 만들어서 올리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그리고 영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멸종동물>에서 동물들이 하는 대화에도 영적인 내용들이 좀 들어갔어요. 그런 내용이 들어가는 게 좋았어요. 과학 이야기를 하고, 역사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 분위기가 확 바뀌어 영적인 주제들이 다뤄지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성수연
공연을 보기 전에 그날 박권 교수님의 강연도 들었어요. 질의응답 시간에 양자역학이 꼭 불교 교리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분이 계셨어요. 교수님도 어느 정도 수긍하시던데요? 저도 작년부터 양자역학을 조금씩 접하며 공부해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영성에 대한 생각을 오히려 더 하게 되더라고요.
날씨
만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누구인지 탐구하는 일과, 우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탐구하는 일은요.
성수연
지금 현실에서 직접 보거나 느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과학이라는 점에서도 영적인 부분과 닿아있는 것 같아요. 관측되지 않지만, 혹은 관측하고 있지 않지만, 파동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들에 대해 믿는 일 또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하고요.
날씨
그 이중슬릿 실험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해볼게요. 보고 있지 않을 땐 파동으로 행동한다는 성질은 사실 저에게도 해당돼요.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 사실 저도 마찬가지인 거죠. 아무도 저를 보고 있지 않고, 제가 어느 곳에서도 관측되고 있지 않으면 저도 파동이 되거든요. 실제로 모든 것들이, 우주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래요. 관측당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작용에 의해서 제가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는 거예요.
성수연
상호작용이요?
날씨
관측하고 본다는 것은 어떤 대상한테 영향을 준다는 의미에요. 우리가 뭔가를 보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게 어떤 영향을 줘야만 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뭔가를 보기 위해 불을 켜면, 빛의 입자가 대상에 부딪혀서 반사된 상이 저에게 보이는 것이잖아요. 이중슬릿 실험을 위해 설계된 어떤 시스템 안에서 관측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상에게 어떤 영향도 가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러므로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그것들이 파동 형태로 그냥 쫙 퍼져 있는 거예요.
이것은 작은 입자 세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거시 세계에서도 다 마찬가지예요. 이중슬릿 실험에서, 전자총을 이용해 쏘아 보냈던 그 전자를 여러 개 합쳐 어떤 분자를 만들고, 그걸 그 시스템에 다시 쏘아 보냈더니 또 같은 현상이 일어나요. 우리가 생각하는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의 경계가 사실 없는 거예요. 고양이를 쏘아 보낸다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그런 실험 환경을 만들 수가 없잖아요. 큰 것을 던졌을 때도 영향을 받지 않을 만한 환경을 만들기가 어렵죠.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그래요. 우리도 관측되지 않으면 파동으로 존재해요.
성수연
제가 지금 이 세계에 존재하는 이상, 관측을 당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 가능한가요?
날씨
그러면 없어지겠죠. 관측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있어요. 하이젠베르크는 우리가 보고 있는 자연이 실제 모습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관측하는 방식에 따라 나타나는 일부를 볼 수 있는 것이고 실제의 모습이 아니라고요. 관측한다는 것, 본다는 것에는 뭔가 굉장히 철학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이 들리죠. 어려워요(웃음).
성수연
이 개념을 이론적으로는 조금 이해할 것도 같은데 또 일상의 차원으로 끌어내려서 생각하면 잘 모르겠는 얘기가 되고, 자꾸 왠지 자세를 이렇게 하게 되는데(웃음). 나는, 누구, 누구지, 나는, 태어, 여기, 존재, 나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관측되고 있나? (날씨를 본다)
배우 성수연이 양팔을 몸 앞쪽으로 가슴께까지 들어 올리고 팔꿈치를 90도 각도로 꺾어 두 팔을 겹쳐 놓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날씨
제가 없어도 불이 켜져 있으면 다 관측되고 있고.
성수연
불, 꺼진, 방에, 혼자…
날씨
그래도 공기 분자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지요. 그게 관측이고요. 만나고 있고, 부딪히고 있고, 그래서 나타난다는 그런 개념이 있어요. 이 우주는 사실 다 어떤 상호작용이라고요.
성수연
더 공부해봐야겠어요. 어렵지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분야인 것 같아요. <멸종동물>은 처음에 전시로 기획하셨던 작업인데, 공연으로 만들어보니 어떠셨어요?
날씨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엔 딱히 오해라는 게 없잖아요. 관객이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고요. 그런데 공연에서는, 제 설명이 부족해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누군가가 해석해버리면 그건 오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과학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과학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과학을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오해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 과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내레이션으로 지나가니까 관객들이 잊어버리기도 쉬울 것 같고, 한 번 들어서는 소화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자를 만들어서 나눠드린 거예요. 다시 한번 읽어보시라고.
성수연
쉽지 않은 말들이긴 했어요. 내레이션 한 번 놓치면 끝이라는 생각에 긴장했는데, 다시 읽어볼 수 있어서 정말 좋더라고요.
날씨
신촌극장에서 초연을 했을 땐 책자가 없었어요. 공연을 보고 사람들이 피드백을 해주는데, 제가 핵심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들은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앞에서부터 착착 쌓은 세계관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동물들의 대화도 그냥 재미있는 대화 정도로만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고요.
성수연
이번에는 의도와 생각이 잘 전달된 것 같으세요?
날씨
네(웃음). 수연 님도 들으셨다는 그 물리학 강연도 프로그램에 넣고 그랬더니. 또 요즘에는 이 분야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더라고요.
성수연
맞아요. 저도 양자역학 진짜 어려워하면서도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어요. 아직 열심히 공부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책도 보고 자료도 찾아보고 유튜브로 강연도 들어보고 그러는 편인데, 정말 신기한 것이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꼭 마법에 걸린 것처럼. 글자를 볼 땐 알 것 같은데, 돌아서면 하나도 모르겠는 그것이 양자역학인가요.
날씨
정확하게 언어로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언어로 설명하려면 개념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고, 물리학은 언어를 이용해 그렇게 개념적으로만 설명하면 어쩔 수 없이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고요. 정확하게 알려면 수학을 공부해야 하더라고요. 저도 올해는 수학을 공부해볼까 생각하고 있긴 해요.
성수연
비록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양자역학이지만, 관람할 때 저는 관객으로서 <멸종동물>의 세계관을 비교적 잘 따라갔다고 생각해요. 전해주시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또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봤어요. 공연에 어떻게 설득되어 왔느냐에 따라 저에게는 굉장히 다르게 남았을 수도 있었던 어떤 개념들이, 그러니까 보이지는 않지만 파동으로 존재하는 누군가들에 대한 생각, 사랑, 기억, 우정, 마음을 썼던 어떤 순간, 이런 것들이 이 공연이 설계된 방식을 따라왔더니 완전히 새롭게 와닿는 ‘진짜’가 되더라고요. 파란영양이 ‘나는 동료들을 만나면 눈물을 닦아줄 것입니다’라고 하는 공연의 말미쯤엔 울기도 했는데, 지금 또 갑자기 눈물이. (눈물을 닦는다) 너무 많은 방식으로 혹은 너무 흔히 쓰이는 말들로 얘기되는 바람에 그냥 흘러가 버린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그런 말을 쓰는 것을 피할 것이 아니라, 그런 말을 다시 느끼게끔 작업을 설계하면 되겠다는 희망을 느끼기도 했고요.
날씨
감사합니다. 이런 걸 다음에 또 할 수 있을까요(웃음)?
성수연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주제로 작업을 할 땐, 굉장히 많은 단계를 밟도록 과정설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매 순간을 어떤 원하는 결과를 향해 직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각각의 과정 간의 논리만 잘 쌓아가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나하나의 논리가 다 결과에 부역하는 논리일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동물들의 대화도 여러 단계에 걸친 번역을 통해 작업하셨고, 동물들의 소리도 비슷한 종의 소리를 수집하고, 자르고, 다시 건반에 하나씩 입히고, 그것을 다시 연주하며 그렇게 여러 단계를 거쳐 작업하셨죠. 얼핏 1단계와 5단계를 떼어놓고 보면 어떠한 인과도 없어 보일 수도 있고, 결과를 향해 직진하는 과정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촘촘히 존재하는 여러 단계들 간의 논리가 있으면 좀 더 나아갈 수 있겠구나, 정말 멋진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많이 배웠어요. 예를 들어, 캐릭터를 분명히 가진 어떤 동물들이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하는 장면이라고 해도 이렇게나 각 단계의 논리에 충실하게 설계된 장면이라면, 이것을 그저 의인화로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더 시도하고 더 나아가는 방법이 분명히 있구나 싶었어요. 빨리 작업 만들고 싶다는 기분도 들었고요(웃음).
날씨
다음에 뭐 하지(웃음)?
성수연
부담스러우시겠지만, 응원하겠습니다(웃음). 구상하고 계시는 다음 작업이 있으세요?
날씨
아직 작업은 구체적으로 없고요. 올해는 공부도 하고, 어떤 작업을 할지 리서치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운드 스케이프 작업을 하고 싶어서, 이번 전시 공연 때도 마이크를 하나 만들어서 전시했었잖아요. 그렇게 직접 만든 녹음 장비를 가지고 제 나름대로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장소에 가서 녹음을 하고, 아카이브 사이트를 만들어서 기록, 보관하는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성수연
오늘의 대화를 기반으로 그 작업을 상상하니, 완전히 시간에 대한 작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날씨
여러 가지를 다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에 대한 것도 담고, 언어에 대한 것도 담고.
성수연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오늘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질문 주고받기를 하며 대화를 마무리할까 해요. 오늘의 대화를 통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이 제 안에 생겨났는데, 질문의 말로 정리가 잘 안 될 것 같아 걱정이에요(웃음).
날씨
저도 지금 굉장히 긴장되네요(웃음).
음악가 날씨와 배우 성수연의 옆모습이 담긴 가로로 긴 사진을 위아래로 붙여 놓았다. 두 사람은 하얀색 배경 속에 있고, 위쪽에는 오른쪽을 바라보는 날씨가, 아래쪽에는 왼쪽을 바라보는 성수연이 있다.
성수연
너는 너 자신의 세계가 거시 세계라고 느낄 때가 많아, 미시 세계라고 느낄 때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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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너는 네가 왜 존재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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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
어떻게 존재해야 되는지를 결정할 때 왜 존재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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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너는, 너에게는, 너에게, 네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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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
너는 취미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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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너는 해석할 여지가 없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니?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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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

성수연 본지 편집위원
배우, 창작자. 다양한 형태의 연극작업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ooyeo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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