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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에서 무한한 실험과 자유가 펼쳐지는 곳

[극장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박은희_서울연극센터 총괄 매니저

창간준비 2호

2012.05.03


대학 1학년 때부터 공연을 보러 대학로를 찾을 때면 습관적으로, 극장들이 밀집한 마로니에 공원 쪽 혜화역 2번 출구를 이용하곤 했다. 이런 나의 습관을 바꿔준 첫 번째 소극장이 바로 “혜화동 1번지”이다. 혜화역 1번 또는 4번 출구로 나와 혜화로터리로 가서 혜화파출소 옆의 골목 초입에 들어서면 웬 다가구 주택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그곳이 혜화동 1번지이다.

처음 이 곳에서 연극을 보았을 때엔 ‘뭐 이런 곳이 다 있나’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공연장은 지하여서 퀴퀴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화장실을 가려면 2층으로 올라가야 하는데다가 좁아서 줄을 1층까지 서야했다. 그뿐이던가? 객석으로 들어가면 의자는 없고 그저 덧마루에 방석만이 주워져 공연보는 시간 내내 엉덩이와 허리의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그러한 곳이었다. ‘아... 대학로란 이런 곳이구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연극을 하는 예술인들이 안타까우면서도 관객을 배려하지 못하는 서비스정신의 부재에 대해 탄식하며, 두 번 올 곳은 아니란 생각을 한 게 스무살 무렵의 혜화동 1번지에 대한 기억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대학로에서 배우로 활동을 하던 가까운 선배의 덕분(?)으로 혜화동 1번지에서의 공연을 자주 보게 되었고, 이 때 나는 진정으로 소극장 연극의 매력에 빠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소극장 연극의 매력이라고 하면 흔히 배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기 때문이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어진 환경의 수많은 제약 속에서도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역시 소극장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특히 그런 면에서 일반적인 액자형 무대가 아닌 혜화동 1번지는 공간 제약을 통해 연극인들에게 새로운 상상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한이 많은 만큼 기발함과 도전으로 표현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혜화동 1번지의 공연은 언제나 새로움을 준다. 어느 공연은 객석이 양쪽으로 나뉘기도 하고, 다른 공연에서는 무대였던 곳이 객석이 되기도 한다. 무대와 객석의 변화보다 더 다양한 모습의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이 곳 혜화동 1번지는 청춘과 같다. 많은 젊은이들의 실험과 실패가 있고 동시에 열정과 희열과 또다른 도전이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혜화동 1번지 극장 내부

최근 대학로에는 번듯하고 큰 공연장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런 실험과 도전의 공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학로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연극계에서 자리잡은 최용훈, 양정웅, 이해제, 김재엽 연출 등이 이곳에서 활동을 해왔고 지금도 많은 젊은 연극인들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에서도 혜화동 1번지가 얼마나 의미있는 공간이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공간인지 알 수 있다.


혜화동 1번지 가기 전, 알아두면 유용한 팁 그 1번지가 아니에요~ >>
혜화동 1번지를 방문할 때 자가용 이용자들은 주의하기 바란다. 네비게이션에 ‘ 혜화동 1번지’로 주소 검색하면 헤매기 딱 좋다.^^ ‘연극실험실’이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실험적 연극의 1번지라는 의미이지 주소가 1번지는 아니다.

당신이 들어온 그곳으로 배우도 등장한다! >>
혜화동 1번지의 무대로 통하는 문은 딱 두 곳인데 하나는 분장실과 통하는 문이고 또다른 하나가 관객들이 입장하는 그 문이다. 대극장처럼 백스테이지가 따로 있지 않아 공연장 안의 모든 공간은 무대이자, 백스테이지이며, 객석이 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공연은 관객이 출입하는 그 문을 등·퇴장로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연 중에는 밖으로 나올 수 없다. 특히 공연에 따라 무대를 가로질러야 밖으로 나올 수 있으므로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에 욕심이 나더라도 공연 중에는 나올 생각 말고 공연에 집중하자. ^^

화장실은 꼭 들렸다가... >>
많은 대학로의 소극장이 그러하지만 특히 혜화동 1번지의 화장실 환경은 그리 좋지 못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2층부터 계단을 따라 쭈욱 줄을 설 때도 있다. 때문에 서울연극센터나 인근 카페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공연장으로 향하길 권한다.


주변 즐길거리, 먹을거리 필리핀 시장 >>
매주 일요일이면 혜화로터리에는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장 활발한 이 시장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모여 고기, 생선, 과일, 샴푸, 맥주 등등 다양한 물품을 사고파는 이국적인 곳이다. 필리핀 시장은 바로 옆에 위치한 혜화동 성당에서 필리핀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사가 열리면서 생성되었다고 한다. 필리핀 여행, 간편하게 대학로에서 할 수 있다.

혜화동콩집 >>
혜화동 1번지 바로 맞은편에 아주 작은 카페가 있다. 커피 향이 미소 짓게 만드는 이 작은 카페는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으로 에스프레소 꼰빠냐. 에스프레소 아로마 등이 인기메뉴다. 가격은 3,500원부터 6,500원까지 다양하며, 원두도 팔고, 소수정예로 바리스타 강좌도 있다. 화요일은 정기휴무. www.kongzip.com

혜화칼국수 >>
혜화동 1번지 바로 옆에 허름한 1층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곳이 유명한 혜화칼국수이다. 대통령이 다녀갔던 곳이라 더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맛집에 관심있는 어른들은 혜화동 1번지보다 혜화칼국수를 더 잘 아시더라. 사실 처음 이곳의 칼국수를 먹을 땐 상당히 낯설다. 한우사골 육수로 아주 부드러운 면발... 이름도 ‘국시’다. 그 외에도 바싹불고기는 달콤하면서도 담백해서 정말 좋아하는 메뉴다. 그 외에도 문어, 수육, 생선튀김을 강추한다. 국시는 7,000원, 녹두빈대떡 10,000원, 바싹불고기, 문어, 수육, 생선튀김은 각 25,000원.

목동 >>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한 맛집. 혜화동 1번지 맞은편 쪽 2층에 위치한 이 식당은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좋아하시던 식당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거지탕, 갈비탕, 등심 등등 고기와 한식 메뉴들이 있는 이곳은 아직 모든 메뉴를 먹어보진 못했지만 메뉴의 반을 먹어본 입장에서 다 맛있다.
심지어 반찬까지.^^

혜화동콩집
혜화칼국수
목동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 혜화동 1번지는 ‘연극실험실’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1994년 개관하였다. 대학로에 유동인구가 늘면서 세련된 카페와 유행을 타는 유흥시설들이 늘어가고,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리며 점점 상업화되는 대학로의 연극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져 가던 시기,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는 그러한 대학로에 대한 비판이자 대안으로서 등장했다. 때문에 이 공간은 소위 대학로라고 명명되던 중심 거리에서 벗어나 혜화동 로터리의 북쪽, 조용한 주택가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극장을 개관한 이는 당시 40대의 젊은 연출가들이었던 기국서, 김아라, 류근혜, 이윤택, 박찬빈, 이병훈, 채승훈 등으로, 말하자면 이곳은 일종의 연출가 동인제 공간이었다. 이들은 그 스스로를 ‘혜화동 1번지 1기 동인’이라 불렀는데, 서로 다른 개성과 지향하는 연극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고 실험적인 연극 정신을 되살리자는 하나의 뜻으로 새로운 소극장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각자가 자신의 극단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공동의 기금을 만들어 극장을 공동 운영하되, 공연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극단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해 주자는 운영 원칙을 세웠다. 1994년 개관 첫 공연으로 ‘실험극 페스티벌 : 세가비백황파 展’라는 주제 하에 여섯 명의 연출가가 각각 자신들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으며, 1995년에는 ‘상황과 형식 展’이라는 두 번째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로부터 약 2년 후 혜화동 1번지 2기 동인이 결성되는데, 이성열, 최용훈, 박근형, 손정우, 김광보 등의 5인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1998년 ‘일상과 현실 展’이라는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자신들의 활동을 시작했고, 이어 1999년에는 ‘공포연극展’, 2000년에는 ‘오비이락(五飛異落)展’ 등 독특하고 개성적인 제목을 내걸며 자신들의 존재와 활동을 연극계와 일반인들에게 각인시킨다. 혜화동 1번지의 3기 동인들은 2기 동인들의 추천과 검증을 통해 구성되었는데, 양정웅, 김낙형, 이해제, 박장열, 오유경, 송형종 등 6명이었다. 이들 역시 2기 동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하나의 주제를 내걸고 페스티벌 방식의 공연하는 방식을 취했다. 더불어 자신들의 활동 외에도 ‘연출가 데뷔전’을 만들어 신진 연출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3기 동인들이 기획한 주제 중 ‘니체의 배꼽展 : 여섯 편의 연극, 여섯 개의 색깔, 여섯 개의 웃음’은 이색적인 기획과 작품성으로 그 해 문예진흥원이 주관한 ‘올해의 예술상 독립 예술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2006년부터 4기 동인들이, 2011년부터는 5기 동인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면서, 혜화동 1번지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각 극단의 개성을 발휘하는 페스티벌의 형식의 공연 방식과, 실험과 패기의 젊은 연극 동인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실험적 공간이라는 자신만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진아 (본지 편집위원 / 연극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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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박은희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 총괄매니저
대학로에서 공연기획·홍보 및 좋은공연만들기협의회 사랑티켓 팀장 등 공연·축제 관련 일을 해왔으며, 2007년부터 서울연극센터에서 각종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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