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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 큐레이터 윤민화 [연극과 지구: 모두를 위한 연극] 두 번째 기사

윤민화_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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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in은 지구 환경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작품 활동에 직접 담아내고 있는 창작자로서 시각예술 큐레이터 윤민화, 공연예술가 한윤미, 뮤지션 솔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연극in 편집부
윤민화
1. 환경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진행해 온 활동들을 소개해주세요.

<어스바운드> 포스터 ⓒ도한결

석사학위 논문 「인류세(Anthropocene)에 대한 비판적 고찰-크리티컬 아트 앙상블(Critical Art Ensemble) 작품을 중심으로」를 작성한 이후, 논문 주제를 발전시킨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그중 처음으로 발표한 전시가 제7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수상 전시 <어스바운드 Earthbound>입니다. 올 초, 그러니까 3월에 아마도예술공간에서 개최했는데요. 제가 전시를 홍보하던 시기에 국공립 미술관과 공연장, 모든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은 휴관을 공지하고 있었습니다. 홍보를 하면서도 참 마음이 불편했어요. 가능하다면 전시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하지만 전시를 강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수면 위로 올라온 환경 문제와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시 서문을 썼어요.
<어스바운드>는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어의 용어를 빌린 개념입니다. 지구에 묶인 존재(the earth-bound)를 호명하면서, 대문자 인간에 대한 구시대적 관념을 종식시키고, 가이아로서 지구를 다시 인식할 것을 요청하고자 했어요. 근대적 시민사회가 발명한 자연이 아니라, 생명체로서 지구를 받아들이고 부디 겸손해지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인간 또한 지구와 관계 맺는 수많은 종중에 하나임을 언설하기 위해 여성 작가들(송상희, 염지혜, 조현아)의 영상 언어로 동물과 식물, 죽음과 삶, 문명과 야만, 변태와 변이를 말하게 하였어요. 이것은 인간이 인간을 악으로 호명하고, 선으로서 구원코자 하는 추악한 인권 이데올로기에서 나아가자는 외침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이해(interest) 앞에 겸손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를 간청하는 텍스트 작업을 커미션으로 제작(김화용, 이소요, 진나래)하기도 했고요. 코로나19로 많은 전시장이 문을 닫은 상황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참 많은 관객이 전시를 다녀갔습니다. 지구가 잠시 멈추었던 때에,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전시장을 찾는 모습은 생소한 풍경이었습니다.
  • 조현아, , 3개의 35mm 환등기, 240개의 슬라이드
  • 김화용, 이소요, 진나래, <예술을 위한 생물 전시, 첫 번째 버전>,책자와 이미지월이 있는 열람실
  • 송상희, <변신이야기 제16권: 코오라, 플라시오사우르스 그리고 리바이어던의 사랑이야기>, 연필 드로잉 애니메이션, HD, 칼라, 사운드
  • 염지혜, <검은 태양>, 단채널 영상
또 다른 전시는 7월 7일부터 8월 8일까지 낙원상가에 위치한 d/p에서 선보일 <파노라마 오브젝트>입니다. 이 전시는 미셸 푸코의 전언에서 출발합니다. 푸코는 저서 『말과 사물』의 말미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인간은 근본적인 지식의 배치에서 일어난 변화의 결과였다. ... 만약 그 배치가 출현했듯이 사라지기에 이른다면, ... 장담할 수 있건대 인간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려놓은 얼굴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저는 <파노라마 오브젝트>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박윤지, 이수진, 조은지, 차미혜, 차재민)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모래사장 위에 새로운 얼굴을 그려야 한다면,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여전히 그 얼굴을 그리는 주체가 인간이라면, 그 인간은 어떻게 주인공으로 남지 않으면서 세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지 말해보고자 합니다. 인간이 앉았던 비워 있는 왕좌에 단지 다른 이름을 앉혀 놓는 것이 아니라, 그 위계 자체를 흔드려는 시도로서 존재를 재차 묻는 것이죠.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먼저 인간을 다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창작자로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적이 있는데요. 저는 참여 작가 중 ‘크리티컬 아트 앙상블 Critical Art Ensemble’의 작품 제작과 설치를 담당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논쟁적인 담론을 전략적으로 드러내는 예술을 실천해 온 작가들입니다. 최근에 이들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고요.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은 <환경 트리아지: 민주주의와 죽음의 정치 내에서의 실험>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환경 문제에 대한 우리의 선택과 그것을 이루는 구성에 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해 관객들이 작품 내부에서 민주주의적 실험을 감행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사실 최근 시각 예술에서는 환경 문제나 인류세라는 키워드를 다루는 전시나 작품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인간을 환경 문제를 초래한 죄인이자 동시에 구원자로 상정하기도 하고, 환경 문제에 있어서 인간이라는 주어를 놓지 못하는 이중적인 논리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또한, 환경 위기를 보다 스펙터클하게 드러내기 위하여 예술과 과학을 통해 생산되는 다양한 시각 이미지를 동원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최근 시각 예술 내에서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보던 중 크리티컬 아트 앙상블을 만나게 된 것이죠.
2018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크리티컬 아트 앙상블 전시를 설치하는 모습(좌) (출처: http://critical-art.net)
전시장 전경(우) (출처: http://mediacityseoul.kr/participant/72)
그들은 환경 위기와 관련된 문제들을 연구하면서, 기후 변화, 종의 멸종과 구조, 환경적 불평등, 자연에 존재하는 상호관계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을 한국 조건에 맞게 재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술이 환경 문제를 다루는 태도에 관해 자문하고, 앞으로 기획자로서 어떤 실천적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3. 환경을 위한 실천으로서 예술계 또는 연극계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전시장 환경조성’에 관한 부분입니다. 전시라는 매체 특성상 전시장을 조성하는 것은 전시의 주제나 목적, 그 효과를 드러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친 뒤, 무참히 파기되는 폐기물을 보면 마냥 필연적인 요소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됩니다. 억 단위의 전시 예산에서 천 단위의 전시장 조성비를 지출하고, 또 백 단위의 폐기물 처리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우리는 매번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전에 제가 케이크갤러리에서 일할 때는 전시장도 크지 않고, 기금으로 전시를 기획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절약’은 어떻게 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제작으로 전시를 꾸릴 수 있는지 열심히 고민할 수 있었죠. 그래서 <어스바운드> 전시에서는 처음부터 작가들과 약속 아닌 약속을 하기도 했어요. 우리 전시를 위해 “불필요한 쓰레기”를 생산하는 일을 지양하자고요. 가벽이나 좌대의 제작을 지양하고, 최대한 있는 공간 그대로의 분위기를 활용했습니다. 아카이브실을 꾸밀 때에도, 기존에 제작되었던 책걸상을 재사용했고요. 물론, 대규모 전시 공간에 이런 생각이나 과정을 당장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에 관해 작가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4. 함께 보면 좋을 서적이나 영상 등을 추천해주세요.
지브리스튜디오에서 20년, 30년 전에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다시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웃집 토토로>나,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다시 보면 놀랍게도 지금 우리가 직면한 환경 위기에 관한 문제 의식을 당시에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아름다운 그림과 언제 들어도 좋은 배경 음악도 요즘 같이 우울한 시기에 온기를 줄 수 있을 거고요.
모두를 위한 연극, 어스바운드, 윤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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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화

윤민화 전시기획자
학부에서 불문학과 미술사학을, 석사과정에서 예술학을 공부했다. 케이크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두산갤러리 등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일년동안 연구자로 입주하며 논문「인류세(Anthropocene)에 대한 비판적 고찰-크리티컬 아트 앙상블(Critical Art Ensemble) 작품을 중심으로」를 발표했고, 이 연구를 기반으로 제7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수상 전시 <어스바운드>와 d/p기획지원프로그램07 <파노라마 오브젝트>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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