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승록
-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를 하고 있는 승록이고요. 이 친구(고양이)는 에그몽이고, 제 옆에는 함께 살고 있는 혜정입니다. 그리고 지금 숨어서 안 보이지만 왕발(고양이)이랑 이렇게 네 존재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Q2. 언제부터, 어떻게 같이 살게 되셨나요?
- 승록
- 제가 미술 학원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미술학원 원장 선생님이 살라고 싸게 내 주신 집인데... 그래서 집에 큰 그림들이 있어요. 이 그림을 보관해 주는 조건으로 저렴하게 임대를 주셔서 이곳에서 살게 되었어요.
- 혜정
- 제가 본가도 서울에 있는데 이 공간 자체가 오히려 더 저한테는 집에 가깝고, 그리고 저는 이제 승록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기분이 좋을 때 이제 가끔 짝꿍이야, 우리는 짝꿍이야 이렇게 서로를 불러요.
- 승록
- 너무 재미없게 이야기했는데 (하하하)
- 승록
- 에그몽은 혜정이가 설명을 해야 되고, 왕발이는 제가 설명을 해 줄 수 있어요.
- 혜정
- 에그몽의 경우는 (대학 때) 혼자 자취를 시작하면서 이 친구랑 같이 살게 되었고, 왕발이는..
- 승록
- 왕발이는 제가 신촌 지하 1층에 있는 술집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딱 이맘때 즈음이었어요. 비 오는 날이었는데, 벽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막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장님이랑 벽을 뜯었어요. 나무 벽이라서 뜯겼는데 새끼 고양이가 떨어져서 벽 안에 갇혀 있었던 거예요. 그래 가지고 구출 했는데 걔가 왕발이었어요. 그래서 왕발을 구조하고, 막 씻겨서 산x리 위스키 병에 따뜻한 물 받아서 수건으로 싸가지고 임시보호를 보낸 사람이 혜정이었어요. 혜정이랑 에그몽이랑 왕발이랑 살다가, 제가 인연이 돼서 혜정이와 살게 된 거죠. 그래서 저희는 왕발이가 저희를 이어줬다 이렇게 얘기해요.
Q3.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장소가 있다면
- 승록
- 우리 어제 얘기하기로 했었던 거 있었는데...
- 혜정
- 우리는 맨날 까먹는다니까...
- 혜정
- 벽도 약간 좀 애착이 있는 편이에요.
- 승록
- 맞아요. 혜정이가 그린 그림도 있고, 같이 보러 다닌 공연이라든지, 제가 공연한 공연 포스터도 있고, 이것저것 옛날부터 뭔가 생기면 그냥 벽에다 붙였거든요. 그냥 버리기 아까워 가지고, 보관하기도 좀 애매하다 보니까 그래서 벽에 하나둘 붙이다 보니까 좀 많아졌어요. 사실 전에 살던 집에서부터 이사 오면서 붙이다 보니까, 오래 기억들이 쌓인 그런 느낌이라서 약간? 그런 부분이 괜찮은 것 같아요.
- 혜정
- 제가 그린 그림도 있고, 승록이 그린 것도 있고, 저희가 뭔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 뭐 그런 거 있으면 거의 다 벽에다 붙이는 편이에요.
- 승록
- 같이 뭔가를 하니까, 어디를 뭐 갔다 왔다 하면 붙이고, 재밌었다 하면 붙이고, 별로였어 하면 버리고, 붙여도 작게 붙이거나 (안 보이게) 밑에 붙여놓고.
Q4. 함께 살아서 좋은 점이나 아쉬운 점
- 혜정
- 저는 원래는 학생이었고 올해 8월에 졸업을 했어요. 그래서 이제 방금 취준(취업준비)을 시작하고 있고요. 승록은 제가 만났을 때부터 잠시 학생이었고 항상 연극인이었어요.
- 승록
- 연극인이라니까 뭔가 이상해
- 혜정
- 연극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처음에 상업극을 봤었는데 완전 초반에 그 연극을 보고 와 진짜 대박 별로다 ‘다시는 안 봐야지’ 이러고 있었는데 승록을 통해서 되게 다양한 연극을 접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되게 연극이 재밌다고 느끼게 됐었던 거 같아요. 사실 승록이 배우여서 딱히 다른 관계와 크게 다른 거 같지는 않아서... 생활 패턴이 약간 좀 불규칙하다 하는 건 있지만 그건 저도 비슷해서...
- 승록
- 저는 배우를 하니까 어쨌든 직장을 다니는 것 보다는 유동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같이 다니는 건 좋은 거 같아요. 필요할 때 같이 하고, 필요할 때 있어 주고 이러는 건 좋고요. 물론 연습이 몰려 있으면 오히려 더 같이 못 있기도 하지만...
Q5. 혜정님이 면접가는 날과 승록님이 공연가는 날의 풍경이 다를 것 같아요.
- 승록
- 저는 오히려 연습 갈 때 좀 긴장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막 긴장하고 있으면 혜정이 옆에서 ‘이거 놓고 갔잖아’ 챙겨주고 그래요. 혜정이 면접 가는 날은 저도 일찍 일어나서 ‘이거 먹고 가, 이거 가지고 가야지, 이거 챙겼어’ 이렇게 서로서로 챙겨주는 그런 건 있어요.
- 혜정
- 엄청 다른 삶이라고 인식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가끔 친구들한테 얘기할 때 “내 애인은 연극배우야” 이러면 “우와 잘생겼겠다!” (아니, 미안) ‘그런 사람과 관계 맺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 않나?’ 이런 질문을 되게 많이 받기는 했었어요. 제가 직장인이 되면 뭔가 더 크게 거리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아직 직장을 다니지 않다 보니까 아직은 크게 와 닿지는 않는 거 같아요.
Q6. 함께 지키는 약속이나 새로 생긴 습관이 있다면?
- 승록
- 우리가 규칙이 뭐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을 해봤는데,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저희는 담배 피러 갈 때 같이 가거든요. 혼자 담배 피면 약간 서운해하는 게 있어가지고 맨날 같이 담배 피러 가요.
- 혜정
- (끄덕끄덕)
- 승록
- 혜정이는 빨래를 좋아해요. 여기 건조대에 너는 자신만의 법칙 있어요. 저도 조금 외웠는데, 그 방법대로 꼭 해야하고
- 혜정
- (끄덕끄덕)
- 승록
- 설거지 하는 걸 싫어해요. 저는 사실 다른 거 다 좋아하거든요. 청소하는 걸 좋아해서. 설거지랑 나머지는 제가 하고, 빨래는 혜정이가 해요. 그런 분담이 있지만 그렇게 안 한다고 뭐라 그러지는 않고요.
- 혜정
- (끄덕끄덕)
- 승록
- 저는 기타 치는 걸 좋아했는데 지나가는 말로 피아노를 좀 쳐 보고 싶다 그랬더니 생일 선물로 키보드를 사주더라고요. 이 조그만 키보드인데 이걸로 피아노도 좀 치고, 저희는 그림을 같이 그려요. 혜정이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미술 학원도 취미반으로 다니고 그러는데, 제가 미술학원에서 일을 하니까 그림도구 같은 것도 가져와서 같이 그림도 그리고. 같이 연극 보러도 다녀요.
- 혜정
- 제가 먹는 걸 엄청 챙겨서 먹는 스타일이 절대 아닌데, 같이 살다 보니까 되게 건강하게 맛있게 요리해서 먹는 그런 게 좀 생긴 거 같아요. 그건 좀 좋아요.
Q7.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 승록
- 저는 우선 에그몽 한테는 성질 좀 죽이라고 얘기하고 싶고, 애그몽이 진짜 약간 다크 나이트 같은 게 혜정이가 막 울고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우울해서. 그래서 제가 옆에서 ‘괜찮아, 괜찮아’ 하고 있었는데, 얘가 저 때문에 혜정이 운다고 생각해서 제 얼굴에 달려들어서 막 할퀸 거예요. 아파하면서도 얘는 진짜 대박이다, 진짜 주인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어디 있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혜정
- (끄덕끄덕)
- 승록
- 얼마 전에 이상문학상 작품집 보는데 고양이가 나오는 작품이 대상을 받았더라고요. 작품 속에 코숏 고양이가 갑자기 아파서 죽는 얘기 나오는데 우리 왕발이도 안 아팠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스무 살, 서른 살까지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 들었고요.
- 혜정
- (끄덕끄덕)
- 승록
- 혜정 한테는 요즘 취직 준비를 하고 있는데, 뭔가 너무 힘들어하고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파요. 근데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고,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 혜정
- 저는 저희는 아주 오래오래 이렇게 되게 재밌고 귀엽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본 기사의 제목은 윤이형의 단편 소설에서 차용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