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심층적인 연극의 담론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후 ’ 의 이후를 상상하기 관객 설문조사 결과 한 명의 관객이 한 편의 연극을 만나는 무수한 선택의 갈래들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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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SNS를 들여다봅니다. 또 새로운 공연 홍보가 떴네요. 모든 공연을 볼 수는 없으니 잠시 고민을 합니다. 예매일정 공지를 확인하고, 핸드폰으로 급하게 예매를 하면서 일정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11월 일정도 가득 찼습니다. 어떤 공연을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한 사람의 관객이자 창작자로, 연극은 어떠한 세계를 담아내고 있으며, 연극의 고유한 역할과 기능이라는 것은 무엇일지, 어떻게 변화하고 유지되는지에 대해 늘 궁금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만으로 극장에 가진 않습니다. 어떤 날은 빠르게 집으로 걸음을 옮기고, 어떤 날은 극장을 나와서 한참을 걸으며 공연을 곱씹어 봅니다. 연극을 본다는 것은 여전히 설레는 일이면서, 아무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연극을 보는 것은 또 어떠한 일인지를 묻고 싶었습니다.
웹진 연극in에서는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3일까지 관객 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의 이후를 상상하기’ 기획으로 지금의 관극에 대한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하였고, 설문 링크는 몇몇 극장과 연극in 페이지 등을 통해 게시되었습니다.1)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은 총 148명이었습니다.
응답자의 관극 기간은 4년 이상 8년 미만(33.1%), 8년 이상 15년 미만(31.8%), 15년 이상 (14.9%), 2년 이상 4년 미만(12.2%), 2년 미만(8.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1년 사이 관극 횟수는 11회 이상 30회 미만(37.2%), 10회 미만(30.4%)인 관객의 응답이 높았고, 연극 비관계자가 58.1%, 관계자가 41.9%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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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관극 기간과 연극 관계자 여부를 비교했을 때, 관극 기간이 4년 미만 응답자는 비관계자가 80%, 4년 이상 8년 미만 응답자는 비관계자가 63.2%의 비율을 차지했으며, 8년 이상 15년 미만 응답자는 관계자와 비관계자가 비슷한 비율을 보였고, 15년 이상인 응답자는 비관계자가 36.4%로 나타났습니다.

공연 관람 전

주로 공연 정보를 얻는 경로에 대한 문항에는, SNS홍보(46.6%), 예매사이트(25%), 지인의 공연(11.5%), 관심 있는 극단(혹은 극장)의 홈페이지(10.8%) 순으로 응답해주셨습니다. 극장 등에 비치된 홍보물(포스터, 팜플렛 등)에 응답한 경우는 2%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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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항목을 나눠보면, 관극 기간이 15년 이상인 응답자는 극단(극장)의 홈페이지나 예매사이트에서, 4년 미만인 응답자는 주로 SNS홍보를 통해 공연 정보를 얻는 것으로 답변해주셨습니다. 연극 비관계자는 SNS홍보라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고, 관계자는 SNS홍보, 예매사이트, 지인, 관심 극단 순으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공연 관람 전 리뷰나 평가를 찾아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52.7%가 찾아보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스포일러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선입견 없이 공연을 보고 싶어서’, ‘나의 생각대로 감상하고 싶어서’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기본 정보만 확인’하거나 ‘공연 관람 후 감상이 정리되고 나서 리뷰를 찾는다’, ‘신뢰할 수 있는 리뷰나 평가가 없다’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관람 전 리뷰를 찾아보는 경로로는 SNS, 포털 검색, 예매 사이트 리뷰 순으로 응답해주셨습니다.

공연 선택

공연을 예매하는 기준으로는 공연의 주제(48.6%), 응원하는 배우의 공연(43.2%), 공연 시놉시스(41.2%) 순으로 언급해주셨습니다. 그 외에 응원하는 극단/프로젝트의 작품(34.5%)과 지인의 추천(27%)도 주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아주셨습니다. ‘공연 주제’를 선택하신 분들은 믿고 보는 창작자를 꼽은 이유에도 주제의식에 대한 언급이 많았습니다. ‘응원하는 배우의 출연’을 꼽아주신 분들은 믿고 보는 창작자를 꼽은 이유로 창작자에 대한 데이터 축적으로 신뢰가 쌓였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밖에 보기에는 없었던 기타 의견으로, 국내 초연, 여성 배우 출연 여부, 여성서사극 등을 언급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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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설문조사에 의하면, “공연 예매의 기준과 본인의 취향이 달랐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ex. 공연 시간이 짧은 공연이 취향이지만, 전문가 리뷰가 좋아서 선택했다. 고전극을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해서 선택했다 등)” 라는 문항에 83.1%의 응답자가 예매 기준과 취향이 달랐던 적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저 또한 취향에 따른 선택보다는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공연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준비하면서 그 답변이 가장 궁금한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큰 차이를 보이는 답변을 보면서 취향과 예매 선택의 기준이 나뉘는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예매 기준과 취향이 달랐다고 응답하신 분들은 관극 기간이 8년 이상 15년 미만이거나 관계자의 비율이 좀 더 높았지만, 전체 응답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예매 기준과 취향이 일치한 분들의 응답에서는 약간의 차별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응답 비율에 차이가 있었던 문항과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예매사이트를 통해 공연 정보를 얻는다(40%)
- 믿고 보는 창작자가 없다(44.8%)
- 관람 횟수가 최근 1년간 10회 미만이다(56%)
- 연극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다(68%)

취향만으로 공연을 선택했을 때의 기준 또한, 공연의 주제(52.2%), 공연 시놉시스(43.3%)를 꼽은 분이 가장 많았고, 응원하는 배우의 공연(32.8%)과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공연(31.3%) 순서로 응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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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기준과 취향은 다르지만, 두 문항 모두 동일하게 주제와 시놉시스를 꼽아주신 분들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새삼 연극의 주제와 시놉시스가 관객들에게 주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이 궁금해졌습니다. 주제와 시놉시스가 관람 전에 공연의 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정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관객들이 연극에서 기대하는 것은 어떠한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설문 설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몇 가지로 나누는 것으로부터 생긴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응답자의 맥락을 섬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촘촘한 설계는 아니었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이밖에 많이 꼽아주신 ‘응원하는 배우의 공연’이 예매 기준과 취향에서 모두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것에서 연극의 본질을 떠올립니다. 배우의 존재 또는 유무가 관객이 무대와 마주할 때 가장 강력하고 직관적인 실재이자 현존이며, 감각과 사유, 체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연 관람 후

관극 후 공연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지를 묻는 문항에는 72.6%가 기록을 남긴다고 응답해주셨습니다. 개인 일기나 메모가 아닌 공개적인 매체에 기록을 남긴다는 응답이 62.8%였고, 그중 트위터가 31.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트위터를 꼽아주신 이유로는 ‘가장 익숙하고 편한 매체’, ‘익명성’, ‘즉각적인 반응’, ‘메모하듯 쉽게 쓰고’, ‘타래로 덧붙이고 이어가기 편리해서’, ‘완성된 글쓰기에 대한 부담 없이 그대로 기록’ 등을 남겨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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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관극 후 기록을 남기지만 ‘리뷰를 찾아보지 않는다’는 응답은 53.7%였습니다. 그 이유로, 타인의 감상에 영향을 받지 않기를 원한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기록을 남기는 이유로는 ‘개인적으로 공연을 기억하고 싶어서’를 꼽아주신 분이 53.3%로 가장 많았습니다. ‘창작진들이 나의 기록을 봤으면 해서’, ‘공연 추천 혹은 비추천의 목적으로’ 기록을 남긴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고 응답하신 분은 26.4%였습니다. 전체 응답 중 SNS홍보를 통해 공연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자가 45.9%로 가장 많았지만, 기록을 남기지 않는 분들은 예매사이트(30.7%), 지인의 공연(30.7%), SNS홍보(30.7%)에 대해 동일한 비율의 응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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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창작자에 대한 질문에는 22.9%가 없다고 응답하셨습니다. 믿고 보는 창작자로 언급된 분들은 최근 몇 년간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연령대와 경력은 다양했습니다. 창작자를 묻는 질문이어서 개인에 대한 언급이 많았지만, 공동창작을 하는 프로젝트를 적어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극단(프로젝트) 또는 같은 극단(프로젝트)은 아니지만 오래 작업해온 개별 창작진들을 함께 꼽아주신 응답자도 많았는데, 극단 명을 적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극단과 창작자의 방향을 별개로 인식하고 계신 것인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관극 기간이 4년 미만인 관객은 연출, 기획, 작가, 배우, 음악감독, 작곡가, 번역가, 디자이너, 안무가 등 다양한 창작군을 언급해주셨는데, 그 이유는 취향이 맞고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15년 이상의 관극 경험이 있거나 관계자인 관객은 연출을 선택하신 분이 많았고, 배우, 작가 또는 기획 순으로 꼽아주셨습니다. 믿고 보는 이유로는 그들의 지향성에 대한 공감과 신뢰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좋아하는 극장(극단)에는 제작극장이 많이 언급됐는데, 그 이유로는 적당한 단차, 깨끗한 화장실, 편한 객석의자, 좋은 공연에 대한 신뢰, 쾌적한 환경을 꼽아주셨습니다. 소극장을 선호하는 분들은 좋은 공연, 흥미로운 기획, 다양한 시도를 언급하셨습니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남산예술센터를 언급해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남산예술센터를 선택한 이유는 고유한 객석형태와 작품성에 대한 신뢰, 동시대성에 대한 가치를 적어주셨습니다.

후원회원으로 활동 중인 응답자는 148명 중 20명이었습니다.
규모가 작은 단체, 프로젝트에 후원하는 경우가 많았고, 비정기적인 펀딩 후원자도 계셨습니다.

서툰 말걸기를 다시 시작하며

설문은 끝났지만, 저에게는 이제야 질문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이후’의 관극 형태, 변화지점을 확인하고 싶었던 저의 욕구가 질문으로 변한 지점은 ‘예매 기준이 취향과는 달랐다’라는 응답률이 꽤 높고, 그럼에도 ‘취향과 선택의 기준이 아예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확인하면서부터입니다. 연극을 본다는 행위가 온전히 개인의 ‘취향’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개인적인 행위이자 소비일 수도 있는 관극에서 ‘취향’과 다른 선택을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의 관극행위가 ‘취향’이나 개인의 소비형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것이 다른 매체를 관람하는 일과 연극을 관람하는 일의 차이일까요? 또는 관람 후에 취향의 변화가 생겼나요?

본 설문에서 가장 차별성이 두드러진 부분은 관극 기간이 짧고, 연극에 종사하지 않는 관객들일수록 ‘믿고 보는 창작자’로 다양한 창작진을 꼽아주셨다는 점입니다. 미투 이후 ‘특정 역할에 의한 위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안전하고 수평적인 창작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연출 제작 중심의 극단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 개별 창작자들의 협업으로의 변화가 크게 두드러졌습니다. 그러한 영향이 객석에도 전달되고 있거나 또는 객석의 관심과 적극적인 발언이 창작 환경으로 전달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후’의 이후를 상상하기’ 기획에서는 앞서 세 번의 좌담을 통해 관객-창작-관계자들의 다양한 담론과 변화,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고민 이후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시도나 제안은 연극 현장의 다양한 구성원에게 동일하게 체감되긴 어려울 것입니다. 연극의 속도나 변화는 아주 느리지만, 동질성과 완성에 대한 강박을 이제야 벗어나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설문의 설계가 섬세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한계와 분석의 한계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후’에 대한 정의가 공통적으로 전제되기 어렵고, 어쩌면 각자의 다른 정의와 전제를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후’의 이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설문에 응답했는지는 묻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여러분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라는 문항에 대한 답변을 읽으면서 응답자분들이 연극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질문과 답을 남겨주셨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과 협력해주신 관계자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공연이 여러분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 다운로드_관객 응답 모음.pdf

서툰 말 걸기는 이렇게 끝났지만, 여러분에게도 질문이 더 많이 남았다면 대화를 이어가면 어떨까요?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다른 방식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설문에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 또는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도 못다 한 생각을 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이후’의 이후를 어떻게 상상하세요?
  1. 설문조사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서 설문 경로와 시기별 반응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사 시기에 공연 일정이 이어지고 있는 몇몇 극장에 설문 안내문을 비치해주십사 요청을 드렸으나, 모두 비치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실제 유입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극장을 열거하지는 않겠습니다. 연극in 페이지에 공지가 올라가면서 응답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것을 보았을 때 초기에는 웹진의 독자분들께서 응답하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연극in SNS의 게시물이 SNS(페이스북, 트위터 등)를 통해 공유된 후에 또 한 번 응답률이 높아졌습니다. 이를 통해 응답자 중 SNS 이용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연주

이연주
연극 쓰고 연출합니다. thukushi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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