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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이후를 상상하기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찾아서 : 동시대 한국 연극계의 제도권 시상제도 ‘BEST 선정작’ 탐색

임성현, 김진이

제211호

2021.12.09

미투 이후 연극계는 상당한 변화를 맞이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도 한다. 극장 밖 한구석에선 ‘요즘엔 온통 젠더/퀴어/페미니즘 연극이다’라는 우려 섞인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무대 뒤 한쪽에선 ‘여전히 연극계에는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연극 투성이다’라는 식의 문제 제기가 들리곤 한다.

정말로 젠더/퀴어/페미니즘은 오늘날 연극계의 주류이자 핵심 키워드로 등극했는가? 그렇다면 그러한 경향은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이후’의 연극에서는 ‘누구’의 서사를 ‘누가’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이후’를 통과하며 연극계는, 그중에서도 제도권과 주류 연극계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 ‘이후’의 변화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본 글은 ‘이후’의 이후를 상상하기 위한 시도로, ‘연극계+제도권+주류’를 표상하는 제도권 연극계 예술상1) 을 탐색함으로써 ‘이후’의 경향성을 젠더 불평등한 환경과 젠더 감수성 관점에 기반을 두어 포착해보려 했다.2) 이 조사는 연극계의 미학적 흐름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담지하고 그 변화를 실천해내는 창작의 경향성을 살펴보려는 시도로서, 이후 더 풍성한 논의를 잇는 데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논의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점
: 조사 대상과 그 범주

연극계 예술상 중에서도 조사 대상의 범주를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한해야 했다. 이에 우리가 초점을 맞춘 것은 제도권 연극협회에서 발행하는 연극전문지 및 제도권 평론가협회의 시상제도인 ‘BEST 선정작’이었다.3) 그 결과, 2016년~2020년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BEST 3’와 ‘월간 한국연극 BEST 7’으로 선정된 작품을 조사 대상으로 한정했다.5) 이 중에서 해외초청공연과 아동청소년극 부문으로 할당된 선정작은 제외하였으며6), 각 단체에서 선정한 작품 중에 중복되는 것은 하나로 묶어 총 31 작품7) 을 조사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기획표1

●●● 다운로드_조사 대상 (2016~2020년 BEST 선정작)

이어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를 활용해 작품을 분석했다.8) 이 테스트는 이미 다양한 장르에서 콘텐츠의 젠더 감수성을 비교적 쉽게 파악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장르 간 비교까지 염두에 두었을 때 논의의 확장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테스트만으로 결론을 내리기엔 한계가 있었으며, 이는 본 글의 결론부와 다음 호에 이어질 글을 통해 후술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 31개 작품의 기초 조사를 통해 작가/연출 및 출연진의 성비와 그 변화를 살펴보고, 벡델 테스트의 3가지 질문을 통한 조사 결과를 제시할 것이다.

‘누가’ 이야기하고 있는가?
: 작가/연출가 및 출연진 성비

우선 기초적인 조사와 분류를 진행하였다. 연극상 수상작의 작가(원작자 포함) 및 연출가와 출연진의 성비를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41.0%와 59%로 나타났다. 작가/연출가의 성비는 여성 30.9%, 남성 67.6%로 큰 격차를 보였다. 출연진의 성비는 5개년 평균 여성 43.4%, 남성 56.6%으로 나타났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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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미지2

짐작했던 대로, 남성의 비율이 전체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미세한 변화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여성 작가/연출가의 비율이 가장 최근인 2020년 50%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여성 출연진의 경우에도 2016년에는 35%였으나 꾸준히 상승하며 2020년에는 62.9%로 남성의 비율을 처음으로 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한편 영국 영화계에는 ‘F-Rated’라는 캠페인이 있다. ‘여성이 각본을 썼거나’, ‘여성이 연출하거나’, ‘여성 주연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 세 가지 중 하나 이상 충족하는 영화에 ‘F등급’을 부여하며, 세 가지 조건을 모두를 충족하면 ‘트리플 F등급(FFF)’을 부여한다.10) 우리의 조사 대상에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마른대지> 한 작품만 트리플 F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여성의 이름, 대화, 주제
: 벡델 테스트라는 프리즘, 그리고 한계

이어 우리는 조사 대상 작품들에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를 적용해보았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의 만화 <눈여겨볼 만한 레즈비언들>(Dykes for Watch Out For)의 ‘규칙(The Rules)’이라는 에피소드에서 비롯한 테스트이다. 질문은 총 세 가지다.

  1. 1. 이름을 가진 여성이 두 명 이상 나오는가?
  2. 2. 그 둘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3. 3. 그 대화의 내용이 남자에 관련된 것 이외의 것인가?

상당히 단순한 질문으로 이루어진 이 테스트는 얼핏 보기엔 통과하기가 매우 쉬워 보인다. 그렇지만 많은 영화·방송 콘텐츠들이 이 단순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성별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곤 했다.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벡델 테스트는 여러 장르에서 콘텐츠의 젠더 불평등을 파악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 예로 국내 영화계에선 한국영화감독조합이 2020년부터 양성평등주간 행사로 ‘벡델데이’를 개최했는데, 벡델 테스트에 4가지 항목11) 을 추가하여 성평등한 영화를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또한 성평등을 실현하는 데 공헌한 영화인을 ‘벡델리안’으로 선정하고, 심포지엄과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여 성평등한 영화 만들기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였다.12) 스웨덴에서는 2013년부터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에 ‘A(Approved)’ 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를 영화산업에 도입했다. 그 결과 2012년에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상영 영화가 30% 정도였던 것이, 2015년에는 80%에 달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한다.13)

우리의 조사 대상 중에서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베서니(Bethany), 집>, <썬샤인의 전사들>, <옥상 밭 고추는 왜>, <파란나라>, <손>,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그을린 사랑>, <이게 마지막이야>, <휴먼푸가>, <빌미>, <마른대지>, <로테르담>, <화전가>이다. 총 14개로, 전체 대상 중 45.2%를 차지한다. 참고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영화 흥행 50위 내 작품들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비율은 50.6%라고 한다.14)

또한, 여성이 연출일 때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상에서 여성 연출자 작품(10개)의 벡델 테스트 통과 비율은 50%였으며, 전체 남성 연출자 작품(21개)의 벡델 테스트 통과 비율은 42.9%였다.

본문이미지3

이 조사 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총 31개 작품 기준,
1-3번 항목 모두 통과하지 못한 작품은 9개(29%), 1번만 통과한(이름을 가진 두 명의 여성은 등장하지만 둘이 대화를 나누지 않는) 작품은 4개(12.9%), 1번과 2번을 통과했으나 3번을 통과하지 못한(이름을 가진 두 명의 여성이 서로 대화를 나누지만, 그것이 남자와 관련된 것에 그치는) 작품은 4개(12.9%)로 나타났다.

1번 질문(이름을 가진 두 명 이상의 여성이 등장하는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여성 인물들은 남성 인물에 비해, 가족 내의 역할(어머니, 부인), 연령층(소녀, 아주머니), 혹은 직업의 이름으로 등장하였다. <화전가>는 대본에서 여성 인물이 ‘OO댁’, ‘OO실이’ 등 시가의 성을 붙이거나 시집온 여성을 부르는 이름으로 표기되었지만, 극 중 대사를 통해 일부 여성의 이름을 알 수 있어 통과되었다. 한편 2번(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과 3번 질문(그 대화의 내용이 남자에 관련된 것 이외의 것인가?)에서, 대화와 그 대화의 주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했다. 무엇을 대화로 볼 것인지 토론을 통해 합의의 기준을 정리하였다. 단순한 인사나 맞장구는 대화로 보지 않았고, 남성 외의 다른 주제가 나올 경우 통과로 인정하였다. 극 중 대화가 짧은 일부 장면에만 해당하는 작품도 있었으나 분량에 대한 기준은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가령 <오슬로>의 경우 극을 이끌어가는 ‘모나’라는 여성 인물이 등장하지만, 다른 여성 인물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아주 잠시 마리안느라는 여성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지만, 그 주제가 남성 정치인 아라파트에 대한 언급에 그쳤으며, 그마저도 주로 다른 남성 인물을 향해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으로 표현되기에 3번 질문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벡델 테스트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15)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더라도 페미니즘적인 작품이라고 보장하기 어렵다. 성평등하지 않은, 성차별적인 작품이더라도 벡델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셈이다. 역으로 훌륭한 퀴어/페미니즘 연극, 젠더 감수성이 뛰어난 연극이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성 주인공 혼자 서사를 이끌어가는 경우,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 게이 남성이 주인공인 경우, 텍스트(희곡)에는 남성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으나 공연에선 여성 배우로 크로스 캐스팅하여 전복적인 의미를 발생하게 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16)

다음 호 예고

이번 기초 조사를 통하여 연극계 주요 창작진에 남성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5개년 수상작의 조사 범위 내 여성 출연진의 비율이 점차 늘어났다는 점을 통하여 ‘이후’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조사 대상 중 45.2%의 작품에서 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들이 남성 외의 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는 벡델 테스트가 매우 단순한 질문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타 장르의 통과 비율을 참고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에 불과하다. 또한,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조사 대상들이 여성서사나 페미니즘적 작품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예컨대 극의 대부분은 남성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나 여성들이 단 몇 마디 주고받는 것으로 가까스로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연도별 벡델 테스트 통과 비율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이것만으로는 ‘이후’의 경향을 뚜렷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벡델 테스트는 우리가 비교적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평등 기준일 뿐이다.
이에 다음 호에서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을 대상으로 젠더 감수성 관점에서 여성 인물의 서사와 재현 방식을 분석할 것이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젠더 비평적으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작품(<비평가>, <우리는 농담이(아니)야>)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덧붙일 예정이다.

  1. 제임스 잉글리시에 따르면, 예술상은 예술가와 비평가, 기획자, 후원자, 소비자를 한 자리에 모아 자신의 관심을 예술상에 투영하도록 하며(사회적 기능), 예술상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기도 하고(제도적 기능), 예술장 내부의 반경제적 신념을 강화하기도(이데올로기적 기능) 한다. 심보선은 현대에는 예술상의 이러한 기능적 측면을 넘어 “모방적 동형화”를 통한 예술상 증가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불확실성을 직면한 예술장 내 개별 행위자들이 기존 권위와 정당성을 부여받은 성공적인 행위자들의 모델을 모방함으로써 예술상이 증가하고 일반화된다는 것이다. 본 글은 이러한 예술상의 기능과 현상을 참조하여 연극계 내에서 예술상에 나타나는 흐름과 경향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심보선, 「예술상(賞)과 예술장(場): 기업 미술상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美術史學報』, 미술사학연구회, 2012.
  2. ‘연극계+제도권+주류’의 표상으로 연극상을 선택한 것은, 우리가 연극상이라는 공적인 승인의 기준을 특별히 신뢰하거나 다른 평가(예컨대 관객, 동료 창작자의 반응)보다 더 높은 가치를 두었기 때문은 아니다. 예술상을 통한 인정과 승인 기제가 작품과 해당 작업자에게 권위와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점, 관객들이 더 쉽게 해당 작품과 창작자를 주목하도록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 이로 인해 작품이 재공연 될 확률이 높거나 해당 작업자에게 더 많은 작업 기회의 가능성이 발생하는 등 후속 작업 방향에 기여한다는 점, 그리고 신진 창작자와 지망생이 그와 같은 작업을 선망하게 함으로써 재생산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3. 현재 연극계에는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김상열 연극상, 윤영선 연극상 등 여러 연극상이 존재한다.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은 소수의 심사위원만이 선정 과정에 참여하며 심사 대상 및 선정 작품의 수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BEST 3와 월간 한국연극 BEST 7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두산연강예술상과 김상열연극상, 윤영선연극상과 같은 연극상은 작품을 선정하기보다는 한 명의 연극인에게 상을 수여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제도권을 대표하는 비평지이자, 비교적 많은 수의 제도권 평론가/창작자가 선정 과정에 참여하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 BEST 3 & 월간 한국연극 BEST 7 선정작을 대상으로 한정하였다.
  4.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 선정작을 기준으로 잡게 된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2015년을 전후로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리부트’를 이야기할 정도로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으며, 둘째, 2016년과 2020년의 중간점인 2018년은 연극계 미투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때이기 때문이다. 원고를 마감하는 2021년 12월 5일 현재, ‘2021 월간 한국연극 BEST 7 선정작’이 발표되었으나, 조사 기간과 원고 발행 시기를 고려하여 2020년도까지로 기한을 정하였다.
  5. 1994년~2020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대한 메타비평은 김숙현의 글을 참고. 이 비평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연극계 ‘미투’에 침묵했음을 지적하고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의 사후 평가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으며, 2017년 이후의 수상작들과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비교하며 배제된 것들이 건네는 질문을 놓치고 있음을 제시한다.
    김숙현,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시상제도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무엇을 인정/배제 했나」. 『연극평론』 통권 100호,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21.
  6. 월간 한국연극 베스트 7에서는 해외초청공연과 아동청소년극을 1편씩 할당하여 선정하고 있다. 본 글은 국내 연극계의 ‘제도권’, ‘주류’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 점에서 해외초청공연은 국내 연극계의 일부로 볼 수 없다는 점, 아동청소년극은 국내 연극계의 ‘제도권’, ‘주류’의 일부를 형성한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점에서 본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특히 아동청소년극은 소수의 심사위원에 의해 별도로 선정된다는 점도 고려하였다.
  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BEST 3 & 월간 한국연극 BEST 7 선정작에서 해외초청공연 및 아동청소년극을 제외하면 총 32개 작품이나, 2016년 BEST 7에 선정된 <안산순례길 2016>의 경우, 9개의 공연자/공연팀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과 개별 구성원들의 성비, 출연/창작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에서 여타 선정작들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공연 또한 안산 일대를 순례하며 도시 공간, 세월호, 이후의 시간 등을 복합적으로 사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본 글에서 사용하는 벡델 테스트를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안산순례길 2016>을 제외한 나머지 31개 작품을 조사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8. 본 글에 앞서 창작자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대상으로 젠더 감수성 평가 지표(등장인물구성(남:여), 공연의 축, 여성인물 완성도)를 제시하여 반성적으로 분석한 사례가 있다. 더불어 해당 글은 연극계의 젠더 불평등한 창작 환경과 젠더 감수성에 안일하게 반응하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구자혜, 「젠더 감수성에 대한 감수성이 진화하는 연극계에 대하여」. 『연극포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2017.
  9. 이번 기초 조사의 분류 기준은 성별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조사 결과는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Non-binary) 등 남/여로 단순하게 구분할 수 없는 정체성을 포괄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글은 현재 연극계의 젠더 불평등한 경향을 단순하게나마 파악함으로써 이후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10. 김진수, 「F등급 ‘꾹’…“여성 영화입니다”」, 『여성신문』, 2019.01.13,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4165. (2021.11.28 접속)
  11. 1. 감독/제작자/작가/촬영감독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2.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비중이 동등할 것
    3.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4.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
  12. 이하나, 「성평등 영화 기준 ‘벡델 테스트’ 통과한 2020 한국영화 10편」, 『여성신문』, 2020.08.19,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643. (2021.11.28 접속)
  13. 이화정, 「양성평등과 다양성, 스웨덴영화에선 기본이지!」, 『씨네21』, 2016.03.02, http://www.cine21.com/news/view/?idx=2&mag_id=83219. (2021.11.28 접속)
  14. 조혜영, 「[든든칼럼] 벡델 테스트 사용법에 대하여」,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2021.7.27., http://solido.kr/archive/column/?uid=206&mod=document&pageid=1. (21.11.26. 접속)
  15. 본 글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은, 세심한 젠더 비평의 필요성이 호출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는 ‘O/X’로 쉽게 분류하거나 ‘합/불’과 같은 정오표로 걸러낼 수 없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수성의 영역은 비평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또한, 본 글은 연구 대상의 작품들이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느냐 못했느냐를 ‘O/X’로 구분하여 작품을 윤리적/미학적으로 구분 짓고 판단하려는 시도가 아님을 밝힌다. 다만 ‘이후’의 이후를 상상하는 데 작게나마 논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16. 영화평론가 조혜영은 “일차적으로 벡델 테스트는 비평도, 엄밀한 사회학적 연구조사 방법론도 아니”며 “이분법적인 성별에 근거하기 때문에, 넌바이너리(Non-binary) 같은 제3의 성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그 한계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벡델 테스트는 성평등과 성별균형을 가리는 결정적 테스트가 아니라 캐릭터 개발이 최소한이라도 되어 있는 여성인물이 있는지를 가리는 기준이기 때문에 통과 비율이 70~80% 이상이 되는 것이 적당하다”면서 “이 기준을 맞추기 전까지 벡델 테스트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고 주장해, 젠더 불평등한 환경에서 벡델 테스트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한다.
    조혜영, 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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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현, 김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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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현
연극이 적성에 안 맞아 난감한 연극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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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이
독립기획자. 사람이 만나는 장소로서 극장을 배우고 있다.
sogge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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