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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과 전달 사이, 자유와 한계에 대하여

연극 읽기: 장애의 경험과 관점,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리_연극in 편집부

제244호

2023.10.26

웹진 연극in에서는 장애의 경험과 관점,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극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극장과 연극 접근성에 대한 장애 당사자 좌담을 시작으로, 장애배우가 출연하는 공연, 장애서사를 다루는 공연, 여러 접근성 실천을 하는 공연들을 선정해 함께 이야기하는 장애창작자 좌담, 장애창작자와 비장애 연극 평론가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장애연극 비평과 관련한 좌담을 연재합니다.

일시:
10월 2일 월요일 18-20시

장소:
온라인 줌 회의실

진행:
김지수

참여:
김시락, 박미용, 백우람, 정예교

수어통역:
조유나, 윤하원

참관:
김슬기(웹진 연극in 편집장), 예준미(웹진 연극in 에디터), 이연주(웹진 연극in 편집위원)
대화가 진행 중인 줌 회의실 영상을 캡처한 이미지. 좌담 진행자 김지수, 좌담 참여자 정예교, 백우람, 박미용, 김시락, 
            그리고 수어통역사 조유나, 윤하원은 얼굴을 공개한 채 참여하고 있고, 참관하는 이들은 검은 바탕에 이름이 떠 있는 상태다.

<합★체>

지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도 장애의 경험과 관점,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연을 어떻게 읽어볼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오늘은 <합★체>와 <오르막길의 평화맨션> 두 작품을 다루어 볼 텐데요. <합★체>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요.
접근성부터 이야기해볼게요. 국립극장은 산 중턱에 있고, 지하철역에서 거리가 꽤 멀기도 한데요. 국립극장에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할 수 있는 셔틀버스가 있다고 알고는 있는데, 저는 그것에 대한 안내를 받지는 못했어요. 여러분은 어떤 안내를 받고, 어떻게 극장까지 가셨나요? 또 접근성 매니저가 극장에 상주해 있었는데 어떻게 만나셨는지요. 예매를 하고, 극장에 도착해서 티켓을 찾고, 객석에 앉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먼저 나누어 보겠습니다.
시락
말씀하셨듯 극장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아서 국립극장에 혼자 가본 적은 없어요. 이번에도 비장애인분과 동행해서 셔틀버스를 탔고요. 따로 안내가 없어서 사실 접근성 매니저님이 로비에 상주하셨는지 몰랐어요.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접근성 테이블 같은 것이 없다면 받을 수 있는 안내나 지원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이번엔 티켓 예매를 하지 않고 초대권을 받아서 간 거라 그런지, 사전 안내가 없기도 했고요.
지수
시락 님께서는 안내 문자나 메일 없이 공연 날짜와 시간만 알고 가신 건가요?
시락
기관 초대를 통해 갔는데 공연 전날, ‘몇 시까지 가서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받으라’는 공지 외에 별다른 안내는 없었습니다.
지수
셔틀버스를 타셨다고 했는데, 셔틀버스 이용에 관한 안내도 없었나요?
시락
비장애인 일행이 셔틀버스 일정을 찾아보았어요. 셔틀버스 타는 것도 그렇고, 버스에서 내려서 극장에 갈 때도, 시각장애인이 혼자 갈 엄두가 나지 않는 극장이에요.
지수
시락 님과 같이 가신 비장애인분이 오가는 길을 다 알아보고 준비하신 거군요. 국립극장은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접근성이 어려운 곳이죠?
시락
네.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 국공립 극장 중에서는 이 두 군데의 접근성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같이 갈 비장애인 지인을 찾지 못했을 땐 낯선 사람을 구해서 ‘저랑 같이 가면 복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라고 제안해서 갔던 적도 있어요.
우람
제일 큰 공연장인데 어쩜 그럴까요.
시락
또 이 공연에는 터치투어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터치투어는 일요일만 진행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시각장애인 단체 초대는 목요일이었어요. 왜 그런지 참 모르겠습니다.
지수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는지 의문이네요. 이 웹진을 보시고 이제 뭔가 변화를 꾀하지 않을지 기대를 해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셨어요?
우람
저는 국립극장에 처음 갔거든요. 극장이 역에서 되게 멀어서 어떻게 갈지 고민했어요. 셔틀버스가 있는지 몰랐는데, 사람들이 한쪽에 모여있어서 보니까 버스 타는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셔틀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지수
우람 님은 예매를 국립극장 사이트에서 하셨나요,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하셨나요?
우람
예매 사이트에서 했어요.
지수
다른 안내는 받지 못했나요?
우람
네 맞아요.
지수
혹시 극장에서 접근성 매니저를 만나셨나요?
우람
아니요.
예교
저는 국립극장에 두 번 정도 가본 적 있어서 극장까지 가는 길은 큰 불편함이 없었는데요. 홍보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합★체>는 장애인 우선 예매 기간도 있었는데, 공연 정보가 늦게 전해지다 보니 예매할 수 있는 티켓이 없더라고요. 수어통역 협회나 농인들이 많이 활동하는 단체에 홍보 시기를 더 빠르게, 적극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미용
저는 연습 일정이 겹쳐서, 사실 예매는 하고 공연은 보지 못했어요. 이전에 국립극장에 갔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처음 국립극장에 갈 때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했고, 이후에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전동휠체어로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배리어프리 매니저분이 자리까지 안내를 해주셨던 경험도 있어요. 하지만 국립극장도 마찬가지로 좌석 선택권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어디 앉을지 선택하지 못하고 안내해주시는 곳에 앉아야 해요. 장애인 좌석은 순서대로 안쪽부터 들어가 앉는 경우가 있는데요. 먼저 도착한 관객에게 원하는 좌석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지수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국립극장도 휠체어석은 전화예매를 해야 하더라고요. 저도 우선 예매 기간이 지난 뒤 예매했는데 다행히 휠체어석은 남아 있었지만, 셔틀버스에 대한 안내는 받지 못했어요. 인터파크에는 휠체어 셔틀버스에 대한 안내가 있는데,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는 그 내용을 찾지 못했고요. 예매하고 난 뒤에 받는 안내 메일과 문자에도 휠체어 셔틀버스에 관한 내용은 없었거든요. 저도 사실 잘 몰라서 갈 땐 콜택시를 타고, 올 때는 그냥 휠체어로 내려왔고요. 극장에 도착해서 티켓을 찾으러 가니까 접근성 매니저님이 계셨는데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장애인 화장실과 객석은 2층에 있다는 안내 정도만 받았어요. 객석 안내를 따로 받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또 점자로 된 공연 프로그램북이 제공됐는데요. 시락 님 혹시 점자 프로그램북이 공연을 보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됐나요?
시락
두꺼운 책을 한 권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래 프로그램북을 잘 보지 않아요. 공연을 보기 시작하면서 점자나 파일 형태의 프로그램북이 제공되지 않는 공연을 먼저 접하기도 했고, 많은 공연에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생긴 습관 같은데요. 점자 프로그램북은 파일보다도 더 손이 안 가는 것 같아요. <합★체>의 점자 프로그램북은 공연 소개와 줄거리 정도만 있고, 차례가 따로 없어 보기 불편한 구성이에요. 앞에 조금 보다가 그냥 들고 왔습니다. 묵자가 어떤 내용인지 몰라서, 모든 내용이 점자로 실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뒤에 몇 장은 묵자로만 되어 있어서 실제 점자는 얼마 안 돼요.
지수
또, 공연 소개 영상이 있었어요. 요즘은 소개 영상을 만드는 공연팀도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 영상들은 실제로 공연을 예매하고 이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예교
영상 속도가 정말 느린 느낌이었어요. 1.5배속으로 빠르게 봤습니다. 꼼꼼하게 설명해 주신 점은 좋았습니다. 다른 공연의 배리어프리 안내도 이렇게 꼼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시락
공연 소개 영상 내의 정보들이 공연 상세 페이지에 적혀 있는 정보와 다르지 않은, 그야말로 ‘공연 소개’ 영상이더라고요. 수어와 맞추느라 그런 건지 말도 느리고, 정보 사이의 간격도 길고요. 2배속으로 들었는데도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작년 공연의 사전 음성해설에서는 무대 구성이나 배우들 복장, 배우들의 인사를 들을 수 있어 더 흥미롭고 도움이 되었어요.
<합★체> 공연 사진. 음성해설과 라디오 DJ 역할을 맡은 인물 지니가 
            무대 앞 왼쪽 데스크에 서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머리에 갈색 베레모를 쓰고, 갈색 긴소매 셔츠를 입었다. 
            그 뒤쪽으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와 수어통역사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난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지수
실제 공연에서는 무대 구성이나 의상, 이런 정보를 공연 초반에 지니라는 인물이 이야기했지요. 본격적으로 ‘확장된 배리어프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하는데요. <합★체>는 확장된 배리어프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상해설에서도 “<합★체>는 수어동시통역은 물론이고 ‘확장된 배리어프리’로서 음성해설의 기능을 극 중 배역으로 녹여 관객의 듣는 재미를 증폭시킨다. 또한 무대 위 배우의 연기, 노래에 수어통역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은 물론 수어를 모르는 청인도 시각언어가 만들어내는 풍성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고요. 배우와 수어통역사가 거의 같은 옷을 입고 그림자 수어통역을 하고, 앙상블과 수어통역사가 함께 춤을 추기도 했어요. 음성해설을 맡은 지니라는 배역이 인물들의 감정까지 음성해설로 이야기해주기도 하죠. 확장된 배리어프리가 여러분들에게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락
대사나 흐느낌, 웃음소리로 확인이 안 되는 장면에서는 심리 묘사가 필요하기도 하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실 조금 불필요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개방형 음성해설을 하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하려다 보니까 움직임, 동작에 대한 해설은 줄이고, 보이지 않는 심리 묘사를 중점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지니라는 인물이 음성해설의 역할보다 라디오 DJ로서의 역할에 더 가깝다고 느꼈어요. 음성해설이 크게 도움 되지 않기도 했고요. 그런데 해설의 내용보다도 공연장의 소리가 좋지 않아서, 음악 소리에 대사가 묻히거나 노래할 때 발음이 명확히 들리지 않는 문제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지수
이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착용하고, 스피커를 통해 음향이 송출되죠. 시각장애인분들이 공연 접하실 때 배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이나 발걸음 소리를 통해 움직임을 예측, 짐작하실 수 있다고 하시는데,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내면을 해설한 걸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예교 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예교
그림자 통역은 즐겁게 봤어요.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요. 먼저 자막이 무대 양옆에 길게 제공되다 보니, 자막을 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수어통역사와 관객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뭐라고 대화하는지 안 보이는 장면도 많이 있었고요. 수어 번역과 관련해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화를 낸다고 하더라도, 그게 정말 화가 나서 일 수도 있고, 미안한 마음 때문에 화를 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런 차이가 수어 번역에서 드러나지 않았어요. 대사에 담긴 감정, 배우의 감정을 그대로 수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배우와 통역사의 해석이 달라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나 싶어서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더니 다들 똑같이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또 일상에서 이야기하는 억양과 공연에서 쓰는, 캐릭터에 맞는 억양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수어가 일상 통역하듯 번역되어서 공연의 일부라는 느낌이 없었어요. 수어통역사가 더 감정을 가지고 번역한다면 농인들이 작품을 더 가까이, 편안히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수
이번 공연에서 수어통역을 맡으신 분 중에는 전문 수어통역사도 있었고, 연기나 연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수어통역을 하기도 했어요. 그분들의 수어에 차이가 있었나요? 또 앙상블과 수어통역사가 군무를 같이 추는 장면도 있었는데요. 그때도 수어가 잘 전달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예교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전부 전달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문제도 번역이 잘 되었다면 괜찮았을 것 같아요. 대본의 의미와 수어 표현의 차이가 컸던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다른 부분은 부수적인 것 같습니다.
지수
확장된 배리어프리가 우람 배우님께는 어떤 경험이었나요?
우람
저는 수어통역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 개방형 음성해설만 이야기해볼게요. 처음에 무대에 대한 설명이 엄청 자세하게 나오더라고요. 진짜 좋았거든요. 그런데 지니의 음성해설은 인물의 감정선까지 설명을 해주잖아요. 개인적으로 이건 잘못된 배려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지수
그림자 통역을 하다 보니까, 한 인물을 두 사람이 연기하는 것처럼 여겨져서 저는 누구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수어통역하시는 분이 인물보다 몸을 더 많이 움직이니까 시선이 자꾸 수어통역을 하시는 분께 향하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졌어요. 이런 맥락에서, ‘확장된 배리어프리’라는 것이 다 좋은 건지,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시락
저도 궁금하고 우려스러웠던 점인데요. 같은 인물도 배우 캐스팅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오디오북도 낭독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마찬가지로 수어통역사가 누구냐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거든요. 두 주인공의 수어통역을 맡은 수어통역사들은 인물과 비슷한 옷을 입고, 일대일로 전담하니까 말씀하신 대로 배우보다 수어통역사를 더 많이 보고, 통역사를 통해서 작품을 이해하게 될 텐데요. 배우와 수어통역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아닌가 싶었어요. 꼭 복장까지 맞추어서 수어통역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러웠어요.
예교
수어통역사의 움직임이 커서 눈에 띄는 것은 수어통역사의 공연 경험이 많지 않아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수어통역사가 공연 경험이 많지 않으면,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우니까요. 배우가 더 먼저 보일 수 있게 동작을 작게 하거나, 자리를 옮기는 등의 수정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 부분을 봐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합★체> 공연 사진. 쌍둥이 형제 합과 체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그들의 수어통역사들이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합의 수어통역사, 합, 체, 체의 수어통역사가 위치해 있는데, 가운데 있는 합과 체는 손을 잡고 있다. 
            합과 손을 잡은 채로 체는 제자리에서 위로 점프하고 있으며, 그 옆에 있는 체의 수어통역사는 수어를 하면서 점프하고 있는 모습이다. 
            합과 합의 수어통역사는 노란색 스마일 표시가 그려진 회색의 반소매 티셔츠에 남색 체육복 바지를 입었고, 체와 체의 수어통역사는 
            체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붉은색 반소매 티셔츠에 남색 체육복 바지를 입었다. 
            합과 체의 수어통역사들 의상은 합과 체의 배우들 의상보다 조금 더 어두운 색이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지수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합★체>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공연이었나요? 공연소개에서는 키가 작은 걸 고민하는 형제들의 성장담이라고 하는데요. 극 중에는 합과 체의 아버지가 저신장장애인으로 나오고, 실제 저신장장애인 배우가 연기하시죠. 대사 중 아버지를 ‘난쟁이’, ‘쇼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해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그리고 장애배우의 연기나 움직임은 어떠셨는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아버지 역할을 맡은 김유남 배우님은 워낙 연기도 잘하시고, 움직임도 잘하시죠. 이번 작품에서 정말 많은 움직임을 하셔서, 아프지 않으실지 걱정을 했어요. 또 아버지의 수어통역을 맡으신 분이 여성분이셨는데, 유난히 키가 크고 아버지 뒤에 서는 때가 많아서, 일부러 그렇게 하신 건지 궁금했고요.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지칭하는 말들은 불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예교
저는 김유남 배우님이, 저신장장애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배우로서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청인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청인이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짧은 내용이었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수어통역사님이 김유남 배우님 뒤에 섰던 건 아마 배우를 더 잘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시락
두 형제의 성장기라고는 하는데, 사실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오히려 아버지의 공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모양이나 성질이 달라도 다 공이다’라는 게 사람을 빗대어 이야기한 게 아닐까, 외모나 성향,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다 같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공으로 했던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우람
저는 왜 이렇게밖에 이야기를 못 하는 거지, 싶었어요. 장애는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있어서 그런 건가,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난쟁이’와 같은 단어들을 예전에는 썼지만, 이제는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용
저는 <합★체>를 보지 못해서 주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운데, ‘난쟁이’, ‘쇼쟁이’ 이런 말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제 이야기를 각색해서 무대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대사 중에 ‘병신’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지 고민했던 적이 있거든요. 저는 하고 싶었는데, 불편하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그런데 이전까지는 그런 단어가 비하나 놀림의 언어로 쓰였는데, 이제는 많은 분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단어를 쓸 때 용기가 필요했고요. 이런 문제의식이 있다면 예술에서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예교
미용 님 말씀처럼 혐오적인 표현이 아니라 대본에 적합한 표현이라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공연 안에서만 사용한다면,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 입장에서도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것, 느끼는 것이 있을 거고요. 오히려 관객들이 그 단어의 맥락을 더 잘 이해하고, 서로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미용
공감합니다.
<합★체> 공연 사진. 극 중 ‘난쟁이’ ‘쇼쟁이’로 불리는 합과 체의 아버지가 양팔을 옆으로 뻗은 채, 
            양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흰색 셔츠에 노란색 나비넥타이, 주머니에 노란색 포인트가 들어간 반짝이는 녹색 조끼를 입었고, 
            챙이 둥근 파란색 모자에 파란색 바지를 입었다. 그 바로 뒤에 아버지의 수어통역사가 아버지와 똑같은 모자를 쓰고 양팔을 위쪽으로 들어올린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그 뒤로는 합의 수어통역사, 합, 체, 체의 수어통역사가 나란히 서서 양팔을 벌린 채 춤을 추고 있다. 합과 합의 수어통역사는 베이지색 교복에 자주색 넥타이를 매고 있고, 
            체와 체의 수어통역사는 같은 교복을 입었지만 단추를 잠그지 않아 안쪽에 입은 붉은색 체게바라 티셔츠가 드러나 있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오르막길의 평화맨션>

지수
이제 <오르막길의 평화맨션>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역시나 휠체어석은 전화예매만 가능했고, 객석의 첫 번째 열에 있었어요. 전 회차에 한글자막과 수어통역이 있었고, 음성해설은 없었고요. 그리고 자막을 보기에 편한 좌석에 대한 공지가 있었습니다. 또 수어통역사들은 <합★체>와는 다르게 배우들과 똑같이 옷을 입지도 않고, 위치도 달랐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미용
역시 저는 전화로 예매했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자주 가본 극장이었어요. 비 오는 날 가면, 공연 티켓을 받고 다시 우산을 쓰고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요. 공연이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배리어프리 부분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비록 휠체어석의 위치는 아쉬웠지만요. 배우와 수어통역사의 위치 선정이 적절하고, 수어통역사들이 인물의 내면까지 표현해주셨던 것 같아요.
시락
예매해서 보는 데는 큰 무리는 없었고요. 저는 음성해설이 없는 공연을 많이 보는데요. 소리 없이 조명이나 동작 등으로 하는 연출은 어떤 효과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궁금증조차 생길 여지가 없을 때가 많아요. 이번 공연은 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회차를 봤는데요. ‘배우들이 들어 보이는 책이 매번 다른데, 의도한 것인지’와 같은 질문들이 있었어요.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음성해설이 없다면 알 수 없는 부분이죠. 접근성 매니저님이 끝나고 역까지 동행해 주셔서,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볼 수 있었어요. 음료 대신 먹으라고 건넨 것이 무엇이었는지, 특정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 것들이요. 권은혜 배우에게 후광이 비쳤다더라고요.
지수
공연에 책을 쌓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거든요. 책을 쌓으면서 인물들의 내면이 드러나기도 하고요. 또 무대 바닥에는 여러 개의 동심원이 있고 거길 넘나드는 장면을 통해 인물의 내면이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접근성 매니저님이나 다른 분들이 그런 부분을 이야기해주었나요?
시락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된 부분이 있었어요. 동심원이 행성의 궤도를 표현한다는 것, 책을 쌓고 무너뜨리는 것, 이런 것들은 사실 음성해설이 없으면 모르기도 하고 다 기억했다가 물어보기도 어렵거든요. 무대의 디자인이나 조명을 통해 전달되는 건 상황만으로 상상하고 추측하기에 한계가 있어요.
지수
저는 공연을 보면서 되게 섬세한 부분들이 연출적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음성해설이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교 님은 어떠셨어요.
예교
좋았습니다. 하지만 배우랑 수어통역사가 떨어져 있어서 아쉬운 지점이 있었어요. 초반에는 너무 떨어져 있어서 좌우를 왔다 갔다 하며 봐야 했는데요. 배우를 보고 수어통역사를 보면 상황이 이미 지나가 버리게 돼요. 또 통역사의 의상이 배우와 동일하지 않아서, 배우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 배우끼리 나란히 서고, 수어통역사들끼리 서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수어통역사들이 붙어있어 보기가 편했어요. 그런데 수어통역사분들이 떨어져 이야기할 땐 빠르게 시선을 옮겨야 해서 불편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지수
이 작품은 퀴어에 관한 연극이었어요. 퀴어와 관련된 수어 표현이 농인분들께 얼마나 익숙하게 사용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예교
수어도 계속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기도 해요. 아직 보급이 덜 된 것도 있고요. 수어통역에서도 퀴어 단어를 잘 살려주셔서 저는 잘 봤는데, 퀴어 수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이해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락
제가 본 건 아니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왔던 얘기인데요. 극 중에 결혼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때 수어 표현을 여자와 여자의 결혼으로 전달해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지수
예교 님은 인물과 통역사가 인물 바로 옆에서 통역하는 그림자 수어통역이 더 편하신가요?
예교
그렇습니다. 농인도 수어통역사보다 배우를 먼저 보거든요. 그 이후에 선택적으로 수어통역을 보는데요. 수어통역사와 배우의 움직임이 다른 경우가 있어서, 먼저 배우를 보고 수어통역을 보며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는 거예요. 그런데 배우와 수어통역사의 거리가 너무 멀면, 대화와 움직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공연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림자 통역은 배우의 움직임도 보고, 맥락도 파악하면서 더 매끄럽게 공연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지수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예를 들면 원형 객석을 사용하는 공연이 있잖아요. 그럴 때 수어통역사의 위치와 스크린 자막을 어디다 설치할지 많이 고민하게 되는데요. 미학적 완성도와 보시는 분들의 편리함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거죠. 원형 객석을 사용한 공연을 보신 경험이 있으신지요?
예교
네. 여러 번 관람했습니다. 원형극장에서는 배우와 수어통역사들이 뒷모습을 보여 공연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요. 제 입장에서는 원형극장보다는 무대와 객석이 마주 보는, 일반적인 형태의 극장이 편합니다. 어느 곳을 봐도 수어통역과 자막이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또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눈이 피로해졌던 것 같아요.
시락
조금 다른 질문인데, 혹시 수어에도 존댓말과 반말이 있나요?
예교
네. 있습니다. ‘습니다’라는 단어가 있기도 하고,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시락
<오르막길의 평화맨션>에서 관객과의 대화 때, 유진 역할을 맡으셨던 배우님께서 어쩌다 보니 반말로 말씀하셔서 웃음 포인트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전달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여쭈어보았습니다.
<오르막길의 평화맨션> 공연 사진. 
            검은 무대 바닥에 연보라색의 둥근 카펫이 깔려 있고 그 주위로 자주색의 동심원이 그려져 있다. 
            카펫 위에 높이 쌓아 둔 책들이 객석 앞쪽으로 막 쏟아져 내린 모습이다. 
            유진은 자리에 앉아 상자에서 책을 꺼내는 중이고, 하나는 손에 여러 권의 책을 든 채 책을 더 높이 쌓으려던 참인데, 
            두 사람 모두 무너진 책들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려 놀라고 있다.
사진 제공: 플레이포라이프 / 촬영: 박태양
지수
<오르막길의 평화맨션>의 내용과 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생활의 비용>, <미래의 동물>, <합★체>와는 다르게 <오르막길의 평화맨션>은 장애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고 퀴어 이야기였는데요. 다르게 느끼셨을 수도 있고 공통점을 발견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미용
저는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오르막길의 평화맨션>은 두 사람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는데요.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할 때 쉽게 이야기 못 했던 것 같아요. 극 중 유진처럼 상대에게 피해가 갈까 봐. 유진이 헤어진 이유가 커밍아웃하는 순간 밀려올 파장이 두려워서라고 생각했거든요. 두 사람이 사랑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순간이 헤어진 이후에 왔다는 게 너무 와닿았고, 그러지 않을 길을 우리가 찾을 수 있다면 덜 외롭고 힘들었겠다고 생각하면서 봤어요. 두 사람이 백허그를 하고 울 때, 이걸 보면서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포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오늘 서로 몰랐던 삶의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배우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게 하나와 유진이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모습과도 닮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예교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주변의 시선과 차별인 것 같아요. 그들이 너무 사랑하는데도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자유롭지 못하잖아요. 저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할까 봐 포기했던 감정들이 있어요.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퀴어와 장애인을 둘러싼 편견도 많죠. 예를 들어 청인 남녀가 사귀는 것, 장애인 남녀가 사귀는 것은 당연하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또 퀴어라는 이유로 안 될 거라는, 비난 섞인 말을 듣는 것도 장애인과 같아요. 어렸을 때 ‘너는 장애인인데 결혼을 어떻게 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퀴어들도 ‘너 퀴어야? 평범한 삶은 못 살겠네’ 같은 말을 듣잖아요. 공감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어요. 편견을 가진 관객들이 이 공연을 봤다면 자신의 편견이 잘못됐다는 점을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요. 퀴어는 퀴어대로,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비장애인은 비장애인대로, 각자 다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편견을 깰 수 있는 연극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람
처음에 보고 나서는 ‘왜 이 연극을 선택했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앞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시락
이건 농담인데요. 미용 님이랑 예교 님은 상대방에게 피해가 갈까 봐 고민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제가 거절당할까 봐 망설였어요. 차이가 있는 게 재밌네요. 퀴어로 묶이긴 하지만 두 사람은 레즈비언과 바이라는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잖아요. 장애인들끼리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 중에서도 전맹과 저시력이 있고, 분명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퀴어와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모두 사람이지만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오해가 생기기 쉽고요. 서로 간의 오해를 대화로 풀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수
저도 퀴어와 장애인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시락 님 말씀처럼 중증과 경증 장애인이 겪는 정체성 혼란은 다르긴 하지만요. 저도 잘 봤어요. 뭉클하고 마음이 아련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게 공감하면서 봤습니다.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던 두 사람이 지나온 시간들이 ‘오르막길의 평화맨션’에서 다시 만났다는 것. 정말 헤어지지만 서로 잘 살기를, 잘 지내기를 바라는 과정이 오르막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락
어떤 연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도 생각했어요. “이사한다니까 도와주러 달려오는 사람 나밖에 없지?”, “내 이사처럼 생각하니까 여길 오지”와 같은 대사에 연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교
여기서 잠깐, 조유나 통역사님이 <오르막길의 평화맨션>의 수어통역사로 참여하셨으니까, 수어통역사로서 느꼈던 건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어요.
유나
<오르막길의 평화맨션>은 저도 처음 해보는 퀴어 연극이라, 새롭게 알게 된 게 많았어요. 농인분들 중에 퀴어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으셔서, 이런 게 있다는 걸 알려 드린 것만으로도 좋은 연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냥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장애나 퀴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장애에 관한 연극을 할 때도, 퀴어 연극도, 그렇지 않은 연극을 할 때도 그저 농인들이 연극을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인 것 같아요.
<오르막길의 평화맨션> 공연 사진. 하나가 유진의 뒤에서 그의 어깨를 꼭 붙들고 고개를 묻고 있으며, 
            유진은 먼 곳을 바라보며 울음을 참고 있다. 하나의 모습은 유진에게 가려 거의 보이지 않고, 유진은 앞으로 모은 두 손에 여러 메모 쪽지들을 들고 있다. 
            무대 뒤쪽에 영사되는 자막은 초점이 흐려진 상태로, 유진의 대사 “너한테 편지를 썼어”라는 문장이 어렴풋이 드러난다.
사진 제공: 플레이포라이프 / 촬영: 박태양
지수
이제 공연 이야기는 마무리하고, 이 두 번의 좌담이 여러분에게는 어떤 경험이었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려 합니다. 서로 대화를 하면서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고 넓어진 부분도 있으셨을 테고요. 또 우리가 앞으로 창작자로서 어떤 예술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장애의 경험과 관점, 전문성으로 우리는 어떤 창작을 하고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사실 지난 좌담에서 다들 연극이 장애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궁금했습니다.
미용
언젠가 저시력 시각장애인 친구하고 누가 더 힘들고 불행할까를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저는 당연히 시각장애인이 힘들고 불편할 거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제가 불편하고 힘들 거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좌담을 하면서도 다른 참여자분들의 상황을 알고 배우면서, 더욱 가까워지기도 했고요. 앞으로 예매할 때 배리어프리 안내를 더 자세히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전 음성해설이나 공연 소개영상이 있으면 보고,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생각도 해보고 싶고요.
저는 성장이라든가 인내, 성공담은 설교 같아서 싫어요. 그렇다고 슬픔,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도 신파 같아서 싫고요. 내가 휠체어 장애인이지만 ‘사랑은 어떻고, 배신은 어떻고’ 하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 거지, 장애인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똑같은 인간의 삶이지만 장애가 있으니까 나와 조금 다르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극복하고 인내의 시간을 견뎌서, 성공하는 그런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시락
우선 이런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서 감사하고요. 저는 아무래도 제가 처한 상황에 주로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시각장애에 관련된 접근성을 많이 생각했는데요. 다른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람
일단 너무 고마웠고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인들이 이 글을 보고 저한테 뭐라고 할지가 선합니다. 제가 만든 공연에는 배리어프리가 없었는데 말만 그렇게 하냐고 할 것 같은데요(웃음). 앞으로 더 심사숙고해서 많은 것들을 공유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예교
감사합니다.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애라는 단어보다는 사람이라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요. 다양한 공연을 보면서 한계 없이 공연을 즐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지수
두 번의 좌담을 진행하며 여러분들께서 저의 경험을 한층 더 넓혀주셨다고 생각하고요. 장애의 경험과 관점, 전문성이라는 것이 우리 개인과 우리의 장애 유형이 다 다르듯 정말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교 님 말씀처럼 우리 모두가 다 함께 공연을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걸지, 어떻게 해야 그 길로 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고요. 많은 배움과 고민을 안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주 뵐 수 없는 분들을 함께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좌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국립극장 <합★체>
  • 일자 2023.9.14 ~ 9.17
  •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원작 박지리·사계절출판사 연출 김지원 극본 정준 출연 홍준기, 강은일, 박두호, 정다예, 김유남, 김은영, 김지윤, 박민경, 김병영, 이정민, 양민석, 이형동 수어통역 안선주, 송윤, 정은혜, 우내리, 임동초 작곡·음악감독 고수영 안무 서병구 무대 디자인 여신동 조명 디자인 김영빈 음향 디자인 이재식 의상소품 디자인 현서림 분장 디자인 정은이 무대감독 이상명 조연출 국민주 무대 디자인(보) 유태희 수어 통역 대본 번역 이재란 접근성매니저 고은미
  • 관련정보 https://www.ntok.go.kr/kr/Ticket/Performance/Details?performanceId=266470
극단 Y, 프로젝트 하자 <오르막길의 평화맨션>
  • 일자 2023.9.8 ~ 9.17
  •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전서아 연출 강윤지 출연 권은혜, 이청 무대디자인 조경훈 조명디자인 홍유진 음향디자인 목소 무대감독 이효진 접근성 매니저 강보름 접근성 프로듀서 이유진 관객지원 황수희 수어번역 김홍남 수어통역 김홍남, 이수현, 조유나 자막해설 제작 임민정 자막해설 운영 이수림 그래픽/사진 이미지 작업장 기획 나희경 오퍼레이팅 김소영, 김연경 무대팀 이경우, 장수지, 이승희 조명팀 정우원, 정주연, 정찬영, 김소현, 김슬기, 임세라, 김서라 음향팀 류혜영 주최/주관 전서아 제작 극단 Y, 프로젝트 하자 접근성 제작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협력 페미씨어터 & 플레이포라이프
  • 관련정보 https://theater.arko.or.kr/product/performance/257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