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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리뷰]조아라가 조아라

몸소리말조아라 <사철가 프로젝트>

강보름

제175호

2020.01.23

우연히 본 sns 영상 속에서 소리꾼 조아라(이하 조아라)가 예식장 바닥을 기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자는 창을 하고 있었다. 할 일을 하면서 놀아보자는 사철가의 마지막 구절이, 필자 인생 최대의 고민과 맞닿아있기로 현장예매를 감행했다.
공연 시작 전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다양한 장소에서 기록된 사철가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소리꾼이 창을 하며 수산시장, 대학 캠퍼스, 공원 등등 일상적인 풍경과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다. 그런데 사철가를 부르는 소리꾼과 영상을 촬영한 스태프들은 논 걸까 일한 걸까 놀면서 일한 걸까.
 

무대에 등장한 조아라가 중모리로 사철가를 부른다. 그의 아니리처럼 한국은 이제 미세먼지 잔뜩인 봄, 너무 짧게 지나가버리는 가을을 빼고 긴 여름과 겨울 이철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리꾼은 사철가를 변주해 다시 부르며 밧줄에 몸을 감고 천천히 늙어간다. 늙음과 죽음의 병치는 새로울 것 없지만 ‘마흔을 목전에 둔’ 유망예술가1) 조아라가 왜 이 주제에 꽂히게 되었을까. 조아라는 그 답을 자신의 몸에서 찾는다.
#조아라라는 풍경
자신이 바퀴벌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독백과 함께 영상을 통해 분절적으로 팔꿈치의 바퀴벌레를 보여준다. 자기혐오적 바퀴벌레의 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몸에 당연하게 부과되던 재생 이미지와의 연결고리를 끊는다. 직접 요리한 계란 후라이를 관객에게 권하고 나서 난자를 상징하는 노른자를 콘돔에 떨어뜨린 후 냉장고에 넣기도 한다. 관객들은 그로테스크하게 파편화되어 존재하는 몸을 바라보며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낯설게 자각한다. 필자는 가득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난자들을 보면서 유쾌함과 동시에 기묘한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파편화된 조아라의 자아 속에는 평화와 사랑 또한 공존한다. 예술가, 여성, 식물을 좋아하며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반려묘의 엄마, 마두영의 여자친구, 결혼식장을 운영하는 부모의 딸 등등 그를 구성하는 자아는 복합적이다. 어느 하나의 자아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돌보고 가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을 조아라의 무대 뒤 모습이 상상되었다.  


공연을 보면서 퍼포머가 자신을 연출하는 방식이 독특하게 느껴졌던 지점은
, 타인의 평가 없이 퍼포머 자신이 적극적으로 사물, 식물, 고양이, 심지어 장소와의 관계를 규정한다는 점이었다. 여성이 스스로에게 더욱 냉혹한 평가를 내리도록 학습되어온 한국 사회에서, 죄책감 등의 부정적 평가 없이 자신의 일상을 무대화하는 퍼포머를 보는 것은 반가운 경험이었다
#조아라가 바라본 풍경
조아라의 몸은 그로테스크함과 일상의 안정감이 동시에 존재하며 또한 자유롭다. 그는 좋아하는 풍경 속으로 자유롭게 간다. 강원도 금강산, 청계천, 광화문, 이란, 필리핀 세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한강시민공원, 문화비축기지, 진도 팽목항, 담양 소쇄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사철가를 부르는 조아라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상으로나마 그 풍경들을 접하면서 조아라의 세계에 관객인 나 역시 긴밀하게 관여되는 느낌을 받았다조아라는 그 풍경들 속에 자신의 부서진 몸을 위치시킨다. 무대디자이너가 등장해 마네킹을 분절하는 동안 그 광경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의 조각난 팔을 화분에 심는다.


외할아버지와의 이별
, 키우던 청거북이 두 마리와 백문조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장례식장으로 변한다. 퍼포머는 유서와 장기 기증 증서를 통해 자신의 죽음 또한 연습한다.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철제 큐브로 이루어진 텅 빈 결혼식장에서 살풀이를 하듯 춤을 춘다. 이로써 관객은 사계절의 순환과 인간사 희로애락이 겹쳐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퍼포머가 이란에서 느꼈던 억압에 관한 표현이다. 이슬람 여성이 쓰는 히잡, 이란 예술계의 예술검열이라는 화두는 우리에게 낯선 만큼 단편적으로 판단하기 쉽다. 이란의 여성 예술가가 놓인 현실에 관한 정보가 없으므로 관객이 어떤 스탠스로 바라보아야 할지 세심한 맥락이 뒷받침되면 어떨까.
필자는 이 공연에 함께 한 스태프 퍼포머들을 호명하여 관객들에게 소개하며 함께 노래하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와닿았다.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되 풍경들, 사람들 사이에 함께 있기를 선택한 작, 연출, 퍼포머 조아라의 예술적 실천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거드렁거리며 논다는 것은 내 주위의 풍경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조아라라는 여성 예술가를 알게 된 기쁨과 동시에 필자 또한 그 풍경에 스며들 수 있기를 소망하는 시간이었다.

[사진: 최용석]

  1. <사철가 프로젝트>는 2019년 신한은행 연계 유망예술가 후속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사철가 프로젝트
일자
2019.12.20(금)~12.22(일)
장소
신한두드림스페이스 아트스탠드
작/연출/퍼포머
조아라
음악
신세빈 이상욱
영상
강경호
무대
정승준
조명
정유석
음향
정혜수
의상
온달
조연출
김태령
무대감독
박진아
그래픽/아트북
정희기
기록사진/영상
최용석
기획/홍보
조하나
몸소리말조아라
관련정보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901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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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름

강보름 프로젝트 레디메이드 연출가
연출작으로 <레디메이드 인생>, <우리가 고아였을 때>,<모던걸타임즈> 등이 있다.
rkdekdzh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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